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눈 앞이 어두워지는군... 부탁한다." "이곳을 너희의 거처로 삼겠다면 나와 부하들을 뒷뜰에 묻어줘." "우리 46명 다같이. 한 무덤에. 모두." "너네 진짜 개 많이 파야 할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사자는 상냥했으며, 그럼에도 강압적이었다. 자신의 열기를 부드럽게 남겼으되 때로는 자신의 분명한 흔적이 남기를 원했다. 천사가-당신이 자신의 몸에 낙인을 찍는 것도 오히려 반겼다. 자신이 당신의 소유라는 것을, 또한 당신이 자신의 소유라는 것을 공고히 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깊은 밤의 끝은 암전이었다. 그러나 그 암전이 달콤한 꿈의 끝을 고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꿈인 것도 아니었다.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일말의 불안이 부정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고통스러우며 사랑스러운 옛 기억이 꿈 속으로 쫓겨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검푸른 밤하늘은 페로사가 부러 그렇게 설정해둔 것일까. 저 하늘에 띄엄띄엄 찍혀 있는 하얀 점들은 홀로그램 패널의 그래픽 오류일까. 아니, 당신도 저것이 무엇을 표현해놓은 것인지는 잘 알지 않는가. 요컨대 그것은 플라네타리움이었다. 벽면을 완전히 뒤덮은 플라네타리움. 그것이 방 안으로 성그런 푸른 빛을 던지고 있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붉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우중충한 베르셰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하얀 달도 제법 휘영청 떠서, 그래봐야 홀로그램에 지나지 않았지만 방 안으로 달빛을 던지고 있었다.
그 가짜 달빛 아래에서 페로사는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팔에 기대어 안겨있는 품속은 퍽 따뜻했다. 고통은 없엇으며, 그녀의 품은 그저 미카엘을 따뜻하게 끌어안아 주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듯했다. 풀어헤쳐진 머리에서 나는 시트러스향 외에도, 그녀의 살냄새, 분냄새가 옅게 나는 것도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잠자리가 그렇게 편해 보이진 않았다- 품 안에 안겨 정신없이 누군가를 탐한 끝에 지쳐 잠들어 빠진 꿈속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것 위에 자신이 잃어버릴지도 모를 것이 덧씌워지는 순간을 보았기 때문이다. 도살자의 서커스가 몰락하던 그 날 손끝에서 놓쳐버리고 말았던, 이제는 흐릿해진 얼굴 위로 천사의 얼굴이 겹쳐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손을 뻗어서 그녀를 보듬어주었다. 여기에 있어, 하고 조그맣게 속살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을 때, 당신의 바람과는 조금 다르게 긴 속눈썹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은 푸르른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보았다. 뭐라 대답은 없었다. 가볍게 등을 쓸어주며 토닥이는 당신을 바라보다가, 당신의 입에 입맞춤을 남겼을 뿐이다. 아까의 탐욕에 가득찬 그런 입맞춤이 아니라, 이 도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 상대에 대한 애정이 순수히 들어차 있는 그런 입맞춤이었다. "...이대로 계속, 여기 같이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속살거리는 소리. 평소에 목청이 결코 작지는 않은 그녀였는데 이렇게 작은 소리도 낼 수 있었나 보다.
아직 졸음이 내려앉은 눈을 한 채로, 페로사는 자신의 이마를 당신의 이마에 쿡 갖다대고는 빙그레 웃어보였다. "갈 때는 말해... 바래다줄게." 행복해 보였다. 그녀는 당신의 어깨를 끌어안고 있던 다른 팔을 들어서는, 당신의 머리를 느릿하게 쓰다듬어주었다. 쓰다듬는 손이 점점 느려진다. 달콤한 현실을 한 입 베어문 사자는 다시 조용히 잠에 빠져들어갔다. 이번에는 행복한 꿈을 꿀 모양이다.
천벌을 받아도 상관없다는 말에 여인은 그저 웃어넘길 뿐이었다. 몸을 무르고 무릎을 안고 예의 그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가만히 제롬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조금 곱씹고 있었다. 아무 의미도 없을지도 모르는 그 한마디가 어쩐지 걸려서. 염치없게도.
그러나 내색 한끗 내비치지 않았다. 철저히 표정을 감추고 여인이 듣고자 하는 말을 기다렸다. 신경 쓰지 마. 생각 하지 마. 사고를 다른 곳으로 돌려. 건드리면, 안 돼. 자기암시를 따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여인의 특기였으니까.
"친구, 구나."
앞 선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여인이 중얼거렸다. 친구라. 그렇게 말하는 말투가 약간은 부자연스러운 것과 의도적으로 시선을 피하는 것도 깨달았다. 아. 이것만큼은 알 만 했다. 프로스페로. 필로. 여인의 소중한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않았으니까. 여인은 제롬을 따라하듯 고개를 움직여 정면 어딘가로 시선을 옮겼다. 잠시, 두어번 깜빡거리고서 입을 열었다.
"그것 참 우연이네. 나도 친구거든."
여인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나긋하고 차분한 톤을 유지해 듣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목소리였다. 힐끔. 제롬을 곁눈질 하곤 말을 조금 이어나갔다.
"피피, 필로와는 아주 오래 된 친구 사이야. 내겐 이 도시에서 처음 생긴 인연이고. 만나게 된 건 우연이었지만 같이 좀 지내다보니까 서로 죽이 잘 맞아서. 그래서 지금까지도 알고 지내는, 정말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정말 소중하다고. 여인은 제롬의 앞에서 다른 사람에 대해 그렇게 표현했다. 그야 필로는 여인에게 정말 그런 존재였다. 둘도 없이 소중하고 필로라면 기꺼이 등도 내어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걸 굳이 말할 필요는, 있었던 걸까. 과연. 흐릿한 분위기 속에 여인의 목소리가 흘렀다.
"내가 너에게 필로에 대해 물은 건, 필로가 네 주변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부탁해서 그런 거야. 네 주변 사람들. 특히 파고들기 쉬워보이는 인물을 찾아달라고. 필로가 그러더라. 네가 그의 뒷조사를 실패했다고. 그럴 수가 없는데 왜 그랬는지 무엇 때문인지 알고 싶었겠지. 그런 부분에 강박이 있는 걸 알고 있어서. 그래서 도와주겠다고 했어. 그야 필로의 부탁인 걸. 대신 내 방식대로 할 거라고 했고. 그런 이유로 네게 묻는 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짐짓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늘어놓는 여인의 옆모습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곧 고개를 돌려 다시 제롬을 보는 표정도. 깜빡이는 두 눈도. 대답을 기다리며 다물린 붉은 입술도. 너무나 잔잔했다.
수작질 아니면 뭔데, 이게. 혀를 끌끌 차면서 딱, 딱, 손가락을 팅기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요리조리 다 피해버리는 이리스를 보며 내심 감탄했지만, 그것은 일단 재쳐두고. 덤비는 순간에 엎어치기 당한게 엇그제 같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나이차까지 들먹이며 삐약거리는 꼬맹이의 모습에 한숨을 쉰다.
"네 20대랑 내 20대랑 같겠니. 난 슬슬 주름 걱정할 나이라고."
처음엔 네가 날 아줌마라고 불렀던 건 기억나니. 스무살에 아줌마라 불린 그때의 충격이 생생이 기억난다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 애초에 이 꼬마는 왜 나이 운운까지 하는 것일까. 팔팔한 이리스 나이대는 그 나이대랑 놀아야 한다고 칸나는 굳게 생각했다. 말했듯이, 슬슬 주름살 걱정해야 되는 자신이 아니라. 이리스가 어째서 이렇게 구는 지 이해를 하지 못한 칸나는 인상을 찌뿌렸다. ...역시 '사춘기 자녀를 대하는 법' 시리즈를 다시 펼쳐봐야 되나?
어느 책장에 꽂아두었더라, 같은 상념에 빠진 칸나를 알아보기라도 했을까. 타이밍 맞게 이리스의 손이 칸나의 목덜미를 감싸안는다. 그대로 생각이 끊겨버린 칸나, 뒷목에 닿는 손의 온기에 깜짝 놀라 눈이 크게 뜨여진다.
"이리스, 너...!"
이 아이, 환자란 자각이 있는 것일까! 이리스의 움직임에 무엇보다 걱정스런 기겁이 몰려온다.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이리스를 받치려 하는데, 그것이 되이려 패인이 되었다. 어느 순간, 순식간에 손이 잡혀 이리스의 허리에 둘러진 칸나는 눈을 깜박이며 이리스를 바라본다. 아이의 붉은 눈이 가까워진다.
- 진짜로 꼬맹이 시절이랑 똑같다고 생각해?
귓가를 간지럽히던 숨결이 멀어진다. 칸나는 눈 앞의 아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붕대와 스포츠 내의의 여성은 아무리 보아도, 그 누구가 보아도, 그날 골목길의 열세살짜리 꼬마일리가 없었다. 이리스는 칸나에게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다.
칸나가 소중히 여겼던 아이들은 적지 않았다. 인간의 악의가 그 아이들을 성년에 닿기도 전에 앗아가고 있기에 칸나는 뉴 베르샤르에 있었다. 마음속에 영원히 자라지 않은 아이들을 묻었기에, 눈앞의 아이도 그럴꺼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어쩌면 은연중에 겹쳐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녀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눈 앞의 다이애나 이리스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고, 칸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눈에는 그런 결연이 보였다. 칸나는 입을 슬며시 벌였다. 오랜 흡연에 거칠어진 목소리를 내게 된다.
"...그러게."
나지막히 울리는 목소리에 이리스가 칸나를 올려다 보면.
어째서인지 슬픈 눈을 하는 그녀와 마주할테다.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걸며, 칸나야 말로 그런 이리스와 대면할수 밖에 없었다. 목소리를 낮추니 창밖 빗소리에 묻여, 둘 사이의 거리에 불구하고도 겨우 들릴 정도였다. 집중을 한 순간이라도 놓으면 그대로 흘려 보낼 중얼거림과 함께, 칸나는 눈 앞의 이리스를 그대로 담았다.
"넌 멋지게 성장했으니까, 이리스."
이리스의 손안에 담긴 칸나의 부드러운 눈빛에는 그런 이리스가 자랑스럽다는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언제 이렇게 커버린 것일까? 자신은 그대로 서있던 동안 훌쩍 커버린 것만 같았다. 자신 같은 건 두고 가도 될 정도로.
원래부터 그랬긴 했다. 딱히 인정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지만, 옛부터 스스로 선택을 내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던 아이였다. 결정을 내리고 성장하고 변화한다. 그런 모습이 정말로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자신에게 는 것은 굳은 살과 흉터 밖에 없었다. 권총을 들고 스스로가 규단한 악범죄자를 처단하는 스물살의 칸나 브라이트는, 스무여덞살의 칸나 브라이트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고여버린 빗물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여전한건 이리스보단 칸나였다.
그런 칸나이기에, 이리스를 똑같이 바라보아왔고, 그 만큼 그런 이리스의 성장을 지켜볼수 있어 기쁘다고 생각했다.
"새삼스럽지만, 이렇게 자라줘서 고마워. 알고 있지?"
성장을 감사하는 걸까, 생존을 감사하는 걸까? 어느쪽이든 소소한 감사함과 소소한 행복이이라고, 칸나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눈을 곱게 접혀 웃으며 마음을 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대체로 칸나가 감정을 숨기는 일은 없었고, 이 일도 똑같았다.
이리스는 잠자코 말을 던진 후에 칸나의 반응을 살피다 자신을 보며 잔잔한 미소를 띄운 체 말하는 것을 듣곤 입술을 살짝 삐죽거리며 말한다. 자신은 앞으로도 칸나를 쭉 보고 싶은데, 칸나는 어디론가 가버릴 것처럼 말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갖게 된 이 인연을 앞으로도 쭉 놓치고 싶지 않은 이리스였다. 그만큼 칸나는 소중했다. 아직까지 모든 감정에 익숙치 않은 이리스였지만 분명 이 감정만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 뭐가,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야. 항상 언니는 그런 식이라니까. "
이리스는 흥, 하는 소리를 내며 괜스레 감싸안고 있던 팔을 풀곤 팔짱을 낀 체 퉁명스레 답하며 고개를 휙 돌린다. 정말이지,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건지, 둔해빠져서 모르는건지 모르겠어. 이리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홱 돌린 체로 눈만 슬그머니 돌려 자신을 노려보는 칸나를 응시했다. 1초, 2초, 빤히 흘겨보고 있던 이리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을 느릿하게 깜빡인다. 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모양인지 귀엽게 삐죽거리던 입술이 천천히 휘어져 예쁜 미소를 만들어냈다.
" .. 이러면 언니한테 좀 더 내 마음이 전해지려나. "
무언가 결심한 듯 작게 중얼거린 이리스가 팔짱을 끼고 있던 것을 풀곤 슬그머니 두 팔을 다시 칸나의 목에 두른다. 다시 칸나의 다리 위에 앉은 체로 마주 보는 자세가 되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히죽 웃어보인 이리스가 빤히 칸나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스는 그 상태로 무언가 말을 하듯 천천히 자그마한 입술이 벌어지며 어떤 말을 하듯 입술이 움직인다. 세단어로 이루어진 말을 소리 없이 말한 이리스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기울여 다가간다.
아마도 갑작스레 칸나의 입술에 내려앉았을 부드러운 무언가, 수줍은 듯, 어딘가 대담하게 내려앉은 그것은 꽤나 오랫동안이나 머물다 떠나갔을 것이다. 그런 동안에도 이리스의 붉은 눈동자는 여전히 칸나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 ...어디 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줘, 언니...그랬으면 좋겠어... "
목을 감싸던 팔을 천천히 풀곤 슬며시 매달리듯 칸나의 상의를 움켜쥔 체 작게 속삭인다. 이 말을 하는 이리스의 눈은 어쩌면 어린 시절 칸나에게 의지하던 그 어린 아이의 눈동자 같기도 했을 것이고, 방금 전의 대담한 눈인 것 같기도 했다. 적어도 지금 속삭이는 말은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것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