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거, 거 참 우습네 산다는 거, 구역질이 나 산다는 거, 짐승과 내가 뭐가 달라 결국 죽으면 땅에 묻혀 썩을텐데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아무래도 섬찟한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나보다. 분명 간판에서도 상점이란게 명명백백히 붙어있거늘... 그녀의 앞에 펼쳐진 것은 수라장 그 자체였다. 물론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 특징이 그들의 동선에 맞게 물건들이 어질러져있단 것인데, 이 인물은 그걸 넘어선 수준이라 할까?
일반적인 베어링이나 코일, 기어따위의 기계부속들이 나뒹구는건 당연하게 여길 수 있다지만 그 주변에 무기들, 폭탄들이 함께 나뒹굴고 있다면 어느 누가 쌔함을 느끼지 않을까? 설령 저것이 불발탄이라던지 격발장치가 제거된 것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위험한 것은 굳이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네... 뭐어... snuff film,이라고 하던가요? 이상한 일도 아니죠, 이런 도시에서는..."
그럼에도 마치 어제오늘 일이 아닌양 그것을 놓아두는 것은 아마 둘중 하나일 것이다. 치우는 것마저 미룰만큼 눈코뜰 새없이 바쁘거나,
아얘 처음부터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거나...
"아, 네에. 그럼 사양않고..."
상대방의 말마따나, 어쩌면 이 가게의 주인을 만난 것이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도 몰랐다. 이미 그런 위험에 처할뻔한 일은 여러번 있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화를 본다는건 썩 유쾌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어디까지나 그저 그림을 그리는게 일상의 전부인 그녀에게 설령 괴한들을 제압하거나 침묵시킬 수단이 있다 하더라도 본능적인 방어행동이 아닌 이상 무력을 행사하지 않을게 뻔했다. 그것은 결코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기 때문에,
"빵야빵야라는건... 총기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과연, 그래서 무기나 폭탄들이 그렇게 널려있던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상점'이라 함은 모름지기 서비스직에 속하기도 하기에 청결이 큰 이미지를 주는데... 그걸로 점수를 매긴다면 이곳은 '영 아니올시다.'점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좋은 미소... 인지는 모르겠다만 적어도 악의는 없는 순진무구한 웃음은 확실히 이 인물은 어느정도 마음을 놓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물론 별개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다소 있지만,
"음... 확실히 넖은 범주에선 그렇게 볼수 있겠네요~ 후후후..."
'넖은 범주'에선 말이다.
그리고선 무언가 버튼을 누르자 어딘가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나더니 무언가 쏜살같이 날아왔을까? ...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발사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 소재가 수건 같은 천이었기에 망정이지, 방금전의 투사체 속도로 보나 각도로 보나 명백히 쏘아진 것이었다. 실제로도 대형 경기장에서 티셔츠를 나눠주기 위해 사용하는 티셔츠 런처 역시 어느정도 파괴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 감사합니다... 친절, 하시네요~"
그 궤적을 보지도 않고서 잡아냈던 상대방이 수건을 자신에게 건네주자 얼떨떨한 마음으로 받아든 그녀는 그때서야 자신의 머리카락이 흠뻑 젖어있었단걸 깨달았다.
물론 여기저기 어지러진 저 난제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이 여전히 신경쓰였지만,
"사람은... 따로 쓰지 않으시나보네요...?"
그도 그럴게, 니트로글리세린의 안정성보다도 못미더운게 베르셰바의 사람이라곤 하니 어쩌면 혼자서 이곳을 관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평범한 가게가 아닌 무기류를 다룬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확고한 이한테 제 할 말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없다. 사내는 신경질적으로, 느리게, 힘주어 제 목을 긁어댔다. 손톱 밑에 피가 꼈다. 나중에 분명 후회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너무 가려운걸. 한번 긁은 자리엔 각질이 허옇게 떴고, 여러 번 긁은 자리엔 피가 맺혀 흘러내렸다.
"그리고, 미스터 발렌타인. 내 이름은 프로스페로야. 피피 프로스페로. 벌레가 아니라."
히죽 웃으며 목에서 손을 뗐다. 아, 이제 간지럼증이 좀 가셨다.
"하찮기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고, 아무도 찾지 않기 때문에 입이 무겁지. 당신이 필요할 때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쓰고 어디 구석에 처박아 둬도 좋을 만한 인간이란 소리도 돼."
피피는 광택없는 동공으로 제롬 발렌타인을 훑었다. 동요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내는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을 좋아했다. 또, 그는 제롬 발렌타인을 좋아하고 싶어졌다. 따라서 그는 저 남자가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게 만들 작정이었다. 비밀 많은 남자 머리 위에서 노는 것도 나쁘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