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맘을 몰라, 넌 내가 어떤 부류인지 몰라 어두운 부분은 내 설계의 일부야,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다고 이야기 해 어두운 면모는 내 설계의 일부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654 >>658 그래도 괜찮잖아. 에만주가 어떤 독백을 쓰더라도 나한텐 모두 행복한 양식인걸. 다만..... 에만의 처지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가거나 하는 것만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인 의견표명일 뿐이며 에만주의 캐릭터 서술에 간섭하려 하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치만... 그치만 88)
>>647 으으으음. 멋진 내용이지만 내가 가진 설정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서 수정을 좀 가미해야겠는 걸. 라 베르토는 일단 전면전을 한 적은 없는 걸로 설정해뒀기 때문에 분쟁이 일어났다는 건 맞지 않아. 그렇게 되지 않도록 아스가 직접 발로 뛰어가며 우호적인 계약건들을 맺은 거니까. 그러니 그 부분을 수정하자면. 과거 라 베르토가 일정 순위 이상으로 세력을 키웠을 무렵, 라 베르토와 비슷한 규모이면서 도시의 균형에 영향을 끼칠만한 조직이 소란을 일으키기 시작해. 소란을 일으키는 구역은 여러 구역이 겹쳐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곳이 서부였고 그래서 르메인에선 당시 서부에서 규모를 키우던 라 베르토를 이용해 그 조직을 괴멸할 계획을 세운거지. 그 계획으로 인해 페로사가 파견된 거고. 라 베르토 측에선 그 조직을 없애면 남은 서부 구역을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으니 르메인의 계획을 받아들였을거고. 그 뒤엔 라 베르토가 차근차근 일방적으로 그 조직을 밟아나가고 페로사는 그걸 돕거나 전황 중에 그 조직이 불리해질 정보나 그 조직의 정보 중에서 르메인에 쓸 만한 정보를 모아갔다, 는 걸로. 상황이 끝난 후에는 성곡적인 영역 확장과 페로사가 모은 정보를 이용해서 라 베르토의 행위에 대한 주변의 납득을 얻는데 쓰이는 걸로 은혜를 입었고 이게 훗날 라 베르토가 페로사를 잠시 숨겨주는 계기가 되는거지. 어떨려나?
>>682 시트를 읽었을 때 아스타로테가 청부업자 출신이라기에 라 베르토가 전면적인 무력 충돌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터프한 조직이라 생각했는데, 훨씬 더 치밀하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거미줄의 거미 같은 암살자 조직이었구나. 좋아, 이해했어. 페로사주가 짠 것보다 훨씬 짜임새있고 정교한 선관인걸. 이렇게까지 신경써줘서 고마워. 서로 간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는 이 정도 선관이면 충분할 것 같아! 그러면 사소한 것 하나만 더. 벨과 페로사는 서로를 어떻게 대할까? 아직도 조금 딱딱하게? 아니면 친구에 가까운 꽤 편한 관계일까?
>>687 암살은 극히 일부만 남은 거대한 유통업 조직이지. 음. 맘에 든다니 다행이다. ㅋㅋㅋ 벨 아닙니다. 아스타로테입니다. 벨은 성씨 같은 거라서. 음. 그거는 페로사 하기 나름이랄까. 일단 아스는 상황이야 어찌 됐든 살랑살랑 치근치근 굴었을거야. 파견 나왔을 때도 잠시 숨겨줄 때도. 이때의 페로사는 아스를 어떻게 대했을려나?
페로사도 만만찮게 혹독한 삶을 살았지만, 딱 하나 적응하지 못한 것이 추위였다. 몸에 열이 많았으므로 추위를 견디는 데에는 유리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추위는 더 탔다. 그 추위는 페로사를 꺾기는커녕 페로사에게 이렇다할 만한 감기 하나도 안겨주지 못했지만, 페로사를 괴롭히는 것만큼은 확실히 해왔다. 그래서일까 추위에 둔감한 이리스가 퍽 신기했다. 그러나 이리스의 환한 미소가 담은 의사는 알겠는지, 페로사는 옷차림새의 방한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 말고 뭐라 할 일이 많았으니까. 뒤따라나오는 이리스의 말과 악동같은 미소에 벌써부터 뇌가 녹는 기분이 들었기에, 페로사는 치미는 킹받음을 가득 담아 얼굴에 웃음을 띄었다. "바텐더의 첫 추천으로 XYZ 어떠신가요 손님." 제롬에게도 자주 하는 소리였다.
그러나 장난도 잠시, 화끈한 스트레이트를 원하는 이리스의 요청에 페로사의 눈빛은 장난스러운 언니가 아니라 손님 대접을 고심하는 바텐더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페로사는 저녁 손님을 위해 이런저런 견과류들로 구성된 기본 안주 접시를 내밀며 말했다.
"으-흠. 이 날씨에 시작주로 화끈한 스트레이트라 이거지. 위스키가 하나 있고, 칵테일이 하나 있고, 럼이 하나 있거든. 뭘로 마실래? -안주도 필요하면 말하고."
>>690 (앗 그렇구나 이해했다 고마워.) 페로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기분의 차이가 있었을 뿐 성격 자체는 안 변했어! 파견근무 때에는 그래도 일단 업무 중이라고 스스로가 판단하면 제법 무게잡고 근엄한 모습 보였을 테지만, 일 끝났다고 판단되는 순간 털털한 본성이 튀어나와서 꽤 살갑게 굴었을 것 같다. 어쩌면 페로사가 다양한 술을 본격적으로 접해본 게 라 베르토 파견 근무에서였을지도? 잠시 숨겨줄 때에는 페로사가 상당히 우울해했겠지만, (나중에 독백으로 다룰 예정이지만 페로사가 경호하던 고위간부가 살해당하고 페로사가 살해 누명을 쓴 상황) 곧 스스로 정신을 차리거나 아스타로테가 상담을 해주면서 마음을 다시 다잡거나 하고 나서는 다시 원래대로의 그 모험심 강하고 털털하며 희망을 잊지 않는 페로사로 돌아왔을 거야.
이따금씩,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그 7층 소회의실은 끔찍하긴 했지만 얼마 없던 온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망치기 몇 주 전에는 더 위층의 사장실로도 출입할 수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잔인하신 분이었다. 아이를 지키겠다며 그만큼의 환경을 주지 못하셨던 분이다. 늘 바쁘신 분이었고, 가끔 머리를 빗겨주고 공부를 위해 시간을 겨우 내서 오셨던 분이다. 바쁜 걸 알아 내색하진 않았지만 그게 참 서러웠다. 하나 남은 가족은 늘 바쁘고 다친다. 아버지처럼 동굴 구석에 켜져 있는 양초가 아닌 폭풍 앞의 성냥처럼 금세 꺼지고 사라질까 봐 두려운 분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관에 안치되어 오실까 봐 늘 노심초사하던 가족. 차라리 우리가 평범한 가족이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하지만 어릴 적의 에만이 생각한 공상은 평범한 가족을 몰랐기 때문에 금세 흩어졌다.
그렇지만 마냥 미워할 수도 없었다. 지배자라는 환경이라는 것은 잔인한 것이니 에만도 납득할 수 있었다. 만약 에만이 건물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면 늘 13구역의 지배자를 노리던 저격수가 머리를 꿰뚫어 순식간에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고, 건물 밖을 나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에만을 아끼는 만큼 챙겨줬더라면 금세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들키고 표적이 됐을 것이다. 참 잔인한 일이다. 그래서 에만은 많은 것을 누렸지만 누리지 못하고 살았으니까, 그 무게를 같이 짊어져야 했으니까. 어린 에만은 모두 견뎠지만, 유달리 힘들어하는 것이 있었다. 가장 견디기 힘들어했던 무게는 생명의 무게였다.
에만은 의자에 앉아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의 주인은 위협을 할 때 칼을 엉거주춤 들고 벌벌 떨다며 코웃음 치던 사람들이 보고 놀랄 장면이었다. 에만의 손 위에서 나이프가 움직였다. 공중에서 몇 바퀴 회전하다 손바닥 위로 다시 안착하는 모습은 안정적이다. 나이프 칼날이 불 꺼진 방에서 유일하게 머리맡을 비추는 작은 난색 등에도 새하얗고 첨예한 빛을 이따금씩 드러냈다가 손에 쥐여지길 반복했다. 다른 팔으로는 천천히 팔걸이에 팔꿈치를 댔고, 이내 손등에 턱을 괸다. 칼날처럼 새하얀 시선이 어둠 속에서 이따금씩 존재감을 드러냈다.
가끔 꾸는 악몽에서도, 이렇게 상념에 잠겨있을 때도 에만은 낭랑한 목소리를 듣곤 했다. 여기가 경동맥이에요. 맥이 뛰죠, 사람은 목과 머리, 심장을 급소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곳도 존재한답니다. 바로 허벅지에요. 대퇴동맥이 끊기면 혈관이 말려 올라가지요. 그래서 제대로 손쓸 수 없고 빠른 시간 내로 처리하지 못하면 과다출혈로 죽게 되지요. 사실 이미 이렇게 싸울 정도면 죽을 수밖에 없겠죠.. 그럼 헨젤, 이 동맥이 어디 있는지 이 가엾은 배신자에게 직접 알려주겠어요? 실수해도 좋아요. 이미 조직을 배신했으니 그 죄를 달게 받아들일 거예요. 에만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공중에서 회전하더니 떨어지는 나이프를 잡아 책상에 내리찍었다. 작은 옥설이 잇새로 튀어나왔다. Fuck, enough.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의 선의는 베르셰바 도시 깊숙한 곳의 것이었다. 에만은 그래서 도망쳤다. 그 이상 했다간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될까 봐 두려웠다.
여전히 에만은 생명의 무게를 견디기 어렵다. 이미 저격수를 고용하고 셰바의 깊숙한 일원이나 마찬가지지만, 직접 피를 묻히면 부정할 수 없는 명확한 증거가 생겨버리는 거니까. 에만은 책상에 꽂힌 나이프를 뒤로하고 침대로 기어 들어갔다. 몇 번 입술을 만지작대곤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눈을 감았다. 숙취를 핑계로 한 간만의 휴식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잠이 쉽사리 오지 않았다. 이불을 그러모으고 둘러싸며 그 안에 틀어박혀도 사무치게 추웠다. 간신히 잠에 드는 것에 성공하듯 점멸하는 의식 속에서 단편적으로 떠올렸다.
>>698 (찡긋) 그러면 파견 때부터 꽤나 죽이 잘 맞았겠다. 술 얘기 혹하네. 칵테일은 못 해줬겠지만 라 베르토가 유통하는 이런 저런 술들을 같이 마시면서 회포 풀고 그랬을거 같아. 아스도 한 주량 하니까. 인간 대 인간으로 꽤나 친근해졌겠네. 숨겨줄 때의 파로사가 우울해하고 그랬으면 아스가 옆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많이 챙겨주고 그랬을거야. 먼저 위로나 그런 건 없겠지만 밤에 잠 못 들 때 옆에 밤새도록 같이 있어주거나 상담을 원할 때 언제든 진지하게 받아줬을거야. 같잖은 말은 하지 않지만 항상 웃으면서 페로사를 바라봐줬겠지. 페로사가 라 베르토를 나가는 그 날까지. 이러면 페로사가 바텐더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갔을지 나간 다음에 정했을지도 궁금해지네. 어 아니 이건 이후가 맞았던가. 3-4개월 뒤인가 그랬던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