우린 낯선 이들을 죽이지 우린 일면식도 없는 놈들을 죽이지 우린 개자식들을 존나 죽이지 여기 총이 잔뜩 있으니 차라리 도망치는 게 좋을 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오늘, 여인은 하루종일 이 옷을 입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오후 늦게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잡화점에서 일을 보았다. 슬슬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귀가한 조직원들이 저녁을 먹을 무렵. 그 때서야 여인은 옷을 갈아입었다. 그것도 두번 입어야 하는 이 번거로운 옷을. 이미 보고는 다 받았기에 올 사람이 없는데도. 옷을 갈아입고 십자 귀걸이를 귀에 걸었다.
라 베르토의 두 간부 중 한 명이 그 행동의 이유를 물었으나. 여인은 단지 그렇게 답했을 뿐이었다.
"혹시 몰라서."
무엇에 대한 말인지 여인은 더 말하지 않았다. 더 묻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 번거로움이 헛수고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생각이 들었을까. 여인은 갈피가 잡히지 않는 생각을 가차없이 잘라내며 겉으로는 태연하게 굴었다. 제롬의 목을 팔과 손으로 감싸고 쓰다듬으며 발칙한 성녀와도 같이 굴었다. 뭐든 들어주겠노라 제 입으로 말했다.
제롬이 예고 없이 일어섰을 땐 자연스레 안기며 몸을 맡겼고. 뒤로 미는 것도 저항하지 않았다. 거침 없이 내딛는 걸음을 따라 등에 벽이 닿을 때까지 걸었다. 툭. 하고 뒤가 막혔을 때는 작게 숨을 들이쉬었다. 명백한 키차이로 인해 드리워 진 제롬의 그늘 아래에서 제롬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순순히 그 요구에 응했다. 고개를 들고, 팔을 두르고, 감촉이 느껴짐과 동시에 눈을 감고.
이 때부터, 였지 않을까. 소리 없이 금이 가기 시작한 건.
느닷없이 시작된 키스는 길었다. 문이 잠긴게 아니니 누가 올 지도 모르는데. 쉬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 쪽이 끝내려 해도 다른 한 쪽이 당긴다면 그대로 이어졌을 테니. 몇번인가 숨을 채우고 소비하길 반복하다가 돌연 여인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둘렀던 팔을 풀어 손으로 제롬의 어깨를 밀어내려고도 했다. 하지만 어깨에 닿은 손에 힘은 없었다. 그냥 얹기만 한 모양새로 고개를 돌린 여인이 중얼거렸다. 검은 천과 머리카락으로 표정을 감추고서.
"저기. 이제, 됐으니까. 그만 하자."
급히 끊어내어 가쁜 숨 사이로 띄엄 띄엄 그런 말들이 흘러나왔다. 뭐가 됐단 건지. 뭘 그만 하자는 건지. 듣기에 답답한 말들 뿐이었다. 하아. 간신히 숨을 고른 여인이 힐끔 준 시선은 어쩐지 떨리고 있었을지도. 고개를 흔들어 흐트러진 머리카락으로 눈과 표정 일부를 감추며 일반적인 말을 이어갔다.
"오늘은, 아닌 거 같으니까. 자고 갈 거라면 휴게실 내줄게. 너는 거기서 쉬고... 나는 내 집으로 갈 테니까. 그렇게 하자. 오늘은. 그렇게 해."
조금 횡설수설 하며 토막토막 이어졌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다소는 강요하는 어투이기도 했다. 그저 빨리 이 상황을 끝내고 싶어하는. 하지만 말과 달리 여인은 행동하지 않았다. 손도 그대로 제롬의 어깨에 얹은 채, 고개 만을 단호히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아무래도 맞는 말이겠지만- 그녀는 그런 도태된 인물들 중 한명일 것이다. 일말의 여유와 낙관적인 발상이라곤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세상에선 헛웃음이 흘러나오는게 당연하니까, 그렇기에 비탄의 도시니 모든 것이 새빨간 도시니 하는 베르셰바엔 그녀가 어울리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아무렴 어떠랴, 애초부터 자신이 이런 곳엔 어울리지 않는다는건 그녀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알고 있기에 더 눈에 띄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감성적이긴 힘들죠 이런 곳에선~ 어느 누가 좋다고 세상만사 다 내팽개친듯 살겠나요~ 이런데선 그런 짓은 '나 죽여줍쇼~'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가지런한 치아가 살며시 보일 정도의 웃음, 비틀리진 않았어도 평소보단 제법 높게 올라간 입꼬리가 스스로를 질타하듯 낮은 숨을 내쉬었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거리낌없이 그런 말을 내뱉는다니, 이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일까.
"아, 물론 '정신나간 청소년들이 골목 벽에 해놓은 낙서'... 같은 경우는 썩 좋아하진 않아요~"
어쩌면 상대방의 매마른 감각 역시 수분을 머금지 못하는 뿌리가 겨우 뻗어낸 훤칠한 가지들을 돌볼 겨를도 없이 비틀어져가는 것과 비슷하겠지. 그것에 어떤 이유와 의미가 있는지 그녀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굳이 건드리려 하지도 않았다. 누군가의 마음을 사찰하는 언행은 불쾌하기 그지없으니까, 만약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인정하고, 권유하진 않아도 그저 보듬어가는 것'조차 이곳에선 사치라 한다면 그녀는 얼마든지 제3자의 입장에 설 수 있었다.
자극하지 않는 것, 자극받지 않는 것, 이런 험난한 세상을 살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었다. 어느 누구도 삶을, 사람을 구태여 더 번거롭게 할 생각은 없을테니까.
그렇게 했기에 실제로도 무사히 지나간 전례를 생각해보면 마냥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가 지금쯤 그 초상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아, 그건 좀 아쉽게 되었네요~ 후후후... 물론 사적인 질문을 할만큼 당신에 대해서 아는건 없지만요~"
이미 먼젓번의 그림을 치워내고 새하얀 캔버스를 설치해둔 그녀는 적당한 거리, 익숙하다는듯한 자세, 그러면서도 양손으로 커피가 담긴 컵을 잡고선 물끄러미 시선을 위로 올리는 상대방에게 늘상 그래왔다는듯 차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모델이 되어본적 없으시다기엔 꽤 좋은 구도네요~ 그게 편한 자세라 하신다면 저에게도 다행이겠지만요~"
왼손에 쥐어진 펜이 흐릿한 윤곽을 잡아내는동안 조금씩 그 선을 지워나가고 깎아내는 것에 바쁜 다른 손길이 뒤따랐다. 딱히 서두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느긋하게 할 생각도 없었기에, 사람을 인내하도록 하는 것은 그녀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인내한다면 모를까,
여인이 숨을 채우면 제롬이, 제롬이 숨을 채우면 여인이 다시 혀를 얽기를 반복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두 사람의 기나긴 키스는 결국 여인이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평소와는 다른, 갑작스러운 모습에 제롬은 고개를 갸웃거렸을까. 어깨에 닿은 손은 제롬을 밀어내지 못하고 그대로 허물어졌을 것이다. 그는 어깨에 올려진 여인의 손 위로 손을 겹쳐, 잠시간 그녀의 온기를 느꼈다.
"벨라.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
조금 횡설수설한 말이 이어지고, 빨리 돌아가라며 축객령을 내린 여인이었으나, 제롬은 아무 반응도 없이 여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의 순진한 그의 성격대로라면 이쯤에서 물러날 법 하건만, 아직 부족했을까. 그는 겹쳐두었던 손을 뻗어 아스타로테의 머리카락을 들춰 표정을 확인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턱을 잡고, 제 쪽으로 끌어당기려 했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그는 여인이 거부한다 하더라도 한번 더 입을 맞추려고 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짧았고, 얕은 버드키스에 가까웠겠지만.
"이건 네가 먼저 시작했으니까."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여인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열기와, 짓궂음으로 가득 차있었다. 행동하지 않는 여인의 거부는 무의미할 뿐이었다. 그는 여인의 턱에서 손을 떼고는, 그대로 그녀를 몇번 쓰다듬었다. 허리에 둘러뒀던 팔을 제 쪽으로 끌어당겨 품에 안으려고도 했다.
"휴게실이 좋아, 아니면 벨라, 네 집이 좋아?"
그는 제 품에 여인의 고개를 묻은 채로 그녀에게 느긋하게 물었다. 하지만 그 물음은 과연 물음일까. 오늘은 휴게실에서 쉬라는, 오늘은 그만 하자는 여인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제롬은 끝낼 생각이 없어보였다. 여인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항상 여유로웠던 여인의 모습은 그날 밤의 광경처럼 여유가 없어졌다. 궁금증이 생겨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여인이 저항하지 않았던 것은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그 모습이 그에게 오히려 불을 붙인 격이 되었으니.
"그건 네가 고르게 해줄게."
싱긋 웃는 모습이 얄밉기만 하다. "다른 선택지는 없어." 라며 그는 못박았다.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듯 여인의 허리에 두른 팔은 억세기만 하다. 여인은 선택해야만 했을 것이다. 청녀이 원하는 답을 주던가, 아니면 그에게 강하게 선을 그어버리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