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난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 더러운 인생은 날 데려가요 술을 많이 마시고 횡설수설하기도 해요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쉽지 않나요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갑자기 웬 순박한 인상을 한 사람 하나가 앞뒤맥락이 결여된 인사로 끼어들자, 험악하게 인상을 굳히고 있던 양아치들 중 두 명이 욕설 몇 마디를 주워섬기며 리스에게로 돌아섰다. 저마다 나이프며 전기충격기 같은 것을 집어들고 있는 그들은, 리스를 모르는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러다 아마 양아치의 리더임직한 사람이 화를 내고 있는 두 녀석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리스의 인사를 붙임성좋게 받았다.
"안녕하세요. 제 친구들이 좀 무례했네요. 미안해요. 지금 우리 친구들끼리- 조금 말싸움이 나서 제 친구들이 기분이 안 좋거든요."
친구들끼리의 의견 충돌이 나이프며 권총 같은 것을 빼어들 일이던가...? 아니, 뉴 베르셰바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양아치 리더는 나름대로 상황판단을 하고 제삼자가 개입하는 것을 막으려는 모양이다.
"얘들이 제멋대로 군 점, 한 번만 봐주시고-"
그런데, 그 막으려는 방법이 좀 많이 잘못됐다. 양아치 리더의 주머니에서 전기충격기가 스르륵 하고 빠져나오는 것이 보인다. 그 양아치 녀석 딴에는 상당히 빨리 뽑아들고 있는 것이지만, 리스의 눈에는 더할 나위 없이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그 주머니에서 전기충격기가 스르륵 빠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말로 주의를 흐트러뜨려 놓고 선빵을 놓는, 뉴 베르셰바의 기초 회화였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내리 기다리니, 곧 보호복 입은 거한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님을 맞이하는 종이 맑게 울린다. 가까이서 본 청소업자는 더욱 범상치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맨살을 꽁꽁 감춘 모습. 목소리마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변조했다. 호기심은 문득 생겼지만 구태여 캐묻진 않았다. 셰바에는 사연 있는 사람들이 많은 법이다.
그의 감탄 아닌 감탄에 카이는 말없이 어깨를 으쓱인다. 시체더미를 다시 내려다보니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다. 청소업자 역시도 이런 현장이 익숙한 듯 아무런 기색 없이 태연하게 말을 꺼내었다.
"그럴까요."
청소 준비를 하는 청소업자를 올려다보며 카이가 대답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주방으로 들어간다. 수도꼭지의 머리를 틀어 위로 당기자 따뜻한 물이 콸콸 흘러나온다. 그 뒤 아직도 핏덩이가 묻어있는 손을 씻어내린다. 하지만 옷은 여전히 붉게 푹 젖은 채다.
카이는 냉장고를 뒤지며 청소업자가 했던 부탁을 떠올린다. 손님들 중에 차를 찾는 사람도 더러 있었기에 차 정도는 얼마든지 내올 수 있었다. 커피포트로 끓인 온수를 찻잔에 옮겨담고, 찻잎을 띄우자 녹색이 서서히 묻어나온다.
녹차가 든 잔을 들고 카이는 다시 홀로 나온다. 역한 피비린내가 강하게 느껴졌다.
"여기, 녹차입니다. 쉬엄쉬엄 하시죠."
아직 부서지지 않은 테이블 중 하나에 잔을 올리며 카이가 그리 말했다. 그러더니 그는 냅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청소가 시작되려는 현장을 바라보며.
폭력은 나빠요, 라는 말과 함께 극단적인 폭력이 뒤따라오는 것이 참 아이러니했다. 원래 폭력과 평화라는 것의 관계가 그렇게 아이러니한 것이었지만.
앞으로 나선 양아치의 어깨를 부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먼저 리스를 위협한 두 양아치가 화들짝 놀라며, 배운 말이 욕밖에 없기라도 한 듯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전기충격기와 나이프를 리스에게로 겨누어오고, 뒤에서 브리를 지키고 섰던 두 명도 경악이 서서히 차오르는 얼굴로 리스 쪽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 모든 동작이 리스에게는 한없이 부자연스럽게 느릿느릿 흐른다.
그런데, 그들의 뒤에서...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하얀 머리의 소녀가, 마치 지금 이 공간 안에서 유일하게 리스와 같은 시간 안에 있다는 듯이 멀쩡한 속도로 움직였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양 손을 들어서 방금 자신에게서 시선을 뗀 두 양아치의 목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사람의 목이 우둑 소리와 함께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구부러지며 두 사람이 느릿하게 신체의 균형을 잃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프런트. 여기는 6호실. 4번 펌프가 터졌다. 반복한다. 4번 펌프가 터졌다. 들리나? 이 회선이 들리면 누구라도 대답 바란다!" 뷰캐넌은 지휘조에 급히 무전을 보냈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하 시설들을 비추고 있던 전등이 갑자기 티디딕 하는 소리와 함께 꺼지기 시작했다. 지하 층이 어둠에 휩싸였다.
"아- 렉시. 오늘은 돌아가는 게 조금 늦어질 것 같아. 저녁은 먼저 먹고 있으라고 말해주려고." 핸드폰을 쥔 채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바네사의 목소리는 퍽 다정했다. 벨리야가 바이코누르를 좋아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지금 벨리야가 통화를 나누는 사람은 그 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였다. 귀가가 늦어진다고 말하는 벨리야의 목소리에는 무안한 기색과, 그것으로도 숨길 수 없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 "오늘이 찰튼 소령네 따님 생일이라고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거든. 응- 그래. 아니면 렉시도 올래? 아. 음. 알았어. 곧 돌아갈게. 아이스크림이라고? 이런. 오늘 또 술 마실 생각이구나."
모든 불이 꺼지고 지하 시설이 완전한 어둠에 잠기자, 뷰캐넌은 헬멧 위로 손을 뻗어서 헬멧에 부착되어 있던 야간투시경과 IR 라이트에 전원을 넣었다. 저번 작전이 끝나고 배터리를 바꿔둔 것이 다행이었다. 뒤에서 마찬가지로 딸깍 하고 야시경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 브룩도 야시경을 킨 모양이었다. 그는 총을 치켜들며 탄식했다. "버키. 우리 오늘 집에 돌아가는 게 좀 늦어질 것 같다. 그지?" "저녁도 못 먹었는데 너무하네, 진짜."
촛불이 꺼지고 방 안이 어둠에 휩싸이자, 바네사의 어머니는 손을 뻗어서 집 안의 불을 키려고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전기불이 켜지지 않았다. 이제 보니, 집안의 모든 콘센트에 꽂혀있는 전자기기가 작동을 멈춘 듯했다.
뷰캐넌은 숨이 턱까지 닿도록 미친 듯이 내달리고 있었다. 그는 총몸이 절반으로 뚝 잘려서 못쓰게 된 기관단총을 그냥 내팽개쳤다. 괴담이 진짜였다. 복도 저편에서부터 목에서 깔끔하게 잘려나온 4조의 머리가 날아와 나뒹굴었다. 4조의 다른 조원은 어둠 속으로 반쯤 미친 채로 총알을 내갈겼으나,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번뜩 하고 날아오는가 싶더니 총을 쥐고 있던 팔이 뚝 떨어져나갔다. 총을 움켜쥔 채로 코너에 숨어서, 어둠 속을 돌아다니는 살인마가 무방비하게 튀어나오기를 이를 악물고 기다리던 9조의 한 사람은 갑자기 벽을 뚫고 튀어나온 칼날에 심장을 정통으로 뚫려 죽었다. 9조의 다른 조원이 전의를 상실하고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자, 그가 돌아간 코너 너머에서 갑자기 섬뜩한 금속음과 함께 엄청난 양의 피가 벽에 튀었다. 그 코너 너머로 수류탄을 던져봤지만, 수류탄이 터지는 소리는커녕 수류탄이 어딘가 부딪히는 소리마저 나지 않았다. 대체 무엇인가. 이 지하시설에서 경비조들을 처참하게 사냥하고 있는 이 괴물은 무엇이란 말인가.
"대대장님, 지구가 정전된 것 같은데..." "대대장임, 우리 불 안 켜저요?" "걱정 말거라, 바네사. 부인도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정전인가? 벨리야의 귀에 주거지구의 사람들이 불안하게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바이코누르 지구 전체가 정전이 된 모양인데, 보통 이런 정전이 발생하면 바로 비상 전원이 작동되는 게 보통이니까. 그리고 벨리야에게는 시설지원중대로부터의 상황보고가 들어와야 할 터인데... 벨리야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그것은 정전과 상관없이 배터리만 남아있으면 작동할 테니까. ...그러나, 핸드폰 화면에 통신권역 이탈 표시가 되어있다. 끊긴 것은 전기뿐만 아니라, 통신도 마찬가지였다. 벨리야는 불길한 직감이 자신을 자극하는 것을 느꼈다. 이건 전력과 통신이 고장을 일으킨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차단된 것이라고. 대대적인 침입 혹은 침공이 있을 징후라고. 자신도 시설에서 질릴 정도로 배우지 않았던가. 대규모의 적이 있는 거점에 진입할 때에는 전력과 통신 등의 인프라에 먼저 파괴공작을 시행하라고. "바네사, 얘들아, 어머니 말 듣고 잘 숨어있거라. 부인, 아이들을 안전한 방으로 데려가 주세요. 그리고 자네, 만찬은 내일로 미뤄야겠군. 장비 착용하고 따라와. 곧 경보가 발령될 거야." 벨리야의 등골을 타고 불안감이 스멀스멀 치밀어올랐다. 왠지, 이 침입 혹은 침공이 목표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애인의 이름을 불안하게 중얼거렸다. "렉시..."
"젠장, 브룩, 이 버튼 먹통인 것 같은데..." "그거, 그 버튼... 작동 안 되냐?" "아무리 눌러봐도 아무 반응도 없어... 염병할, 염병할." 뷰캐넌은 목소리에 한가득 실린 불안한 떨림을 도무지 감출 수가 없었다. 지금 지하 층에 정체 모를 침입자가 돌아다니고 있고, 경보를 울려서 시설 전체에 위험 상황을 알려야 하는데, 지하시설 곳곳에는 경보 사이렌을 작동시키는 경보 버튼이 있어 그것의 덮개를 벗기고 버튼을 누르면 비상등이 점등되고 온 바이코누르 지구에 경보음이 전파되어야 할 터인데... 뷰캐넌은 초조하게 그 커다란 버튼을 주먹으로 쾅 내리쳐 보았다. 전력계통이 완전히 나가버린 모양이다. 확실히 누군가가 아주 정교하게 전력을 차단한 듯했다. 이제 뷰캐넌과 브룩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 지하 구획의 다른 쪽에 마련돼 있는 전력실로 가서, 전력을 복구할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야, 브룩, 우리... 전력실로 가야 돼. 전력실로 가서," 하면서 뷰캐넌은 브룩스를 돌아보았다. 브룩스의 목 위에 멀쩡히 있던 머리가 사라져 있었다.
문을 열고 나온 바이코누르 지구는 평소의 흥성거리는 생동감은 없이, 불안하게 웅성거리는 소리만이 옅게 섞인 불길하고 무거운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벨리야는 품 속 깊이 넣어두었던 권총집을 가슴 앞쪽으로 끌어당겨 고쳐메고는, 탄창만 끼워놓고 장전은 안 해두었던 권총을 장전했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비상경보체계 앱을 키고 경보 내용을 기입했다. 침공 징후 감지. 주둔지 경보단계 3단계로 격상. 모든 전투원은 전투 준비한 채로 집합장소에서 대기할 것. 침입자의 징후가 있을 시 자율적으로 교전하고, 스스로를 지킬 것. 경호중대는 즉시 2개 소대씩으로 나뉘어 옥상과 지하시설을 점검할 것. 벨리야는 핸드폰을 치켜들었다. 곧이어 핸드폰에서 대단히 귀에 거슬리는 빼애애애액 하는 고음이 방출됐다. 그 고음을 시작으로, 곧 바이코누르 지구 곳곳에서 마치 메아리가 울리는 것처럼 그 경보음들이 되풀이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핸드폰의 마이크가 그 시끄러운 고음을 인식해서, 그 고음에 전자화되어 포함되어 있는 경보 내용을 접수하고는 자신이 접수한 경보음을 한 번 되풀이해서 방출하는 것이었다. 경보음이 소리를 매개체로 핸드폰들을 차고 릴레이식으로 퍼져나가는 것이었다. 바이코누르 전체에 경보가 떨어졌다.
700위권의 조직, 용병연합 바이코누르 소속의 용병 중사. 뷰캐넌은 스스로에게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고 자부했다. 도시에서 탑 10 안에 드는 초장거리 저격도 성공해본 적 있고, 권총 한 자루와 소총 한 자루를 들고 50여 명의 적대 마피아 전투원들이 들어찬 건물을 탈출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도 싸워보았고... 그런 전투에서 뷰캐넌은 모두 이겼고 살아남았으며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뷰캐넌이 처해 있는 이 상황은 그의 이해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맞서싸우기 힘든 적이 아니라, 저항 불가능한 재앙. 이런 결말은 싫다. 아무런 불빛도 없는 지하시설의 미로 한켠의 시체가 되고 싶지는 않다. 뷰캐넌은 비명마저도 지르지 못하고 유일하게 남은 권총을 뽑아든 채로 숨을 씨근거리며 달리고 있었다. 이 어두운 복도들 어딘가에 숨어있을 살인귀를 피해서. 전력실로는 갈 수 없다. 출구. 출구로 나가야 한다.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중무장을 하고 집결해서 지하 시설로 내려가는 입구를 향해 일렬로 투입되는 경호중대가 보였다. 그들을 따라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먼저 가야 할 곳이 있었다. 대부분의 전력설비가 지하에 있지만, 중앙통제실에는 별도 비상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전력을 바이코누르 지구 전체로 돌리면 적어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시간 동안은 비상전력과 통신 시설을 가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벨리야가 주로 사용하는 산탄총과 나이프, 탄약, 수류탄 등의 로드아웃이 다 중앙통제실에 있었다.
뷰캐넌은 마침내 낯익은 표지판이 붙어있는 벽을 발견했다. 이 벽을 끼고 코너를 돌면, 지상으로 올라가는 출구다.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서... 지하로 통하는 문을 봉쇄해버리고, 비상 상황을 전파해야 한다. 그는 눈을 가리고 있는 야간투시경을 벗어제치며 모퉁이를 돌았다... 지상으로부터 새어들어오는 빛이,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새빨갛게 비추고 있었다. 이 계단은 흰색이었던 것 같은데. 뷰캐넌은 멍청하게 생각했다. 이어서 계단에 쓰러져 있는 지휘조 두 명의 시체가 보였다. 그리고 계단의 가장 위, 지상으로의 출구에서 내려오는 빛을 등진 누군가가 우두커니 서서는 뷰캐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늘에 잠겨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키가 늘씬한 여인이었다. 어두침침한 조명 속에서도 새빨간 계단 위로 흩날리고 있는 새하얀 머리카락이 아름다웠다. 뷰캐넌은 직감했다. 저 여인이 4번 문을 열고 올라와 동료들을 모두 죽여버린 살인마라고. 정적 속에서, 뷰캐넌은 있는 대로 악을 쓰며 고함을 지르면서... 손에 들려있던 권총을 치켜들고 그 소녀를 향해 방아쇠를 탕, 하고 당겼다. 대답으로는, 총알이 어딘가에 맞는 퍽 소리가 아니라... 캉, 하고 무언가 금속성 표면에 맞아 튕겨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녀의 손에는 어느샌가 섬뜩하게 빛나는 길다란 것이 쥐어들려 있었다. 뷰캐넌은 기함을 지르면서, 다음 탄을 발사했다. 또 다음 탄을, 다음 탄을 탕 탕 탕 하고... 그러나 권총탄은 그녀를 전혀 멈추지 못했다. 계단을 저벅저벅 걸어내려오는 그 얼굴없는 여자의 팔은 탕 하는 총성이 울릴 때마다 자세를 바꿨고, 캉 하는 도탄음을 남겼다. 캉 캉 캉 하고... 총알을 쳐내고 있는 것이었다. 탄창의 마지막 총알이 총구를 떠나고, 탄창이 비어서 권총 슬라이드가 후퇴된 채로 철컥 걸릴 때쯤에는 그녀는 이미 계단을 다 걸어내려와 뷰캐넌의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생각보다 앳되다고 뷰캐넌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몸에 힘이 빠져 풀썩 쓰러지고 있다고 느꼈다. 바닥에 머리가 충돌해 시선이 위쪽으로 굴러올라갔을 때, 익숙한 손목시계가 채워져 있는 몸이 그때까지도 우두커니 서 있다가 서서히 쓰러져내려오는 것을 본 게 뷰캐넌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따뜻한 물을 부으니 찻잎은 마구 춤을 춘다. 잔에 담긴 따뜻한 차의 향은 방독면 너머로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왠지 그것을 보니 마음이 조금 편해진 기분이다.
청년은 다가와서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더니 구경을 원한다고 한다. 다소 도발적인 동작일 수 있으나, 그 뒤의 태도로 보아서는 순전히 호기심 어린 행동인 듯 하다. "당신, 살인에는 제법 재능이 있어뵈는군." 보통 감정을 거의 내색하지 않는 그로서는 제법 우호적인 반응이었다. "좋은 걸 알려주지. 옷의 피냄새를 지우고싶다면, 그냥 태워버리쇼. 보통 사람이 어줍잖게 세탁해봐야 답도 없으니."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 얘기지만, 우스갯말을 하는 것처럼도 안 보였다.
페퍼는 우선 부숴진 의자며 테이블 따위를 모두 치워버리고, 자리를 멀끔히 만든다. 시체들은 한 번에 두 구씩, 어깨에 매어 업무용 라보에 던져놓는다. "청소업체는 워낙에 많지. 어중이떠중이 허섭스레기 같은 것들 데리고 일해봐야 잘 되던 장사도 말아먹을거요. 이것 보쇼."
페퍼는 업체들이 으레 사용하곤 하는 소독제를 뿌리고, 조금 기다린 후에 솔질을 했다. 사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체액이 눌러붙지도, 그리 심하게 굳지도 않았건만, 그 자국이 지워질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 그러더니 차에서 이산화염소수와 어떤 모종의 촉매제가 들어있는 통을 가져와서는 적당히 감으로 한 통에 섞어버린다. 그 혼합물을 바닥에 던지듯 뿌리고, 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솔로 문지르자 눈에 띄게 흔적이 사라진다. "특수한 촉매제지. 기술특허도 냈다고." 허리를 쭉 펴고 무심하게 머리를 긁는 페퍼는 한번 작게 코웃음치며 말한다. "이런 일이 많은 편인가? 단골이 될 지도 모르겠군. 당신, 이름은?"
에만주 퇴근 축하축하~ 드디어 버스를 잡으셨구료! 말버러우 겟또시타라 와다시랑 랜선맞담 하기야~ 다들 오늘 저녁은 머묵는가~~ 나는 장어덮밥을 먹을거라네~~ 페퍼 롤플하려구 특수청소도 찾아보구 시체용해에 대한것두 찾아보는데 특수청소야 그렇다 쳐두 시체용해는 보통 조직폭력배 정도 규모에서는 힘들다는게 정론이라구 하네. 생각보다 뼈가 그렇게 쉽게 안녹나봐~ 역시 인간은 대단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