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영웅들과 우상 다 모자란 인간일 뿐 현실은 개같아, 계속 가긴 너무 큰 공포 하지만 지고 싶진 않지, 그렇지? 싫을걸 건 게 많고 아직 성장 중, 바로 그 열정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마침 제롬이 건넨 나이프...가 아닌, 일식칼. 당최 무슨 이유로 나이프 매장에 사시미나 썰듯한 일식칼이 거기에 진열되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하여튼 장인은 물건을 알아본다는 걸까. 사실 오늘 제롬을 만나고나서부터 내내 각각 다른 이유로 쳐져있던 무라사키의 눈가가, 잃어버렸던 칼을 되찾은 지금에 와서 드디어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소녀 혼자 지내는 방에 들어와있는 남자가 일식칼을 건네자 곰인형이라도 선물받은 것 마냥 그녀는 감격한다. ...말로 풀어 놓으니 참으로 가관인 상황.
"우으으...~ 진짜, 찾고 있었어요... 저, 이런 선물도 처음이라서... 죄송해요, 그런 모습까지 보인데다가. 서, 선물 해주신건데... 놓고가고..."
하지만 적어도 그 중 '소녀'인 무라사키만큼은 눈물을 글썽일정도로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천둥처럼 번뜩이는 칼날. 그 순간을 그려놓은 듯한 하몬. 그리고 그것에 거울처럼 비치는 자신의 얼굴과 방 안의 풍경. 마치 그것은 또 다른 이면세계처럼 느껴져서...
"소, 소중히 아낄게요! 자, 잘하는 집, 알거든요...! 가져가서 갈아주고, 그리고, 돌아와서도 다시 닦아주고요...! 기름으로 광도, 내주고... 무, 무엇보다 이런건 썩히기만 해선 안 되겠죠...! ... 에헤헤..."
무라사키는 이내 그것이 진짜 무슨 인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품 안에 끌어안고는 행복에 젖은 표정으로 작게 웃음을 흘리는 것이었다. 제롬이 건드리지 않으면 당분간은 그러고 있을 기세였다. 그러다가 이내 정신이 든 걸까. 그녀는 '핫-' 하고 소리내더니 어딘가로 또 도도도- 뛰어갔다가, 무언가를 가지고 다시 돌아온다.
그는 누워있죠? 라는 말에도 고개를 저으며 일어나려고 했다. "누우면 머리아파." 라는 핑계를 적당히 대면서 말이다. 누운지 얼마나 오래되었다고 머리가 아프다는 건지. 엘레나라면 그것이 그냥 핑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
"하하...아픔이 없는 건 아니고, 이렇게 해야 그나마 아픔이 가시더라고."
웃으면 엔돌핀인가 뭔가가 나온다 하잖아. 라며 자신의 입꼬리를 손 끝으로 올려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는 능청스럽기 짝이 없었다. 지금은 마취가 풀려 전신이 아플텐데도. 그러고보면 칼이 이곳저곳에 꽂힌 상태로 몸을 이끌고 병원까지 온 것도 그렇고, 고통에 익숙한 건지 무딘 건지.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단순히 정신력이 높은 걸지도 모르지만...
...글쎄다. 정신력이 높은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 이런 가벼운 남자가 말이다.
"아, 젠장. 내일까지는 가야겠는데... 어떻게 안 될까 의사 선생님?"
당분간 입원하라는 말에 그는 곤란하다는 듯 웃었다. 여기서 쉬면 일정이 틀어진다. 업무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맡은 일들이 있었으니... 그는 잠시 고민하다 엘레나의 말에 쓴 표정을 짓는다.
"습격을 당했거든. 암살자에게. 나이프를 쓰는 암살자였는데... 아마, 내 커넥션을 노린 거겠지."
엘레나라면 알 것이다. 그가 커넥션 때문에 많이 다친다는 것을. 그리고, 그 탓에 이 병원에 온 것도 이미 두 손으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것을. 그는 베르셰바의 사람이고, 베르셰바에서 살고 있었다. 커넥션이란 귀중한 것을 쥐고선 일신의 무력도 부족했으니 이런 건 베르셰바에선 당연한 일이었다.
"암살자는 운 좋게 죽였고, 나는 살아남았지. 뭐... 반쯤 죽었긴 했지만. 여기 안 왔으면 전부 다 죽었을지도."
그가 꽤나 유쾌한 듯, 농담을 던지듯 이야기했다. 본인이 죽는다고 말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밝은 어투. 그게, 베르셰바의 사람이었다.
“응. 가족 사업이지. 가족 외의 사람들도 꽤 많지만. 탈세? 음…. 탈세도 있고 다른 이유도 있고.”
하웰은 어깨를 으쓱한다. 왠지 시안의 표정이 산타 할아버지를 만난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라 조금 난감한 기분도 들었다. 사실 나는 산타가 아니고, 산타라는 존재는 세상에 없단다, 라고 말해야 하는 어른의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이 뉴 베르셰바엔 선인이란 없다. 시안은 토박이라고 하면서도 아직 의심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그러는 척을 하는 건지 하웰은 조금 아리송한 기분이었다. 엄청나게 숨기고 있는 것도 아니니 자신에 대해 조금만 뒷조사를 한다면 금방 자신이 독을 판매하고 있고, 클로리스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게될 것일 테니.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면 이건 시안 씨에게 선물로 줄까?”
하웰이 시안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말했다. 그리곤 카운터에 기대며 여유로운 시선으로 시안을 바라본다. “구매할 꽃다발이야 다시 새로 하나 만들면 되고.” 하웰은 정말 이렇게 되니 취미로 꽃집을 하는 부잣집 도련님이 된 기분이었다. 물론 부잣집 도련님보다는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에 가깝긴 했지만 말이다.
확실히 바텐더라는 직업은 손님에게 술을 골라서 건네주는 역할은 맞지만 시작부터 죽쒔다는 말에 브리엘은 미간을 찡그렸다가 펴보일 뿐이었다. 붉은색을 볼때마다 피를 떠올리는 건 언제부터 생긴 버릇인지 도통 모르겠네. 피라고 이야기하기에 이 색깔은 다르지 않나.
"버린 기분이 든다는 건 단순히 자기암시일 뿐이잖아. 혹은 자기 최면이던가.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어요? 현실은 똑같을텐데."
무표정하던 브리엘의 얼굴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구리색 눈동자에 시니컬함이 깃들었다. 웃음기 하나없던 입술이 비틀리듯 아래로 향했는데 신경질적이기까지 했다. 감성으로 범벅되어버린 행동으로 인해 결과론적으로 느낄 건 그와 반대인 현실에서 오는 무기력과 허탈함, 허무함 뿐일텐데. 자기암시, 자기최면, 자기만족. 브리엘은 시니컬하고 신경질적으로 읊조리듯 중얼거리면서 오른손을 왼손 위에 겹쳐서 가만히 쥐었다. 바텐더의 말처럼 브리엘은 이 악마의 도움을 받을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
"무슨 기본 안주 세팅을 까먹는 바텐더가 있어요?"
그건 그렇다치고. 브리엘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안주를 세번째 잔에 이르러서야 세팅해주는 바텐더에게 항의를 하다가 정말로 실수였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모습에 미네랄 워터를 다시 입에 가져다대고 조금 더 마신 뒤, 집어들었던 호두를 입안에 넣었을 것이다. 견과류 특유의 맛과 향이 알콜이 가득하던 입안을 환기시킨다. 진짜로 까먹었다고 하니까 더 캐묻거나 하지 않았을 뿐.
"마지막 잔을 서비스로 준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마음대로 해요."
그 한잔으로 자신이 화가 풀리는 건 별개의 이야기라는 듯, 브리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기본 안주로 나온 것들 중 이번에도 호두 알멩이를 하나 집어들어서 입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