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기억들이 날 비웃어 멈춰서서 뒤돌아보는 나를 가슴 속에 남은 것은 언젠가의 기억 스스로 고르고 버렸을 터인 미래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적어도 소리 내어 울고 싶지 않았다. 네 앞에서는 더 그렇다. 친한 친구인 네게 마음을 온전히 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순전히 오기였다. 농담을 한 스푼 덧대자면 그 놀림을 견딜 재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고작 그런 우스운 이유라고 해두자. 서로 간의 배려라고 해두자.
그렇기에 익살맞게 놀려먹고 기어이 매를 버는 건 너다. 몸을 모로 뉘곤 주먹을 꾹 쥔다. "이게 진짜." 하며 팔을 한 번 휘두르자 고양이가 앞발을 휘두르는 마냥 빠르게 퍽, 하고 옆구리를 치려 한다. 유감스럽게도, 당연하게도 힘이 들어가지 않아 소리만 요란했을 뿐이다. 입을 앙 다물고 눈을 모로 뜬 것이 제법 날선 인상이지만 적대감은 품지 않는다. 아까 적대감을 품었던 표정은 가면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노기 서린 표정을 보지 않았으니 다행이라 해야할 지. 자존심 강한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위험한 일인지. 아마 후자였을 것이다. 적어도 미카엘은 그렇게 생각했다.
"네가 아마 죽어라 굴러야 할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장담하지."
그렇기에 자신의 친구는 쏟아붓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환심을 사면 딸려오는 것이 있을 테니. 그리고, 윈터본이 움직이는 순간 그로스만의 눈에 들 거라는 뜻일 테니까. 환심을 사기 위해선, 그 정도는 각오해야 했다. 셰바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있을 언제나의 무관심, 언제나의 위협이지만 이제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며 이유 없는 새 위협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의 환심 하나 때문에.
그렇지만 그 뒤의 것을 생각한다면. 미카엘은 마주친 자색 눈동자를 보고 결연하게 굳어있던 눈길을 어색하게 휘었다. 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풀어지듯 웃어도 괜찮을까 싶어 어딘가 딱딱하고 어색하지만, "나야말로." 하고 그 뒷말을 흘리지 않는 것으로 신뢰를 증명한다. 어깨를 두어 번 툭툭 치자 사뭇 이쪽 어깨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되냐라. 천천히 소파로 걸어가 박혀있던 나이프를 한 손으로 쑥 뺐다. 얕게 박혔다 생각했는데 제법 깊었다.
"원래 계획은 A-13 구역의 현 지배자에게 그로스만에 대한 정보를 일부 넘기고.. 내가 직접 소탕하려 했지. 전면전을 선포하려 했던 거야. 그리고 소탕이 완료되면 지배자의 영역에서 영영 숨어 지내려고 했거든. 신분 정도야 뭐, 새로 만들면 끝이고. 내 얼굴 아는 사람은 적으니 염색하고 후줄근한 옷만 바꿔도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이제 하나하나 바꿔야겠네. 일단 그로스만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런데 이제 다 수정하게 생겼다. 에만이 미카엘임을 알게 되었고 신뢰를 증명했으니. 생각에 깊이 잠기기라도 했는지 나이프의 손잡이를 느슨하게 잡다 공중으로 휙 던진다. 한 바퀴 허공에서 회전하던 손잡이는 다시 손바닥에 툭 내려앉는다. 그 행동을 반복하며 잠시 허공을 쳐다봤다. 평소 남몰래,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틀림없다.
"현재 A-13 구역의 지배자는 용왕이라고 불리는데…… 그냥 알지 않고 겪어보는 게 좋겠네. 내가 설명하기엔 참 뭣한 사람이라."
잠깐 고민하다 미간을 좁혔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팠다. 실제 두통이 아닌 비유적인 표현이다. 용왕의 성격을 알기 때문이다. 용왕은 보기보다 욕심이 많고 잔인한 사람이다. 자신을 아무리 소중하게 여겨준다 하고 하물며 자상하다 해도 편린일 뿐이다. 가끔 자신도 용왕의 근황을 전해듣는 날이면 대체 무엇이 진짜 성격인지 의심하곤 했다. 자신의 일을 뺏었으니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누군가의 협조를 받아들이지 않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직접 나설지도 모른다. 자신이 도와달라 했다고 하면 누그러지긴 하겠다만 그건 개인에 한한 것이지 타인을 향한 것이 아니니 여간 지끈거리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일만 끝난다면, 용왕도 커넥션에 흔쾌히, 직접, 다리를 놓아주겠답시고 행차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거물을 놓아주는 조건, 그리고 자신 또한 그 자리에 올라서는 조건.. 미카엘은 느릿하게 입술을 뗐다.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잠시 기다리면서 그로스만을 세우려는 그 녀석의 눈에 띄지 않는 정도겠네. 그러면서.. 용궁에 '돼지'를 배달해 줄 사람을 찾으면 될 거야. 마지막으로 물을게.. 괜찮겠어?"
유난히 쌀쌀한 밤, 누군가 홀로 비를 맞으며 걷고있다. 거의 물에서 방금 나오다시피하게 젖은 그는 그러나 길강아지처럼 젖었다기보단 마치 사신을 연상케 하는 스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아무도 반기지 않을 죽음. 그 자체를 상징화한 듯한 그런 풍모로.
분명 하얀 입김이 짙게 새어나왔을 것이다. 만일 그가 아무 것도 뒤집어쓰지 않은 본모습이었다면. 모두들 거리에 없는 이유는 그때문이었을 것이다. 살을 에는 추위. 그런 추위를 반기는 이는 없다. 추운 것은 따뜻한 것보다 낫고, 갠 날은 비오는 날보다 낫다. 그것을 부정하는 이는 극기주의자 뿐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때, 그는 따스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주택들을 보며 그것을 부러워했을 지도 모른다. 비단 기온만이 아닌, 그것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감각이. 비록 허상뿐인 막연한 주관적 환상일 뿐일지라도. 파놉티콘을 만든 공리주의자 벤담은 그 구조가 "인간 내면의 사악함을 없애는 도구"가 되리라 기대했다. 이는 "혼자 있음을 삼가라" 는 동양의 격언과도 같다. 선악 개념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여하간 그것은 인간 사회에 내재된 외로움을 완화시켜준다. '부질없는 생각이야.' 그는 생각할지도 모른다. 창가에 서린 입김처럼, 언젠가는 사라져 흩어질 것이 분명한 것임을. 그저 외적으로, 또한 일시적으로 잠시 잊을 뿐인데도. 그런데도 그것을 애써 지우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페퍼는 이전에도 와본 적 있는 원룸주택의 문을 두드린다. 이전에는 고객과 판매자로서 방문한 적 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 그의 손에는 술병과 각종 주전부리가 가득하다. "…나다. 술 한잔 하러 왔다." 부러 말한다. 이미 그가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을 터이다.
브리엘은 자신의 집에 반쯤은 장식되어 있고, 반쯤은 마시다 가 보관해놓은 술들을 모조리 치우고 이걸로 채워놓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모금씩 느긋하게 공들여서 마실 때는 몰랐는데 한번에 들이키니 밀려오는 것들이 썩 마음에 들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부분 선물받은 것들이라서 함부로 버리지는 못할테지만. 닳아버린 인간성에도 양심이라는 것이 남아있으니까. 생각보다 괜찮네. 이거. 한번에 들이켜야만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브리엘은 바텐더가 들었던 병에 적혀 있던 라벨을 머리 한쪽에 저장시켜놓는다.
브리엘은 엄지로 입가에 남아있을 골든 브리즈와 미네랄 워터의 물기를 닦아내며, 혀로 입술을 축였다. 나른하게 내리뜬 눈매가 한층 더 나른해지며 안그래도 무감한 표정이 더 무감해졌다. 이 도시에서 즐기는 유일무일한 취미다보니 더더욱 진심이였다. 브리엘은 여전히 웃고 있는 바텐더에 대한 평가를 조금 수정하기로 했지만, 바텐더가 꺼낸 술병에 그려진 얼굴을 보고 수정을 전면철회하기로 했다. 처음 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꿈에 나올까 섬뜩한 얼굴에 눈을 깜빡였다. 그 섬뜩하고 험악하기 그지없는 얼굴이 그려진 병에서 잔으로 붉은색으로 보일만큼 진한 색을 보고 브리엘은 생각했다. 피같네. 아니면 유황불이던가-하고.
한모금 마시고 고개를 절로 비스듬히 꼬며 브리엘은 의문을 가졌다. 이게 독하다고 하기에는 뭐한데? 라는 의문이다. 그야 달큰한 향기가 미각과 비강을 동시에 훑어냈으니까.
" ....큿흠."
두번째 잔까지 스트레이트로 마시려했는데 이건 불가능했다. 낯설기 짝이 없는 생소한 감각에 브리엘은 기침은 하지 않았지만 손등으로 입가를 가리고 목을 가다듬었다. 혹시 이거 새로운 암살 방법인가, 싶었다. 딸그랑, 하고 얼음과 잔, 술이 서로 섞이면서 부딪히는 소리를 내면서 테이블 위에 잔을 올려놓고 브리엘은 얼굴을 손바닥 전체로 감싸쥐었다. 저절로 욕짓거리가 나올만큼 어마무시한 악마의 위력을 느끼고 욕을 삼키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다. 이제껏 마신 술들은 비교도 안될만큼 존재감이 강렬했다.
목을 조르고 칼을 겨눈 사이라기엔 모순적으로 피피는 페퍼를 퍽 좋아하는 편이었다. 사내에게 있어서 기본적인 호감은 두 방향으로 작용했다. 순수한 호감, 그리고 재미를 위한 호감이 그것이다. 페퍼를 향해 쏟아붓는 것은 단연코 후자다. 그러니 지금 방 바닥에 남은 칼자국에 손톱을 걸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술친구가 늦는다. 빗소리가 방 안에 요란했다. 우산 챙겨 오느라 늦는 건가.
아니다. 문을 열자마자 사내의 시야를 메운 것은 잔뜩 젖은 페퍼였다.
"그렇게 우산 없이 다니다가 감기 걸려, 페퍼 씨."
안으로 들이고 문을 닫았다. 어딘가로 사라졌다가 돌아온 피피의 손이는 수건이 들려 있었다. 집 안 풍경은 진짜 사람 사는 집과 유사하다. 밝은 색 바닥, 습기에 약간 울었지만 곰팡이 없는 벽지, 미리 정리해놓은 식탁. 페퍼의 손에서 짐을 이어받고, 그 빈 손에 수건을 쥐여주었다. 나름의 교환이다. 페퍼가 짐을 건네주었다면, 식탁에 내려놓았을 것이다. 술병과 안주거리를 꺼내고 자리에 앉았다.
사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캡틴이 폭주하고 오바하는 건 어느정도 억텐인 것도 섞여 있거든 후후 뭐 내 성격이 아예 그런게 없다곤 할 수 없지만 말이야 이걸로 좀 봐달라 그런건 아니고 그냥 알고 있으라구 아 그렇다고 평소 빈말 한다는 건 아니니까 오해말고 난 빈말 없는 사람이다
그럼 캡틴은 으으으윽 슬슬 인간형 의태 준비하고 나가봐야겠다 엉엉엉엉 너무 꽉 끼어 인간의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