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기억들이 날 비웃어 멈춰서서 뒤돌아보는 나를 가슴 속에 남은 것은 언젠가의 기억 스스로 고르고 버렸을 터인 미래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이정도로 감기에 걸렸다면, 그건 내 나약함이겠지." 그는 마치 극기주의자처럼 말했다. 그러나 그는 흠뻑 젖은 채 남의 집에 다짜고짜 들어올 정도로 무례한 불한당은 아니었다. 피피가 건네주는 수건을 그대로 받아 몸을 닦는다. "그리고 찝찝한건 일상이나 다름 없고."
이 추운 날, 코트도 안 입고 거리를 거닐던 그는 코트걸이도 옷걸이도 딱히 필요는 없었다. 물기를 닦는 것에 전념하던 그는 피피가 건배하자 내미는 손짓에 조금 웃었다. 여전히, 그것은 기계적 변조 아래 싸여있지만, 결코 그는 기계가 아니었다. "하기야, 추운 날 몸을 덥혀주는 것은 이만한 것이 없지." 내미는 잔을 받는다. 분명 이것은 어떠한 비언어적 합의였으리라. 이 잔을 받는 순간, 무를 수는 없다는 것을. 이 잔을 받은 이상, 오늘밤은 이 자와 모종의 종말을 함께 목도해야 할 것임을. "그대의 작은 둥지에 건배." 우스꽝스럽게도, 그는 취수구를 열어 잔을 비우고는 도로 닫아버린다. 안주 따위 손도 대지 않는 그였다.
젖은 수건을 도로 받아 바구니 안에 넣었다. 으, 물기. 셔츠에 손을 쓱 닦았다. 하얀 티셔츠에 검은 츄리닝 차림이다. 목 부근의 흉터, 피딱지, 진물이 흘러내려 굳은 자국 따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소리다. 사내가 낫지 않은 상처에 다시금 손을 대 긁적이는 것까지도.
"페퍼 씨 웃는 거 처음 봤어."
건배하고 실실 웃어대며 술 홀짝였다. 잔에 걸려 가리진 못했지만, 여전히 모종의 강박은 남아있다. 나머지 손으로 턱을 괸 것을 보면 분명하다. 취수구 열어 술 마시는 광경은 살면서 여러 번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아, 이 사람하고 계속 친구를 한다면 조금 다를 지도. 멍하니 생각했다. 그 너머로 언젠가 봤던 얼굴을 떠올린다. 눈동자가 회색이었지, 아니, 노란색이었던가? 아니면 빨간색? 산소 부족으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피어싱이 많았던 건 기억한다. 피어싱을 할 때는 방독면을 벗었을까?
얄궂고 괴상하게도, 그건 결국 암살시도는 아닌 모양이었다. 뱃속에서 홧홧하게 퍼지는 그 차가운 열기와 그것이 가져다주는 증상은 방금 브리엘이 삼킨 것이 분명 알코올이 섞인 액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디아볼로는 그 맛에 먹는 거죠. 골든 브리즈를 스트레이트로 꺾으시기에 디아볼로 정도는 돼야 만족하실 것 같았는데." 브리엘의 대답이 여전히 냉막하고 몰감정했으며, 바텐더는 마침 그 못마땅한 탄산수를 홀짝이느라 브리엘의 얼굴에 드러난 고난의 흔적을 놓쳤을 텐데도 브리엘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대강 알아챈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양 무덤덤하게 대답하더니, 뒤에 따라붙는 말에는 어째 ㅋㅋㅋㅋㅋ 하는 기색이 없잖아 묻어있다. 의도치 않게 발생한 우스운 해프닝인 마냥. "그런데 첫맛이 달다고 한꺼번에 너무 많이 드셨구나. 그게 우리 바에서 네 번째로 독한 위스키에요. 얼음 좀 굴리고 드시지." 이 위에 세 놈이나 더 있다고? 이 바의 랙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아무튼 천천히 음미해보세요. 급히 삼키고 평가하기엔 아까운 놈이니까요. 그거 재고도 구하기 힘든 녀석이라."
브리엘이 느끼기에는 이 바텐더가 좀 짜증날지도 모르지만, 마지막 인내심을 발휘해서 얼음 공을 위스키 위에 차분히 굴렸다가 한 모금 조금 신중히 마셔보면 확실히 아까의 과하게 강렬했던 풍미와는 다른 풍미가 느껴진다. 사람을 방심시키는 단맛의 뒤에 따라붙는 피트향과 나무향, 알코올 향은 여전히 짙었지만... 아까처럼 퍼런 불길 한 움큼을 집어삼킨 것 같은 파괴력은 없었고, 그 대신에 마치 화마가 쓸고 지나가 잿더미만이 남아버린 지 오래된 검은 숲의 한가운데를 거니는 것과 같은, 사람을 차분하면서도 착잡하게 하는 깊이감이 있는 풍미가 독하고도 달큰하며 느긋하게 그 뒤를 따라온다. 마치 악마가 지나간 자리처럼.
"그것도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위스키광들이 더러 있지만 전 그 녀석부터는 스트레이트로 못 마시겠더라구요." 바텐더는 깔쭉깔쭉한 이빨을 드러내며 장난스레 웃는다. 이런 괘씸한 장난꾼을 보았나.
"미리 말해두지만." 페퍼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너와 신경전을 벌이려 온 게 아니야. 너는 내 적수가 아니고, 친구가 되겠다 했을 터. 그런데 왜 계속 나의…" 막힘없이 말하던 그는 돌연 웅얼거리기 시작한다. 그 웅얼거림은 점차로 사그라들었다가, 다음 말을 할 때에 복구된다. "…나의 역린을 건드리는거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남자를 본다. 그의 목은 죽기로 결심한 자 혹은 나병 환자처럼 기이하게 파헤쳐진 상처로 가득하다. 평범한 의복과 그렇지 않은 신체. 그 삶에는 보통의 것이 녹아들어있는 듯 하면서도 마치 낭떠러지에 몰린 짐승과도 같은 모습이 교차된다. 그 짐승은 뒷편의 절벽을 보고 더는 살 길 없음을 깨닫고는 기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아아, 어찌하여 너는 나 어린 목동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냐. 가엾은 이것에 얼른 목줄을 꿰차 함께 광활한 초원을 거닐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임에도.
또다시, 그는 되풀이한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네 가학적 또는 피가학적 놀이에 어울릴 생각이 없어." 서로 피튀기게 물고 뜯고 싸우는 것은 짐승들의 일이다. 하물며 친구를 자처하는 이 자에게서 여전히 이런 반응이 나온다는 것은 실로 실망스럽다. "…아니면, 처음부터 이게 목적이었다는건가? 술김에 내가 모든 것을 털어내버릴 것이리라 생각했다고?" 허튼 소리. 시시한 모의이고, 실로 한심한 작태이다. 나는, 아니… 그는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고 그는 혼자만의 비밀을, 어두운 방안에 그 자신을 유폐할 것이다. 그의 과거를 파헤치려 하는 자들은 모두 죽일 것이다 "술 안주로는 시시껄렁한 인생살이나 논하면 족할 일이다. 괜히… 젊은 치기를 드러내지 마라." 그는 잔을 채웠다가 바로 비워버리고는 말한다. 작은 스트레이트 유리잔이 테이블 위를 강타한다.
에만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후회한_거짓말은 : 우..와..🙄 진단 한다고 말리지 말라 했던 나를 원망한다.. 김에만 평생을 후회하는 거짓말은 "이, 이거요? 그냥, 프로그램이에요.. 작은 미카엘 아시잖아요." 였다..
자캐에게_사랑한다는_말의_무게는 : 아주아주 무거운 거지. 베르셰바에서 가장 가볍고도 무거운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자캐가_F학점을_받는다면_그_이유는 : 뭐야 왜 F 줘요; 라고 말하려 했지만 출석 안했을 것 같다..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에만, 어서오세요. 오늘 당신이 표현할 대사는...
1. 『좋아해』 "아, 그게."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은 건지 한참을 고민하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입술을 오물거린다.
"…나랑 같이 있어줘. 그러면 나는 정말.. 행복할 거야. 하루하루가 기다려질 거고, 더는 혼자 걷는 새빨간 새벽 길이 무섭지 않을 것 같아. 그러니까.. 내게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감히 부탁해도 될까?"
2. 『지옥으로 떨어지길』 "아직도 살아있었어? 잘 됐네.. 따거가 요즘 아끼던 돼지가 죽었다고 울었거든.. 네가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야." "즉결심판이야.. 네 휘하였던 조직원이.. 죽어서 네 길을 마중 나가길 바라는 것이 좋을 테지.. 살아있다면.. 용궁에서 네게서 절대 배우지 못할 겸손과 순종의 미덕을 익히겠지. 지옥에서 만나면 꽤 무안할 것 아니야.. 그럼 잘 있어.."
1. 『마음은 기쁘지만』 "받아들이기만 할게.. 내겐 너무 무거운 것이거든.." "..그렇구나, 기뻤다면 됐어. 그걸로 좋아." "당연히 기뻐해야지.. 응? 아무것도 아니야.."
2. 『싫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거절할게. 나는 그 의뢰를 받지 않을 거야.." "싫구나. 그래, 알았어.." "부디, 나를 싫어 하지 말아.."
3. 『안돼!』 "저리 가! 내, 내 가면에서 손 떼!!"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네 소중한.. 그.. 폴더가 있다면 손대지 않을 테니까 뭔지만 알려줄래. 그래야 내가.. 그.. 네.. 깊고 깊은.. 어른의 철학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거든.." "지금 나한테, 네가.. 안 된다고 말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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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은 손이 움찔거렸다. 여인의 시선이 자연스레 피피의 목으로 향했다. 나은 흔적이라곤 굳은 딱지 뿐인 목 부근을 보고 부러 더 힘주어 손을 잡았다. 참으라고 그랬는지 견디라고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냥 오랜 친구를 대하는 버릇 중 하나였다. 떨림마저 멎게끔 손을 꼭 잡아주는 것. 그것 뿐이었지만.
피피는 여인에게 속삭였다. 제롬 발렌타인이 내 뒷조사를 실패했어. 그 말에 드는 의문은 어째서? 보다 어떻게? 에 가까웠다. 저래도 괜찮을까 싶을 만큼 피피는 숨기질 않았다. 도시에서 앵간히 산 사람이라면 프로스페로에 대해 최소한 이름 이상은 알 지도 모를 만큼. 그러니 피피, 프로스페로에 대해선 조사라고 할 만큼 대단한 과정을 거쳐야 할 이유가 없을텐데. 어떻게 실패한걸까.
여인은 방긋 웃는 피피를 보며 마주하듯 싱긋 웃었다. 언제나처럼. 어릴 적과 같이.
"거기까지 말하고 거절해도 된다고 하는 건 거절하지 못 하게 하는 말이란 거 알지? 못난이 필로야."
억지로 웃으며 애써 하는 말에 그러게나 말이야 라며 쿡쿡 소리내었다. 피피의 손 끝을 피하지 않고 뺨을 내어주었다. 꾸욱 하고 여인의 말랑햔 뺨이 눌리고 장난스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여인의 손으로 피피의 손을 잡아 손을 살살 펴 부드럽게 깍지를 끼우려 했다. 둘 모두 세월의 흔적이 남은 손을 쉬이 빠지지 않게 겹쳐 잡고 다정히, 상냥히 말해주었다.
"난 단 한번도 네 투정이 귀찮다고 생각한 적 없어. 그러니까 이번 부탁도 들어줄게. 괜찮아. 네게 나쁜 소식이 들어갈 만큼 위험하게 하진 않을게. 나 이래뵈도 사려야 할 때는 잘 사리잖아. 옛날에 같이 사고 쳐놓고 나만 홀랑 도망갔던 거 기억 안 나?"
둘만 아는 추억을 하나 읊으며 다시 작게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게 진정제가 되어주었으면 해서.
"대신 살짝 내 방식대로 할 거니까. 그건 불만 없기로 하는거야. 알았지? 필로. 대답은?"
고개를 모로 기울인 여인의 얼굴에서 두 색을 가진 눈동자가 빤히 시선을 보냈다. 기이한 색체를 가진 피피의 눈동자를 일직선으로 지그시 마주했다. 이 역시 언제나처럼. 어릴 적부터 변함없이.
아, 이건 실수였나. 술 홀짝이던 컵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친애하는 페퍼 씨, 나는 불행히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너무 웃자란 키에 관계를 맺는 법을 잊어버린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평범한 대화를 하는 법마저도 잊어버렸습니다. 어쩌지. 어쩌면 좋을까요. 결코 입 밖에 내지 못할 무의식이 폐어마냥 수면 위로 빠끔거렸다.
"오해하지 말아줘, 페퍼 씨. 나는 생각 외로 눈치가 없다고. 애초에 그렇게 똑똑한 사람도 아니야."
내밀었던 육포를 제 입으로 넣어 질겅거렸다. 이거 구워먹으면 맛있는데, 따위의 멍한 생각.
"나는 방독면 쓰고 살아본 적이 없어서. 술 마실 수 있으면 안주도 먹을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뿐이야. 술 마셨다고 페퍼 씨가 다 털어놓을 거란 생각은... 애초에 당신, 나보다 주량 많아 보인다고..."
투덜대며 어깨를 으쓱였다. 스스로를 속이는 건 참 쉽다. 아, 잔 비었다. 저 스스로 빈 잔을 채우며 양 다리를 식탁 밑에서 까닥거렸다. 쾅, 하는 소리엔 조금 속상한 표정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컵 깨져, 찡얼댔다. 요즘 생활비도 빠듯한데.
"시시껄렁한 인생 살이라, 좋지."
술병을 내밀어 페퍼 잔을 채워주었다. 술에 인생을 담는다는 부진한 이야기는 제쳐 놓고서, 알코올은 이 얼마나 편리한 핑계가 될 수 있나.
"...나는 편리하지, 페퍼 씨. 행동도 가볍고, 입은 무겁고. 태도는 잘 안 바꾸고.. 그러니 적당히 써먹다가 어디 치워버리면 그만이고. 다시 필요할 때 가끔 들여다보면 그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