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영웅들과 우상 다 모자란 인간일 뿐 현실은 개같아, 계속 가긴 너무 큰 공포 하지만 지고 싶진 않지, 그렇지? 싫을걸 건 게 많고 아직 성장 중, 바로 그 열정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페로사는 귀찮아서 향수를 안 뿌리는 편인데 말야. (향수 냄새로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한 적도 많았기에, 자기도 냄새로 위치를 들킬까 조심하는 것도 있지만) 브리엘이 뭘 많이 먹는 것까지는 안 바라니 규칙적으로 끼니를 챙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도 어쩔수없는 한국인인가 봐
"들고 가야 하는 짐이 있는데, 잠깐 내려놓고 쉰다고 그걸 목적지까지 들고 가야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죠. 그렇지만 잠깐 쉬고 나면 그걸 다시 집어들 힘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이제 거기서, 짐을 아예 잊어버리다시피 하는 마음으로 방탕하게 쉬어줘야 쉰 기분이 드는 사람들이 있는 거에요." 그리고 이제 그 방탕한 휴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면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것이겠지. "휴식의 강도만큼이나 방식도 가지가지죠. 알코올, 카페인, 니코틴... 그런 것들이 아니더라도,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듣거나, 낚시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가장 대표적으로는- 한숨 푹 자거나." 일부는 브리엘이 가치를 두지 않았을 일들이고, 일부는 브리엘이 가치를 두었을지도 모를 일들이다.
"오늘이 내 인생 최후의 날이구나, 하고 잠에서 깨는 일은 별로 없잖아요? 그러니까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여행길을 조금이라도 덜 고단하게, 더 즐겁게... 행복하게 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거니까요." 여로에 대한 두루뭉술하고 낙관적인 예찬론. 브리엘과는 반대편의 사람에 있는, 삶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만이 입에 올릴 수 있는 그런 말이다. 그리고 참 그런 낙관주의자들의 이미지를 이 바텐더가 훌륭하게 망치고 있다. "그러게요." 바텐더는 쾌활하게 깔깔 웃는다. "요즘들어 기본안주를 빼먹는 일이 왜 자꾸 생기는지 모르겠네요." 생각해보면 저번에 피피와 에만이 왔을 때도 기본안주를 내준다는 걸 깜빡했다.
"마지막 잔은 빠르게 드시고 느긋하게 진정하실 수 있는 것으로 드릴게요. 밤도 늦었겠다."
페로사는 병들 중에서 가장 이질적으로 생긴 병을 꺼냈다. 기계장치를 연상시키는 회색의 차가운 마름모가 덕지덕지 들러붙은 디자인의 병은 술병이라기보다 무슨 복잡한 컴퓨터 부품 껍데기처럼 생겼다. 병에 찍혀있는 이름은 SLEEPER SIMULANT. 실을 자을 때 쓰는 물레가 표면에 희미하게 그려져 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마녀의 저주가 걸린 물레바늘에 찔려 잠들게 되었다던가? 술잔이라기엔 평범한 투명한 머그잔에 따라지는 모습을 보아하니, 다크 럼이다. 그리고 깔루아가 얼만큼 들어가고, 드람뷔가 조금 들어가고. 그 다음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재료인 따뜻한 우유가 머그잔에 주르륵 따라진다. 바텐더는 머들러로 잔을 몇 번 가볍게 젓고는, 머들러를 꽂은 채로 칵테일의 표면에 육두구 가루를 아주 살짝 뿌리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잔을 브리엘에게 내어준다.
"드셔보세요."
우유를 쓴 핫 그로그라니 또 기괴한 물건이 튀어나왔다. 낯선 조합에 대한 의혹을 감수하고 모험을 해보기로 결정했다면, 우유의 부드러운 촉감이 생각보다 럼의 풍미를 해치지 않고 알코올 향이 섞인 느릿한 풍미가 선명한 자기 색을 갖고 와닿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다크 럼은 선명한 나무향과 복합적인 향신료 향을 연상케 하는 드라이한 럼이었는데,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단맛은 담백한 우유맛과 함께 깔루아에서 나는 은은한 커피향을 다크 럼의 향과 어울리도록 해주는 교두보의 역할에 만족했고, 깔루아의 커피 향은 드라이한 향에 비어있는 퍼즐을 정확히 맞춘 것 같은 스펙트럼을 더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