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안개와 한 밤의 꿈 깨지 않게 춤추고 싶어 인간다운 일을 강요받아도 굳이 필요하다고는 느끼지 않아 달이 아름다운 밤만이 올바르다 느끼고 있으니까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피피의 사람좋은 웃음과는 정반대로 브리엘은 무표정인 얼굴을 그대로 유지하고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툭, 하고 손을 밀어내듯 쳐냈을 때 들린 반응에 쯧- 혀를 찬다.
"스트레스성이면 고치는 게 나을걸. 아니면 최소한 아물 때까지 참은 뒤에 다시 하던가. 약을 사서 발라."
단조롭게 브리엘은 그의 말에 대꾸했다. 무감하게 건조한 얼굴은 그의 말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게 분명했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하던 짓거리가 있다보니 잊고 살아도 이렇게 불쑥불쑥 이성을 마비시켜버리기 일쑤였다. 브리엘은 그냥 그 사실이 짜증날 뿐이었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의사로서의 무언가와 닳아버린 인간성에 존재하는 양심이라는 놈이 싫었다. 만약 피피가 왜 반말을 해도 총을 쏘지 않느냐고 물었다면 그 물음을 들은 브리엘의 표정은 꽤 볼만했을 것이다.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는 어이없는 표정이었을테니까.
"그렇다면 0에 가까웠다, 라고 해야할까? 프로스페로씨."
정당한 보복이였어 라던가, 그럴만한 사람들이었어 라던가 하는 소리를 부러 덧붙히지 않았다. 피피의 발언은 자신 스스로가 얼마나 모순적이고 이중적인지를 지적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에 그저 길게 한숨을 내쉬었을 뿐이다. 브리엘은 피피가 내미는 돈가방으로 시선을 내린다. 으레, 그 피하는 듯한 움직임이었고, 팔짱을 끼고 있던 브리엘이 한쪽 팔을 빼내서 까딱 흔들자 몇발자국 뒤에 있던 브라이언이 바로 곁으로 다가왔다.
"그 채팅방, 익명성의 보장이 있을텐데. 내가 그런 채팅방을 사용해본 적이 없거든."
피피의 말에 브리엘이 자신의 턱을 감싸듯 문지르다가 길게 내려온 자신의 옆머리를 밀어올리듯이 쓸어올렸다. 가방을 받아들고 액수를 확인한 브라이언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할 때, 브리엘은 입을 열었다. 가방은 두고 가라는 건조한 말에 가방은 브리엘의 발치 근처에 놓아졌다. 다시 멀어지는 구둣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튼다.
"카두세우스는 사람을 해치는 일은 하지 않는데 말야. 프로스페로씨. 그래도, 그 말은 맞네. 또 이런 일이 안생길 거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
한숨을 내쉬면서 브리엘은 관자놀이를 한번 문지르듯 눌렀다. 바닥에 내려놓은 가방은 건드리지도 않은 채였다. 시체의 신원을 한번도 털린 적이 없다, 인가.
"좋아. 꾸준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당신과 계약하겠어. 대신 카두세우스가 아니라 나랑 하는 개인적인 계약으로."
드디어 생기가 도는 무라사키의 모습에, 제롬은 살짝 미묘한 기분이 들긴 했다. 여자아이의 방에서 선물로 주는게 나이프라니... 그리고 그걸 좋아하는... 하지만 이곳은 베르셰바였던 만큼, 그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했을까.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좋아하는 것은, 솔직히 별로 이해가 가진 않지만... 아니, 애초에 나이프를 받고 좋아한다는게... 그는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상식'의 부조화에, 잠시 머리가 아픈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게 쓰면 안 된다...?"
작은 목소리를 그새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가볍게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물론 무라사키가 자신에게 쓸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착한 아이인 것 같았으니까. 선물해준 물건을 선물해준 본인에게 사용하는 정신이상자는 아닌 것 같았으니.. 아니, 완전히 단정할 수는 없나? 정신이상자는 아니라도 매서커과다. 즉, 르메인의 사냥개라는 뜻이다. 만약 자신의 라이벌중 하나가 르메인에게 날 죽이라는 의뢰를 하면... 그럴 일도 아마 거의 없겠지만, 자신을 죽이러 무라사키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그것도 희박한 확률이겠지. 그는 어깨를 잠깐 으쓱이다가, 정신을 놓고 있던 그녀가 정신을 차리더니 어디론가 도도도 뛰어가는 모습에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왜 이렇게 귀엽냐, 너."
나이프를 품에 소중히 껴안고 있는 모습이라던지, 핫 하고 정신이 들었을 때의 표정이라던지. 귀여운 동생이 하나 생긴 것 같았는지, 제롬은 키득키득 웃더니 무라사키의 양 볼로 손을 뻗는다. 무라사키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양 볼을 마구 조물거리려 시도했을 것이다.
"알았어, 귀여운 내 친구. 머리는 말리고 올게."
그는 드라이기를 받아들고는 잠시 머리를 말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 긴 머리가 아니라 그런지 10분 정도면 충분했을까. 적당히 터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그는 드라이기를 다시 무라사키에게 건네주었다. "오늘 하루는 신세를 많이 지네~ 고마워~" 라고 감사를 표하기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