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눈 앞이 어두워지는군... 부탁한다." "이곳을 너희의 거처로 삼겠다면 나와 부하들을 뒷뜰에 묻어줘." "우리 46명 다같이. 한 무덤에. 모두." "너네 진짜 개 많이 파야 할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당신 참 웃겨. 표정 관리를 잘한다 평을 들으면서도 너무 명확한 약점이 있다. 그 지점이 지나치게 도드라져 있어, 손 끝으로 지그시 눌러보지 않으면 못 배길 정도다. 동시에 제 약점에 관련된 일이라면 착실히 반응한다. 표정 관리를 실패하고, 총을 겨누고. 프로스페로는 작게 웃으며 턱을 괴었다. 손 끝에 닿은 뺨에 매끄럽고 튀어나온 것이 닿았다. 흉터다. 제롬이 쏜 총이 남긴 흔적이다. 장난감에 이름 정도 새겼다 생각하기로 했다.
"광대가 간언이나 해볼까."
폐하의 위엄을 보존하소서. 그리고 폐하의 사려 깊은 통찰로 이 끔찍한 경솔함을 깨우치소서.*
"살아남는 거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하나는 나처럼, 하나는 당신처럼."
입에 말린 생선 넣고 질겅거렸다. 이미 뒈진 지 오래인 바다 냄새가 싫기도 했다.
"그동안 잘 살아남았잖아? 그럼 당신이 하던 대로 해."
의중을 알기 힘든 표정과 말투다.
"내가 당신 흉내내거나, 당신이 나 흉내내는 것처럼 우스운 일도 없으니까. 살아남고 싶으면 아득바득 양지로 기어가. 더 과시해."
제롬의 빈 잔에 술을 채워넣어줬다.
"당신을 소모품처럼 쓰기 싫으면 남의 목숨을 소모품처럼 써. 미스터 발렌타인, 당신한테 뭐가 더 중요한지 순위를 매겨. 신성불가침의 영역을 빼고는 그 아래 순위부터 희생시켜."
이런 칙칙한 도시에서 살다 보면 많은 것을 깨닫곤 한다. 가령 꿈은 꿈, 포기하는 법은 빠르고 망상을 다시금 취하려면 강한 수단도 필요하다는 것, 아니면 영영 잊고 사는 법. 적어도 그 모든 방법을 실천하지 않아도 됐다는 점에 이번만큼은 신에게 감사의 기도라도 드려야겠다. 물론 미카엘은 신을 믿지 않았으니, 눈앞의 실존하는 존재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한다. 시선을 굴려보면 띄엄띄엄 찍힌 흰 점이 보인다. 밤하늘을 만들고 처음 보는 것을 그린다. 적어도 미카엘은, 살면서 별이라는 것은 구경조차 하지 못한 셰바의 일반 시민에 불과했다. 벽면을 뒤덮은 처음 보는 세상이 기이했다. 가짜 달빛 아래에서 잠든 사자를 가만히 바라보다, 품 안으로 조심스럽게 파고든다. 따뜻하다. 한때 코 끝에 아른거리던 진한 장미 향수의 향이 나지는 않지만 지쳐 잠들어버린, 페로사라는 사람 자체의 냄새가 가득하다. 그리고 당신의 속은 여름철 장마로 얼룩진 듯하다. 요컨대 고통이 사무치는 계절이란 뜻이다.
어떤 꿈을 꾸길래 당신의 마음속 쏟아지던 비가 넘쳐 눈까지 흘렀을까. 한참 체구가 큰 당신임에도 그 모습이 꼭 악몽을 꾸는 어린아이 같았다. 비록 위선 겪어보았기에 아이에게 온정 주는 자 아니지만 당신만큼은 손을 뻗어 보듬고 싶었다. 어색하게나마 등을 쓸어주며 토닥였다. 여기에 있다고 작게 속삭였을 때 당신의 눈동자를 마주한다. 깼어? 하고 묻지는 않았지만 침묵 속에서 그런 말을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짧은 입맞춤에 등을 토닥이던 손길이 한 박자 늦는다. 애정이 들어차있기 때문이다. 다시는 겪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당신이 작게 속삭이자 내심 자신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 나쁜 마음은 현실을 우선시하고야 만다. 일이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할 일도 아직 남았다. 위험을 돕는다 하여도 위험과 현실은 또 다른 것이다. 같은 꿈을 꾸는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너무 많은 꿈을 이뤄버리고 싶진 않았다. 빠르게 쌓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차근차근 쌓아가고, 그 짜임새를 튼튼하게 잇고 싶었다. 그렇기에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 거야." 하고 이마를 맞대며 은은한 미소를 지어낸다.
"응."
행복한 미소를 마주하곤 눈을 내리 감는다. 머리를 느릿하게 쓸어주는 손은 온기가 가득 배어있다. 빌어먹을 뉴 베르셰바에서 감히 누릴 수 없고,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다. 조용히 잠에 빠져드는 모습에 눈을 감고 느릿하게 속으로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그렇게 이 사자가 깰 때까지 느릿하게, 속으로 줄곧 자장가를 떠올리며 등을 토닥였다. 그야 기다리는 건 누구보다 잘 하는 일이니까. 그렇게 또 느즈막한 아침이 다가오면, 천사는 다시금 마주안고 속삭일 것이다. 잘 잤어? 나아, 힘드니까 지금은 좀 봐주라.
블랙커피 하나, 테이크 아웃으로. 가끔은 그런 날도 있지 않은가. 하루 일정이 끝나고 바로 귀가하지 않은 채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기고 싶은 날 말이다. 브리엘에게 있어서 스케줄을 모두 소화하고난 뒤에 잠시 다른 곳으로 향하는 일은 100% 드문 일이기도 했다. 이런 날에는 술보다는 커피가 훨씬 잘 어울리는 날이지. 감성적인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지만 한번쯤은 괜찮지 않을까.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블랙 커피가 담겨 있는 일회용 컵을 받아들고 브리엘은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풍미가 가득한 향, 혀끝에 닿는 건 지독하게 쓰다. 만족스러운 맛이다. 브리엘은 광장으로 걸어가면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가 문득 고정하고 있던 시선을 비스듬히 올렸다. 구리색 눈동자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이 들어오는 건 당연한 노릇이였다. 이 도시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었던가. 잠시 입술에 커피를 대고 생각하던 브리엘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인 뒤에 다시 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정도는 있을테지.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두리번 거리는 시선을 피해서 돌아가기보다 그냥 그대로 걸어간다. 어차피 광장에는 사람이 많으니까.
퍽 호의적인 미소를 지어보이는 아슬란을 보는 브리엘은 시선이나 표정은 역시나 무감하고 무던하기 그지 없었다. 흔들림없이 일정했다. 이 도시에서는 이유없는 호의 없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선의도 없다. 호의에도 선의에도 조건이 붙기 마련이였기 때문에 브리엘은 누구도 믿지 않았다. 애초에 이 도시로 들어온 이유도 그와 비슷한 이유였으니 더더욱 그런 것에 예민하게 굴고 만다. 그래서 브리엘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공적인 자리가 편했다.
이득을 계산하고 손익을 계산하는 이해관계야말로 이 도시에서 그나마 담백한 관계이니까.
"왜?"
거짓따위 없어보이는 진지한 어조와 시선에, 브리엘은 끌어안고 있던 다리를 내리면서 침대가에 걸터앉아서 아슬란을 바라봤다. 읊조리듯 단조로운 물음이 불쑥 던져지고 비스듬히 시선을 올려서 아슬란을 올려다보는 구리색 눈동자를 봐도 딱히 감정이 묻어나지 않았다. 하, 하는 건조한 헛웃음을 터트리고 브리엘은 자신의 머리를 쓸어올렸다.
"이런 모습을 보이니까 마음에 든거야?"
시니컬한 물음이다. 신경질적이지는 않지만 예민함이 가득했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던가하는 일이 얼마나 성가시기 짝이 없는데. 이어지는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어투에 브리엘은 길게 한숨을 내쉬는 걸로 대신하고 말았다. 누가 의사 아니랄까봐. 브리엘은 머리를 쓸어넘겼던 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작게 중얼거린다.
"나한테는 아스피린을 주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최고의 안정이야. 아슬란씨."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피를 수혈받는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사실 아슬란이 병실에 있지 않았더라면 링겔을 빼버리고 대기실에 있는 브라이언에게 집으로 가자고 하고도 남을 성격에 이렇게 아슬란과 잡담을 나누며 앉아있는 게 스스로도 신기할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