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죽음을 갖기 위해 사십 년의 생이 필요했다 이 생을 좀 더 정성껏 망치기 위해 나는 몇 마리의 개를 기르고 몇 개의 무덤을 간직하였으며 몇 개의 털뭉치를 버렸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왼쪽 입가 근육이 삐뚤어진 모양으로 휘었다. 손끝으로 잡아내리려다가 관뒀다. 저 여자한테 다시 손이라도 붙들렸다간 오늘 하루종일 투덜이 스머프마냥 돌아다닐 것이 뻔하다.
"그렇지, 뭐. 자기는 종종 내 꿈에도 나온다고. 한 손엔 약통 들고, 한 손엔 시체 들고 말이야."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니까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자주 보고 있어. 오늘 '예상치 못하게' 만나버렸으니 더더욱. 사내는 손끝으로 입꼬리를 매만지는 대신 볼을 긁적였다. 목을 못 긁게 하니 차선책으로 취한 행동이었다. 피피는 만나는 모든 사람 신경이란 신경은 몽땅 다 긁어내리고, 기분을 잡치게 만드는 것에 소소한 기쁨을 두었다. 직접 표출하지 못하는 욕망의 간접 표출이라고 해야할까.
"잊어버릴 것 같으면 손등에 타투라도 해봐. 그러면 절대 안 까먹을걸."
슬퍼진다는 말은 가볍게 무시했다. 어차피 저거 진심도 아니다. 대꾸하는 대신 아슬란이 바르는 손 소독제에 시선 두었다. 작업장에 널리고 널린 게 소독제지만, 저런 모양은 본 기억이 없는데. 저 여자가 가지고 온 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예전에 사두고 까먹은 것일 수도. 어느 쪽이든 까먹고 놓고 갔으면 좋겠네, 따위의 글러먹은 생각을 했다.
"가만히 있고 안 있고는 내 의지가 아닌데.."
투덜대면서도 얌전히 있긴 한다. 아슬란 시선 멀어지자마자 약 닦아낼 것은 당연한 미래지만, 적어도 눈 앞에선 얌전히 굴어야지. 목에 차가운 약 와닿을 때마다 움찔거렸다. 가려운 환부에 따끔거리는 것 닿으니 죽을 맛이 따로 없다. 꼭, 꼭 닦아내야지. 피 말라붙은 흔적이 갑갑해 떼어내고 싶다.
"의사라,"
아, 이번엔 못 참겠다. 피피는 약 든 반대편 손으로 하는 수 없이 입을 가렸다. 피차 서로 무슨 일 하는지 아는 주제에 의사의 직업의식을 이야기하다니, 세상에. 사내 입장에선 코미디가 따로 없다. 하지만 이런 걸 입 밖으로 낼 순 없지.
쥬: 251 눈치가 빠른편인가요? 》경우에 따라 다르다~ 192 타인과 자기 자신 중 더 우선시하는 쪽은? 》당근빳다 타인이조~ 143 식사는 규칙적인 편 인가요? 》YES YES ME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어떤 맛을 좋아해?" 쥬: "어떤 맛이든 다 좋죠~"
"무엇이든 선물 한 가지를 받을 수 있다면 뭘 부탁하고 싶어?" 쥬: "음~ 혹시... 형태가 없는 것도 선물로 받을 수 있나요?"
"누군가가 겁에 질린 채로 "이상한 사람이 저를 쫓아와요!"라며 도움을 요청한다면?" 쥬: "우선 그 이상한 사람이 누군지 보고나서 도와드려야겠죠~"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나도, 당신이 여기 있을 줄 몰랐던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피차일반이라고 해둬. 어차피 오늘 말고 또 만날 일은 없을테니까."
평범한 사람들. 그렇지.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이 비탄의 도시에 들어올 생각따위 하지 않을테지. 나처럼. 하웰에게서 받아든 명함과 카드를 장갑을 낀 손으로 가만히 훑어내면서 브리엘은 그 흔한 헛웃음마저도 제대로 뱉어내지 않고 목 안쪽으로 삼켜버렸다. 누가 좋다고 이 비탄의 도시에 들어오겠어. 시야 한구석에 하웰이 어깨를 으쓱여보이는 게 들어왔지만 대꾸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자신을 아는 사람을 만난 이상 브리엘은 지나치게 말을 아끼고 있는 중이었다.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불쑥 던지는 자신의 말에 흔적이 남을까봐 극도로 조심하고 있었다. 한번 본심을 내비치다보면 끝도 없이 본심이 터져나올 것이고, 동시에 본심을 알아주길 바랄 것이다. 의료행위를 더이상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말해놓고 브리엘은 허탈한 기분을 지워낼 수 없었다.
"아까 말했다시피, 당신이랑 오늘 말고 다른 날에 만날 일은 없을테니까."
향이 좋은 쓴맛이 강한 커피를 한모금 마신 뒤에 무감하고 건조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말은 단호했다. 브리엘은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명함과 카드를 피해 커피잔을 내려놓은 뒤 하웰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만날 일이 없기는. 이 도시에 있는 이상, 오늘처럼 또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쪽의 직업 특성상 이쪽과 연결점은 없을 것 같아도. 커피잔 손잡이 가까이에 향해 있던 브리엘의 손가락이 경쾌하지 못한 음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름대로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데. 당신말이야- 원래 그렇게 남에게 관심을 많이 두는 편이야?"
내가 처음 봤을때는 그런 이미지가 아닌 것 같았는데, 하고 브리엘은 테이블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는 하웰의 질문에 언제 무미건조한 억양으로 말했냐는 듯, 까칠하고 예민하게 대꾸했다. 남에게 관심이 없는만큼 브리엘은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을 썩 반기지 않았다. 자신이 이 도시에 처음 들어왔을 때 만난 사람에게도 똑같이 이야기한 적 있을만큼 성가시고 귀찮다. 인간은 왜이리 성가신거지.
눈을 크게 뜨고 정확히 세 번 깜박였다. 마치 페퍼의 반응에 놀랐다는 양 굴기 위함이다. 하나, 둘, 셋. 적당한 간격을 두고. 이 정도면 됐겠지, 아마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칠 테다.
"아, 내가 실례를 했구나. 미안해, 페퍼 씨."
그러니까 '페말라야'의 '페'는 '페니'가 아니라 '페퍼'다 이거지. 성씨까지 물어봐도 되려나, 궁금한데. 피피는 잠시 속으로 무언가를 쟀고, 물어봐서 나쁠 것도 없다는 결론을 냈다. 이미 위험 부담은 차고 넘치게 지고 있다. 모르는 사람을 집 안에 들이고, 제 신분까지 밝혀버렸다. 성씨 하나 더 물어봐서 죽을 목숨이라면 진작에 죽었다. 작은 뇌 안에서 내린 결론이라 정확하지는 않으나, 이 사내에게 있어선 그것이 최선이므로.
"그럼 성은?"
참고로 난 성이 없어, 마치 사촌의 사돈 옆집 누나의 남자친구의 여동생 절친이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말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어조로 덧붙였다. 내 성을 밝히라고 했을 때 '모른다'라고 하면 수상하지만, 미리 말해버리면 덜 수상하니까.
"..아, 집 안은 이게 전부야. 원룸이거든. 화장실은 저기 오른쪽. 지하실 빼고 원룸이지."
어깨 으쓱였다.
"그리고, 머리고기 먹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도 좋아."
입으론 그리 말하면서 손에는 진통제 몇 알 쥐여주려 했다. 의외로 제대로 된 약이다. 돌팔이 의사 노릇 하다가 챙겨둔 것이 틀림없다.
>>729 PC게임인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의 맵들 중 하나인 "커스텀" 맵에는 곳곳에 다양한 탈출구가 있는데, 유저들끼리의 싸움이 가장 많이 벌어지는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기숙사 건물의 옆에는 게임 내의 루블을 택시비로 내면 탈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택시가 있다! 그리고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는 워넌 쑤까라는 러시아말을 국내 게이머들에게 절대 잊을 수 없도록 알려준 러시아어 공부 게임으로도 유명하다구! =리아나가 워넌쑤까라길래 스캐브였나 했다는 것 :(
이리스가 여인의 옆에 앉으니 아이는 더 품으로 파고들고 여인의 손이 그런 아이를 받쳐안았다. 아이 역시 이리스를 라이벌로 여겼는지 작은 손으로 여인의 옷을 꼬옥 움켜쥐며 이 자리는 내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 사이에 낀 여인은 의연하게, 혹은 능청스런 태도로 이리스와 아이의 대치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정말 물이면 되겠니? 간단하게 뭐라도 먹는게 좋을텐데. 시간 보니 식사도 안 하고 온 거 같건만."
나긋한 말과 함께 여인이 남은 손을 들어 이리스에게 뻗었다. 곧 다정한 손길로 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것 같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손은 중간에서 멈춰 내려지고 만다. 아이가 여인의 팔을 잡아 당긴 탓이었다. 여인은 그대로 손을 거둬 아이를 안는데 보태었다. 성공적으로 여인의 팔을 차지한 아이는 곁눈으로 이리스를 보며 히죽 웃었다. 약올리는 것처럼.
"꼬맹이 아냐!"
이리스가 아이의 정체를 묻자마자 아이 특유의 쨍한 목소리가 즉각적으로 튀어나왔다. 시익 시익. 작은 숨소리를 내는 아이를 보며 여인이 쿡쿡 웃었다. 여인에게는 이 상황이 즐거운가보다. 진정하라는 듯이 아이를 토닥이며 여인이 답했다.
"우리 조직이 관리하는 보육원 있지. 거기 아이란다. 낮부터 열이 심하게 올라서 다른 아이들이 옮을까봐 데려온거야. 지금은 열도 다 내렸고. 음. 다 나았나보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는 갑자기 아픈 척 앓는 소리를 내며 여인의 팔을 잡았다. 너무 뻔히 보이는 행동에 여인은 소리 죽여 웃었다. 그리고 아이를 달래주는 척 등을 토닥이며 몸을 살짝, 이리스 쪽으로 기울였다. 그대로 있어. 라고 말하듯 한쪽 눈을 깜빡인 여인이 아이가 눈치채지 못 하게 고개를 들어 이리스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네가 원하면, 아이를 보내고 둘만 있자꾸나."
어떠니, 하고 물을 필요도 없는 말이었겠지만 여인은 굳이 그 물음을 덧붙였다. 그리고 말만 하라는 표정으로 이리스를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