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저 아이였고 답을 원했었어 난 커튼을 발견했지 약속된 모험이였어 나는 모든 걸 가졌고 용기를 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난 그저 어린 아이였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1. 『얼마 줄건데?』 "그런 건 수뢰인이나 판매자 쪽에서 먼저 제시를 해야지. 대놓고 바가지씌우는 거만 아니면 가격 맞춰줄게." "아니면 내 수집품 중에 네가 흥미있는 걸 골라보던가."
2. 『나와 함께해줄거지?』 * 일반적 경우 "글쎄- 네 말이 맞다손 쳐도 그런다고 끝이 좋아지진 않을 거야. 음, 그렇지만..." "좋아. 알았어. 일단 여기에서 뜨자고." * ??? "응? 새삼스럽게. 외로워졌어?" "자. 안아줄게. 이리 와." "걱정 마. 나는 네 거니까... 네가 내 것이듯."
3. 『다른 사람을 부탁해』 * 일반적 경우 "이봐...... 이거 느낌이 안 좋다는 거 알잖아..." "젠장, 그래, 확실히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지."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버티고 있어." * ??? "내게는 너뿐인 걸 알잖아." "다른 모든 것들이 남는다고 해도 네가 떠나버리면 그게 나한테 무슨 의미인데?" "같이 살았으니, 같이 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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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품어주고, 천천히 받아들일 시간. 인간의 삶은 유한하며 언제 끝날지 모르나 적어도 아직, 시간이 많다는 건 알고 있다. 더 안정적인 시간을 위해서 오늘도 살아가고 변화를 맞이해야 했다. 미카엘은 그런 사람이었다. 가면을 쓰고, 자신의 정보기록을 아예 말소시켜 숨어 도망쳤던 에만이 되었고, 사람의 온기를 부정하던 꼬맹이가 되었으며, 지금은 온기를 받아들이고 한 발 내디딘다. 턱을 조심스레 싸쥐며 시선을 맞추자 겨울 색 눈동자가 동그란 윤곽을 보이다 눈가 밑부터 천천히 봄 색으로 물든다. "짓궂어." 하고는 살살 웃는다. 당신은 참 짓궂은 사람이야.
외투를 어깨에 걸어주자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여민다. 허벅지의 3분의 1 정도 덮는 너른 케이프 코트를 뒤로 가면을 얼굴에 뒤집어쓴다. 평소라면 후드를 뒤집어써서 셰바의 뒷골목에 상주할 마약상 내지 브로커 같은 인상을 풍겼다면 지금은 시대에 조금 맞지 않지만 누군가의 삶을 끝장내러 온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본인도 익숙하지는 않은지 조심조심 한 걸음을 내디뎠다. 이런 재주는 어디서 배웠는지 높은 굽과 달리 발 소리도 잘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부터는 또각거리는 소리가 선명해졌다. 그렇게 한 번 봤다고 눈에 익어버린 길을 걸었다.
언젠가- 오토바이를 타고 말겠다며 당근 요정은 약속을 받아낸 적이 있다. 이전에도 한 번 탔지만, 이번에도 약속을 지켜내긴 한 것 같다. 아니면 그 이상의 것일지도 모르고. 아무도 모를 사실이긴 하지만- 이 작은 당근 요정은 자신의 정체를 절대 밝히지 않으리 다짐한 바 있다. 이미 요정님 소리와 더불어 제롬에게 45년의 술안주와 놀림감이 되었으니 더더욱. 죽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눈앞의 암사자에겐 들키지 않으리라. 바를 나서고 다시금 주차장으로 향할 때, 또 각 대는 소리가 불안정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헛디뎌 걸음의 박자가 잠깐 빨라졌다 느려질 때도 있었다. 넘어지지 않은 게 용했다. 이윽고 헬멧을 무리 없이 써내곤 생각했다. 용왕이 이 모습을 본다면 어지간히 화내겠구나.
"아?"
가면 속 눈을 동그랗게 뜬다. 사람이라는 것이 원래 이렇게 쉽게 들리는 것이었나? 어릴 적 거들떠보지도 않던 인형을 가끔 사무치게 외로워 안아올릴 때면 이렇게 들곤 했는데, 이젠 인형이 됐다. "나, 나 안 무거워?" 하고는 뒷좌석에 앉을 때까지 뻣뻣하게 굳은 모습 그대로를 유지했다. 미카엘은 페로사를 짐짓 놀랍게 바라보다 손을 모았다. 평소의 행동을 조합해 보면 아마 가면 안의 입술을 작게 오물거리며 시선을 왼쪽 아래로 내리깔고 있을 것이다. 앞자리에 올라탔을 때, 장갑 낀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그리고 천천히 허리를 감싸 안았다. 고작 며칠 느끼지 못했다고 그리웠던 온기다. 눈을 내리감고 아이처럼 고개를 가볍게 등에 부비곤 속삭였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고 하던가. 달리 말하면 봄은 겨울과 함께 맞이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상관없다. 겨울마저 닿지 않은 회색의 황무지를 가로지르는 삶에 마침내 계절이 찾아온 그 자체가 페로사에게는 이미 분에 넘치는 기적이었으니까. 새벽별의 눈밑에 든 연연한 빛깔이 어쩌다 들었는지도 제쳐두고, 페로사는 살살 웃는 미카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 새벽별과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난 네가 너무 가벼워서 오히려 걱정인걸." 페로사의 허리를 끌어안고 등에 파묻자 푹신한 재킷 너머로 그녀의 신체 굴곡이 느껴진다. 근육질에, 단단하다. 옷 너머로도 따뜻한 온기가 슬그머니 올라와 미카엘을 적시는 게 느껴진다. 오늘 밤은 저 온기가 열기가 되도록 흠뻑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 이전으로는 영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그러나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두려워하기에는 늦었다. 페로사도 문득 그 비슷한 생각을 한 걸까. 등 뒤에 기대이는 조그맣고 서늘한 온기가 애틋해서, 조금 참기 힘들어졌다고 페로사는 생각했다. 바로 출발하지 않고는 자신의 허리를 붙들고 등 뒤에 기댄 미카엘을 돌아다보았다. "출발하기 전에 잠깐만 그거 놔볼래?"
그녀의 말대로 허리를 잠깐 놓아주면, 페로사는 고개뿐 아니라 허리까지 뒤로 돌려 미카엘을 돌아본 뒤에 미카엘의 여우 가면 주둥이 위에 짧지만 선명한 입맞춤을 쪽, 하고 남겼을 것이다. 참지 못한 욕망을 한껏 담아서. "나머지는." 페로사는 미카엘의 여우가면을 한 번 쓰다듬어주고는 뒤로 틀었던 몸을 다시 앞으로 돌렸다. 시선만은 곁눈질로 미카엘을 돌아보며, "좀 있다." 하고, 페로사는 참으로 얄밉게도 눈웃음을 치고는 헬멧의 바이저를 탁 내려버렸다. "허리 꽉 잡아."
그리고 다시 한 번 뉴 베르셰바의 밤을 향해서, 오토바이는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유령처럼 내달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오토바이는 잘 구성된 사설경호대가 경비를 서고 있는 오피스텔 단지로 들어섰다. 정문 경비는 페로사가 바이저를 벗어보이자 그녀의 얼굴만 보고도 좋은 저녁 되세요, 하고 친절하게 웃으며, 뒷좌석의 동행인에 대해서 별 질문도 언급도 하지 않고 차단봉을 올려주었다. 언젠가 에만이 호기심에서, 혹은 알아두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검색해서 알아두었을 주소, 에만에게 있어서는 몇 마디의 지명과 일련번호의 나열로 이루어진 정보에 불과했던 그것이, 지금 미카엘의 앞에는 현실감있는 무언가로 다가오고 있었다. 페로사가 사는 곳.
높다란 담장 안에 4~5층 규모의 오피스텔이 몇 동인가 뭉쳐 있는 작은 단지의 어느 한 동에서 페로사의 오토바이는 멈춰섰다. 그녀는 스탠드를 덜컥 내리고, 이제 허리를 놔도 좋다고 말한 다음 오토바이에서 먼저 내렸다. 왠지 그녀의 다음 행동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잘못 생각한 게 아닐 것이다. 그것은 금방 증명됐다. 한 팔이 어깨를 감싸안고 다른 팔이 시트 뒤쪽을 파고들어 엉덩이를 거쳐 허벅지를 감싸안더니, 다시 한 번 미카엘의 몸을 공주님 들듯 가볍게 들어올려 품 안에 폭 안은 것이다. 활짝 열어둔 앞섶에서 아까 재킷 너머로 느꼈던 것보다 더 선명한 온기가 미카엘을 감싸안는다.
"오늘은 힐을 신고 왔더라." 아까 미카엘의 발걸음이 썩 익숙하지 못했던 것이 페로사의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이대로 들어갈래, 아니면 담배라도 한 대씩 피고 갈까?" 그녀는 흡연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실외 흡연장을 턱짓해보였다.
치료현장에서 삼단봉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녀를 부를만한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즉,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뜻... 그는 진심으로 다음에는 사적인 자리에서 엘레나를 만나길 바랬다. 예를 들면 술이라거나, 사격장이라거나. 어찌되었든 간에 평범하고 좋아하는 것들 말이다. 그리고 그의 바람은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네 목숨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선 최대한 보장해주려고 할 거야. 그 운전책이라는 양반에게도 네 목숨을 우선하라 일러놓을게."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남의 목숨을 가져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그가 지금처럼 자신의 목숨을 살리려는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아스타로테 그녀 때문이지, 자신 때문은 아니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이번처럼 다쳤을 때도 제발로 걸어왔겠지.
"좋아, 고마워 엘레나.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돌려 말하는 그녀를 향해 희미하게 웃으며 단말기를 넘겨주었다. 마이클, 프랭클린의 프로필이 화면에 떠있었다. 사실...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다. 어찌되었든 이건 그녀의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으니. 확률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겠지만 0%는 되지 못 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을까.
"내 앞으로 달아둬. 손해본건 나중에 갚을테니까."
아마 돈 받을 생각은 없어보였으니 대신 나중에 그녀를 위한 '호의'를 베풀어 갚겠다는 의미겠지. 이번에 진 빚까지 얹어서, 전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