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는 자신의 옛 경험에 비춰본다. 귀납적 사고방식은 그렇게 좋은 사고방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떤 상황에서 일단 답은 내준다는 게 좋았다. 빈센트는 귀납적 사고를 할 일들도, 수많은 불의 비극들을 떠올렸다.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두 아이가 집에서 불장난을 하다가 집을 불태우고 사망했다는 기사, 한 외국인이 풍등을 날렸는데 풍등이 날아간 곳이 하필 유류저장고였다는 기사, 그리고... 기사까지 갈 것도 없이, 빈센트 자신의 경험.
"공원이면 아이들이 많겠군요. 아마도..."
빈센트는 옛날을 떠올렸다. 지금 그가 만들어내는 불들에 비하면, 다섯 살 때의 빈센트가 만들어낸 불은 너무나도 미약하고 유치했다. 하지만, 그 때의 빈센트에게는, 집을 다 잡아먹고 그들의 파종자요 창조자인 빈센트까지 잡아먹으려던 그 불길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빈센트는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지한에게 말했다.
"아이들을 찾아봅시다. 아이들은 불장난을 좋아하죠. 불장난으로 집을 불태워본 경험이 있어서 잘 압니다." //6
빈센트는 지한과 함께 나아갔다. 그러면서, 빈센트는 자신과 지한이 참 많이 엮였음을 생각해본다. 게이트에서도 여러번 만났고, 식사를 사 주는 대신 하소연을 듣는 의뢰를 생성했을 때도 항상 지한이 왔다. 의도적으로 지한을 만나려고 그렇게 일정을 조정한 것이 아님에도, 참 많이 만났다. 심지어는 여기서도, 또다시 운명이 꼬이고 꼬여 엮이지 않았는가?
"참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빈센트는 그렇게 운을 뗀다. 걷는 속도는 거침이 없었지만, 그 잠간 사이에 이런 대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짧은 몇 마디는.
"그 진흙 거인을 상대할 때나, 수련을 할 때나... 일부러 보자고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닌데, 참 많이 마주쳤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겠습니다." 지한과 비센트는 아이들을 찾으러 돌아다닐 운명인가 봅니다. 물론 다른 거동수상자를 발견한다면 물어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겠지요.
"크게 의도한 적은 없었습니다만.. 그렇네요." 운을 떼는 것에 어떤 말인지 들어보다가 많이 마주했다는 말이 들려오자 고개를 끄덕입니다. 지한이 어쩌다가 밥 먹는 의뢰를 본 것도 우연이었고...는 그 이후의 밥 먹는 의뢰가 빈센트일지도? 라고 생각한 적 없단 건 아니었지만 만난다고 해서 별 일 있겠어? 하고 가볍게 넘긴 탓도 있었겠지요.
"아. 벨로였던가요." 진흙거인이어서 부슬부슬한 흙더미가 되었었죠. 라는 농담을 하며 걸어가는 빈센트를 따라가면 아이들이 노는 공터같은 곳도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있을지.. 아니면 관리인이 긁어보은 나뭇가지와 이파리들이 있을지...
높은 영성이 꼭 좋은 기억력과 연관되는 것은 아니다. 빈센트는 높은 영성에 따라오는 좋은 기억력으로, 자신이 보고 들었던 모든 것을 기억하다가, 인간에게 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자꾸 자신을 물어뜯는 과거에 지친 빈센트는, 망각하는 법을 일부러 배우고 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은 빛을 발해서, 빈센트는 잊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망각은 좋았던 기억, 재미있던 기억도 전부 날려서 벨로도 지한이 말해야 겨우 기억을 할 수 있었다.
"그 때, 약점이 안 보이니까, 약점이 나올 때까지 신체부위를 전부 두들겨패는 작전이라. 대단한 발상이었죠."
그렇게 말하면서, 빈센트는 공원으로 들어갔다가, 작은 아이들의 달음질을 느낀다. 그에 빈센트는 손을 들고는, 지한을 멈춰세우고 말한다.
빈센트는 지한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분석이나 간파, 그런 것들을 배워야겠다고 느꼈다. 그동안 어중간한 녀석들을 상대할 때는 머리에 온 힘을 다해서 상대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장난스레 말한다.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시죠. 저도 배워야겠습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느끼시는 거냐, 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의념범죄자? 아이들? 아니면 관리인? 빈센트는 자신의 한 손에 불을 만들고, 언제든 지 던질 준비를 마쳤다. 만약 의념범죄자라면, 더 큰일을 내기 전에 박살낼 생각이었다. 죽이지는 않더라도 도망은 못 치도록 다리는 불태워버릴 생각이었다. 빈센트는 천천히, 천천히 접근하다가 현장을 덮쳤다.
"마음 같아서는 베로니카한테라도 물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사람 약점은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요."
빈센트는 베로니카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베로니카를 얘기하면 정말로 재수없는 일로만 언급했는데,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언급이 늘어난 느낌이다. 물론 그 "긍정적"이라는 언급도, 결국은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귀결되었지만. 빈센트는 인간의 몸에 대해 외과의사 수준으로 잘 알고, 사람을 죽이는 수술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완벽한 베로니카를 생각하며 뒤통수가 시려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도착한 현장. 빈센트와 지한은, 그곳에 모인 아이들을 보고는 어떻게 할지 생각하다가, 그들에게 가장 치명적일 방법을 쓰기로 했다. 빈센트는 지금 시간과, 그들의 동선을 비교했다.
"이 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는 2분 거리에 있고, 다른 학교는 자동차를 타고 와도 20분은 걸리죠. 그 말은, 이 불타버린 떡잎들은 가장 가까운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이곳으로 왔다고 추측할 수 있겠죠. 그리고 지금 시간은,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바깥으로 나왔을 시간이고..."
빈센트는 헌터 디바이스로 범죄 현장을 채증하고, 그 아이들에게 학교 교장 선생님의 이름을 말해준다. 그리고 아이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교장님이 김태훈이라고 했나요? 학생들이 과학 실험으로 배웠을 연소반응을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 참 좋아하시겠군요."
...라고 말한 빈센트는, 지한을 돌아보면서 말한다.
"이렇게 끝... 은 아니고, 원인 중 하나가 잡혔습니다. 뭐, 오늘은 이 정도면 된 것 같습니다만." //14
아이들 중 의념 각성자가 있었더라도 지한과 빈센트엑서 벗어나는 건 무리였겠다고 생각하는 지한입니다. 그야.. 레벨이 막 20이라던가.. 같은 걸 생각해봐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렇습니까.. 하지만 봄철에는 자주 순찰을 해야겠습니다." 겨울에서 봄이 가장 화재가 자주 일어난다고 하니까요. 라는 말을 가볍게 하네요. 누명 쓸 일이 줄었다는 건 좋은 일임에 분명합니다. 지한은 부서지고 망가진 것들을 보다가 정지로는 저것들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네요.
"...저걸 고치려면 의념 속성은 뭐여야 했을까... 싶기는 하네요" 그다지 중요한 생각은 아니지만요. 라고 말하며 지한은 잔해를 툭툭 건드려봅니다.
"창조나 기계..." 의념속성이 꽤 다양한 만큼 없으리란 법은 없지요. 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리고는 gps나 블랙박스라는 말을 하는 빈센트에게 의념의 흔적을 찾거나.. 의념파장이나 동조 같은 것에 기반한 수사에서 용의자로는 카운트되어도 무혐의로 풀려나지 않을까.. 라는 요지의 말을 조금 하려 합니다.
"글쎄요.. 의심을 받았다.. 라는 건 일단 제 기억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요. 라고 말하는 지한입니다. 적어도 집 나오기 이전에는 집 죽순이였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지한주라서 그런 겁니다. 그리고 빈센트를 보고는 의심을 받아본 적 있냐...라는 반문은...하지는 않고 잠깐 쳐다보기만 합니다. 지금 돌아다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적극적 의심해소에 가깝다고 생각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