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죠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나 아끼던 두려움들은 돌아선 당신의 귓가에 계속해서 맴돌죠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보통 이름을 소중하다고 말하던가? 아니, 정확히는, 이름이 소중하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렇다 라고 말할 정도로 특별한 것인가? 살짝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리긴 했으나, 그냥 나름의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하핫, 편하게 불러줘도 괜찮아."
힐긋 눈치를 보는 그녀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더니 편한대로 부르라 했다. 호칭에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당황한 것은 양손으로 자신의 손을 맞잡는 그녀의 행동이었겠지. 의심도, 망설임도, 거리감도 뒤죽박죽인... 그게 나쁘지는 않아 멍한 표정으로 잠시 무라사키를 빤히 바라보다, 가능하다면 그녀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하지 않았을까.
***
"장난감 매장에 온 어린아이..."
무라사키의 모습을 보며 제일 먼저 든 감상은, 그것이었다. 어딜 보든 눈을 반짝반짝하게 빛내는 모습. 아마 지금이 그가 무라사키를 처음 본 순간부터, 앞으로 볼 순간들까지 합한다 해도 가장 활기가 넘치는 무라사키를 보는 때가 아닐까. 이런 느낌의 총기 매장은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오프라인 매장은 자신도 처음이었지.
"뭐, 저쪽이 좋아해준다면 다행이지만."
애초에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 가게였다. 나이프는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인 것. 딱히 소외감을 느낄 이유는 없었다. 자신은 놔둔 채 나이프에 눈이 팔린 무라사키를 보면 조금 쓸쓸하긴 했지만, 절대로 소외감이 아니다. 응.
"조금 정도는 계속 구경해도 괜찮은데?"
그러면서 멋쩍게 웃으며 자신의 이름을 살며시 부르는 무라사키의 모습은 도저히 미워하기 힘든 것이었을까. 청부업자가 저렇게 말랑말랑해도 되는 건지...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무라사키를 바라보다가, 소녀가 가리킨 손가락의 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브리엘의 구리색 눈동자가 시안의 웃음을 마주했지만, 대체로 상대의 웃음을 보면 같이 웃는 것과 다르게 웃음기 한톨 존재하지 않았다. 오래 바라보지도 않고 휙 하니 몸을 돌리는 것도 브리엘의 성격이었다. 저택의 문과 응접실의 거리는 길지 않았지만, 브리엘은 뒤에서 들려오는 시안의 목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성가셔. 손으로 관자놀이 부분을 천천히 느리게 문지르다가 그대로 얼굴을 처박으며 한숨을 길게 내쉬어보였다.
카두세우스와 거래하는 조직들은 다들 능청스러움은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면 능청스러움이 아닌 짜증나는 뻔뻔함이던가. 얼굴을 싸쥐고 있던 손을 떼어낸 뒤 브리엘은 건조하게 손짓하며 응접실로 걸음을 옮겼다.
"미안하면 다음부터는 전날에 미리 연락해줄래? 나는 갑작스럽게 당일 방문을 하겠다는 말은 싫어해서."
응접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두통약을 소파 한쪽에 치워두고 브리엘이 앉으면서 깐깐하고 예민한 목소리로 툭 내뱉어냈다. 재킷만 입지 않았을 뿐, 언제든지 나갈 수 있도록 정장차림이었다. 반쯤 마신 위스키가 담긴 잔을 입가에 가까이 가져다대던 브리엘은 시안의 손에서 상자를 받아들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거야?"
잔에 담긴 위스키를 한모금 마시며 던지는 질문으로 할 건 아니었지만 브리엘은 그런 질문을 던지고는 상자를 풀어보지도 않은 채로 테이블에 올려뒀다.
잘 먹었다. 이 한 마디로 모든게 정리되는 메뉴였다. 여운이랄지, 스튜의 담백한 맛이 남아있으면서도 가게의 난방이 따스하게 몸을 어루만지고 있다. 보통, 운전 일에 급해 이런 제대로 된 식사를 최근 해본 적 없는 리아나에게 오히려 더 각별한 가게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다만 식사가 해결되고 나니까 부족한 건 역시, 음료인가...
'응?'
라고 생각할때, 다가 온 것이 리스.
"아하하... 이런 거 안 주셔도 자주 올 것 같은데. 아무튼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타이밍 좋네... 서비스가 노련해. 사실 저 남자, 저렇게 보여도 고단수인가?' 그리고 나온 음료도 또 굉장히 특이한 물건. 솔직히 서비스라면 탄산음료로도 만족하는 것이 손님들이었지만, 가게를 뜨기 직전의 손님에게 가게의 시그니처인 이슬차를 내는 것 만으로도 굉장히 크게 다가온다. 그것은 리아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안보일진 몰라도 굉장히 까다로운 입맛이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도 이슬차는 탁월했다.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로스트 스튜에서의 식사가 끝났다.
"아, 저기. 계산할게요. 카드, 괜찮죠?"
카운터에 선 리아나가 지갑을 꺼내며 말한다. 보통은 현찰 벅을 사용하는 것이 이 도시의 지배적인 암묵적 룰이었지만, 그렇다고 벅의 디지털 머니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또 아니었다. 물론 카드를 사용하면 르메인 패밀리에게 돈이 오고가는 경로를 읽힌다는 점은 있지만, 어차피 일개 운전수일 뿐인 리아나에게 있어선 그런건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다.
하웰의 말에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이랑 똑같은 처지였다는게 신기했을까. 그런 것을 보면 밖과 안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지 어둠 속의 사람들이 양지에 얼마나 보이느냐 그 차이겠지. 이곳은 그걸 다 드러냈을 뿐인 거고, 하웰은 그걸 숨긴 곳에서 자란 거고...
배운 게 도둑질이다. 부정할 수 없는 비유였고, 그래서 싫었다. 제롬에게는 의식이 있었을 때부터 아무것 없었다. 돈도, 힘도, 재능도.
지금은 돈둑질이라도 그 일이라도 배워서 다행인게, 이 비탄의 도시였다.
하웰의 꿈을 듣고서도 그는 별 말 하지 않았다... 라기보단, 별 말 할 수 없던 것에 가까웠을 것이다. 자신도 저런 꿈을 꾼 적은 많았으니까.
"나는, 예전부터 부모님을 찾고 싶었어."
그가 술을 마지막으로 입에 털어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젠 갈 시간이다. 눈도 그쳤으니.
여인은 카이가 뒤늦게 자신을 깨달은 반응을 보여도 그것을 걸고 넘어지지 않았다. 카이가 한결같듯, 이런 일도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너도 여전하단 표정을 지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을 돌려줄 뿐이었다.
"음. 그럼. 적어도 사지는 멀쩡해. 보다시피."
조금은 과장스러운 대답이었지만 여인은 거기에 한술 더 뜨듯 팔을 움직였다. 두 팔을 보란듯이 살짝 들자 잘 여민 코트 앞섶이 벌어져 안을 슬금 드러냈다. 희게 비치는 속살로 인해 과연 안에 옷을 입고 있는건가 의심스러웠다. 잠깐 들었던 팔을 내리자 다시 가려지긴 했지만.
"알긴 하지만 혹시 모르잖니. 오늘은 카이가 내 얼굴을 안 보고 싶은 날일 수도 있고. 내가 그런 거 맞추는데 운이 좀 있거든."
보고 싶지 않은 날에 보게 되는 운이라니. 대체 무슨 운일까 싶으나 말한 당사자는 아무래도 좋은 듯이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역시 농담이란 의미였다. 진지한 기색이라곤 전혀 없이 실없는 주고받기였다.
"주문은, 글쎄, 정하고 온 건 아닌데. 굳이 정하자면 술에 어울리는 거려나."
술도 술이지만 이 시간에 무거운 걸 먹고 싶지 않았으니 여기로 온 거긴 했다. 회나 그 종류라면 여인에게 가벼운 안주 측에 속했으니.
"흰살 생선으로 회 한접시랑 스끼다시는 적당히 주면 되고. 술잔 맞대줄 사람도 있으면 좋을텐데. 그것도 준비 가능할까?"
간단히 먹을 술상 한차림에 카이도 어울려 줄 수 있느냐고, 고개를 설핏 기울인 여인이 그리 묻고 있었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267 효도하는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 상상된다 ㅋㅋㅋㅋㅋ!!! 그런 말을 하면 카네이션을 추천할 것 같긴 하다!
>>269 아직 인사밖에 안한 거 맞아. 내가 보기에는! 브리엘이 고풍스러운 걸 좋아하는 건 왠지 일상을 관전하면서 많이 느껴지긴 했다고. 그리고 뭔가 나이트웨어와 고풍스러운 방 풍경이 너무 어울릴 것 같다는 그런 생각!
>>272 쥬주 리메이크 정말 잘 봤다구~~!!!! 이제 이 스레에 인조인간은 3명인가! 그런데 다 각양각색이라는게 신기하고 매력적인 점이야! 안드로이쥬~
>>273 제롬주 수고했어!~!! 텀이 있었는데 기다려줘서 고맙고!! 뭔가 제롬이와 하웰이 일상을 돌리니까 공통점이 보이는 것 같아서 좋네! 하웰도 뭔가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을거야. 다음에 일상을 돌리게 되면 제롬이 신체 검사를 위해 하웰이 꽃집 방문하는 것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