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416068> [all/일상/느와르] people has no remorse - 07 :: 1001

◆RCF0AsEpvU

2022-01-04 13:37:43 - 2022-01-05 13:13:54

0 ◆RCF0AsEpvU (6MnjasN8PQ)

2022-01-04 (FIRE!) 13:37:43


모르는 일이라곤 할 수 없지만
거들었던 기억은 없어
자유를 비싸게 산 것도 같지만
영혼까지 싸게 팔았던 기억도 없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위키 https://bit.ly/3EI7TkW
웹박수 https://bit.ly/3pyCTjh
임시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405078
시트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412081

237 ◆RCF0AsEpvU (6MnjasN8PQ)

2022-01-04 (FIRE!) 18:12:30

제로미주
미안하지만 몇 번만 더 이어주라

238 제롬주 (yYxtPhc1uQ)

2022-01-04 (FIRE!) 18:13:59

>>237 (매우 좋다는 의미의 따봉)

근데 무라사키 다른 의미의 친구도 있는 것 같은데...????

239 ◆RCF0AsEpvU (No2blYBEOo)

2022-01-04 (FIRE!) 18:16:10

아니아니 그런게 아니고
무라사키에게 지금까지 친구란 자기를 괴롭히던 학교애들이었으니까 말이야
이제 진정한 의미의 친구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라는거지

그리고 그 애들은 전부 무라사키가
ㅊ/ㅣ/ㄴ/ㄱ/ㅜ
로 만들어버렸지

240 제롬주 (yYxtPhc1uQ)

2022-01-04 (FIRE!) 18:17:29

>>239 호오오오우....
이해...했습니다...

241 쥬주 (Tenm5iSAak)

2022-01-04 (FIRE!) 18:19:08

>>234 흑흑~ 다소 흔해빠진 이야기긴 하지만~
그래도 쥬는 감사하며 살아갔다고 합니다~
이젠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메데타시 메데타시~

242 페퍼 - 에만 (BOTPdDZztM)

2022-01-04 (FIRE!) 18:20:18

가늘게 떨리는, 허벅지를 덮을 정도로 큰 후드를 꽉쥔 손. 목덜미에 돋아나는 피부의 일어남, 긴 주저와 망설임, 그리고 떨리는 숨소리. 이것들은 모두 무의식의 영역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의식하지 않고 축적해온, 자기방어적 기작. 이런 미세한 반응을 모두 인지한 페퍼는 그가 과거 모종의 학대를 당했음을 쉬이 알 수 있었다. 어떤 과거를 지녔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 무척이나 끔찍하고,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무언가였으리라.

그러나, 가슴이 아릴 정도로 아프고도 한없이 애닳는 것은, 이 작은 인간은 그럼에도 자신을 믿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거친 손바닥을 어루만지듯 쓸어내리면서, 조심스레 손가락 하나만을 쥐는 저 모습. 두려움에 떨면서도 팔을 뻗는 저 모습. 그것은 페퍼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움직이기는 어렵지만, 일단 한번 움직이면 멈추기도 어려운 것. 그것은 질량이 큰 물체다.'
페퍼는 생각한다. 어쩌면 어리석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고작 추레한 늙은이 따위가. 남루한 넝마자루나 다름없는 자가. 몸도 마음도 이미 황폐하게 변해버린 나와 같은 자가 감히.
'그리고 내 가슴 속에는 그 물체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현듯 홀로 매혹적인 공포에 이끌려 장미로 가득한 가시덤불로 발을 옮긴다. 자신을 삼키는 거대한 악마의 아가리같은 미로 속으로. 유혹적인 속삭임에, 페퍼는 가까워지는 팔을 내치지 않는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목에 휘감기는 팔의 온기를 반기고, 이렇게 차갑고 비정한 도시 속의 이 작은 움직임을 예찬한다.

"나는 너에게 화내지 않아."
그의 몸통을 그러안은 채로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귓가를 간질이는 숨소리는 마치 새근거리는 듯 하다. 당장이라도 몸서리치게 될 것만 같다. 가슴 깊은 곳부터 오싹함을 느끼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한다.

"불안한가?"
부러 묻는다. 이미 명약관화함에도. 이는 페퍼 자신을 위한 질문이었다.
"사람 많은 곳이 싫다면…"
"…좀 더 조용한 곳으로 가도 좋아."
신중하게 말을 고르던 페퍼는, 결국 약간의 어색함은 감내하기로 했다.
"네가 원한다면… 말이지."

#어... 이거 전개가 어떻게 가는거죠. 난 모르겠다 (호다닥)

243 이리스🐈‍⬛주 (9ddXuhQNQI)

2022-01-04 (FIRE!) 18:22:07

끄앙 추어라(*°▽°*)

244 에만주 (1hsgdSk3xg)

2022-01-04 (FIRE!) 18:25:57

어머나.

245 제롬주 (yYxtPhc1uQ)

2022-01-04 (FIRE!) 18:27:33

(제자리에 착석하기)

>>243 옷 따뜻하게 입으세요!!
냥하로 냥하로~

246 쥬주 (Tenm5iSAak)

2022-01-04 (FIRE!) 18:28:58

어머나~ 추가결제요~

>>243 이리스주 무사히 돌아오기야~ 아이스냥이 되면 아니된다~

247 이리스🐈‍⬛주 (9ddXuhQNQI)

2022-01-04 (FIRE!) 18:33:47

>>245 >>246 이미 설냥이닷...●˙^˙●

248 브리엘주 (0F4FfWkNLA)

2022-01-04 (FIRE!) 18:35:58

호호호. (일상을 보며 팝콘을 씹으며 사라지는 망령)

249 쥬주 (Tenm5iSAak)

2022-01-04 (FIRE!) 18:36:24

>>247 아이고난~ 이럴순 없다~
이미 설묘라니~ 흑흑~

250 쥬주 (Tenm5iSAak)

2022-01-04 (FIRE!) 18:37:00

>>248 브 잡아라 브~ (추노)

251 페퍼주 (VhnsHPus76)

2022-01-04 (FIRE!) 18:41:29

옷 따숩게 입어 모두들!~~ 와다시는 따수운 작업복에 내복이랑 스웨터에 기모바지로 꽁꽁 싸맸다구~
>>247 이리스주 잠들면 않 되 ~ ~~π∆×÷∆¶
>>244 으아~~ 뭐하는거에요 수위 조절해야한다구요~~!!
>>248 브주 외 사라지는 거야 ~ ~ ~~ ~ 돌아와!~~~

252 브리엘주 (0F4FfWkNLA)

2022-01-04 (FIRE!) 18:43:16

여, 모두 좋은 저녁 보내고 있니?
본인이 왜 사라지냐면...........
현생이라는 놈 때문이다. 본인, 아마 온다면 11시 넘겨서 한번.
또는 am.4시에 올테니 그때까지 불초, 잊어버리고 계시게...

253 쥬주 (Tenm5iSAak)

2022-01-04 (FIRE!) 18:43:27

오~ 단단히 입었구나 페퍼주~ 멋져멋져~
겨울엔 최대한 따뜻해야지~

특히 목부분~ 감기걸리기 쉽다구~

254 쥬주 (Tenm5iSAak)

2022-01-04 (FIRE!) 18:44:21

>>252 "ㄱ" 할게~~ 브에 대한 모든것~~

255 브리엘주 (0F4FfWkNLA)

2022-01-04 (FIRE!) 18:45:41

>>254 아니, 어이...그러지말라구. 죄책감에 쓰러져버리고 말아..... AM:4시에 보자구.

256 ◆RCF0AsEpvU (6MnjasN8PQ)

2022-01-04 (FIRE!) 18:48:29

AM 4시인가
그때까지 스레를 지키는 것이 오늘 캡틴의 미션이겠군

257 쥬주 (Tenm5iSAak)

2022-01-04 (FIRE!) 18:50:50

그으럼 잊어버리지 뭐~ (뚝배기)
아무튼 조심히 갔다와~~

258 아스타로테 - 카이 (I1OM94ixM6)

2022-01-04 (FIRE!) 18:53:49

병이 빈 걸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새 걸 가져오는 카이의 센스는 여인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가져올까 묻지 않은 점도 매우 마음에 든다. 그게 술을 팔려는 상술이라고 해도, 지금은 그저 마시고 싶은 기분이었고. 그 기분을 맞춰주는 행동에 무슨 불만이 있을까.

새로운 병을 열어 술을 따르며 대화는 이어진다. 결국 상부상조 아니냐는 말에 그렇지 라고 짧게 넘겨주고 술 한잔을 넘긴다. 서로 다른 생각에 그럴지도, 라고 하길래 말 대신 작게 웃는다. 후후.

"보스라서 그런게 아닐지도 몰라. 나는 사실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싱긋 웃는 얼굴로 하는 말이 가볍디 가벼워 그대로 날아갈까 싶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 여인은 남아있을까.

"얘 웃는 것 좀 봐. 됐다 됐어. 오든가 말든가 마음대로 하렴. 가게 밖에 모르는 애한테 기대 같은 건 안 할련다."

속 빈 불만을 들은 카이가 아까보다는 선명히 웃자 여인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안 그래도 새침한 눈이 가늘어지자 째릿한 시선을 만들었다. 카이의 웃음이 쉬이 사라진 것처럼 여인의 표정도 흩어지듯 풀렸다. 풀린 채 아무 표정도 없이 술과 회를 번갈아 먹으며 질문을 하고, 또 술 한잔을 넘긴 뒤에 답을 들었다. 흔한 가십거리에 조금은 흥미가 가는지 자색 눈동자가 옆으로 슥 굴러갔다 다시 돌아오고 멈췄던 여인의 손이 병을 들어 술잔을 채웠다.

"그래. 요즘 심심했는데 잘 됐다. 연락이나 한번 보내봐야겠네."

하는 말만 들으면 그저 사업상의 무언가를 하려는 듯 하다. 회를 집어드는 여인에게서도 지금은 그저 별 생각 없이 거래처를 늘려볼까 생각하는 모습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는 며칠 뒤 그들의 행방이 말해줄 것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흔적이 나올테니.

"음. 맞아. 요즘 '밖'에서 가재류랑 새우류가 많이 나온다더라. 상태도 엄청 좋고. 좀 들여줄까?"

꼬득한 날개살을 씹던 여인이 자연스레 말을 꺼냈다. 여기 오기 전 서류들 속에서 봤던 내용을 떠올린 참이었다. 사실 그거 때문에 회가 생각난 것도 있었는데. 그래도 가기 전에 떠올려서 다행이었다. 여인은 대답을 기다리며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다시 채웠다.

259 제롬 - 무라사키 (Pdhwq1HCG6)

2022-01-04 (FIRE!) 18:55:48

길바닥에서 부딪힌 것을 계기로 오늘 처음 만난데다, 심지어 청부업자일지도 모르는 소녀.
이녀석이 어떤 인간인지 자신은 아직 모른다.
지금은 순진한 척 해도 어느 순간 돌변해서 자신의 뒷통수를 치고 갈지도 모른다.
사실, 유명한 뒷골목의 싸이코패스 살인마가 잠깐 흥미삼아 이런 연기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를 죽이기 위해 고용된 킬러가, 이녀석일지도 모른다.
리스크를 생각하면 끝도 없다. 최악의, 최악의, 최악을 상정해도 모자란다. 이 빌어먹을 비탄의 도시에선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 상황을 최악으로 이끌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것들은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까."

무라사키의 질문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의 그와 같은 소녀.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싶고, 가까이 가고 싶지만, 아무도 다가와주지 않아, 그대로 쓸쓸히 있었던.
제롬은 그런 소녀에게, 자신이 이리스에게 받았던 도움과 똑같은 도움을 주고 싶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고 다가가는 것.

'나 역시 이리스가 없었다면 받지 못 했겠지.'

그는 푸석푸석한 머리칼을 조용히 쓰다듬었다. 손가락 사이를 스치는 머리칼의 감촉이 기분 좋았다.
머리 밑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조용히 느끼며 그는 과거의 자신을 보는 눈으로 무라사키를 바라본다.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좋아. 잘 부탁해, 친구."

제롬은 그 대낮의 그 어떤 하늘보다도 더 밝은 무라사키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렇기에... 밝은 미소를 짓는 소녀의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럼 친구도 되었으니까 연락처 교환할까?"

그는 명함을 건넬까 고민하다 명함 뒤 빈공간에 연락처를 적어 무라사키에게 건넸다.
'커넥션'용 단말기의 번호가 아닌, 제롬 그의 개인 단말기의 번호였을까.
그러면서 친구의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달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260 이리스🐈‍⬛주 (9ddXuhQNQI)

2022-01-04 (FIRE!) 18:55:58

셜묘는 쓰러뎌써...(,,•﹏•,,)

261 제롬주 (yYxtPhc1uQ)

2022-01-04 (FIRE!) 18:56:26

다들 다녀오세요~~~!!!!

262 쥬주 (Tenm5iSAak)

2022-01-04 (FIRE!) 19:01:09

(굴러가는 일상들이 저녁 돈까스만큼이나 맛있다.)
다들 저녁은 먹으면서 하라구~

>>260 (이불말이 보쌈)

263 제롬주 (yYxtPhc1uQ)

2022-01-04 (FIRE!) 19:04:55

>>260 (냥줍)(핫팩 쥐여주기)

264 아스타로테주 (I1OM94ixM6)

2022-01-04 (FIRE!) 19:06:09

다들 좋은 저녁. 오늘 유난히 춥다.

265 제롬주 (yYxtPhc1uQ)

2022-01-04 (FIRE!) 19:06:56

아스주 어서오세요~
아스주도 옷 따뜻하게 입으시길 바래요!

266 쥬주 (Tenm5iSAak)

2022-01-04 (FIRE!) 19:13:36

로테주도 따뜻하게 다니는 거야~

난 저녁 다 먹으면 일상 구해야지~

267 이리스🐈‍⬛주 (9ddXuhQNQI)

2022-01-04 (FIRE!) 19:14:32

>>262 >>263 겨울이..시르다...( ˃̣̣̣̣o˂̣̣̣̣ )

268 제롬주 (yYxtPhc1uQ)

2022-01-04 (FIRE!) 19:15:38

>>267 장판 위에서 식빵 구우면 따뜻할 거에요(?)

쥬주 맛저~!

269 아스타로테주 (I1OM94ixM6)

2022-01-04 (FIRE!) 19:25:45

쥬주 맛저해. 아직 안 먹은 사람도.

270 카이 - 아스타로테 (.8NFy.MPn.)

2022-01-04 (FIRE!) 19:33:13

"그래. 마음대로 할게."

카이가 고개를 주억대며 젓가락질을 한다.
잠깐 스치듯이 지나간 아스타로테의 눈빛이 꽤나 따갑다.
카이는 술을 들이키며 여러 생각을 한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정말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었다.
별 일이 없더라도 산책 삼아 한 번쯤 다녀와도 좋을 거 같으니까.

"사업 하려고?"

듣기에는 그냥 그래보였기에 카이도 그리 묻는다.
급작스러운 결정인 것도 같지만 원래 조직 간의 사업이 다 그런 거 아니겠나.
정말 사업을 하려는지, 그녀의 의중을 파악할 순 없었지만.

아스타로테의 제안에 카이의 젓가락질이 잠깐 멈춘다.

"들여주면 나야 고맙지."

그의 목소리에 묘하게 화색이 돌았다.
밖의 물건은 확실히 품질이 좋다.
그런 것들을 보다 보면 밖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다.
금세 떨쳐내버리곤 하는 생각이지만.

이제 접시 위에는 회가 몇 점도 남지 않았다. 카이가 자잘하게 남은 날개살들을 한움큼 집어 양념장으로 가져간다.

"더 가져올까? 물론 서비스로."

그는 회를 입에 넣기 전 혹시 몰라 물어본다.
원래 한 접시만 주문한 아스타로테였지만.
술을 마시다 보면 안주가 더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다.

271 카이주 (.8NFy.MPn.)

2022-01-04 (FIRE!) 19:33:44

다들 저녁 맛있게 머겅~~~!!

272 무라사키 - 제롬 (6MnjasN8PQ)

2022-01-04 (FIRE!) 19:42:17

"네, 네에...! 해요, ...연락처 교환... 에헤헤..."

연락처 교환이라는 말이 낯설면서도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 무라사키는 수줍게 웃으면서 제롬이 다시 단말기를 건네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꺼낸 것은 단말기가 아닌 명함. 이미 앞에 인포가 적혀있을 물건에 그는 도로 텅 빈 뒷면으로 돌려 연락처를 다시 적어내려가는 것이었다. 소녀는 그것에 살짝 의문을 가지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묻지는 않으려한다. '비즈니스용 연락처가 아닌 사설 연락처를 주려하나보다'라고도 생각했지만, 한 편으론 이 도시에 정말 말끔히 정직한 사람은 없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
또 그 소녀 자기자신도 실은 깨끗한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때문에 자신이 인정받고 있고, 이 도시의 속성과 맞물려 이제와서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만 말이다.
거기에 그런 부분마저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친구라고, 무라사키는 선배들께 배우며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 그럼... 저, 저도... 드릴거, 있어요..."

그리고 제롬의 명함과 말을 들은 무라사키가 칼날이 잔뜩 들어있을게 분명한 안쪽 주머니에다가 서슴없이 손을 집어넣어 뒤적인다. 어쩌면 제롬은 이 부분에서 또 흠칫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안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바, 받아주세요...!"

역시나 명함이다.
상대가 보기 편하도록 돌려 양손으로 잡아 쭈욱 뻗어 건네는 것이, 이런걸 어디서 배웠나 싶다.
명함을 건넨 그녀는 이어서 쭈뼛거리며 이렇게 얘기했다.

"저어. 이건, 제 명함인데요... 괘, 괜찮으면. 연락 해주세요...! 그, 그게에... 저, 일단 '일'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혹시 필요하시면..."

마지막 말은 흐려져서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무언가 망설이는 듯한 기색의 무라사키. 그런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 잊어버린게 생각이라도 난 건지, '앗...' 하고 소리를 내며 그네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역력하게 허둥대는 기색으로 그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제, 제롬씨...! 그, 죄송하지만,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서... 가, 가족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제가 제일 막내라... 늦으면, 안 돼요..."

그러고는 그의 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먼저 다다다- 달려 놀이터를 빠져나간다. 대체 얼마나 급한 것인지.
그러나 와중에도 확실하게 제롬이 생각나는지 뒤를 보고 손을 흔들어주는 인영이 보인다.
...이내 쿵! 하는 소리와 동반하여 '아읏...'하고 작은 신음을 내며 어깨를 감싸쥐는 모습도 보이고.
무라사키의 인영은 제롬의 시야에서 그렇게 천천히 사라져갔다. 다시금 이 도시의 그림자 속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제 놀이터에는 제롬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그런 그의 시야에 보이는 것은 그녀가 건넨 작은 명함과,
소녀가 미처 챙기지 못하고 두고 가버린, 포장지가 살짝 구겨진 일식칼의 케이스였다.

273 ◆RCF0AsEpvU (6MnjasN8PQ)

2022-01-04 (FIRE!) 19:42:42

막레를 부탁하지 제롬주

274 ◆RCF0AsEpvU (6MnjasN8PQ)

2022-01-04 (FIRE!) 19:43:08


조금만 추가할까

275 제롬주 (mJ.BQ6pMYc)

2022-01-04 (FIRE!) 19:45:24

(귀여워......마지막까지 귀여워........)

막레 드릴게요 곧!

276 무라사키 - 제롬 (6MnjasN8PQ)

2022-01-04 (FIRE!) 19:45:49

>>272
.
.
.

그리고 명함을 살펴보면 명함에는 그녀의 연락처와 함께 확실하게 적혀있다.

[르메인 패밀리 배틀리언 소속
매서커과 전투원 무라사키]

277 ◆RCF0AsEpvU (6MnjasN8PQ)

2022-01-04 (FIRE!) 19:46:14

우리 막둥이 무라사키를 귀엽게 봐줘서 고맙군 후후

278 바이코누르 1 (4q0NRKbI9Q)

2022-01-04 (FIRE!) 20:07:29

바이코누르 용병 연합의 저녁은 언제나 부산하다. 연합 용병들의 일일 보고 및 결산은 물론, 연합 소속의 상가 상인들의 매상 정산과, 이런저런 보고사항과 발표사항과 건의사항 등등. 재래시장 하나를 근거지로 중앙의 거대한 상가 건물을 본부로 두고 있는 바이코누르 용병 연합은, 대전쟁 당시 낙오된 군부대의 베테랑들이 슬럼가의 상인들과 결탁하여 만들어진 조직이었다. 2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군인들의 후손들이 장성하고, 기댈 언덕을 찾던 떠돌이 용병들이 군부 출신의 용병 세력에 의탁하기 위해 합류하면서 그 세력을 불렸다. 비록 그들에겐 더 이상 그들을 군인으로 인정하고 명령을 내리거나 계급을 부여해 줄 상부도 인사명령도 없었으나, 그들은 그들을 위해 군대의 질서와 방식, 계급체계를 그들의 정체성으로 그대로 유지하면서 선거제 진급을 도입해 능력있는 사람이 질서있게 이끄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 결과 지금의 바이코누르 용병 연합은 용병들과 상인들과 그들의 가족들, 약 팔백여 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조직서열 700위권 중반대에 안착해 있는... 단순한 용병 연합이 아닌, 뉴 베르셰바라는 도시 안에 형성된 또다른 작은 마을과도 같은 활기와 생기가 넘치는 공동체로 자리매김해 있었다.

바이코누르 용병 연합의 일일결산을 마친 공동체 지도자, 대대장 벨리야 발렌코프는 저녁 회의의 해산을 선언하고는 삼삼오오 몰려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마의 땀을 가볍게 닦았다. 하루하루가 결코 쉽다고는 할 수 없었다. 모든 게 아직 불안하고,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모자란 것은 너무 많았다. 물론 결성 초기의 초라한 모습에 비해 용병업과 유통업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조직서열 상위권에 안착해 있는 지금의 상태를 비교해 보면 상전벽해라 할 만한 차이가 있었으나, 바이코누르 용병대의 뛰어난 무장수준과 훈련수준은 그만한 유지비를 요구했고, 이름과 달리 용병단이라기보단 하나의 마을 형태를 띄고 있는 바이코누르 용병연합은 일반적인 용병단의 예산 외에도 다른 생각해야 할 예산이 많았다. 바이코누르 용병연합의 생존기는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그러나 벨리야는 바이코누르 연합에서의 나날들을 사랑해 마지않았다. 바깥의 뉴 베르셰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박탈당했던 어떤 생동감이 이 독특하고 특이한 공동체 안에는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가족이라고 하면 될까. 오갈 데 없는 떠돌이였던 자신을 받아들이고 어디서 온 누구인지도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를 자신을 그저 동료로서 가장 유능하고 가장 신뢰할 만하다는 이유로 연합을 이끄는 지도자로까지 신임해주고, 불평불만은 하지만 자신에게 인간적인 신뢰를 한가득 갖고 계속 믿고 따라주는 연합원들이, 날 때부터 가족이 없었던 벨리야에게는 뒤늦게 만난 가족과도 같았다. 우리는 우리가 서로를 가족으로 선택했다-고 말하던 전임 대대장의 퇴임사가 눈을 감으면 아직도 귓가에 쟁쟁했다.

"대대장임!"

회의에 사용한 이런저런 서류들을 차곡차곡 모아 파일에 끼워넣고 있자, 특유의 혀짧은 발음의 앳된 목소리가 벨리야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보면 연합지구의 아이들 중 하나인 꼬맹이 바네사가 벨리야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제법 그럴듯한 경례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마 소령인 아버지가 직접 가르쳐준 자세겠지. "충떵!" "충성." 벨리야는 꼬마 바네사의 발음을 교정해주면서, 마주 경례동작으로 바네사의 경례를 받아주었다. 벨리야가 손을 내리면 바네사도 손을 내리고 히 웃는다.

"그래서 무슨 일이니, 바네사?"
"대대장임께서 꼭 바주서야 할 게 이떠요!"

바네사가 고사리같은 손을 뻗어서 흉터투성이의 벨리야의 손을 더럭 거머쥐고는 톡 당긴다. 바네사의 해맑은 모습과 목소리에 오늘분의 피로가 햇살 아래 그림자마냥 물러가는 느낌이 들어, 벨리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바네사의 조그만 손에 끌려갔다. 끌려가면서, 그녀는 바네사에게 질문했다.

"그 봐줄 거라는 게 뭔데?"
"가서 보셔야 아라요! 꼭 모셔오래떠요!"
"누가?"
"비밀! 히히."

바이코누르 상가의 문을 나서서, 잡동사니들로 짜맞추어져 이루어진 생동감이 그득그득 들어찬 골목으로 들어간다. 아직도 불이 밝혀져 있는 재래시장 골목을 지나자, 경례를 붙여오는 부대원들도 보이고,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어오는 연합 소속 주민들도 보인다. 문득 저녁의 이 순간이 가슴이 따뜻해, 벨리야는 저절로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짓고 손을 흔들어 마주 인사하게 되었다.

바이코누르 용병연합이 점거하고 있는 재래시장 구획이 애초에 그렇게 크지 않아서 주거구획까지 가는 길이 멀지는 않았다. 지치지도 않고, 뭐가 그리 신나는지 활짝 웃음꽃을 피운 채로 바네사가 벨리야를 이끌어온 것은 다름아닌 바네사의 집이었다. 바네사가 벨리야를 데려오는 것을 온 가족이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철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가니, 겨울철 가정의 정취를 담은 맛있는 음식 냄새가 담긴 훈훈한 바람이 벨리야와 바네사를 푸근히 받아안는다. 거실에서 바네사의 부모와 두 동생이 초대받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압빠- 대대장님 모셔와떠여-"
"아, 대대장님 오셨습니까."
"누추한 집이지만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부인. 누추하다뇨. 아늑하기만 한걸요. 자네도 잘 지냈나. 뭐라 연락도 변변히 못 넣고 이렇게 불쑥 방문해서 미안하지만... 자네 댁 공주님이 급작스럽게 날 초대해서 어쩔 수 없었거든. 공주님께서 날 친히 데려오신 이유가 있겠지?"

벨리야는 현관에 선 채로 아직도 자신의 손을 꼭 쥐고 있는 바네사의 손을 들어보이며, 아직도 헤실헤실 웃고 있는 바네사를 따라 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온화하게 미소지어 보였다. 인사장교인 소령이 곧 대답을 내놓았다.

"주제넘은 일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대대장님께서 스스로의 생일을 모르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사기록을 조회해봐서, 대대장님께서 바이코누르 연합에 합류하신 날짜를 찾아보았는데... 그 날짜가 오늘이었습니다. 그게 우연히도 우리 꼬마 바네사의 생일과 똑같은 날이어서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남편과 상의해서 조촐하게나마 생일상을 차리고... 대대장님을 저녁 만찬에 모셨으면 해서 이렇게 무례한 초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우리 남편이 대대장님께 여쭈어보겠다고 했는데, 우리 공주님이 꼭 대대장님을 모셔오겠다고 우겨서요. 혹시 우리 딸이 대대장님께 무례하게 굴진 않았는지..."

현관을 열 때 따스하게 불어온 훈풍이 담고 있던 온기. 바이코누르 재래시장에 한가득 차 있는 그런 온기가 차갑게 얼어있던 벨리야의 마음을 녹인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벨리야는 아직도 주민들의 이런 마음 따뜻한 호의를 접할 때마다 마음 속에서 깊은 감격을 느끼곤 했다. 바이코누르가 그녀에게 채워주었던 것들이 문득 눈물샘으로 치밀어올라올 것 같기에, 벨리야는 눈시울이 욱신거리는 것을 꾹 눌러참으면서 미소지어 보였다.

"그럴 리가요, 부인. 어찌나 정중하게 초대를 해주는지 도무지 거절할 수가 없었답니다."

벨리야는, 생에 처음으로 받아보는 생일 초대를 수락하기로 했다.

279 바이코누르 2 (4q0NRKbI9Q)

2022-01-04 (FIRE!) 20:10:16

뷰캐넌은 오늘의 임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번에 나간 작전에서 동료와 한 헤드샷 킬카운트 내기에서 진 탓에, 벌칙으로 재미없고 지루한 보초 임무를 떠맡아버리게 된 탓이다. 그것도 차라리 순찰 보초면 마을 산책하는 느낌으로 바이코누르 지구를 돌면서 슬쩍 노점상에서 주전부리도 사먹을 수 있고, 옥상 보초면 뉴 베르셰바의 야경을 구경하는 맛이라도 있으련만, 동료에게서 떠맡은 보초 임무는 재미도 없는데다 음산하고 스산해서 모두가 꺼려하는 지하 보초 임무였다. 창백하게 깜빡이는 조명에 음산하기 그지없는 분위기, 미로같은 구조. 심지어 잊혀진 옛 통로와 하수도 혹은 폐 지하철로 통한다고 알려진, 동쪽으로 난 몇 개의 단단히 봉인된 문들이 근무에 음산함을 더해주었고, 아마 대단히 짓궂은 선배들이 지어냈을 그 봉인된 문들에 대한 괴담은 지하 근무를 한층 더 음산한 것으로 만들어주었다. 이런 지긋지긋한 근무 시간 동안에는 할 게 노가리까는 것밖에 없는데다, 더군다나 이렇게 선발된 지하시설을 담당할 불운아 20명들 중 절반 정도는 그 노가리까기의 주제로 괴담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괴담을 싫어하는 뷰캐넌에게는 죽을 맛이었다.

"버키, 너 그거 아냐?"
"이번엔 또 뭔데. 자정이 되면 동쪽 3번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전등이 깜빡이는 곳에 나타나는 그림자? 특정 시간에 동쪽 2번 문에 노크를 하면 문 너머로 빨려들어간다는 거?"

뷰캐넌과 2인 1조를 짠 동기인 브룩스가 입을 열자 뷰캐넌이 툴툴거렸다. 물론 그거 아냐? 하고 운을 뗀 뒤에 나오는 이야기가 괴담이 아니라 내일 저녁의 기가 막힌 메뉴라거나, 다른 동료들 사이에 있었던 흥미로운 일이라거나 하는 화제거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저렇게 누가 봐도 딱 자기 생각하기에만 흥미로운, 아니면 분위기를 흥미롭게 만들어줄 이야기를 꺼내려 떠보는 듯한 어조를, 이 지긋지긋하고도 음산하기 그지없는 지하시설 근무에서 굳이 꺼낸다면 그야 당연히 괴담 아니겠는가. 그러나 불운하게도 뷰캐넌의 이 질색팔색하는 반응이야말로 괴담 썰을 푸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반응이었고, 브룩스는 뷰캐넌이 궁시렁대건 말건 아랑곳없이 괴담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니, 이번에는 동쪽 4번 문. 폐지된 지하철 노선 폐허로 통한다는 그 문 말야."
"아 제발 좀."

더욱 질색인 것은 이번 괴담은 또 뷰캐넌이 새로 듣는 괴담이라는 것이다.

"그게 말야, 열리게 되는 특별한 조건이 있다더라고. 다른 봉문과는 달리 4번 문을 잠그고 있는 잠금장치는 이 지하에 있는 전력실의 전력설비들과 연동이 되어있대. 애초에 여기 전력실의 전력설비들이 구 지하철을 운용할 때 쓰던 설비라나? 그래서 특별한 날짜에 특정한 순서대로 전력설비를 조작하고, 전력설비에 있는 콘솔에 특정 명령어를 장입하면 4번 봉문의 잠금장치가 풀린다나 봐. 그런데 그 특별한 날짜가 1월의 그믐날이거든. 그믐 중에서도 삭이라고, 달이 완전히 어두워지는 날. 그게 오늘이야."
"하... 그래서 뭐 4번 문이 열리면 어떻게 되는데."
"자신이 아직도 시티 헌트 전쟁에서 죽은 줄 모르는 구 지하철 차장이, 차량째로 죽어버린 승객들을 가득 태운 저승 열차를 역에 세워놓고는 새로운 승객들을 찾아서 4번 문에서 지하시설로 올라온다는 모양이야."
"정말이지 난 그런 헛소리가 딱 질색이야. 멀쩡한 키카드며 지문인증은 내버려두고 왜 그런 퍼즐같은 잠금장치를 쓰는 건데. 차장인지 뭔지는 열차에서 승객을 기다리지 않고 왜 애먼 사람을 억지로 태우려는 거래? 그보다 그 폐문들 중 하나라도 열린 게 발견되면 바로 비상경보를 울리는 게 우리 업무잖아. 좋아, 오늘 근무시간 내내 전력실에서 캠핑한다. 누구라도 전력실에 허락없이 들어오려고 하면 그 놈부터 쏠 거야."

뷰캐넌은 손에 들고 있는 기관단총을 툭툭 쳐 보였다. 명망높은 총기회사의 군납용 모델인 그것은 번쩍번쩍 윤이 나는 채로 이런저런 비싼 악세사리를 부착하고 고급 탄환을 한가득 장전해둔, 뉴 베르셰바의 최악의 총격전에도 바로 투입할 수 있을 만한 고급품이었다.

"우리 일정 시간마다 근무 포인트 순서대로 바꿔야 되는 거 알잖냐." 브룩스가 킥킥거렸다. "혹시 몰라? 오늘 근무에 들어온 녀석들 중에서 그 괴담을 알고 있거나... 어쩌면 4번 문을 개방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녀석이 있을지."
"그게 너고, 니가 4번 문을 열려고 하면 나 진짜 너 쏴버릴 거니까."

그때, 치지직 하고 무전이 들어왔다.

-6호실, 6호실. 여기는 프런트. 6호실 응답바람.

6호실이라면 뷰캐넌과 브룩스가 배정된 지하순찰 6조를, 프런트는 지하순찰 지휘조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프런트, 여기는 6호실. 용건은?"

-7호실이 연락 두절인데... 무전기 배터리가 방전되기라도 한 모양임. 7호실 현황 파악하고, 인원 궁둥짝 한 번씩 프런트 대신 좀 걷어차줄 것.

"카피. 7호실 애들 잘 있나 보고, 궁둥짝 걷어차주고 오겠음."

-2인 1조 유지하면서, 경계를 늦추지 말 것.

앞서 브룩스가 말했듯, 지하 보초는 지하 출입구에 지휘조가 고정으로 근무하고, 나머지 9개 조가 미로같은 지하시설 곳곳에 배정되어 있는 9개의 포인트를 시간마다 순환하면서 근무를 도는 것이었다. 순환 시간이 되어서 보초 포인트를 교체할 시간이 되어 이동하는 것 외에는 이유 없이 포인트를 이탈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방금과 같이 지휘조로부터 내려온 명령은 포인트에서 이탈할 만한 합당한 명령이었다. 7조는 그들이 다음 번으로 이동할 초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뷰캐넌과 브룩스는 예정된 시간보다 좀더 일찍 다음 초소로 이동하게 되었고, 다음 초소는...

"바로 그 4번 문 근처네."
"아니, 좀."

굳이 4번 문을 으스스하게 내리깐 목소리로 언급하는 브룩스의 방탄헬멧을 뷰캐넌의 손바닥이 찰싹 내리쳤다. 그때 한번 지지직 하고, 저 멀리에 있는 등불이 꺼졌다 켜지더니 멀리 있던 것부터 순서대로 등불들이 한 번씩 차례대로 점멸했다. 구 베르셰바의 낡고 오래된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바이코누르 지구의 구조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뷰캐넌은 브룩스가 또 뭐라고 할까 봐 브룩스를 쏘아보았으나, 브룩스는 굳이 전등 깜박이는 것까지 갖고 뭐라 할 생각은 없는지 아니면 스스로도 슬슬 뇌절이라 생각한 건지 별말않고 총을 받쳐쥔 채로 건들거리며 브룩스를 따라오고 있을 뿐이었다. 이 코너를 돌면 7번 근무조가 근무를 서고 있는 다음 포인트가 보일 것이다.

"......어?"

하는 소리를 낸 건, 브룩스였다. 코너 너머에 마련된, 보초 근무자들을 위한 근무 포인트. 원래대로라면 그 곳에 7번 근무조 두 명이 있었어야 한다. 그러나 거기엔... 7번 근무조 두 명의 총 두 자루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앞서 말했듯, 지휘조에 보고하고 허락을 맡거나 지휘조가 지시를 내린 게 아닌 한 근무조는 근무 포인트를 사수하고 있어야 한다. 문득, 뷰캐넌의 등 뒤로 싸늘한 감각이 그를 훑고 지나갔다. 불길한 예감이 온 몸을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뷰캐넌이 700위권의 조직, 바이코누르 용병 연합에 소속될 만큼의 용병 경력을 쌓아온 세월 동안, 뉴 베르셰바의 삶에서 그의 목숨을 몇 번이고 구해준 직감이 그에게 위험하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뷰캐넌은 무전기를 뽑아들고 보고를 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뷰캐넌의 시선 끝에 걸린 게 있었다... 저 편의 복도 모퉁이에서 익숙한 워커를 신은 다리가 복도 모서리 너머로 쑥 삐져나와 있는 게 보이는 것이다. 마치 그 모퉁이 너머에 사람이 널부러져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은, 명백히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무언가에 끌려가듯 질질 끌리면서 모서리 뒤로 사라졌다.

"야, 브룩..."
"뭔데."
"너 방금 봤어? 복도 끝에."
"복도 뭐?"
"저 복도 모퉁이 너머에 누군가가 누워 있었는데, 그게 모퉁이 너머로 끌려들어가면서 사라졌어."
"뭐야 버키. 아까의 복수냐?"
"조용히 해. 난 지금 진지하다고. 진짜로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단 말야."

버키는 무전기를 뽑아들고는 송신 버튼을 눌렀다.

"프런트. 여기는 6호실. 7호실 전원 MIA. 반복한다. 7호실 전원 MIA. 전원 경계태세로 대기할 것."

......그러나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프런트?"
"프런트! 여기는 6호실!"

뷰캐넌과 브룩스의 무전기, 둘 다 먹통이다. 뷰캐넌은 느슨하게 늘어뜨렸던 총을 꽉 쥐고 정조준했다. 브룩스 역시도 더 이상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을 생각인지, 아예 슬링으로 어깨에 대롱대롱 매달아놨던 라이플을 꽉 붙들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뷰캐넌과 브룩스는 잔뜩 경계한 채로, 누군가가 그 너머로 끌려간 모서리로 다가가서... 모서리 너머로 총을 겨누며 내어다보았다.

그리고 뷰캐넌의 사고가 잠시 정지했다. 누군가가 끌려간 이 모서리 너머에는, 동쪽 4번 문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활 짝 열 려 있 었 다 .

"........."

280 브리주 (4q0NRKbI9Q)

2022-01-04 (FIRE!) 20:13:15

1편은 휴먼 다큐멘터리. 2편은 괴담. 슬래셔와 액션과 드라마가 이어질 바이코누르의 뒷이야기도 곧 써올게요.

281 쥬주 (aVokLYLNyY)

2022-01-04 (FIRE!) 20:13:19

다들 밥먹어~~
밥 먹었으면 이불 둘러~~

282 쥬주 (aVokLYLNyY)

2022-01-04 (FIRE!) 20:15:17

브리~ 역시 브리브리하구나~ 당장에 읽도록 하겠어~

283 제롬 - 무라사키 (iCtUEcxIhg)

2022-01-04 (FIRE!) 20:19:07

커넥션용 단말기의 번호는 노려지는 일이 너무 많다. 만들 당시에 보안을 에롬에게 맡겼으니 르메인 패밀리 같은 놈들이 아닌 이상에야 뚫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안전하기는 이쪽이 더 안전하다. 특히나, 지금처럼 직접적으로 커넥션을 노리는 놈이 생긴 경우엔 더더욱.
이쪽은 애초에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을테니, 관심있는 놈도 없겠지.
제롬에게 있어, 자신의 '친구'가 커넥션에 관한 일로 휘말리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었다. 자신의 사정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준다니... 도움을 줘도 모자랄 판에...

"줄 거?"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칼날이 잔뜩 들어있을 안쪽 주머니에 손을 쑥 집어넣자 제롬은 순간 반사적으로, 무라사키의 행동을 제지할 뻔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과보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지만.

"흐응. 명함이야? 그럼 나중에 부탁할지도 모르겠네."

어디서 이런걸 배웠는지. 귀여운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
이런 모습을 보면 예의에 대해선 착실하게 배운 것 같다. 아니, 애초부터 성정이 무례한 성격은 아닌 것처럼 보였으니까.
명함을 살펴보기도 전에 그녀의 모습에 시선을 뺏긴 그는 흐뭇한 표정으로 무라사키를 바라보다, 거의 흐려진 말을 놓치지 않았는지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그녀를 가볍게 가리켰다.

"아,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다음에 또 보자!"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과 함께 먼저 달려나가는 무라사키.
그래도 뒤를 보며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에, 자신도 마주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곧 어딘가 부딪혔는지 쿵 소리랑 함께 어깨를 감싸쥐는 모습에 또 한번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렇게 덩그러니 남은 제롬은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정말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집에 가면 푹 쉬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일어나려던 찰나, 그녀가 두고간 일식칼과 그 위에 올려진 명함이 눈에 들어온다.

"에휴. 좀 잘 챙기지..."

덜렁대는 모습을 보니 챙겨야 할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다. 그게 싫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전해줘야겠다 생각하며 칼을 주워들고는 그 위에 놓인 명함 역시 챙기려는 찰나였다.

"...잠깐."

그녀의 연락처.
그녀의 이름.
틀림없는 무라사키의 명함이었다.

"르메인 패밀리.... 배틀리언..."

제롬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방금 '가족'이라고...

"그녀석, 르메인이였어...??"

순진한 줄로만 알았던, 어쩌면 마지막에 가선 정말 평범한 소녀라고 착각했던 소녀가,
사실은 비탄의 도시 가운데 가장 막강한 세력의 전투요원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돌겠네 진짜."

그는 아파오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명함을 품 속에 집어넣었다.
복잡한 그의 머릿속과는 달리, 달이 뜬 밤하늘은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막레 드리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무라사키쨩 귀여워!!!!!!!!!!

284 제롬주 (IjvXvRUs/k)

2022-01-04 (FIRE!) 20:19:43

브리...브리 독백이라고..?(후다닥)

쥬주 맛저하셨길 바래요!

285 브리주 (4q0NRKbI9Q)

2022-01-04 (FIRE!) 20:20:36

아쉽게 됐지만 아직까지는 브리 없는 브리 독백인걸요.. yy 장문병이 도졌어요...

286 제롬주 (RchcqpiLsY)

2022-01-04 (FIRE!) 20:23:51

브리가 없다.....
브리주의 필력은 쩌는데 브리가 없으니 슬퍼요(?)

287 쥬주 (aVokLYLNyY)

2022-01-04 (FIRE!) 20:26:17

캡틴이랑 제롬주 일상 고생 많았어~

흑흑~ 브리없는 브리독백이라니~ 어서 등장해야 한다브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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