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일이라곤 할 수 없지만 거들었던 기억은 없어 자유를 비싸게 산 것도 같지만 영혼까지 싸게 팔았던 기억도 없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늘 생각하지만 없는 기력까지 모조리 가져가는 돈의 망령이다. 저 남자는. 다른 조직들과 다르게, 상대가 원하는 게 많으면 그만큼 머리를 써야했고 상대의 요구에 휘말리지 않아야했다. 게다가 자신보다 거래나 협상에 능숙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짜증스러움이 가득 묻어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브리엘은 장갑을 낀 손으로 찌푸려진 미간을 문지르고는 떨어트리듯이 팔을 늘어트린 뒤 재킷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끝났어. 아까 내려준 곳으로 오면 될 것 같-.. 뭐야?"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더라면 부딪혔을 것이 뻔했다. 갑자기 자신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브리엘의 입장이다-사람을 향해, 내리뜨고 있던 구리색 눈동자를 비스듬히 틀어올리며 브리엘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연한 수순이다. 무심하고 건조한 표정이였지만 브리엘은 상대가 누구인지 인지하자마자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못본 척 피할 수 있는 상황은- 안될 것 같았다. 핸드폰 너머에서 이름을 부르는 운전수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브리엘은 슬쩍 주변을 곁눈질하며 입을 열었다.
"계획이 바뀌었어. 대기하도록 해."
뉴 베르셰바에서 아는 얼굴을 만날 줄은 몰랐는데. 반가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며 브리엘은 자신과 대치하는 위치에 서있는 남자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이름까지 기억이 났다. 브리엘, 브리엘 스카일러. 자신이 밖에서 의뢰를 받던 중 만난 손님 중 한 명이었다. 손님이라기엔 느낌이 다르려나. 자신이 판매한 독에 중독된 환자를 돌보는 의사였었으니까. 의사가 찾아왔던 것도 처음이었고, 꽤 눈에 띄는 미인이었던 것도 특이할 점이었기에 인상에 깊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날카로운 느낌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고, 이렇게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음… 어쩐다 생각이 들었다. 조금 난처한 얼굴을 띄우며 하웰이 말했다.
“이미 그렇게 말하는 것 부터가 우리 서로 알고 있어요, 하는 거잖아요. 스, 아니, 음… 여기서는 어떻게 불러야 될까요?”
자연스럽게 스카일러 선생님이라고 부르려다가, 이 도시에 들어오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들어왔을지도 모르니 바로 입을 닫았다. 정체를 발설했다가 슥삭 당하는 거나 일이 일파만파 퍼져 감당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이나 둘 다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자신의 실수 때문에 이미 브리엘은 자신이 이름과 성까지 다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을 것 같지만… 이러다가 나, 슥삭되는 거 아닐까? 하는 작은 걱정이 피어오르기는 했다.
사내는 남자와 여자를 번갈아 보며 웃음을 간신히 참아냈다. 이렇게 웃긴 곳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어, 조금 더 자주 와야겠네, 따위의, 누군가가 들으면 기겁을 할지도 모를 류의 생각을 했다. 다만 '네에요.', 제 앞 남자의 말이 거슬리긴 했다. 저런 식의 어법이라면 저 남자가 일곱 살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내의 생각에 더욱 힘을 실어줄 따름이었다.
"그래, 기대할게."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한껏 따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 지금 심심해, 재미없어, 무료해. 감정을 온 몸으로 표현하듯 정갈한 손톱으로 식탁을 갉작였다. 죽은 단백질과 나무가 마찰하며 불쾌한 소리를 냈다. 피피는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목이 간지러워져버렸다. 평소 같았다면 기어코 피를 볼 때까지 하염없이 살갗을 파고들었겠지만, 지금은 그래선 곤란하다. 이게 흉터가 아니라 피부병이라고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다.
'저 여자 반응을 봐선 오히려 들켰다간 쫓겨날 것 같고.'
속으로 중얼거릴 때쯤 음식이 나왔다. 고맙다고 쫑알거린 뒤에야 '땡글이'의 정체를 살펴보았다. 마요네즈에, 치즈.. 사내는 미트볼 모퉁이를 포크로 짓이겼다. 비집고 스며나오는 모짜렐라를 보고 헛웃음 지었다. 다른 건 몰라도 혈관은 안녕하지 못할 게 뻔하군. 사내는 리스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하웰을 바라보던 브리엘의 구리색 눈동자가 아래로 향했다. 시니컬하고 무심하지만 나른한 인상을 유지하는 얼굴은 호의적인 웃음도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를 바라봤던 구리색 눈동자에는 곤란함과 난처함이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졌을 것이다. 통화를 하기 전에 했던 것처럼 브리엘은 자신의 미간을 엄지를 이용해서 몇번 문질러보였다.
갑작스럽게 머리가 아파왔다. 이유는 알 것 같은 편두통이었다. 젠장. 하필이면 비상시에 사용할 생각으로 가지고 다니는 두통약도 차에 두고 왔기 때문에, 브리엘은 지금 밀려오는 두통이 짜증스러웠다. 아직 스카일러라는 성을 사용하고 있는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이 뉴 베르셰바에 있을 줄이야. 리스크를 안고 뉴 베르셰바에 들어왔지만, 그 리스크가 이렇게 돌아올 줄 몰랐다. 브리엘 스카일러라는 여자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미간을 문지르던 브리엘의 손이 관자놀이로 향하고 꾹, 하고 누르기에 이르렀다. 그 상태로 브리엘은 하웰을 다시 바라본다. 아직 응급실을 돌고 있을 때, 이제는 이름도 기억하지 않는 환자와 관련된 남자.
"호칭을 고민하는 것보다 이대로 그냥 모르는 척 가주는 게 당신도, 나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 그냥 가줬으면 좋겠어."
돈의 망령이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고 브리엘은 소란을 피우는건 사양이었다. 3년 전 그날, 그 누구도 모르게 뉴 베르셰바에 들어왔을 때처럼 그저 누구도 모르게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도착하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에만은 창밖을 봤다. 무기력하게 늘어져있던 전과 달리 이번엔 상념에 잠긴 듯 한참이고 지나치는 행인, 차, 어두컴컴한 거리와 비탄을 지켜본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은 길어야 2초도 안 될 것인데 그 모든 것이 느린 느낌이다.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 나열하듯 머리는 모든 걸 담고 기억했다. 문득 보이는 신문사의 전광판을 보며 에만은 가면 속의 눈을 감았다.
이내 새로운 것을 마주하고 눈에 담은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군가는 이런 구역에 오랜 기간 있어 익숙할지도 모르는 장소가, 딱딱하고 무기질적인 세상에 살던 에만에게는 새로운 것이었다. 옛 시절의 잔재를 재현한 듯 쉬이 보기 어려운 양식으로 이루어진 건물. 에만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훑어본다. 초록색의 고풍스러운 벽지는 과연 한때 소문으로만 떠돌다 실화로 밝혀진 괴담처럼 비소로 만들었을까. 적어도 그 끔찍한 초록 물감이 나오는 시대가 이 건축 양식과 다른 걸 작은 꼬맹이는 모를 것이다. 아니, 어차피 도시는 이 양식 저 양식 다 섞였을 테니 정말 비소일지도.
에만은 직원의 가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자신을 이곳까지 오게 만든 사람을 향해 시선을 돌려 올려다본다. 대체 이런 곳은 어떻게 아는 걸까? 혹시라도 눈앞의 사람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이곳에서 밤을 지새운 건 아닐까.. 에만은 자못 안타까운 공상을 했다. 그 공상이 사실이라 한들 지금은 후회하지 않으리라. 에만이라는 사람은 누군가처럼 온정을 단숨에 내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기에. 불안함을 표하거나 따지는 대신 에만은 승강기 내부에서 천천히 그의 손가락을 쥐었다. 다른 손으로는 오른쪽 귀에만 꽂아둔 무선 이어폰을 귀에서 빼 주머니에서 넣었다. 희미하게 이어폰 너머로 총성이 울렸으나 누군가의 죽음 따위는 신경 쓸 것이 아니었다.
암전. 현재. 짧지만 부채꼴로 흩어진 분홍빛이 감도는 금발, 올라간 후드 사이로 보이는 가느다란 허리. 에만은 푹신한 침대 위에서 다가오는 손길에 눈을 감았다. 누군가 가면에 손을 대면 칼부터 꺼냈던 여린 아이는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렇게 얼굴이 드러났다. 지금껏 드문드문 드러내었던 작은 입술과 그 위의 오똑한 코만으로는 이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분위기가 어떤 사람인지, 과연 그 안은 정상일지.
마침내 드러난 눈은 혹한을 닮았다. 삶의 의지라고는 일절 없던 에만이 갖기에는 과분한 눈동자였고, 에만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그 속의 감정이 얼어붙어 냉소적인 것 같기도 했다. 긴 속눈썹 밑으로 선명하게 박힌 눈동자는 채도가 낮고 명도가 높다. 마치 속까지 단단하게 얼어붙은 얼음처럼, 하얀색에 자못 가까울 만치 투명하고 옅은 하늘색 눈동자가 유리처럼 굴러 시선을 마주한다. 끝이 살포시 올라간 눈매가 호선을 그어냈다. 무엇이 부끄러운지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입가를 손등으로 가린다. 그리고 빤히 마주하다, 작고 힘없이 키득거리고는 두 팔을 뻗어 목덜미를 끌어안아 당기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829 그렇군! 어느정도 그럴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럼 키우는 것도 담당하는 연구원들이 있었겠구나. 전반적으로 인간이니까 애기 때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가였을 것 같구~
>>830 아니 덕매의 이름 비하인드..! 나는 덕매가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예쁘고! 신종마약의 생산지라. 하웰의 조직 클로리스에도 약을 취급하기는 하지! 상품성이 있는 마약을 소량 생산되어 조직단위로 판매하는 것이지만. 하웰은 지점인 꽃집에서 독만 판매하고 있지만 말이야. 흠…. 덕매가 꽃집에 찾아올 것 같지는 않고…
시안주와의 선관… 고민이 된다… 흠. 흐음… 흐ㅡ으으으으므….. 하웰이 꽃집을 하는데 꽃 배달을 하지 않느 것에 의아해서 혹시 꽃배달 생각이 있으면 이쪽으로 문의달라고 영업하러 온 시안이라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