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은 맹독에 번뇌에 고독을 품고 거짓은 망상에 군침이 끊이질 않아 심판과 범죄를 하나로 묶고선 지껄여 누가 타개책 따위에 관심을 가지겠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붕 뜬 감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마치 손가락 틈새를 훑고 지나가는 겨울바람처럼, 그러다가도 신경과 신경 사이를 빠르게 지나치면 그 찰나의 순간에 맞닿아 짜릿한 전류를 흘려냈을까? 문득 그럴 때만큼은 유독 눈이 맑게 개었다. 마치 방금 전처럼 누군가의 손이 자신에게 닿았을 때, 자신을 해하려 하거나 음험한 생각으로 뻗는 손길과는 언뜻 다르게 느껴져서 그 자체만으로도 그녀를 놀라게 하기엔 충분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요행을 바라는 손길은 이곳에선 길게 누릴 수 없는 것이었다. 애초에 그렇 손길이 닿을 거라 생각할 리가 없었고,
"물론, 바쁜 분의 옷자락을 억지로 잡을 생각은 없답니다~ 언젠가 흐름에 따라, 당신과 제가 다시 마주칠 수 있을 때면... 어쩌면 그때 말을 건네주신다면 감사하게 받아들일 뿐이지요..."
얼핏 그리운 편린을 맛본 것 같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이미 그런 따스한 감정이 타인에게서 도출되리라는 기대는 물밑으로 가라앉은지 오래이기에, 무덤덤해진 마음은 위기를 불러일으키진 못해도, 쉽게 동요하지 않을 미소 또한 그녀에게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때, 당신과 제가 다시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저 말간 웃음으로 응대해주었다. 그녀에겐 서운함, 쓸쓸함이 없었지만 스쳐지나갈 뿐인 사람에게 아쉬움을 느끼는 것 또한 딱히 좋은 생각은 아니라 여기고 있었으니까.
하멜슨은 마침 로비로 나가 전등을 갈고 있었다. 호텔의 오너가 전등을? 그것도 10대 조직 안에 들어가는 도시 최대 규모의 호텔 오너가? 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직 레이스 호텔과의 접점이 크게 닿아 있지 않는 이들일 것이다. 이곳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들이라면, 전구를 가는 하멜슨을 보고도 가볍게 손을 흔들고 말았을 테지. 솔직히 10대 오너로 느껴지는 기품 같은 건 그다지 없었을 것이라고 하멜슨 본인도 생각한다. 그러나, 친근함이야 말로 자신의 무기. 기품은 품위의 상징이지만, 돈을 벌어다 주지는 않는다. 물론 늘상 그런 것 만은 아니기에 필요할 때에는 꽤 품위를 차리는 편이었으나, 이자벨라는 그것이 영 탐탁지 않은 모습이었다. 어제도 수염과 어깨뼈를 놓고 침대 위에서 잔뜩 협박을 당했던 터라, 아직까지도 붙잡혔던 어깨가 시큰거려온다. 적당히 좀 해줬으면 좋겠다, 정말.... 아무튼 오늘은 모든 것을 일찍 끝내고 좀 쉬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들어 온 손님 한 사람, 상대하는 젊은 직원은 그녀의 당당하리만치 무결한 선언에 벙 쪄있는 모습이었다. 아아, 호텔이 조금 알려진 이후로 이제 좀처럼 저런 부류의 손님은 나타나지 않게 되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하멜슨은 휴우, 작게 한숨을 쉬곤 능숙한 접객용의 웃음을 펼쳐 깔은 채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저희 호텔을 방문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손님. 저는 이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하멜슨 류트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손님께선 저희 호텔을 방문하신 게 이번이 처음이신지요?"
당연하다는 듯이 물음을 건넨 하멜슨은 적당하게 웃어보였다. 이런 경우, 적당히 설명해주면 저 손님은 아마 돌아갈 것이다. 왜냐하먼 레이스 호텔은 사실상의 호텔관 아주 거리가 먼 조직이었으니까.
>>97 브리엘의 취미? 독서를 비롯한 정적인 것들. 우리가 활동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조용하고 혼자할 수 있는 게 취미기는 하지만 영화같은 건 싫어하는 특이점이 있다. 입욕제랑 향이 좋은 목욕제품들을 사모으는 게 취미기도 해. 좋아하는 거.....어, 술?(이거 아님) 목욕?
어설픈 모양의 쿠키들에 조금 웃음을 지으며 그것을 바라보다가 하웰은 아스타로테의 긍정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사실 아이들은 로테 같은 사람들에게는 언니, 누나라고 부르면서 나 같은 남자들한테는 곧잘 아저씨라고 부른단 말이지. 좋아, 그렇게까지 이야기해준다면 안 갈 수가 없지. 꼭 연락 줘.”
그렇게 말했지만 생각해보면 저렇게 귀여운 수준의 쿠키라면 처음 만들어도 그 보다는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본업이 아니라 부업이라고 해도 그는 플로리스트이고 손재주가 좋은 편이니 말이다. 어릴 적부터 식물의 스케치를 그리게 했던 가문 내의 교육방침에 따라 그림도 곧잘 그리곤 했다.
그러다 무시무시한 말과 함께 입 안에 쏙 넣어진 쿠키와, 그리고 잠시동안 입술에 닿은 손가락에 조금 놀라 눈만 깜빡이다가 그 손이 떨어지자 하웰은 한숨을 쉬며 제 이마를 손으로 매만졌다. 그리곤 그 손을 입술에 가져다대며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매번 휘둘리면서도 어떻게 대항할 수 없어 억울함도 들었다.
“…그런데 칼에 안 맞는 선택지는 없는 거야? 나 연구직 샌님이라 다치는 건 무지하게 무서워하는 거 알잖아.”
벌써 칼이라도 맞은 것처럼 이마를 짚던 손을 내려 옆구리를 슬슬 쓸었다. 경호원들이 아무리 있다고 해도 작정하고 덤비면 손 쓸 수 없을 때가 있기는 하다. 전에도 그런 일이 있기는 했는데, 다행히 우리 노란 우비 방독면 친구가 도와줘서 목숨을 구할 수 있긴 했지. 정말 다행인 일이다. 휴… 이 도시에서 비전투원이 살아남는 길은 친구를 잘 두는 수밖에 없는 걸까.
어쨌든 그런 엄살을 떨며 하웰은 못생기게 생긴, 이야기 하는 것으로 봐서는 아스타로테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쿠키만 골라 입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