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난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 더러운 인생은 날 데려가요 술을 많이 마시고 횡설수설하기도 해요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쉽지 않나요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재능. 사람 담그는 솜씨가 뛰어나다고 하면 그것도 재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태생부터 살인에 거리낌을 느끼지 않았었고. 무슨 날붙이든 쥐기만 하면 수족처럼 다룰 수 있었으니. 사실 그런 재능마저도 없었으면 진작 죽었겠지.
"이런 도시에서는 쓸모있는 재능이죠."
카이는 여전한 무표정으로 화답한다.
"태우는 건 번거로워서."
태울 필요까지야 있나, 그냥 쓰레기통에 던져넣으면 된다. 옷에 피 냄새가 밴 걸 신경쓰는 사람은 적어도 이곳엔 없다. 그러니 그렇게 일반 쓰레기 버리는 것 마냥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하면 할 수록 정말 마음에 드는 도시다.
카이는 말없이 청소업자의 행동을 지켜본다. 덕분에 저 촌스러운 라벨이 붙은 소독제가 청소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반면 청소업자가 가져온 액체는 청소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내었다. 흥미로운 광경이긴 했으나. 카이는 꼴사나운 감탄사를 내뱉으며 신기해하지도 않았다.
"그쪽 업계에 꽤 오래 계셨나 봅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한 말은 그것 뿐이었다.
"아무래도 자주 보게 되지 않을까요. 저런 대가리 빈 병신들이 요새 늘어나고 있어서요," "카이입니다."
한숨을 내쉬던 그가 자신쪽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자 여전히 웃음이 걸려있는 그녀 역시 무언가 생각하는듯 하면서도 금방 말을 이어나갔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죠? 아무리 청결한 사람이라도, 도시의 부패에 물들수 있는건 당연하니까요. 다만 그것을 당연한듯이 여기는가, 그에 반하고 있지만 이곳의 규칙이기에 어쩔수 없이 살아가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겠죠."
한층 차분해진 목소리와 눈길이 그와 캔버스 사이를 오가며 조금씩 그림을 완성해나가고 있었다.
"글쎄요~ 딱히 어떤것이든 상관 없으려나요?"
정말 그녀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림에 대해서 흥정해본적도 없거니와 자신의 그림에 값을 매길 정도로 이름난 인물도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무슨 일을 하던 스스로의 이름을 내걸기만 하면 뭐든 다 되는 베르셰바에서 그녀가 굳이 이러한 밑바닥을 선택한데엔 지금의 행위가 그저 '취미'에 지나지 않는단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치 수많은 가능성 중에 하나를 골랐을 뿐인 것처럼,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요~ 뭐, 시선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요?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별난 사람을 보고 흥미를 가져서 말을 건다면, 별난 사람이 보기엔 그 사람이 별날 수도 있는 법이니까요~"
그녀의 말대로 상대방이 아무리 눈에 띄는 인물이라 해도 충분히 스쳐지나갈 수도 있는 그런 관계였다. 본래 도시의 사람들 역시 그렇게 서로 눈길을 주면서도 이내 무시하고 제 갈길을 가니까, 물론 이유모를 호기심이 불러일으켜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밖으로 표출해내 관심을 가지는건 또 별개의 일이다.
"마냥 나쁜 분은 아닌것 같다는거요?"
캔버스에서 시선을 떼어 살짝 옆으로 몸을 기울인 그녀가 늘상 그런다는듯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252 "뭐, 좋을대로…" 길거리에 피흘린 사람이 널부러져있어도 별다른 궁금증 한 번 품지 않는 도시. 기쁨이 들리지 않는 도시. 황폐한 모래더미 위에 세워진 성.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페퍼는 이 도시가 싫었다.
"사정상 말이지." 이 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던 때, 그는 그저 평범한 화학 박사에 불과했다. 그때는 사람을 죽이는 일도, 처리하는 일도 모두 서툴렀다. 그래도 그때는 최소한 좋아하는 음료 정도는 있었다. 따스한 집도, 돌아갈 곳도. 그리고 연인도…
그렇게 생각하니 페퍼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일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런 주제는 상기시켜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페퍼 상사." 그리고는 피묻은 청년의 손을 흘끗 보고는, 흰 라텍스 장갑을 낀 손을 내밀었다. "그들이 "병신"인지 아닌지는 잘 몰라. 애초에 카이, 당신도 잘 모르니까. 다만 그저 싸울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것만이 유일한 진실이지." "난 이 도시가 싫어. 모든 것은 힘으로 결정되며, 어떤 변명도 힘이 받쳐주지 않으면 무효하다." "자네는 어떤가? 주제넘은 질문일 수 있겠다만… 자네의 그 힘이, 언제까지 유효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