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죽음을 갖기 위해 사십 년의 생이 필요했다 이 생을 좀 더 정성껏 망치기 위해 나는 몇 마리의 개를 기르고 몇 개의 무덤을 간직하였으며 몇 개의 털뭉치를 버렸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에만에게는 낭패스럽게도, 비스트로 바 앤빌도 에만만큼이나 낭패한 몰골인 모양이었다. 쑥대밭이 되어있거나 피범벅이 되어있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가게의 입구가 있는 골목에서부터 안 좋은 상황이라는 게 보였다. 웬 청소업체가 분주하게 골목을 청소하고 있었는데, 옅게나마 피냄새가 나고 있었던 것이다. 에만이 원망스런 누군가를 열 번 죽이는 동안 이 가게 앞에서는 열몇 명의 생명이 진짜로 사라졌다.
그래도 적어도 앤빌에 영업종료 팻말이 걸려있지는 않았다. 불도 제대로 켜져 있었고. 부자연스럽게 반짝반짝하게 닦여있는 정문을 열고 들어가보면,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조명과 인테리어의 바가 에만을 반긴다. 그러나 평소같았으면 옛날 디스코 노래를 윙윙 울리며 분위기를 잡쳐놓고 있었을 주크박스도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고, 이쪽에서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왔냐!" 하고 기세좋게 인사를 건네던 금발의 꽁지머리 바텐더도 심란한 표정으로 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던지, 바텐더, 페로사는 평소와 달리 에만이 먼저 인삿말을 건네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에만이 왔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 같았다. "어, 왔냐." 에만이 조심스럽게 뒤이어 내미는 질문에 페로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낄낄 웃었다.
"오늘 하루에 사람 열세 명이 죽어나간 재수없는 바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앉으라고."
바 위에는, 페로사가 그렇게 골똘하게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던 물건이 놓여 있었다. 습격자들에게 죽임을 당한 배달부의 시체에서 찾아낸, 목갑에 고이 담겨있었던 낡은 안경이었다.
호선을 그린다기보단 일그러지는 것에 가까운 기묘하고 스산한 웃음. 그러나 그 뒤에 보인 것은 흔히들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아니, 전자가 더 괴상한 것일까? 적어도 이 소름끼치는 도시에서는. 통성명은 했다. "피피" 인가. 제법 귀여운 웃음과 이름에, 그렇지 않은 직업이지 않은가.
'누구 이름과 제법 유사하군.' 그러게나 말이다.
"1인 업장이라면 단골이 될 지도 모르지…" 저벅저벅 걸어가는 길, 시덥잖은 잡담을 담소 나누다보니 어느새 그의 집에 도착한다. 집의 문고리가 열리자, 맙소사. "이건 좀 심한데." 바닥에 우글거리는 저것들은 업무중일때 많이 보아왔던 것들이다. 일반적인 가정집에 결코 있을 리 없는 것들도 가득하다. 보통 저런 것들은 새벽에 화장실 가는 길, 잠깐 마주하는 정도가 아닌가.
'별 것도 아닌걸 가지고 그래?' 하지만 이건 지독했다. 집안에서 업무를 처리하는게 아니라면 말이지. "…일은 주로 어디서 하나?" 확인차 되물어보았다.
퍽 뻔뻔스레 굴기로 했다. 지금 당장 저 남자는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어 뵈고, 오히려 제게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퐁퐁 튀어나오던 예의없음은 예쁘게 가둬두는 편이 좋겠다. 업무적으로 만난, 그리고 만날 사람에게 섣불리 개겼다간 제 신변이 위태로워질 것이 틀림없다.
"..짜잔-?"
무슨 마술 쇼 하듯 양 팔 벌려 제 집 보여주었다.
"걱정 마, 미래의 단골- 페니 레인 씨. 말했다시피 작업은 지하실에서 한다고. 이 돼지우리랑은,"
자랑스레 안방 휘청이며 돌아다니다 무언가에 새끼발가락을 찧었다. 잠시 가만히 서서 내적으로 아야!를 외치느라 말이 끊어졌다.
"완전히 격리되어 있지! 내가 전 재산을 털어서 투자한 시설이니까 믿어도 좋아."
내 고객으로 오고 싶으면 이 건물 반대편 문으로 들어오면 돼, 덧붙인다. 나중에 헤어질 때 코트에서 명함이라도 꺼내줘야겠어.
"그래서, 미스터 레인. 이 집 견적은 얼마 정도로 보시나요? 제발 내 일주일 식비보다는 쌌으면 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