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눈 앞이 어두워지는군... 부탁한다." "이곳을 너희의 거처로 삼겠다면 나와 부하들을 뒷뜰에 묻어줘." "우리 46명 다같이. 한 무덤에. 모두." "너네 진짜 개 많이 파야 할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제롬은 과거 누군가 지나가듯 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아예 저지르지 말라고. 애초에 그런 일과는 상종하지 말라고. 이제까지는 꽤나 잘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감당할 수 없는, 통제 불가능한 것들과는 거리를 두었고, 모든 일은 통제 하에, 변수 또한 통제 하에 두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그를 지금의 위치로 올려주었다. 그의 말대로 감당할 수 있는 일들만 한다면 실패는 없었고, 실패가 없었기에 성장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니까. 그래,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는 최근 일을 떠올렸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있었는데, 거리를 두기는 커녕 오히려 가까이 했다. 그리고, 저질러버렸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안 된다는 말을 하려다가도 그만두었다. 태만이었다.
그는 잡화점의 문을 두드리기 전에 잠시 머뭇거렸다. 언제든지 쉬러 와도 괜찮다는 허락을 이미 받긴 했지만, 와도 되는 것일까. 그녀는,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하고, 화려한 사람.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없는 사람이었을텐데. 자신의 손에 잡힐 듯 한 느낌이 들자 그대로 쥐어버렸다. 그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에 후회할까 두려웠다. 보잘 것 없는 자신 때문에 그녀의 화려함에 흠이 가지 않을까 걱정되었기에.
...이제와서 그런 생각을 해봤자였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그에게 있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 그는 문을 똑똑. 하고 두어번 두드렸다.
"오랜만이야, 벨라."
제롬은 저번과는 달리 문 밖이 아닌, 문 안쪽으로 들어섰다. 저번과 비슷하게 보이는 잡화점 내부의 풍경이 보였다. 그는 시선을 돌려 아스타로테가 앉아있을 의자 쪽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정확히 확인하진 않아 아스타로테가 거기 앉아있을 수도, 아니면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었다만.
하나하나 해본다면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온기에 익숙해지고, 어쩌면 빌어먹을 삶도 이 우중충한 도시와 달리 밝아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밝아질 것이다. 작은 희망을 가슴에 품고는 언젠가는 해결할 일을 상기한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이런저런 얘기를 꺼낼 수 있을 때, 용왕에 대해 말해주는 일. 제롬에게도 아직 '돼지'를 운반할 사람을 찾아달라고만 했지 바로 실행하지 않는 탓은 신중함 때문이고, 어찌 보면 동업자인 관계에게도 쉽게 얘기할 수 없는 탓이기도 했다. 상황은 사람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인생은 원치 않는 선택의 연속이고, 우리는 그저 더 나은 길을 찾아 헤매야 할 뿐. 지금은 '언젠가'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나은 길이다. 아무렴 흐린 머리도 세상을 싹 뒷전에 두지 않은가. 고양감에 흥취 된 눈, 봄이 와버린 뺨, 말간 웃음 속 가느다란 떨림. 손등을 쥐는 온기에 긴 속눈썹 내리감고 그저 겨울날 눈 녹아내리자 뭇 아쉬운 아이처럼 목덜미 끌어안을 뿐이다.
짧은 답을 뒤로 다시금 말간 미소를 짓는다. 수줍음 가득한 미소는 의뭉스러운 웃음 내비치는 여우가 덮어 가리고, 카드를 양손으로 고이 잡았을 때는 세상이 다시금 높아지자 혹여 손에 든 카드가 떨어질라 꾹 쥔다. 어둑한 복도를 지날 때 규칙만 온전히 빛난다. 늘 밝던 레이스 호텔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품에 안긴 채 가만히 규칙이 멀어지는 걸 본다. 조금 멀어졌을 땐 고개가 쭈욱 길어져 겨우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106호. 여기까지는 잘 몰랐는데. 미카엘은 손을 뻗어 카드를 패드락에 댔다. 그리고 가면 속 눈을 둥글게 떴다. 구룡성채, 소회의실, 그리고 호텔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이 사는구나. 가끔 궁금해서 검색했던 이미지보다 훨씬 좋고 쾌적하다. 선반 작업대에 잠시 시선이 갔지만 다시 눈을 도륵 굴렸다.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그간 봐온 페로사라는 사람과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의 일상과 일은 다른 걸까, 싶던 찰나 계단을 오르자 당신은 달라지지 않을 사람이란 것이 보였다.
당신의 행복은 여기에 있구나. 리큐르, 작은 나무 진열장, 푹신해 보이는 침대, 베개와 쿠션.. 곰인형? 미카엘은 잠시 페로사를 바라보다 소리 없이 가면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사랑스러운 모습 때문이다. 수줍은 아이 같은 면이 있구나. 네게도 봄날의 꽃망울이 아직 남아있어. 그러니까, 셰바에서도 우린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상냥한 손길과 푹신한 감촉. 굽 높은 신발이 벗겨지고 부끄러운지 흰 발을 오므린다. 그리고 천천히 허리를 숙이곤, 당신의 뺨을 감싸 쥐려 했을 지도 모른다.
"네가 있어 전혀 두렵지 않아. 그러니까.. 오늘 밤은 마시고 취한들 아무도 모를 거야. 늘 쓰던 게 아닌 샴푸 향이 난다 해도 아무도 발언하지 않겠지. 달이 길게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어."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당신과 나 셰바에 남아 붉은 달빛이 시간이 짧다며 들어오고 싶어 해 고요한 바람으로 창문 두드린다. 그럼에도 새벽이 밝아 물러가도 우리는 깨어있을지도 몰라.
"네가 바라는 걸 내게 행해줘. 네 행복은 나의 행복, 네 욕망은 내 욕망. 셰바의 겨울은 사무치게 추워. 보여주지 않으련, 네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야?"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실물을 보고 싶다곤 했으나 어디까지나 호기심. 실전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아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골치 아픈 일은 사양하고 싶다.
"당신을 믿고, 운전사를 믿도록 하죠. 나도 눈치껏 행동할 테니까요."
제 목숨 귀히 여겨주는 것은 고마웠으나 한편으론 모난 생각이 들었다. 과연 생각한 대로 일이 굴러갈까. 애석하게도 어떤 상황에서든 변수는 생기기 마련인지라. 하지만 생각한 것을 곧이곧대로 내뱉어 분위기를 망칠 만큼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마음 먹은 대로 된다는 말도 있으니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겠지.
"잘 부탁해요." 따라 인사하며 단말기를 받았다. 소개받은 자들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흔한 이름이었다. 그럴수록 잊어버리기 쉬운 법이라 신상 정보를 꼼꼼히 읽은 후에 다시 단말기를 그에게 건넸다.
"나 기억력은 자신 있어요. 그러니 나중에 딴소리하지 말아요. 한번 말한 건 무를 수 없으니까요."
그리 말한다면 사양않고 달아두어야지. 그랬다가 언젠가 필요한 날이 오면 알차게 써먹을 것이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만, 아무래도 그와는 오랜 인연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환자를 두고 말이 많았네요. 가볼 테니 쉬어요. 문제 있으면 호출벨 누르시구요."
입원 환자가 있으니 오늘은 병원에서 밤을 지새우게 생겼다. 휴게실에 침대를 두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병실의 문을 닫았다.
// 막레 분위기인 듯하여 이번 일상은 여기까지로 u.u 뭔가 차근차근 쌓아가는 느낌이네요~ 긴 시간 수고 많았어요 제롬주!
거침없는 페로사의 말이 지나가고 난 후. 여인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이었다. 탁한 쪽 눈동자를 살짝 찡그리며 입꼬리를 한쪽만 간신히 올려 일그러진 웃음을 그려낸 얼굴이 사뭇 낯설었다.
여인은 마치 한대 맞기라도 한 것처럼 손으로 얼굴의 일그러진 쪽을 감쌌다. 후-. 짧게 숨을 내쉬는 소리와 함께 눈이 감겨졌다. 톡. 톡. 바에 얹은 손이 손톱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두어번 나고. 잠시 시간을 보낸 후 얼굴에 얹은 손을 내리자 어느 정도 수습은 된 표정이 드러났다. 약간은 씁쓸한. 또 약간은 후련한 듯한.
잠시 기울었던 몸을 바로 하고 손을 내려 잔을 들었다. 세상 무서울 것 없이 뛰노는 어린 양과 같은 알코올 향이 입을 대기도 전부터 느껴졌다. 분명 이전 것이 더 강한 것이었는데. 왜 이게 더 독하게 느껴지는지. 여인은 그것 참 고맙다고 중얼거리고 잔을 입에 댔다. 목을 튀기는 탄산을 겁없이 들이켜 단숨에 반을 비웠다. 젠장. 절로 나오는 소리를 내뱉으며 손도 대지 않았던 치즈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한순간 훅 올라오는 취기를 잠시 가라앉히고서 다시 말을 꺼냈다.
"롯시. 나는 네가 언제까지고 그 선 너머에 있을 줄 알았어. 네가 그은 선을 네가 넘을 거라 생각치 않았지. 너 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나더러 기만자랬지. 맞아. 이제 더는 그런 꼴은 겪고 싶지 않거든. 실패는 한번이면 족하니까. 한번이면 충분하지. 한번이면."
후후. 짧게 흐르는 웃음은 공허하게 빈 느낌이 강했다. 그리 웃는 여인의 얼굴 역시.
"어느 쪽을 선택해도 후회한다면 포기해도 좋은거 아닌가. 의외로 나는 다를지도 모르지. 포기하는 쪽이 덜 힘들지도. 언제 실패할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것보다야. 차라리 그 때 포기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게."
나을지도. 중얼거림 뒤로 다시 작은 조소가 따라붙었다.
"이미 부숴졌던 사람에게 다시 깨부수라는 건 너무 힘든 일이야."
거기까지 말하고 여인은 남은 술을 전부 마셨다. 홧술인지. 아닌지. 다시금 눈을 감으며 표정을 억누른 탓에 알기가 어려웠다. 눈을 떴을 땐 흔들렸던 표정, 기색이 전부 가려져 버렸기에 더욱 알 수 없었겠지. 다만 조금 지친 기색을 내비치며 바에 기댄 여인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