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기억들이 날 비웃어 멈춰서서 뒤돌아보는 나를 가슴 속에 남은 것은 언젠가의 기억 스스로 고르고 버렸을 터인 미래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앙 다문 입술에는 핏자국이 말라붙어있다. 독한 녀석 같으니. 하지만, 그 모습이 싫지는 않았다. 저건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끝까지 숨기려고 하는 독기 말이다. 자신이라면 시원하게 울고 끝냈을지도... 아닌가? 역시 너와 나는 닮았다는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그는 주먹을 말아쥐는 에만을 조금 즐겁다는 듯 바라본다.
"흐흥. 잘 모르겠는데. 지금이라면 때려도 한 대 쯤은 맞아줄게."
이녀석, 안 때리는 것을 보면 지금은 못 때리는 것 같았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한대는 맞아야 했을텐데. 더 놀릴까 하다 참기로 했다. 이미 더러워진 손은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존재했다. 환심. 누군가는 싸다고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비싸다고 할 수 있는 단어였다. 에만에게 있어 그의 환심은 후자에 속했다. 이렇게 내어주기엔 자신의 환심은 비싸다는 걸까.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당당하게 자신의 환심을 내주는게 불리한 조건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이봐, 네 환심이 그렇게 비싸? 그럼, 얼마나 비싼가 한번 보자고."
요컨데 얼마나 너에게 쏟아부어야 환심을 살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는 뜻이었다. 앙상한 손가락이 제롬의 두꺼운 손가락을 맞잡자 그는 몇번 위아래로 흔들었다. 눈을 보면, 윈터본이라는 증거가 선명했을 것이다. 내가 이런 거물과 자진해서 엮이고, 손을 대신 더럽혀주겠다고 하다니. 정말 내가 미쳤지. 그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에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잘 부탁한다, 망할 놈의 내 친구."
그는 씨익 웃으며 에만을 일으켜 세워주고는, 어깨를 두어번 툭툭 쳐주었다. 자신 역시도 침대에 붙였던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에만을 흘긋 바라본다.
드물게도 높은 목소리였다. 팔을 모으고 빼액- ...까진 아니어도, 그래도 있는 힘껏 쥐어짠듯한 외침. 그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생각했는지 글썽이는 눈으로, 굉장히 분해보이는 시선을 담고서 제롬을 올려다보고 있는 소녀가 거기에 있었다. 이내 제롬이 달래는 농담에 '네에...' 하면서 금방 사그러들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좌우간 시무룩한 기색이다. 농으로라도 그렇게 대처하지 않았다면 저번처럼 주변의 이목이 집중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네, 네에...?!"
다시 돌아와서, 문제는 그것이다.
"아... 우으... 그게에...."
엄청 곤란한 부탁을 들은듯, 몸을 꼬면서 뜸을 들이는 무라사키. 분명 제롬에게 미안한 마음과, 빌려주고 싶지만 그것은 무리라는 사실을 전하기 위한 마음이 서로 안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일테다. 하지만 무라사키는 제 아무리 살인귀라도 한들 지금은 한낱 보호자에 의해 관리를 받고 있는 소녀. 그리고 매서커과의 안에서도 제일 막내.
"죄, 죄송해요... 저, 저희 선배님이 다른 사람 들이는 건, 아, 안 된다고 하셔서... 그러면, 저... ..."
그렇기에 '룰'은 거역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룰이 자신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소녀의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에 그 마지막 말은 제롬에게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다. 매서커과란, 숙소를 빌리는게 그렇게나 심각할 정도로 큰일인 부서란 말인가? 그리고 교착상태에 빠진 지금, 먼저 말을 꺼낸건 머뭇거리던 무라사키였다. 보라색 눈이 슬그머니 제롬을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저, 전화라도, 해, 해볼까요...?"
. . .
그리고.
"...되, 된대요..."
고작 전화 한 통 했을 뿐인데 운동장 일주라도 한 듯이 호흡을 고르며 서있는 무라사키가 있었다. 그러는 한 편으로, 그 얼굴엔 묘한 흥분감이 감돈다. 분명 안 될 걸 알았기 때문이고, 설마 진짜로 허락이 떨어질 줄은 정말정말로 몰랐기 때문이겠지. 어쨌든 제롬씨에게 폐를 끼친 것을 수습할 수 있다. 무라사키는 그 생각에 머릿속이 꽉 들어차 있는 것일게 분명했다. ...아니, 그 틈에 다른 생각이 하나 더 있다고 한다면.
"어, 어차피 제, 방은... 따로라서... 거기만이라면, 괜찮다고... 그래서..."
'...나, 나... 다른 사람을, 방에 들이는 건, 살면서 처음인데...'
"...가실래...요...?"
'그, 그것도... 나, 남자...분, 을...!' 무라사키가 흔들리는 눈으로 제롬의 눈을 마주쳤다, 때었다- 했다.
천성. 브리엘은 그 말에 신경질적으로 쯧- 혀를 차고 말았다. 그러니까 천성이라는 단어는 가져다붙히기 좋은 핑곗거리 아닌가. 시니컬하게 이어지려는 생각을 턱을 괸 손으로 덮어서 가리며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부여쥐었다. 어째서 인간이라는 건 이렇게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일까. 그 성가심의 수치가 사람마다 전부 다른 것도 짜증난다. 새빨간 매직으로 사람에 대한 평가에 마이너스를 붙혀버리고 나서야 브리엘은 손을 떼어냈다.
빌어먹을 브라이언.
"마음대로 해요."
결국 브리엘은 핸드폰을 꺼내서 문자를 보내는 것처럼 손을 움직이며 깐깐하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상태로 밖에 있다가는 지나가는 사람과 사소한 시비가 걸리면 적으로 만들어버릴 것 같기 때문에 한 선택이었다. 분명히, 시비는 말싸움으로 번져버릴테지. 브라이언이 올때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두번째 잔은 디아볼로로 준비하겠다는 바텐더의 말에 브리엘은 핸드폰을 뒤집어서 바테이블에 엎어두고 술잔을 집어들고 한모금 머금었다가 이어지는 바텐더의 말을 듣고 그대로 단번에 잔을 비워내기에 이르렀다.
"됐어요. 나온 술을 거절하는 성격은 아니니까요. 두번째는 디아볼로라고 했으니까 그걸로 주면 되겠네요."
기세좋게 원샷을 한것치고 테이블에 빈잔을 내려놓을 때는 그 흔하게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 뭐하지만 맥이 탁 풀린 목소리와 원샷으로 술기운이 단번에 쏟아졌기 때문에 미간이 반겼을 것이다. 브리엘은 어깨를 가볍게 털며 반정도 남아 있는 미네랄 워터가 담긴 다른 잔을 쥐었다.
한없이 장난스러운 어투라던가, 피곤함이 엿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아슬란의 금빛으로 반짝이는 시선을 피해 브리엘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내리깔면서 썩 건조하고 단호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런 일을 약점으로 잡는다던가, 그러는 사람은 아니니까 괜찮지만 당사자인 자신의 기분은 그것과 별개였다. 필사적으로 가리던 걸 들켜버린 기분이다. 시선을 내린 채로 브리엘은 자신의 손바닥 전체로 얼굴을 싸쥐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모르겠다면 굳이 말할 필요를 못느끼겠으니까 실례라고 했던 말은 못들은 걸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한숨을 한참 길게 내쉬던 브리엘은 숨을 다시 크게 들이마시면서 아슬란의 말에 빠르게 대꾸해보였다. 잘 모르겠다는 말을 덥석 잡아채서 대꾸하는 꼴이 우습지도 않게 보일테다. 방금전까지 호위에게 짐짝마냥 들려서 들어온 사람답지 않은 태도였고, 아슬란이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르게 느긋하고 가볍다면 브리엘은 그와 반대였다. 차라리 병상에 눕혀졌을 때가 더 사람다워보일정도로. 그나저나, 하고 브리엘은 얼굴을 싸쥐고 있던 손을 아래로 내려서 침대 옆을 짚은 후 상체를 어설프게 일으키고 있던 자세를 고쳤다.
"처음 만났을 때랑 이미지가 다르네. 당신. 자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진짜 있을 줄 몰랐어."
처음에는 조금 더 진중하고 무게있는 모습 아니었던가. 하는 말은 밖으로 꺼내지 않고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며 브리엘은 늘어져 있는 자신의 머리카락 옆쪽을 쓸어올려서 정리했다. 의자를 끌고 와서 조심성없이 앉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갑자기 들려오자, 차근차근 가라앉고 있던 두통이 슬그머니 밀려오는 것 같아서 옆머리를 쓸어올리던 손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 바람에 쓸어올렸던 게 무색하게 머리카락은 다시 흘러내려서 브리엘의 얼굴을 반쯤 가려내고 말았다. 아슬란이 길게 공을 들여서 말해준 주의사항이 무색하게 수술 후 얼마 되지 않아서 기껏 봉합했던 수술 부위가 터지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 잘 알고 있는 주의사항들이다. 모를리가. 다 들은 뒤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브리엘의 미간이 한번 찌푸려진다.
"내가 직접 스케줄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서 확인을 해봐야할 것 같은데, 일주일 뒤에 찾아오는 걸로 생각해줘. 내 기억상으로는 그때말고는 시간이 없던 것 같거든."
건조하고 차분한 어조로 중얼거리면서 브리엘은 손가락을 꼽으면서 대답했는데 대화 몇마디를 주고 받는 내내 아슬란에게 브리엘의 시선은 단한번도 머물지 않았다.
"기분은 그냥 그래.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 다른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잖아?"
#못봤을 수도 있으니까 아슬란쪽 답레 올려두고.....다시 수면하러 갈게. 잠든지 약 두시간만에 깬건 꿈일거야.....(이마팍바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