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죽음을 갖기 위해 사십 년의 생이 필요했다 이 생을 좀 더 정성껏 망치기 위해 나는 몇 마리의 개를 기르고 몇 개의 무덤을 간직하였으며 몇 개의 털뭉치를 버렸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어느 쪽이냐면, 후자겠지. 소녀는 확인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못하는 성격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성격이, '바깥'에서는 눈엣가시로 다가왔는지 안 좋은 일들 뿐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가족도, 아버지도, 선배도 있었으며. 그 중엔 자신을 환영해주는 엘레나도 있었던 것이다. 조수가 앞장서자 그제서야 소녀가 그 뒤를 쫄쫄 따른다. 한 두 번 와보는 것도 아닐텐데, 올때마다 감회가 새로운지 '와아...'하고 소리를 작게 내었다. '분명, 저기서 내가 치료를 받았었지... 그때는 진짜 죽는 줄 알았는데...' 따위의 감상을 가지면서 말이다.
"아, 저, 저어는... 아무거나, 좋은데요..."
엘레나의 지시에 앉아있던 무라사키는 무릎 사이 스커트가 모이는 곳에 손을 늘어뜨려놓고 꼼지락거리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러는 한편으로 또, 선배의 조언이 머릿 속을 스친다. '우리 살인귀 아가씨, 아무거나 라는 말은 데이트에서 최악의 답변이에요! 상대가 무언가 해주고 싶어 할 때, 특히 메뉴를 정할때는 제대로 자기 의사를 밝히는게 좋아요! 후후, 알겠지?' ...물론 그때의 그것은 그다지 입고싶지 않은 옷을 입어야만 하는 상황이긴 했으나, 일리는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 그래도 고르자면... 주, 주스...! 마실래요... 오렌지로..."
소녀는 스커트자락을 움켜쥐고서- 외치듯, 그렇게 재차 대답했다. '오렌지 주스...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거니까... 우으, 설마 괜한 말 해서 폐끼친 건 아니겠지...'
저 자가 제 말에 긍정했다. 사내는 목 언저리를 손톱으로 짓누르듯이, 천천히 긁어내렸다. 피가 굳었던 흔적 하나가 떨어져나갔다. 내 말에 긍정했다는 건 당신은 스스로를 지킬 자신이 있단 거야? 아니면 도망치는 쪽? 그것도 아니면 둘 다? 확실히 육체적으로는 웬만해선 저 이를 당해낼 사람이 없을테다. 애초에 덤비려 드는 이도 적을 테고. 심리적으로도 안전망을 세울 수 있다 이건가. 손톱을 세워 다시 긁자 피가 약간 배어나왔다. 어차피 시선 잘 가지 않는 부위니 신경쓰지 않았다.
"먹기 거북하면 되팔아도 좋아."
질 나쁜 소리 태연자약하게 내뱉는다. 입은 무표정하나 눈만은 화사히 웃는 거짓 웃음.
"방금 전에는 단골이 될 것 같다고 말해 놓고선, 시체 처리 할 일이 없길 바라는 건 곤란해, 페퍼 씨. 농담도 참."
눈웃음을 짓는 안구에는 안광이 없더랩니다. 빛이 들어올 기미를 피부 껍데기로 다 막아버리니 어떻게 눈에 생기가 돌겠어요.
"그래, 다녀와. 난 여기 얌전히 기다릴게."
보란 듯이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 순간적으로 뒷모습에 달려들고 싶은 충동이 들지 않았다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방독면을 어거지로 벗기고 그 아래 표정을 눈에 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제 목숨줄이 가느다란 줄 알았으며, 사람이 얼마나 쉽게, 그리고 질기게 죽는지 알고 있었다. 제 주제를 알았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여 피피는 페퍼가 돌아올 때까지 바닥의 개미를 손톱으로 눌러 죽이고 있었다. 일이나 도와줘야지.
잔 근처 가까이 대고 있던 손을 움직여서 브리엘은 커피잔을 들고 입술 가까이 가져다대며 하웰의 말을 그저 듣고만 있었다. 두통은 충분히 사그라들었지만 브리엘은 곧잘 좋을대로 입을 다물어버리기 일쑤였다. 한번에, 필요한 말을 뱉어내버리는 게 여러모로 편하고 대화가 오래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알다시피라고 했는데, 일단 나는 그런거 잘 모르거든. 관심도 없었지만, 애초에 처음 듣는 이야기야."
식물만 좋아하는 사람은 연구원이 되고, 식물도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은 꽃집을 하게 되고. 그런 게 정말로 진실일까. 브리엘은 자신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하웰의 말에서 모순을 느꼈지만 곧 지워냈다. 아, 어느쪽이든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일 뿐이야.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정작 사람을 죽이는 독약을 팔잖아. 저 남자. 사람의 목숨을 해치지 않는다는 철칙을 내세우고 있는 카두세우스와는 다르다. 건조하기 짝이 없는 구리색 눈동자가 비스듬하게 하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곧바로 거둬졌다.
"사람을 죽이는 약을 파는거랑은 다르다고 이야기해둘게. 나는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거든."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대답이었다.
같은 일을 하는 하는 경쟁 조직의 이름들이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기 때문에 비스듬히 시선을 내린 채 브리엘은 눈을 깜빡였다. 그중에 몇은 자신도 들어본 적 있는 이름들이었다. 역시나 카두세우스의 이름도 그 안에 있었다. 당연하게도. 브리엘은 읊어지는 목록들 중에 처음 들어보는 조직들의 이름을 메모해두기 위해서 공적인 일에 사용하는 핸드폰을 꺼내려, 넥타이는 물론 베스트까지 갖춰 입은 정장 재킷 안쪽 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곧바로 빼냈다. 경쟁업체에 대해 조사하는 건 자신이 할 일이 맞았지만 오늘치의 일은 끝났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어찌되었든 지금은 사적인 시간을 끌어다가 쓰는 것.
"말단이라는 그 말에는 어폐가 있는데, 당신이 그저 말단일 리가 없잖아. 나는 내 일이 아니면 다른 일에 관심이 없지만 그렇게까지 경쟁업체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도 될 만큼, 상대의 생각보다 정중하고 따뜻한 인사에 얼떨결에 꾸벅- 하고 허리까지 숙여 맞인사해버리는 소녀다. 칼과 기절한 사람들이 즐비한 골목에서, 옷이 전부 찢겨나간 채로 서있는 단 한 명의 남성. 심지어 그 사이로 비치우는 '근육'은... '사람...인걸까...?' 그를 위험한 사람이라고도, 수상한 사람이라고도, 어쩌면 또다른 존재라고도 생각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무라사키에게 그런 것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것을 초월한 어떤 감각이 신경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의 이름은...
"...저, 저어- 호, 혹시...!"
미약하나마, '동질감'.
"...카, 칼... 찾으시나요...?"
무라사키는 고개는 낮춘 상태에서 시선만을 조심스럽게 올려다보며 물었다. 다른게 아니라 방금, 남자의 시선이 칼로 향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니, 느낀 게 아니다. '분명해...!' 이 남자는 분명히 '칼을 찾고 있다'... 라고, 무라사키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던 것이다.
>>938 situplay>1596414065>444 오오.. 갈등하다 결국 끌고가는 엘레나의 모습이 연상되는 구나! 칸나가 많이 커서 힘들었을 텐데ㅋㅋㅋㅋㅋ 칸나는 절해야 한다! 칸나는 자신을 모르는 척하는 엘레나의 모습에 혼란스러워 할꺼 같아! 사회적 눈치는 별로 없는 놈이라ㅋㅋ 엘레나가 사무적으로 설명을 늘어 놓는 동안에도 ??? 나 기억 안나? ㅇㅅㅇ ??? 하는 표정일꺼 같아ㅋㅋㅋ 복면이 아직 끼워져 있는 지도 얼굴 만지작거리면서 확인하고! 말수가 없어 대놓고 물어보지는 않지만, 엘레나와 눈 마주치고 주섬주섬 침대로 복귀, 주섬주섬 (피에 절은) 수표를 꺼내서 주섬주섬 양손으로 공손히 건네줄꺼 같네! (만약에 주변에 구경인이 있다면 살기 내뿜다가 눈 마주치고 갑자기 고분고분 얌전한 모습에 경악할꺼 같아ㅋㅋ)
그러고 목숨을 소중히 하는 만큼 의사 말은 잘 듣겠지! 언제까지 이러고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초초해 하겠지만. 그 점은 티 날수도 있겠네. 엘레나에 관해서는 자신을 잊은 건지, 아니면 엮이기 싫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지 모르겠어서, 둘만 있을 때 아예 대놓고 물어볼꺼 같아! 날 기억하는 지, 잘 지내고 있는 지. 그리고 무엇보다, 쓰러진 자신을 구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할꺼 같네. 쫒아오는 사람은 없었는 지 걱정도 하고.
알것같아. 그리고 역시 후자가 멋있기도 하지!ㅋㅋ 고용인을 따라잡으려는 조직을 뿌려치고, 총격전도 하고, 등등, 엘레나를 뒤로 보호하며 하는 스펙테클한 장면들이 떠올리네. 도시로 돌아온 후 다시 뒷걸음치는 엘레나를 그저 조용히 보내줄꺼 같아. 많이 아쉽겠지만, 그래도 강제로 할수 있는 결정은 아니라, 그저 그렇게 말없이 배웅하겠지. 그리고선 딱히 마음에 두고 있지는 않을꺼 같아. 재회 까지는 말이지! :D
즉, 이 남자는- 왜인진 모르겠지만 칼에 관심을 갖고, 칼을 찾고 있었으며, 이 도시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칼을 얻기 위해 칼을 가진 조직들을 지금까지 전부 소탕하고 다닌, 칼을 찾는 어둠의 히어로! -라고, 무라사키의 머릿 속에서 리스에 대한 인상은 완전하게 이상한 쪽으로 굴러가버리게 된다.
"저, 저어. 그럼...!"
소녀는 그에게로 한 발짝 내딛으며, 제 가슴깨로 손을 모으고 말한다.
"제, 제가 골라드릴...까요...?"
눈치눈치.
"그, 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요...! 저, 저도 나름대로 칼은 잘 알고 있어서, 아, 아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