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안개와 한 밤의 꿈 깨지 않게 춤추고 싶어 인간다운 일을 강요받아도 굳이 필요하다고는 느끼지 않아 달이 아름다운 밤만이 올바르다 느끼고 있으니까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롯시! 하는 간지러운 애칭에 페로사의 얼굴이 대단히 시큼한 걸 생으로 씹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재미나다는 듯 키들대는 소리가 뒤따르자 페로사의 표정은 (이모지) 모양으로까지 변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뿐이고, 아스타로테가 스툴 위로 나비 앉듯이 내려앉고 나면 페로사의 얼굴에는 다시 평소와 같은 여유롭고 느긋한 웃음이 걸려있다. 그녀는 무슨 건들거리는 불한당같은 태도를 과장되게 흉내내면서 아스타로테의 차림새를 훑어보고는 휘파람을 불었다. "기-집애 깔롱 끝내주게 잡고 왔네. 어디 파티라도 갔다오는 길이야?"
달카닥, 하고 아스타로테의 앞에 납작한 접시가 놓인다. 기본 안주다. 평소에는 꼼꼼한 편인 페로사가 유독 기본 안주는 내어주는 걸 잊어먹곤 했지만, 앤빌은 원래 기본 안주가 꽤 풍성한 편에 속했다. 오늘은 페로사가 기본 안주를 챙겨주는 걸 잊어먹지 않은 모양이다. 비스킷과 한입 크기의 초콜릿, 땅콩, 말린 무화과 몇 알과 얇게 썰린 파파야 설탕 절임이 접시에 깔끔하게 플레이팅되어 있었다. 파파야 설탕절임은 원래 말린 과일안주를 따로 주문해야 나오는 것이지만, 페로사가 아스타로테에게 종종 제공하는 서비스이기도 했다.
"내가 언제 자기 보고 싶지 않아했던 적 있던가?" 까르륵 웃는 아스타로테의 농지거리에 페로사도 웃는 얼굴로 한 마디 되받아주었다.
"뭐 나야 무난하게 잘 지내지. 얼마 전에 진상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저녁장사를 잡친 적이 있긴 한데, 그거야 뭐 이 동네에서 문제 축에도 안 들고. 아무튼- 뭐라도 한잔 마실래?" 페로사는 랙을 눈짓해보였다. "마실 기분이 아니면 수다만 떨다 가도 좋다고."
하웰주가 접수한 어장에 나중의 아스주를 위한 티엠아를 하나 남기자면, 페로사가 말린 과일은 서비스로 주면서 육포는 서비스로 안 주는데 그 이유는 "말린고기 안주에 덤을 얹어주는 것은 괜찮지만 무료 안주에 육포를 서비스로 내주면 고기에 대한 모독"이라는 괴상한 지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진짜 tmi)
아마 저 여자의 경호원 노릇하는 놈인 것이 분명하다. 잠시 시선을 브라이언에 두었다가 옮겼다. 전투 능력, 좋지. 뭐든 제 손아귀 안에 쥐어서 나쁠 것 없다. 하지만 나이가 먹을 수록 힘은 쇠한다. 몸뚱아리는 둔해진다. 순간 판단력은 흐려진다. 눈은 혼탁해진다. 결국 나이 먹은 투견은 버려지기 마련이다. 파충류가 필요없는 피부를 벗듯, 조직에서 탈락해 떨어져나간다.
"그럼, 꽤 복잡한 수술까지 할 줄 안다고."
수술 내용까지 지껄이지 않은 것은 고객 보호 차원이다.
"약학을 잘 아니까 말이야. 약 처방도 해줄 수 있어."
긁지 못하니 손톱으로 목덜미를 지그시 누르는 것에서 그친다. 가려워.
"하지만 브리엘 씨, 나는 다정한 사람한테 약한걸."
한 손으로 입 가린 것은 매한가지다. 신경질적인 헛웃음을 보아하니 '다정한'이란 말에 무언가 감흥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말고. 어쨌든 핑계로는 괜찮다.
"그리고 내 목에 대해 지적한 사람은- 내 아주 오래된 친구랑, 의사 하나밖에 없었어. 브리엘 씨가 세 번째네."
축하해. 목에서 손을 떼며 히죽댔다.
"거슬린다, 라는 말을 하면서 조언까지 해주는 다정함은.. 이 빌어먹을 도시에서 드물어. 알고 있어?"
"…당분간 술은 절대 안 마셔." 단호하게 말하던 그의 말에 농담조가 섞여있었는지, 아니면 진지하게 하는 말인지는 모를 것이다.
"어쨌든, 난 지하실에서 시체 발효시키는 냄새만 안 난다면 상관이야 없다만…"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서 말했다. "이전에도 말했지? 친구나 믿음의 정의에 대해서 굳이 설명하기도 구차하지만. 의심이란 부부끼리도 할 수 있는거고 친구끼리는 물론 당연히 수반되는거라고." T/ash ta/k 라는. 그 수상한 SNS에서 페퍼와 둘은 그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지극히 냉정한 말이지만, 말이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친밀해짐에 따라 그 의심은 완화될 수 있을거다."
내민 손이 무색하게, 그는 계속 말을 잇는다. "…그리고, 실리적인 이유도 있어. 내 머릿속에서, 내 뉴런과 시냅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돌연변이들… 마치 안개와 같은 그것들을, 걷어내는 걸 도와줬으면 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손을 맞잡는다. "의학적인 소견을 자네에게 구하진 않아. 단지… 내 옆에서 계속 지켜봐줬으면 해." 나를, 나의 비참한 과거로부터 비롯한 이 재앙을. 그리고 바로잡을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기를, 그는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고 있다. "함께해줄 수 있겠나?" "나를 기꺼이 도와준다면… 나 또한 생활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도움을 주도록 하지." 이것은 거래이다. 하지만 아무 사람과 할 수는 없는 거래. 관계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서로 이루어진 상태에서만 진행될 수 있는 계약. 그 계약의 첫 걸음을, 그는 내딛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