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힘들게 노력했고 멀리까지 도달했지만 하지만 결국에는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 나는 몰락해야만 했고 내가 가진 걸 전부 잃었지만 하지만 결국에는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자기 얼굴을 팍 치고 나서 이리스의 얼굴을 잡고 쭈물쭈물하던 페로사는, 그쪽을 말한 게 아니라는 말에 잠깐 이리스를 바라보다가 그게 어떤 말로 단점을 설파해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는 요소를 가리켜 말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그리고 잠깐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짐짝이라느니 어깨결려 죽겠다느니 발 아래가 안 보인다느니 하는 말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래서, 페로사는 결론을 내렸고, 죠스타 가의 전투발상법 도망을 선택했다!!* "그런 사람으로 만든다니 무슨. 나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준 것일 뿐이라구." 페로사는 이리스의 어깨를 툭툭 쳐 주었다.
"아무리 숙련된 사람도 종종 재수 없으면 잔 깨먹고 그러니까." 페로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거 알아? 내가 바텐딩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게, 현역 시절에 라 베르토에서 파견근무 하면서 다양한 술을 접했던 거라는 거. 라 베르토가 유통하는 품목들 중에는 다양한 주류도 있으니까. 그리고 로테는 나 말고도 다른 멋쟁이 바텐더들을 많이 알고 있을 테니까, 로테한테도 한 번 물어봐. 로테도 너한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이리스의 말에, 페로사는 푸하하 웃고 말았다. "내가 너한테 헤드락을..." 침묵. "걸..." 침묵. "리가........." 침묵. "입가심?" 도망. "어, 방금 만들어준 다이키리가 대표적 입가심 칵테일인데... 음,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자."
페로사는 다른 셰이커를 꺼내서 얼음을 넣고 화이트 럼, 코앵트로를 차례대로 따르곤 4등분되어 있는 레몬조각 하나를 꺼내어서 셰이커 위에서 꾹 쥐어짰다. 그리고 가볍게 셰이킹한 다음에, 마티니 글라스를 꺼내어서 그 내용물을 따랐다. 그리고 그녀는 찬장의 가장 깊은 곳에 달려 있는 잠금장치를 풀고는 그 안에서 조그만 병 하나를 꺼냈다. 하얀 설탕 결정 같은 게 들어있는 그 병에서 페로사는 조그만 덩어리 두어 개를 손가락으로 집고 병을 닫는다. 문득 어디선가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자, 그러면, 오늘의 마지막 추천." 페로사는 손가락 끝으로 그 결정을 부수어서 칵테일 위로 뿌렸다. 결정들은 칵테일 안으로 뛰어들며 마치 물 속 깊은 곳에서 올려다본 수면에서 비쳐들어오는 햇빛과도 같은 궤적을 남겼다. "XYZ입니다." 아, 페로사가 제롬이나 이리스에게 툭하면 이걸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칵테일이다.
희미한 단맛의 뒤에, 시트러스향과 알코올향이 조화롭게 혀끝과 코로 와닿는다. 그리고 그 뒤로 단순히 온도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상쾌한 청량감이 그 뒤를 따른다.
"XYZ는, 알파벳의 마지막 세 글자를 따와서 이 잔이 마지막이라는 의미로 통하지만 말야, 누군가는 그걸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
맑은 웃음소리를 들으면 혼란은 가중된다. 아, 젠장. 역시 넌 알다가도 모를 놈이야. 기쁨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으려나. 많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를 녀석이 유일할지도. 아아, 심연이여. 내가 그대를 들여다볼때, 그대 또한 날 들여다보게 되리라. 언젠가 연극인지 책인지 모를 곳에서 봤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내가 가면을 깨고 심연을 마주하자 심연은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날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 주변에는, 정말, 피곤한 놈들 뿐이다. "짜증나는 놈..." 알아. 라는 말에는 그렇게 말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머리가 빙빙 돌며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내가 그로스만의 개라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갔다면, N.D에 실려간건 내 시체였겠네." 그는 헛웃음을 흘렸을까. 안도의 의미일지 아니면 가증스럽다는 의미일지. 사실, 그 역시 에만을 아꼈으니, 전자에 가까웠을 것이다. 다만 겉보기로는 후자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었다는게 문제지.
"뭐가 그렇게 즐거워?"
에만에게 묻는 목소리는 퉁명스러웠다. 누구는 자기 때문에 혼란스러워서 죽을 것 같은데. 위스키를 한모금 마셔 머릿속을 조금 가라앉혔다. 매운 알코올의 맛이 조금 정신을 들게 도와주었다. 좋아, 이제 이녀석의 비밀을 좀 캐보자고.
"로즈버드.... 왜, 귀여운데. 작은 꽃봉오리 씨?"
골머리를 앓는 듯한 모습이 약간은 통쾌해서 저도 모르게 놀려버렸다. 그러고보니 트톡 닉네임은 당근요정이었지. 보기보단 꽤 귀여운 녀석일지도 모르겠다... 는, 취소. 흘겨보는 눈을 보고는 "그래야 내가 아는 에만이지." 라며 힘없는 웃음을 흘렸다. 저 귀염성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그 편이 몇년동안이나 본 입장에선 훨씬 더 익숙하지만 말이다.
"대충 알겠네. 윈터본... 젠장, 이런 거물인줄 알았으면 애초에 동업하자고도 안 했을텐데 말이지."
로즈밀 윈터본. A-13지구의 지배자. 현재는 사망... 그의 머릿속에서 기사로 본 것들의 내용이 주욱 지나갔다. 지금 지배자는 누구였더라... 그쪽까지 갈 일이 있어야 말이지. 원.
"네가 윈터본인걸 알고 보낸 건 아니란 말이지? 하긴, 그랬다면 얼간이가 네게 의뢰하러 오지는 않았..."
그로스만의 사생아, 라는 말에 자신이 알고있던 것을 말하다 그는 입을 다물었다. 로즈밀, 윈터본... 불의 마녀... 그로스만을 몰아낸...
"...잠깐, 로즈밀 윈터본이, 복수 때문에 사망했다고?"
희미해지던 기억 속에서 뭔가를 발견한 양 눈을 빛냈다. 바로 로즈밀 윈터본, 분신자살이라는 기사의 내용이었다. 처음에 그가 복수 때문이라고 했을 때는 그로스만의 사생아가 복수라도 한 줄 알았다. 왜냐면, 복수라고 할만한 인물은 그로스만 뿐인데... 그럼 내가 본 기사의 내용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