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맘을 몰라, 넌 내가 어떤 부류인지 몰라 어두운 부분은 내 설계의 일부야,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다고 이야기 해 어두운 면모는 내 설계의 일부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개구진 웃음도 잠시, 페로사는 잠깐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듯이 눈쌀을 찌푸리며 이리스의 옷차림을 주시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과연 젊은 피. 저 충만한 젊음의 에너지. 이 날씨에 저렇게 입고도 추워하는 기색 하나 없다니. -페로사는 그런 편이었다. 노출이 심한 의상을 볼 때, 파렴치함이나 남사스러움보다는 보온을 먼저 걱정하는 그런 타입. 그것은 그녀가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 추위를 곧잘 타는 탓도 있었다.
"슬픔 이전에 말야. 너... 안 춥냐?" 페로사더러 저렇게 입고 이렇게 눈 오는 중에 밖에 나가라면 못한다. 그러나 온 몸으로 나 안 추워- 레벨이 아니라 추위? 그게 뭐야? 하는 듯한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이리스를 보고 페로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신비롭도다, 젊음. 이리스의 술 취향을 생각해보며 페로사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걸쳐놓았다. "여기 와서 술 안 마신 적 있니." 페로사는 얼굴에 항상 걸려있는 여유있는 미소를 다시 걸었다. "조용히 마시고 가, 요 수다쟁이 고양이 녀석아."
술이 준비되어 있냐는 말에, 페로사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기 뒷편의 랙을 고갯짓해 보였다. 전 세계에서 저마다의 빛과, 향과, 이야기를 품고 모여든 각양각색의 리큐르 병들이 마치 패션쇼라도 열듯 화려한 전당의 풍경을 만들고 있었고, 옆의 냉장고에는 칵테일의 기주가 되는 술들이 가득가득 있었다. 비스트로 바 앤빌은 하루에도 최소 수십 명의 주정뱅이가 들러가는 조그만 안식처다. "그렇게 오랜만도 아니지 않던가- 아무튼 그래서, 뭐 마실래?"
옅은 미소. 장난스러운 말투. 처음에 봤던 인상과는 사뭇 다른 아슬란의 모습에 나른하게 눈매를 감으면서 구리색 눈동자를 천천히 굴려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 장난스러운 아슬란의 말에 대답을 하려던 찰나, 시끄러운 소란에 한쪽 눈썹을 찌푸리고 말았다. 바로 근처에서 들려오는 소리침이 병원에 오는 내내 괴롭혀대고 있는 두통의 강도를 올리고 있었다. 토할 것 같아. 브리엘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정한 몇마디의 말과 소란스러움에 속이 반대로 뒤집히는 느낌이다.
자신의 의견이나 반박을 묵살해버리는 고압적인 아슬란의 태도에서 뒤집힐 것 같은 속이 가라앉았다. 사실은 상처 위에 피가 말라붙은 손수건을 다시 동여매며 느껴지는 아릿한 통증으로 가라앉은 걸지도 모를 노릇이지. 누군가에게 베풀어지는 친절이나 상냥함에는 무릇 그만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라고 믿고 있는 브리엘은 아슬란의 말에 묻어나는 상냥함은 의사로서의 그것과 닮았다는 걸 알고 있어서, 눈가를 덮은 멀쩡한 손에 힘을 줄 뿐이었다.
"Rh+."
덜컹거리며 움직이는 침상 위에서 브리엘은 여전히 눈가를 손바닥 전체로 덮은 채였다. 굳게 닫히는 수술실의 문소리가 꽤 크게 들려왔다.
어스름하게 느껴지는 자스민 향. 아이의 재잘거리는 명랑한 목소리. 브리엘은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낯선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침상을 짚고 상체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본능적으로 했던 그 행동은 곧 자신에게 연결되어 있는 링거를 확인하고 나서야 어설프게 멈춰있었다. 그러니까, 병원에 왔었다. 관자놀이가 욱신거려서 어설프게 상체를 일으킨 비스듬한 자세로 브리엘은 자신의 얼굴을 싸쥐며 속으로 욕설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마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더라면 욕설의 끝자락에 짜증이 붙어서 입밖으로 터져나왔을 것이다.
"실례하고 말았네. 병원비는 카두세우스의 이름으로 보내두도록 할게."
기분이 어떠냐는 그 말에 대한 답은 아니었지만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다 죽어가던 사람이 할 법한 말은 더더욱 아니었다.
>>628 답레 쓰느라 늦었다! 아스주가 여기라도 상관없다면, 여기에서 계속 이야기할게.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만, 라 베르토와 당시 라 베르토의 영향력에 맞먹는 다른 조직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했고 무력충돌로까지 이어지자, 르메인에서 모종의 이유로 르메인 패밀리가 움직였다는 표면적인 흔적은 최소화하면서 이 분쟁에 개입하기를 원했기에 라 베르토 측에 당시 현역이었던 페로사를 파견하게 돼. 이때 라 베르토에 파견나온 페로사가 아스타로테를 향한 계획적이고 치밀한 암살시도에서 아스타로테를 구해냈거나, 아니면 조직 간의 분쟁에서 누구에게 책임소재가 있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페로사가 구해오거나 해서 라 베르토에 큰 도움을 준 적이 있으면 좋겠다는 거야. 그러면 이후 페로사가 르메인 배틀리언에서 제명되어 도망자 신세가 되었을 때 라 베르토에서 손을 내밀어주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정립하는 전개로 가는 데에 좋은 바탕이 될 것 같아서 말이야.
딱히 춥진 않았다. 아니, 걸어다니는 정도로는 어느정도 지낼만하다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른다. 뒷골목에서 살아가던 때엔 천쪼가리를 아무렇게나 걸치고 겨울을 나곤 했으니까. 그때에 비하면 따뜻하게 입은 셈이었으니 이리스가 태연해도 별로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춥지 않냐는 페로사의 물음엔 환한 미소를 지어보일 뿐 별다른 말은 돌려주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뭐하러 해, 라는 생각을 하면서.
"수다쟁이한테 조용히 마시고 가라고 한다고 조용히 마시고 가겠어? 언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오늘 퇴근할 때까지 주구장창 마실거야."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페로사를 잠시 응시하던 이리스는 재밌는 생각이 났다는 듯 짓궂어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한다. " 벌써 내가 처음 여기 와서 술 마셨넌 날을 잊은건 아니겠지~ 그 이상으로 해줄 수 있는데~♡ " 히죽 웃어보이는 이리스는 악동처럼 보였다.
" 음, 뭐가 좋을까~ 뭐가 좋을까~ 이렇게 눈이 오는 날엔 뭐가 좋을까~" 기분 좋은 듯 고양이가 꼬리를 살랑이듯 고개를 좌우로 까닥거리며 가득 찬 술병들을 응시하던 이리스는 이내 다시 페로사를 보며 베시시 웃어보인다. 좀처럼 뭘 고를지 감이 잡히지 않을 때 자주 써먹는 것이 있었으니까.
" 언니언니~ 이렇게 눈도 오고 추운 날에, 뜨~거운 느낌을 줄 술로 골라줄래~? 스트레이트로! 첫잔으로 목 좀 달궈야겠어~ " 오늘 아주 작정을 하고 왔다는 것처럼 장난스럽게 가죽 자켓의 소매를 걷어올리는 시늉을 해보이며 키득거린다. " 오늘 나 죽고 언니 고생하는거야~ 그리고 이틀 넘어가면 오랜만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