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안개와 한 밤의 꿈 깨지 않게 춤추고 싶어 인간다운 일을 강요받아도 굳이 필요하다고는 느끼지 않아 달이 아름다운 밤만이 올바르다 느끼고 있으니까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페로사 일상 잘 봤다고~~~ 크으... 드믄드믄 보고 잇는데 이 스레에 봄이 오는 게 너모 나까지 설렌 기분이다.... 역시 나는 브리엘주랑 같이 팝콘이나 뜯고 있어야겠어. 그런데 정주행 하려고 살펴보니 14판부터 봐야하는 거 실화? 아니 이번주가 내가 너무 바쁘긴 했다만....
처음에는 최상위 조직에서 파견되어온 요원이었고, 그 다음에는 동료였고, 그 다음에는 친구였다. 페로사가 "배틀리언 때려치고 바텐더나 할까 봐" 라고 몇 번 넌지시 중얼거리더니, 진짜로 앤빌이라는 비스트로 바의 심볼이 찍힌 명함을 들고 후련해서 죽겠다는 얼굴로 아스타로테를 찾아온 지도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앤빌은 라 베르토의 수장에게 있어 편안한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잘 정비된 에어 컨디셔너가 있었고, 예전에 공장 건물 같았던 곳을 고쳐지은 독특한 인테리어도 있었고. 물론 바텐더의 음악취향이 자기색이 너무 강한 게 사람에 따라 흠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배가 고프다면 비스트로에서 식사를 주문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괜찮은 술이 있고... 친한 친구가 바텐더로 있었으니.
오늘 찾은 앤빌이라고 해서 별다를 건 없다. 문을 열면 반겨주는 따뜻한 공기와, 언제나처럼 스타일리쉬하게 흉물스러운 바와 뒤의 랙. 랙 위에서 별자리처럼 총총 빛나는 병들의 나열. 그 위로 던져지는 따스한 조명. 페로사가 선곡했음이 분명한 노래. 그리고 웬 콘콥 파이프 하나를 물고 무심하게 연기를 뱉어내고 있는, 곱슬거리는 금발머리를 말총처럼 묶어 늘어뜨린 키 큰 바텐더. 페로사. 그녀는 아스타로테의 애칭을 부르면서, 파이프를 쥐고 있는 손을 반갑게 들어보였다.
"로테."
다만 바에 딱 하나 달라진 점이 있었는데, 바의 한켠- 구석이지만 손님들의 시선이 잘 닿을 만한 어느 한구석에 마치 커튼으로 만든 탈의실처럼 둥글게 커튼이 쳐진 곳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 곳의 커튼이 걷혀있었다는 것이다. 악기는 없었지만, 이런저런 음향기구와 스탠드마이크가 놓여 있는 그 서너 명이 넉넉히 올라갈 수 있을 단상은 조그만 무대임이 분명했다.
친구의 정의는 무엇일까. 일정 기간 함께한 사이? 특정 기억을 공유한 사이? 열 사람에게 물으면 대답 역시 열 가지가 나오겠지. 세상에 물으면 세상 사람들의 수만큼 나올 것이다. 그것이 비단 친구에 대한 정의만 그렇겠느냐만. 지금은 친구에 대해서만 논해보자. 친구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같은 질문을 여인에게 던졌을 때. 돌아오는 답은 하나였다.
네가 나를 친구라 부르면 나는 네 친구가 되는거야.
오늘의 여인의 드물게도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었다. 제대로라는 의미가 평상시의 그 옷들, 메이드복 따위를 벗어났다는 의미긴 했지만. 늘 새로이 피어나는 꽃처럼 화려한 차림을 중시하는 여인이다보니. 앤빌로 들어서는 여인의 차림은 어디 파티에라도 다녀온 듯 했다. 짙은 푸른색 원단의 홀터넥 미니드레스. 검은 스타킹에 굽이 10센치는 되어보이는 힐. 겉옷 대신 복슬복슬한 털목도리 비슷한 걸 양 팔에 걸쳐 두르고. 한 손엔 작은 클러치를 들고. 뒷모습은 틀어올린 머리 덕분에 홀터넥의 리본이 늘어진 부분부터 골반의 아슬아슬한 부분까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차림에 걸맞는 화장으로 평소 잡화점에 늘어져 있을 때와는 상반된 분위기를 두른 여인이 페로사를 향해 환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롯시!"
환한 표정에 담긴 미소는 반가움과 장난스러움이 반씩 섞여있었다. 여인이 앤빌이 올 때, 혹은 달리 페로사를 만날 때마다 짓는 표정이었다. 특히 그 애칭으로 페로사를 부를 때마다. 킥. 여인은 흥을 이기지 못한 웃음을 짧게 치고 걸어나가 바의 스툴 하나를 끌어내었다. 또각또각. 끼익. 소리들이 물 흐르듯 이어지고 난 뒤. 여인은 스툴에 살폿 얹은 듯이 앉아 페로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 지냈어? 나 안 보고 싶었어?"
금방이라도 키득이는 웃음을 흘릴 것 같이 호선을 그린 입술이 붉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엷은 시트러스계열 향이 흘러 향수까지 뿌렷음을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여인은 펄이 반짝이는 눈매를 휘며 페로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뭔가를 기대하듯. 혹은 아무 의미도 없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