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맘을 몰라, 넌 내가 어떤 부류인지 몰라 어두운 부분은 내 설계의 일부야,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다고 이야기 해 어두운 면모는 내 설계의 일부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아침부터 안개를 동반해 새침히 흐렸던 하늘은 저녁때가 되자 이내 굵은 눈발을 펑펑 흩날리며 뉴 베르셰바 특유의 개연성없는 막장기후를 여실히 과시했다. 뉴 베르셰바 외부에도 겨울이 찾아올 시기였으니 아주 개연성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하간 오늘 별 대비 없이 기온만 보고 늦게까지 돌아다니던 사람들에게는 곤란한 날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가차없이 적셔버리는 비만큼이야 곤란하진 않겠다만 어찌됐건 뭐가 내리고는 있지 않은가.
3LY-51UM 지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눈이 오네." 하고 종업원과 가볍게 잡담을 하면서, 페로사는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가루 어린 쌀쌀한 바람을 떨치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이 공간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방문객을 훈풍이 어린 공기로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사람이 다니는 길에 닳은 자국이 남은 시멘트 바닥 위로, 한때 공장 시설이었다는 것을 기념하듯 남아있는 골조들 사이로는 나무 타일이 깔린 천장 아래로 영글게 빛나는 조명이 크지 않은 건물 안에 따스한 빛을 던지고 있다. 따스한 빛은 철제 다리에 나무 받침이 올라간 테이블도, 벽돌을 쌓은 자국이 고스란히 남은 벽도, 각목을 거칠게 쌓은 뒤 잘 다듬은 코코볼로 플레이트를 올려놓은 바도, 기능미만을 고집했다는 듯한 등받이 달린 홀쭉한 스툴들도, 나무 선반에 진열된 술병들도 모두 따스한 풍경의 하나로 감싸안는 것이다.
그 풍경 한가운데, 키가 늘씬하고 체격이 단단한 여인이 바에 앉아서는 입에 담배를 문 채로 주크박스를 매만져보다가 누군가가 들어오는 도어벨 소리에 입에서 열대과일 향기가 어린 담배연기를 한 움큼 내뱉고는 문간을 돌아보는 것이다. 익숙한 얼굴이 있기에, 그녀는 반갑다는 듯이 손을 들어보였다. 주크박스에선 다시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 왔냐." 그리곤 개구지게 씨익 웃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는, 인사에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못부터 박아버린다. "격투기 기술은 안 가르쳐줄 거니까?"
"후우" 눈이 내리는 날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흰색 탱크톱티와 짧은 가죽 팬츠, 그리고 검정색 가죽재킷을 걸친 금색 단발의 어려보이는 여자. 이리스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어깨와 머리에 쌓인 눈을 털어낸다. 뱉어낸 숨을 따라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지만, 그리 춥지 않은 듯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아니, 미소는 아마도 문을 열자마자 들려온 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거 진짜 슬프고 절망적이네. 안되겠어, 오늘은 술마셔야지♡ 그래야만 이 슬픔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을 돌려주는 이리스는 페로사의 대답에 태연히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가볍게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해보이는 것은 덤이었다. 구두에 묻은 눈마저 탁탁 털어낸 이리스는 문을 닫고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정말이지, 얼굴을 보자마자 이런 슬픔읗 안겨줄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매정한 언니. " 말과는 다르게 입가에는 미소를 한껏 머금은 체로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간 이리스는 자연스럽게 페로사의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선 턱을 괴곤 페로사를 바라본다. 옆으로 쓸어넘겨뒀던 앞머리가 흘러내리지만 그 사이에서도 이리스의 붉은 눈동자는 웃음을 머금은 체 빛나고 있었다.
"후으~ 나 엄청 위로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술은 준비되어있나 몰라~ " 한손으로 흘러내린 앞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기며 물음을 던진 이리스는 이내 키득키득 웃음을 흘렸다. " 오랜만테 보니 되게 좋네~ "
>>566 (이걸 페로사주 뇌가 발동해버려서 그만 상세한 인과관계를 빼먹어버렸군) (잠깐만 마침 캡틴이 왔으니 캡틴에게 물어보고 좀더 자세한 인과관계를 구성해서 주겠다...!
캡틴! 어떤 조직이 르메인 패밀리가 보기에 못마땅한 짓을 하고 있을 때, 르메인에서 엘리트 배틀리언을 파견해서 갈아버리는 것도 종종 있는 일일까? 이런 파견을 할 때, '파견근무 동안은 이 조직에서도 명령을 받도록 해라' 하는 식으로, 소속은 그대로 르메인 배틀리언이되 르메인 패밀리가 원하는 어떤 조직에 일시적으로 배틀리언을 붙여주는 식의 파견근무도 존재할까? (덴마에서 고산 공작이 자신과 협업하는 다른 귀족들에게 고산가 경호대인 백경대를 파견해서 붙여준 것과 똑같이)
제 대답이 무성의하다 생각되었는지 아슬란은 당신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내보인다. 이어 한숨을 내쉬듯, 그러나 장난스레 중얼거렸다.
"자기를 곧 보게 되리라 생각은 했지만...이런 식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짧은 헛웃음이 뒤를 잇는다. 그러나 그 소리는 소란 속에 묻히고 만다. 조금 질린 표정을 한 아슬란은 고개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환자에 난장판이 된 로비를 바라보며 눈가를 찌푸린다. 난리났네, 라며 한탄 섞인 말을 내뱉는다. 제 일로 돌아가라며 호통치듯 내지르는 음성을 듣자면, 당신에게 건넨 그 몇마디의 말이 그나마 다정한 축에 속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수라장 속에서도 아슬란은 채 떨림을 숨기지 못한 목소리를 잡아챈 모양이었다. 고개를 돌린 여자는 어이 없는 말을 들은 사람처럼 한 쪽 눈썹을 삐딱하게 올렸다. 할 말 적지 않아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당신이 장광설을 듣기는 한시가 바쁜 환자란 사실을 기억해낸 것인지, 입 밖에 낸 것은 제법 짧았다.
"병원에 오기 늦은 시간 따윈 없으니, 그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하지."
단어를 짓씹듯 속삭인 후 의견조차 받지 않겠다는 듯 다음 질문을 던진다.
"Rh+?"
Rh- 쪽이라면 재고가 많지는 않을 텐데. 찰나 생각한다. 고통 어린 신음에도 아랑곳 않고 천을 힘주어 동여맨다. "조금만 참아." 아이를 달래듯 하는 그 말은 의무적으로 보일 정도로 무심했으나 그 기저의 상냥함을 전부 가릴 정도는 되지 못했다. 말을 마친 아슬란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아마도 당신의 호위일 터인 사람의 인사를 끝까지 눈에 담지도 않고 병상을 민다. 어느새 다른 이 하나 더 따라붙어 당신을 옮기는 데 손을 보탠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덜컹거림과 함께 주변이 빠르게 변한다. 멀지 않은 곳에서 소독약 특유의 향이 실려온다.
피카레스크의 정의를 '어떤 서사가 있더라도 악행을 저지른 자는 행복할 수 없다'로 국한하면 맞겠지? 인간이 무언가를 쟁취하더나 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악인이 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일로 얼룩지게 된다면. 에만주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구 영화는 해석하기 나름이니까~ 피카레스크라고 생각하면 피카레스크인 거야~ 그리고 페로사주는 꼬옥을 받아라..!! 왜냐면 패로사주의 멋진 말 덕분에 에만주 할머니는 취향 고상하단 말 들어서 기뻐요(?)
그 표정이 거의 울상이다. 이건 열 같은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미루어보나 가게의 분위기를 보나 말하나 마나가 분명하기 때문에 무라사키는 그냥 울먹이면서 페퍼가 건넨 병을 받기로 한다. 억울한 표정으로 병을 자기 뺨에 가져다 대는게 볼만하다. '근데 은근 효과가 있는 것도 같아... 훌쩍...'
"이, 이건..."
그리고 나타난 것은 샤슬릭 따위가 아닌, 샤와르메라는 케밥식의 고기. 따위는 아무래도 좋고. 그 칼. 일단 칼. 고기와 함께 세트라는 식으로 나온 고기 자르기용 칼이 또 무라사키의 시선을 빼앗아버린다. 보통 한 손으로, 혹은 손가락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가볍고 얇은 칼들을 사용하는 무라사키였지만. 마음 속에는 언제나 기다랗고 큰 칼에 대한 동경이. 아니, 욕망이- 항상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분명 자신이 체격도 좋고 힘도 좋았다면 큰 칼을 썼을 거라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타난 칼은, 식사용이라고는 하나 충분히 '검'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오는 사이즈였다. 이번엔 페퍼의 말에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고 침을 꼴깍이면서 양 손으로 성물을 받아들듯이 건네 받는 무라사키였다.
"...어, 엉망이에요... 무, 무겁고... 그립감도 좋지 않고... 거기에 전부 앞쪽에 치우쳐진 밸런스... 그러니 휘두르는 맛도, 벼, 별로겠죠... 이, 이건 칼이 아니라, 태생부터가 거의 연장에나 가까운 물건..."
입술을 떨며 내뱉은 실망의 첫 마디. 그러나-
"하, 하지만 그, 그점이 오히려 좋아요...! 투박하고, 둔하고, 촌스럽고...!! 하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세우고 있는 날이, 자신이 어엿한 칼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그, 그 모습에 저는......저는.....!"
하아...하아...하아...
소녀의 눈에,
하아하아하아―
이질적인 광채가 돌기 시작한다.
"하아하아... ...젓, 저...그렇게 부추기시면....! 저...! 더 이상은...!!"
그리고- 그저 충동적으로, 우발적으로 행해진-
- 촤악!!!
단 한 번의 휘두름.
"......앗..."
무라사키의 머리가 차가워진 것은 그때였지만, 이미 늦은 뒤다. 칼을 들고 있던 자신의 팔이 허공으로 치켜 올라간 것을 확인한 무라사키의 눈이 점점 팽글 돌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우... 우아... 아, 아아..." - 땡그랑
손에서 놓친 칼은 바닥과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고 소녀는 창백해진 안색으로 파들파들- 다른게 아니라 방금 나온 김이 풀풀 나는 샤와르메가 꼬치 째로 반토막이 나있는 것이었다. ...아니, 어디 꼬치 뿐이랴. 지금 이 상황에선 충분히...
- 쩌저저저적... - 와직!
샤와르메가 갈라진 궤적을 따라서 테이블마저도 반토막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바닥 또한 마찬가지로, 교통사고에는 항상 잇따르는 스키드 마크마냥, 수직으로 맹수의 발톱이 빠르게 훑고 지나간 것처럼 '자르기'의 궤적이 남아있는 것이었다.
"...으, 으에에에에....."
- "이반, 저 꼬마는 뭐야 수까!!" - "블리얕. 새로운 쇼야? 멋지구만. 블리얕." - "저것이 우리 슬라빅 기상의 아기곰의 탄생이라네 동무. 치끼브리끼 하드빠스를 틀어 이 일을 기념합세."
그리고 가게에는 장인이 악기를 하나하나 찍은듯한 하드베이스가 틀어진다. 흥겨운 현장에 또 혼자서만 울상이 되어있는 소녀가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