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은 맹독에 번뇌에 고독을 품고 거짓은 망상에 군침이 끊이질 않아 심판과 범죄를 하나로 묶고선 지껄여 누가 타개책 따위에 관심을 가지겠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응접실이나 서재에는 이미 담배냄새가 어느 정도 배어있다. 다만 거실은 아니다. 거실과 침실만큼은 청정구역으로 남아있다. 술은 마시지만 담배는 안된다. 이리스의 자신도 담배를 피운다는 말에 스텔라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원래 그런 도시니까. 원래 이런 곳이니까. 자기보다 몇 살이나 어린 아이들이 술과 담배를 찾기도 하고 범죄를 벌이고 비행에 손을 댄다. 그래서 스텔라가 그런 아이들을 저지하거나 선도하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스텔라 펍에 딱 봐도 미성년자가 찾아오더라도 돈만 제대로 낸다면 별다른 제지없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주었다.
" 고생했네. "
일이라. 스텔라는 문득 자신이 처리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조직의 보스이자 사장의 자리에 앉아있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일하고 있고 나름 즐겁기도 했다. 애초에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와 스텔라 솔로몬스라는 이름은 하루 아침에 거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으니 더 노력해야하는게 맞는 것이다. 스텔라는 어깨를 으쓱하곤 잡고있는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괜찮아~ 나는 말이지.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의 사장이고 우리 가족의 가장 큰 언니이며 보호자이자 창시자니까. 쉽게 당하지는 않는다? "
아직도 이따금씩 현장에서 뛰기도 하고 싸움을 피하지도 않는 성격인데다가 못 하는 편도 아니었기에 쉬이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스텔라 솔로몬스라는 이름만으로도 주변을 웅성거리게 할 수 있었으니까. 스텔라는 제 손등에 살짝 입맞춤이 닿자 배시시 하고 조금은 음흉한 미소를 짓고는 손을 빼서 자기 입술로 가져가 거기에 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 그렇지. 못 보던 녀석들. "
새로 들어온 녀석들이라면 신경쓰지 않아도된다. 교육을 제대로 시켜놓았고 다른 누구도 아닌 스텔라 솔로몬스 본인이 선별해서 가입시켜준 사람들이니까. 다른 것이라면 옆 조직에서 잠시 넘어와 머무르고 있는 녀석들. 그 쪽도 제대로 교육을 시켜놓았고 그들이 껄떡댈 수 있는 사람은 제 가족들 중엔 없다고까지 이야기해놨으니 문제없겠지. 아니, 어쩌면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 목걸이는 차고있어? 적어도 우리 구획에서 다닐 때 만큼은 내가 준 목걸이 차고 다니라고 했는데. "
"그정도라도 내겐 대단해보이는데. 적어도 아는게 몇가지는 있다는 거니까. 난 하늘이 원래 푸르다는 것도 최근에 알았는데 말이지."
쓰게 웃으며 하웰을 바라보았다. 바깥에서 난 사람과, 베르셰바 안에서 난 사람의 차이였다. 사소한 것에서조차 차이가 나는... 한때. 자신이 베르셰바가 아닌 바깥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지 상상해보기도 했다. 그럼 적어도 이런 삶이 아닌 조금 평범한 삶을, 평범한 가정에서 크며 살지 않았을까. 제롬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어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냈다. 이런 건 생각할수록 기분이 쳐지는 법이다. 집에서라면 모를까, 하웰을 만났는데 굳이 다운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을까. 대신 그는 식물 외에는 잘 모른단 말에 "바깥에선 식물에 관심이 많았나봐?" 라며, 지레 짐작한 것을 확인할 목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더운 날이라면 모를까, 추운 날에는 나쁘지 않은 음식이야."
물론 더운 날에는 다른 음식을 먹겠지만. 한창 술을 마시며 몸을 뎁히던 와중, 의뢰 내용을 묻는 하웰의 말에 눈을 데룩데룩 굴렸다. 머릿속에 집어넣었던 정보를 찾아내는 건지 잠시 허공을 응시하며 침묵하다가,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딱. 소리를 내며 튕겼다.
"의뢰는 성공적으로 끝난 모양이야. 유산은 물론이고 보험금까지 받아낸 모양이더라고. 그 여자, 다시 찾아왔을 땐 입던 옷까지 바뀌어 있었으니까 꽤 번 모양이던데."
제롬은 의뢰인이 하웰에게 줄 성공 보수를 놓고 갈 적의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별로 알고싶지도 않은 내용을 떠벌리고 돌아다니던, 피곤한 의뢰인이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있었다.
"뭐, 그 여잔 내가 볼 땐 오래 못 갈 거야. 큰 돈을 한번에 삼켰다간 탈이 나는 법이니까."
'바깥'처럼 법으로 보호되는 곳이라면 모를까, 이곳처럼 무법의 도시에선 지킬 능력도 없을 만큼의 돈은 화를 부르는 법이었다. 아마 보험사 직원을 통해서든, 아니면 상속인을 통해서든 그 여자의 소문은 퍼져나가겠지. 그리고 그 돈을 노리는 벌레들이 꼬일테고. 벌레들이 꼬인 사람은, 별로 좋은 꼴을 보지 못 하는 법이었으니까. 뭐, 그렇다 해도 제롬 그와는 별로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의뢰를 알선해주고 돈을 주고받았으면 그것으로 끝. 굳이 그녀에게 그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었다. 단지 행운을 빌어줄 뿐.
하웰이 제롬의 술잔을 채워주자 제롬은 피식 웃으며 잔을 부딪히려 했다. 원래대로 반 잔을 입에 머금으려는 찰나, 하웰이 한 잔을 원샷하는 것을 보았다. 저런. 저렇게 마시다간 금방 취할텐데...
"난 좋아. 설마, 벌써 취한 건 아니지?"
조금 불그스름한 기운이 도는 얼굴을 보며 살짝 걱정스럽긴 했지만, 아직 취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 여차하면 자신이 말리면 되니까. 그는 능숙하게 주인에게 한병 더 시키고는, 나온 술을 하웰에게 따라 잔을 채워주었다. 번갈아가며 잔을 채워주며 마시는 것도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하여튼 네 꽃집... 굉장히 흥미로워. 내 말은, 꽃이랑 향수 둘 다. 나도 개인적으로 구매하고 싶은데 괜찮아?"
편한 자리에서도 비즈니스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인가보다. 제롬은 술잔을 한번 기울이더니 "지금건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니, 가볍게 대답해줘." 라고 덧붙였다. 이런 술자리에서 무거운 이야기를 꺼낼리도 없었지만.
>>735 칸나는 자주 다친다니 빈번하게 만날 것 같은 느낌이⋯! 그쪽으로 가도 괜찮을 것 같네요. 참 칸나는 이 도시에 들어온지 얼마나 되었나요?
>>750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역시 커넥션 쪽이겠네요! 린드버그 선서⋯ 이 병원이 주로 상대하는 게 당장 죽게 생겼어도 남들 앞에 보이기 싫다는 부류니까 환자랑 병원을 연결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엘레나가 대표는 아니지만, 대리라는 명목으로 웬만한 일은 떠맡고 있으니 연락은 이쪽으로 하게 될 거예요. 아니면 사격 실력이 좋다는 거 보고 떠오른 것도 있는데, 이건 제롬이 사격장 같은 곳에 다닐지를 먼저 물어볼게요?
>>770 그렇다면 엘레나에게 따로 접촉해서 제롬이 먼저 커넥션에 연결되지 않았냐고 물어봤다는 거 괜찮을까요? 왜냐면 커넥션에도 비밀스러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지만, 제롬도 그런 병원을 찾고 있거든요. 여러 이유로 큰 병원은 기피되고, 그런데 수술은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게다가 신분도 숨겨준다 하니 제롬이 린드버그 선서의 소문을 듣자마자 엘레나에게 찾아갔을 확률이 높아요. 네! 사격장을 자주는 아니더라도 취미로는 다닐 거에요!
>>773 상황이라. 브리엘을 우연히 만난 상황도 좋고, 아니면 조직 내에서 일하고 있는 브리엘을 기습적으로 제롬이 찾아온 경우도 있겠네요. 둘 다 싫으시다면 뭘 먹이겠다고 제롬이 브리엘을 끌고 나온 상황이라던가요? 브리엘주는 원하시는게 있으신가요?
>>775 뭘 먹이겠다고 끌고나온 상황은 뭔데. 뭔가 이상해. 이상하다구. 세가지 모두 마음에 들어서 뭘 골라야할지 모르겠는걸. 그러니까 상황 선택과 함께 선레의 축복을 제롬주에게 넘기겠다. (기왕이면 세번째로) 이유는 잠시 널부러진 몸뚱이를 추슬러서 세수라도 하고 와야하기 때문이지.
스텔라의 대답에 이리스는 그저 수긍히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단하다는 듯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리스의 작은 단칸방은 향담배의 달콤한 향이 잔뜩 배여있었으니까. 그에 반해 스텔라의 집에선 대체로 담배향이 그리 진하지 않게 느껴지고 있었다. 주인의 노고를 보여주듯.
" ... 바보~ 보스든 쫄따구든 총알은 피해가지 않는다구. 예전에 그래서 위험했으면서. "
두사람이 이렇게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그 낳을 떠올리며. 아무리 그래도 조심하라는 듯 당부의 말을 돌려주는 이리스였다. 그 걱정만큼 자신의 몸을 챙기면 좋을텐데, 남은 챙리면서도 자신의 몸은 챙길 줄 모르는 이리스였다. 스텔라가 배방구를 했던 자리에도, 옷 아래에 칼이 지나가 생긴 흉터가 하나 더 생겨있었으니까.
" ..헤에.. "
자신이 입을 맞췄던 자리에 다시 입을 맞추는 그 모습에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어보인 이리스는 재빠르게 한번 더 손을 잡아 끌어 똑같이 해준다. 입술을 떼어내곤 고양이마냥 웃어보이는 것은 덤이었다.
모르는 녀석들에 대한 것은, 스텔라가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아서인지 더이항 묻지 않았다. 그만큼 스텔라의 능력과 안목에 믿음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직 스텔라를 대신해서 손을 더럽히진 않아도 될 것 같단 느낌이 들었으니까.
" 여어기~ 씻을 때 빼곤 안 빼놓는걸? 언니가 준거 잃어버리면 안되잖아. "
마치 이걸 잃으면 스텔라의 동생이 아니게 되는 것마냥,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듯 와이셔츠 아래에서 목걸이를 조심스레 꺼내서 보여주며 키득키득 웃어보인다.
" 언니가 준 물건은 절대로 안 잃어버릴거니까, 언니도 걱정하지마. "
다리베개를 베고 있던 이리스는 가볍게 몸을 살짝 일으켜선 고개 사이의 거리를 좁혀 속삭이곤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아스가 피식 웃자 칸나는 바로 빠직, 빡친게 티가 날꺼 같아! 하지만 그러자마자 잇는 아스의 말에는 굳겠지. 특이, 책망하는 듯이, 이리스를 어째서 '보호'하지 않았냐는 말에 대해서. 그리고 이은 말에는, 굳어버릴꺼야. 자신이 어떤 도시에 있는 지를 기억하며. 딱 칸나의 약점 푹푹 찌르는 말들이지만, 동시에 딱히 와닿는 쪽은 아닐꺼 같아. 모두의 공인 호구 칸나지만 일단 범죄조직을 최우선으로 대립하는 자로서, 이런 류의 입담에는 익숙한 쪽일테니. 설령 아스는 그 말을 진심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칸나는 믿지 못할꺼아.
자유의지를 존중한다는 말로 아이를 범죄로 끌어들이고, 패밀리라는 달콤한 말로 위험한 상황에 밀어넣고, 보호를 명목으로 이런 류의 삶에 엮어버리는 류의 범죄조직은 바깥 세상에도 봐왔으니까. 애초에 안전이 보장되어야할 아이에게, 아스가 말하는 울타리가 필요하게 만든 것 자체가, 아스의 조직과도 같은 범죄조직들이니까.
그런 생각에 끓어 넘칠려는 분노를 가까스로 삼키려 했을꺼야. 칸나는 지금이라도 앞의 여성과 싸우고 싶겠지만, 꿍꿍이(없음)를 경계하고 목숨보존 센서(약간 고장남)가 가동해 감정을 억누를꺼야.
지금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감정에 휩쓸려 버려 행동한 것이란 거라 의식했겠지. 본래 아스의 조직은 아슬아슬하게 칸나의 선을 기웃거리는 쪽이라도, 막상 선을 지나친 쪽은 아니니까. 그런 조직에게 보스의 생활 공간부터 침입하고, 실제로 그녀를 눈 앞에 두다니, 평소 프로토콜을 망쳐놔도 한 참을 망쳐놓은 상태니까. 실제로 시간을 쏟아야 할 곳이 많이 남았는 데, 라며 갑자기 온 현타가 감정을 다스리기에 도움이 되었을꺼야. 자신은 애초에 이리스의 보호자도 뭣도 아니고, 선인은 더더욱 아니였으며, 설령 무엇을 원한다해서 이 도시에서 무엇을 이룰 만큼의 힘도 없었으니까.
아스의 말대로, 아이 한명을 '보호'하는 일조차.
그렇게 칸나주가 냉장고에 실수로 까먹어 버린 핸드폰처럼 차갑게 식어버린 칸나는, 그대로 아스를 차갑게, 약간은 살펴보는 느낌으로 지긋이 바라볼꺼야. 이성적이 되어버린 지금, 이 순간도 함정일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겠지. 도주로를 다시 뇌내속에 꺼내 살펴보는 동안, 느리게 입을 열꺼야.
그 무엇이든, 혀위에 올린 이상 책임지게 돼. 허물 뿐인 말이라도, 네가 한 말을 잊지마, 라고. 누가봐도 아스가 우위고 칸나가 위험한 상황인데도, 약간 경고하는 투로 얘기하고, 그대로 나가 빠져나갈려고 했을꺼야. 항복선언이나 다름없네. 이것을 아스는 어떻게 보고 느끼고 있을까?
오오, 그건 약간 의외네! 동경하다니.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는 류의 아이일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구나. 이래서 선관 풀이 할때 캐릭터에 대해 더 알아가서 좋아! 의식의 흐름이야 말로 최고 인걸!
서로에 가진 감정이 너무 흥미롭다... 일단 일단! 선관을 얘기하자면... 칸나가 무라사키를 어떻게 처음 만났느냐, 가 꽤나 중요할꺼 같아. 높은 랭크 쪽이기도 한 무라사키는 칸나에 대해 아마 꽤 잘 알수 있고, 알고 있겠지? 하지만 칸나에게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단편적인 모습밖에 모를테니. 가면을 벗은 무라사키와 쓴 무라사키는 갭이 크기도 하고! 칸나도 일에 관련될 때와 관련 없을 때 대하는게 조금 다르기도 하고. 가면 쓴 모습과 벗은 모습을 따로 알고 있을 수도 있겠네.
그도 아니면, 도시 들어오기 전에 알고 있던 사이일수도 있겠구나. 둘다 도시 밖 출신이니까.
>>770 그치? 칸나로선 특히나 입이 무겁고 기밀 유지를 잘 보장해주는 의사를 원할테니까! 적대하고 있는, 혹은 보복을 원하는 조직이 다친 것, 있는 곳, 등등을 알아내면 매우 곤란해지는 입장이고. 혹시나의 혹시나를 대비해 모든 부상을 위해 올꺼 같지는 않지만, 자주 올 곳일꺼 같아!
처음엔 칸나가 찾아 온 쪽이 좋을까, 의식을 잃은 칸나를 엘레나가 줍줍(?)한 쪽이 좋을까? 그리고 엘레나는 칸나의 비질란테 활동에 대해 알고 있을까? 그 일을, 그리고 칸나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스스로를 보스라고 부른 적이 있던가. 아마 없을 것이다. 남들에게 자신을 소개할때는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의 사장이라던가 가족의 가장 큰 언니라고 소개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부를 때는 어떻게 불렀던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가족들은 '스텔라' 라고 불렀고 동생들은 언니나 누나라고 불렀다. 재밌네. 스텔라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생각보다 더 견고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총알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스텔라는 '그렇지' 하고 짧게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위험했다. 아마 그 날 동생이 아니었다면 스텔라 솔로몬스는 그 날 그 거리에서 죽었을 것이고 호라이즌 블라인더스는 해체되거나 다른 조직에 흡수되었을 것이고 자신의 가족들은 어떤 꼴을 당했을지.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다. 스텔라는 으으, 하고 한 차례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잘 차고 있었네. 숨겨두지 말고 보여주고 다녀. 적어도 여기에서는 그걸 차고 있으면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는 않을테니까. "
이 곳은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의 구획이다. 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의 명령을 따른다. 이 구획에서 살면서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에게 반기를 든다는 것은 그리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한 쪽 눈이나 양쪽 눈에 수평선이 그어져 그대로 눈이 멀어버릴 수도 있다. 특히나 스텔라는 상대가 누가 되었던 자기 가족을 해치거나 무시하는 것은 눈 뜨고 보지 못했다.
" Urgh.... 선물이라. "
스텔라는 훅 하고 가까워진 거리에 잠깐 앓는 소리를 내었다. 습관처럼 입에 배어버렸다.
" 내가 원하는 선물은 몇 개 없는데. "
아직은 멀리 사는 가족같은 입장이다. 스텔라는 이리스를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고 가족으로 생각하고 신뢰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말해두었지만 개중에는 그것을 아니꼬와하거나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똑같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스텔라는 미소를 지으며 농담처럼 한 마디를 던졌다.
유감. 이랄지, 로미는 이미 아스타로테가 박스를 닫기도 전에 도넛 입에 물고있는 상태였다. 대체 어느틈에 꺼낸 건지. 그 꼴이 마치 애착 장난감을 물고있는 개같기도 하다. 기계를 만질때 말고는 평소 흐느적 거리는 움직임을 하면서도, 이럴때는 꼭 잽싸지는 것이 얄밉다면 얄밉다.
"아, 항하. 흐해히. (아, 맞다. 그랬지.) 항하~ (잠만~)"
그래도 로미란 작자가 이 도시 서열 28위의 보스에게 경의를 표하지도 않고, 민트 초코를 좋아하는데다가 스타워즈는 개소리라고 생각하는 '조금' 괴짜이기는 해도,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자기 할 일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는 멍청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에 로미는 행동으로 뭘 보여주는 걸 싫어했다.
"자아~ 이거 맞지? 자아 가라앗 로미님 특제 늘어나는 팔~!"
결과물로 보여주면 되는데 백마디 말이 대체 무슨 소용인지. 안쪽으로 들어간 로미가 무슨 괴상한 기계팔에 중형 케이스를 짊어지고 와서는 카운터 위에다가 떡하니 올려놓는다. 절그럭거리며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가방이 늘어졌다. 이 이후는 로미의 뒷풀이 타임이 이어진다.
"헤헤, 한 번 확인해보셔. 뭐 볼 필요도 없겠지만. 엄청 단순한 작업이었거든 그거. 너무 단순해서 잠 오길래 장난이라도 쳐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헤, 역시 그런건 더 큰 총에다가 해야 재밌잖아~ 이걸 역발상하면 말야, 총들이 조금이라도 컸으면 우리 아가씨네 빵야빵야도 조금은 더 쓸만해졌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지. 어때에, 아쉽지? 아, 근데- 총이 작으면 합쳐서 크게 만들면 되는거 아닌가? 이런, 왜 그런 생각을 못했지!"
로미가 받은 주문은 바로 이것. 일부 단발 권총들을 개조해서 연발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개조는 이제와서는 이미 흔하게 알려져 인터넷에도 돌아다닐 정도이지만, 아예 출시 공장 사양과 가깝도록 총기 본체에 무리가 가지 않게끔 작업하는 것은 로미정도의 기술자가 거의 유일하다. 그리고 그것을 아스타로테는 어렵지 않게 확인 할 수 있다. 총을 잘 모르는 인간이라도 알 수 있도록, 로미가 셀렉터에 직접 -색마카로 현란하게- 'MEGA!' 라고 적어두었기 때문에 차라리 모르는게 더 어려울 것이다. 여기로 조정간을 옮기면 단발 총이 분당 600의 속도로 탄을 뱉는 연발 총기로 즉석 변신을 하는 것이겠지.
"항헤 흐허? (맘에 들어?)"
그녀가 물건을 살펴봤으면 그렇게 묻는 로미가 그 앞에 앉아있을 것이다. ...물론 부스러기를 잔뜩 흘리며 도넛을 입에 물고서는.
>>785 물론 패밀리랑은 사이좋고, 다들 좋아하고 있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자신의 '재능'에 대해서는 의문을 계속 품고 있거든 아마 시트 스레에는 적혀있지 않지? tmi로 살짝 풀자면 무라사키는 피를 별로 안 좋아 해 그리고 누군가 다치는 것도 그리고 무라사키는 아마 칸나에 대해서 모르고 있을 거야 배틀리언은 말단 전투원에 불과한데다가 무라사키는 그 중 막내니까, 보여주는 인물만 자르면 되는 거거든
맞아 어떻게 만났는지부터 얘기 해보자구 도시 바깥도 흥미롭지만 칸나랑 무라사키가 알기에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데다가... 무엇보다 무라사키가 너무 내향적이야!! 그래서 이부분은 살짝 넘겨서 얘기해본다구 후후 물론 좋은 생각 있으면 들어 보겠어
내가 생각한 만남은 역시 전투 칸나는 악인을 멸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잖아 그래서 타겟이 겹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거든 어느날 칸나는 일을 나갔는데 이게 웬일 상대가 이미 모두 전멸해있거나 일을 하는 도중에 무라사키가 들이 닥쳐서 전부 죽여버리는 거지 단지 식칼 한 자루로 그리고 남은 것은 칸나 뿐 그래서 둘은 얼결에 무라사키는 '잘라야' 할 대상으로, 칸나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일단 맞서 싸워 그러다 모종의 이유(무라사키의 가면이 칸나의 공격으로 날아갔거나 선배의 명령)로 다행히 누구 하나가 죽기 전에 짧은 교전은 끝이나고 그렇게 무라사키는 칸나를 남겨두고 자리를 뜨지
그리고 후일, 칸나는 바깥에서 그때 보았던 살인귀와 아주 똑닮은 여자애를 목격하게 되고 사실 '닮은'은 아니지 그게 바로 그 살인귀, 무라사키니까
그렇게 시작 되는 느-낌 일단 내 머릿 속에서는 이런 이미지가 연상 되는데 어때? 디테일은 생략하고 적었으니까 만난 곳이 어디라던가 그런거는 설정하지 못했다구 만약 이 만남이 마음에 들면 칸나주가 한 번 정해보는게?
>>768 두자리라니 너무 탐나지만⋯ 슬프게도 한번에 하는 일이 2가지가 넘어가면 생각하기 힘들어서⋯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만나죠 8.8
>>775 네에 저도 커넥션과 연관된다면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답니다! 아무래도 처음 찾아왔을 때는 의심스러우니까 잡상인 대하듯 문을 반만 열었겠네요. 확실하게 신원을 보장할 수단을 보여준다면 그제야 안으로 들이겠죠? 아니라면 계속 반만 연 상태로 대화를 이어갔을 거예요. 여차할 때를 대비해서 문을 꽉 잡구요. 어쨌든 내용 자체는 병원 측에도 분명히 이득이 될 것이란 판단은 들어요. 하지만 한쪽만 이득을 보는 계약은 있을 수 없죠. 그 사이에서 제롬이 받을 수 있는 대가는 무엇이냐고 물어보겠네요. 대답 여하에 따라 계약 성사 여부가 갈릴지도요? 그러면 사격장에서 마주칠 수도 있겠네요. 엘레나는 사격 실력이 형편없고, 취미도 아니지만 같이 사는 이가 배우라고 해서 떠밀리듯이 가끔 나가거든요. 여느 날처럼 맞춘 것보다 빚맞춘 게 더 많을 때 제롬의 사격 실력을 본다면⋯ 자세 같은 거 참고하려고 쭉 지켜볼 것 같아요. 물론 상대의 기분은 고려하지 않았겠죠⋯
평소 행실을 볼 때 별 것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는, 사실 따져보면 굉장히 바쁜 편이었다. 물론, 자신의 친구 겸 동업자인 에만이 만들어준 프로그램은 일의 효율성을 굉장히 높여 원래 해야 할 업무의 9할 정도를 줄여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롬이 하는 일 특성상 그 1할의 일만 하더라도 업무량이 상당했다.
먼저 커넥션에 연결된 인원을 정리해야 했다. 커넥션에 연결된 이들 중 몇몇은 죽고, 몇몇은 탈퇴하고, 몇몇은 사고를 쳐서 커넥션에서 제외당했다. 이렇게 잘라낸 이들은 명단을 정리해뒀다가 데이터베이스 상에서 삭제를 해야했다. 또한 눈독들인 인물에 대한 뒷조사를 의뢰하고, 이미 연결되어 있는 이들의 요구사항이나 의견을 취합해 반영하고, 의뢰인들의 의뢰를 모아 분야별로 분류하여, 사람들의 기호나 특기에 따라 의뢰를 분배하는 것 또한 그의 일이었다.
그래도 이런 것들은 에만의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부분이 많으니 문제가 없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후원 대상들의 관리였다. 이것은 자동으로 떼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후원 대상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단순히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것부터, 현재 부족하 부분이 무엇인지, 조직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궁극적으로는 '커넥션'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선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조사하고, 분석해서 실행하는 것이 바로 후원 대상을 '관리'한다는 뜻이다.
"브리엘~ 안녕~!"
그리고 그것이 집으로 향하던 브리엘을 끌고, 식당으로 향하는 중인 이유이기도 했다.
브리엘. 그녀는 제롬이 처음으로 후원이라는 것을 해본 여성이었고, 또한 이젠 성공적으로 베르셰바에 정착한 인물이기도 했다. 본래 제롬이 걱정할 정도로 마른 체형을 가진 그녀였으나 현재는 조금 나아져 그나마 정상 쪽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정상 쪽에 가까워졌을 뿐 정상은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에 제롬은 심히 불만족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주기적으로 브리엘을 데리고 식당으로 향하고는 했다. 그녀가 한사코 거절해도 전부 '후원 대상 관리' 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걸고 그녀의 거절을 거절하며 끌고 가는 것이다.
"오늘은 브리엘이 먹고싶은대로 시켜. 참고로 이 레스토랑은 고기랑 해산물 요리가 맛있다더라."
그리고 오늘은 브리엘이 거절할 틈도 없이 그녀를 레스토랑에 끌고왔다. 정신을 차려보면, 브리엘은 전망 좋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제롬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된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다.
레스토랑 내부는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인테리어는 물론이거니와 조명이나 바닥재 등도 허투루 만든 것이 없었다. 천장에선 은은한 조명이 음식들을 비춰주고 있었고, 바닥에는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있었다. 조금 올드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 카펫은 소음을 흡수하여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창 밖으로는 건물들의 조명과, 불빛으로 만들어진 야경이 한눈에 들어와 상당히 좋은 경치를 제공했다.
그야말로 완벽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롬에게 있어서는. 다짜고짜 끌려온 브리엘에게는 어떨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곤란하다는 것은 알고있다. 이전에도 몇 번인가 권유했었고 그 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같았으니까. 이번에도 같은 답이 돌아올 것은 알고있었다. 그럼에도 스텔라는 한 번 더 물어보고 마는 것이었다. 이리스가 속해있는 조직이 어디인지 알고있고 그들의 입지도 알고있다. 생각해보면 그 쪽 조직과 호라이즌 블라인더스는 사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쁜 편도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스텔라와 호라이즌 블라인더스 자체를 별로 신경쓰지 않을지도 모르지.
" Urgh.... 알아. 알면서 그냥 물어본거야. "
스텔라는 잡고있는 손을 들어 이리스의 손등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곤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 한 손으로도 능숙하게 술병을 쥐고 뚜껑을 열고 잔에 부은 스텔라는 다시 한 잔을 마셨다. 스텔라 펍에만 두기에는 아까운 맛이다. 좀 더 상류층을 노려서 내보내야할텐데. 그리곤 시선을 내려 이리스를 바라보았다. 도둑고양이라고 말은 했지만, 그리고 다른 조직에 있는 사람이지만.
" 그래도 넌 내 소중한 동생이야 "
머리속에 있던 생각을 필터없이 뱉은 스텔라는 슬슬 담배 하나가 생각나고 있었다. 자리를 옮겨야할까- 라는 생각에 이리스를 번쩍 들어올리..려고 했지만 힘이 달려 그러진 못했고 스텔라는 '일어나자'라는 말과 함께 먼저 몸을 일으켰다. 담배는 응접실이나 서재에서만- 이라는 원칙이었기에.
" 담배 하나 피자. 슬슬 하나 피워야겠어. "
이미 담배 하나를 꺼내 입술에 필터를 문지르고 있었다. 걸어가는 와중에 술을 리필한 것은 덤이었다. 럼도 괜찮지만 지금은 위스키가 더욱 생각난다. 이렇게 마시는데도 취하지 않는 것을 보면 술을 정말 좋아하기는 하는 모양이었다. 그것에는 한 잔 한 잔의 양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한 몫을 할지도 모르지. 글라스의 바닥에 조금만 채운 술잔을 손에 든 스텔라는 먼저 지나가다 뒤를 돌았다.
칸나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평생을_지고가야_하는_것은 칸나: ...음. 그래. 칸나: 역시 나의 「사명」이겠지. 칸나: 조금은 뻔한 이야기 일려나.
자캐가_어렸을_때_썰 칸나: 어렸을 때? 하하... 별걸 다 궁금해 하는 군. 칸나: 으음...달리 재밌는 이야기가 떠올려지지 않아.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버린 것일까나... 뭔가 미안한 걸. 칸나: ...아, 아니, 하나 생각났다. 어릴적에 말이야. 혈액검사에서 철분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거든? 칸나: 그 철분을 보충해야 된단 말을 듣고, 어어, 그냥 철 구슬을 삼켜버렸다. 칸나: ....주변은, 그, 알아내고... 다들 많이 걱정했지, 하하. 나는 뭐, 잘 와닿지 않았는지, 태평했지만 말이야. 칸나: 실제로 멀쩡했지만. 칸나: 아니, 진짜로. 지금 생각하면 놀랍네. 칸나: ....그 구슬, 어떻게 된 것일까나...
자캐는_사진_찍히는_걸_좋아한다_싫어한다 칸나: 좋아한다, 싫어한다를 따질 것인가? 음, 굳히 말하자면, 불호, 쪽이겠지. 찍히는 것은 곧 정보를 남긴다는 것이니 말이야. 정보는 약점으로 직결되고. 칸나: 일 밖에선 어떠냐고? 어어... 일상에선... 어느 쪽으로던, 생각은 없네. 칸나: 흐음... 누군가와 같이 찍는 사진은. 뭐라고 할까... 칸나: 즐기는 편이겠지만 말이야.
지금껏 여러번 서술했듯 에만이 밖으로 나서는 일은 드물다. 그마저도 경우의 수가 정해져 있었다. 옷을 사기 위해, 정말 바깥의 공기 한 번은 마셔줘야 할 것 같을 때, 담배는 너무 피우고 싶은데 테라스에는 사람이 있고 그렇다고 안 피우기에는 미칠 것 같을 때……. 오늘은 후자였다. 에만은 이따금씩 짜증이 치밀 때만 담배를 입에 무는 부류였고, 넘어가기엔 많은 스트레스가 에만의 몸을 감쌌다. 벌써부터 속이 쓰리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에만은 발을 동동 굴렀다. 결국 에만이 택한 방법은 외출이었다. 생사가 갈린다며 나가기 싫어하던 에만을 거리로 내쫓은 것은 고작 저타르 1mg의 담배였다.
에만은 엘리베이터가 로비로 내려오자 고개를 푹 숙인 채 주머니에 손을 꽂고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호텔리어가 그런 에만을 보고 놀라 촉새처럼 소문을 내기 위해 어딘가로 달려갔지만 에만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익숙한 일이라는 듯 많은 인파 속에서 소리도, 흔적도 없이 어딘가로 섞이다 유령과도 같이 한순간의 덧없는 그림자가 되어 밖을 전전했다. 거리로 나온 것은 좋았지만 그마저도 체력이 닳았는지 에만은 잠시 쉬었다 걷기를 반복했다. 호텔에서 단 5분도 안 되는 뒷골목으로 도착한 시간은 이미 10분을 넘긴 뒤였다. 에만은 골목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펍의 네온사인이 이따금씩 지직 소리를 내며 깜빡이고 가로등은 나방이 덕지덕지 쌓여 제대로 된 빛도 못 내는 골목의 구석까지 도착해서야 에만은 뒤따라오는 여성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여성의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남아있는 건 에만이었다. 여성은 에만의 앞에 쓰러져있다.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없어져 버린 오른쪽 손가락을 감싸 쥐고 있었다. 다리에도 총탄이 무자비하게 박혔다. 고통에 어린 비명이 울렸다. 변덕스럽고 오늘은 차가운 날씨 때문인지 새하얀 입김이 퍼져 나왔다. 에만은 가면을 쓴 모습 그대로 여성을 내려다봤다.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야. 그렇지?" 여유로웠던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이젠 공포와 고통만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에만을 절박하게 올려다봤다. 에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달가운 표정이 아니었다. 시선을 피하듯 에만은 고개를 돌렸다. 날아온 총알의 주인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스코프 너머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에만의 말 한마디면 여성의 삶이 끝장날지도 모른다. 여성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에만은 여성을 향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아마 이대로 아무런 조치 없이 내버려 둬도 죽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육체적 죽음이 아닌 사회적 죽음 말이다. 여성은 아마 살아남는다 해도 불구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여성의 눈은 더 절박했다. 그럼에도 가엾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이 외진 골목길을 굽어 들어오는 에만을 쫓아왔고, 권총을 겨누려 했으며, 에만의 목숨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에만이 생각했다. 죽거나, 죽이거나의 세상에서 여성은 아마 죽이는 쪽이었을 것이라고. 에만이 여성이 후자였음을 단정 지은 이유는 죽거나, 라는 부류의 개념에 속하게 될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몸부림을 치고 있는 여성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이는 것일 테다. 여성은 고통에 숨을 씨근대고 에만을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욕망하고 소망하면서.. 그렇게 누군가를 해치거나.. 살아남기 위해서.. 으응. 그렇게 살면서 결국 환경을 탓하지.. 타인을 탓하고.. 이내 다시 이기심을 위해 손을 뻗어.."
아마 이 여성도 이기심을 위해 손을 뻗었을 것이다. 지금껏 수많은 사람을 해치고, 자신이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고 믿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갈 것이라 믿었을 것이고, 어떻게 보면 오만하게 판단했을 수도 있다. 에만은 몸을 웅크려 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성냥과 연초를 꺼냈다. 뜬금없는 행동에 여성은 엄지를 제외하고 모두 날아가 버린 오른손을 쥐던 손에서 느슨하게 힘을 풀었다. 에만은 성냥에 불을 붙이려는 듯 부싯돌이 있는 부분에 성냥의 머리를 대고 낮게 속삭였다.
"붙여줘.. 그러면 살려줄 수 있을 지도 모르지.."
황당한 요구였지만 이 한 순간이 생사를 가르기 때문에 망설임은 필요가 없다. 여성은 살고 싶었다. 에만이 성냥에 불을 붙이자 피에 젖은 손을 덜덜대며 뻗었다. 성냥의 대를 벌벌 떨리는 손으로 잡고 에만이 담배를 입에 물기를 기다렸다. 이젠 아예 눈에 눈물이 고여 의지를 벗어나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에만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 엄지를 턱에 대 가면을 위로 올렸다. 아예 가면을 머리 위 끝까지 올려버렸다. 이윽고 아예 벗어내고 여성과 눈을 마주쳤다. 에만의 얼굴을 마주한 여성의 눈이 커졌다. 눈동자는 수축하고, 안구를 덮던 살가죽은 팽팽하게 위아래로 벌어졌다. 입을 작게 벌리는 여성을 무감한 눈으로 쳐다보다 피우는 맛도 없을 저타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앞으로 기울였다. 그렇게 에만이 연초에 불을 붙인 시점은 성냥이 탈 대로 타 여성의 손까지 불길이 닿아 고통 어린 비명을 지를 때였다. 에만은 천천히 숨을 뱉었다. 연기가 뭉글게 퍼져나와 성냥의 불을 껐다. 그리고 눈을 내리깔아 여성을 한참이고 감상했다. 이 여성은 자신을 살려줄 거란 희망을 품고 있었다. 동정심이 미세하게 한 가닥 올라섰다. 삶에 급급한 나머지 이 도시가 어떤 곳인지 망각한 듯싶었다. 에만은 그런 여성을 바라보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예 시선을 돌리고 골목 밖을 빠져나가기 위해 허리를 폈을 때, 여성은 살았다고 생각하며 덜덜 떨리는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머리는 산산조각이 났다. 에만은 얼굴에 튄 뇌수를 옷소매로 벅벅 닦았다. 낡아 해진 신발에는 피가 튀었다. 에만의 귀에 꽂힌 무선 이어폰에서도 이내 총성이 울렸다. 죽음이 선사한 고요 속에서 에만은 다시금 가면을 뒤집어썼다. 이번에는 쏘라고 신호를 주지 않았다. 자결한 저격수의 독단적인 판단이었다. 에만은 몇 번 빨지도 못한 담배를 바닥에 던져 짓밟아 비벼 끄고 유유히 골목을 빠져나갔다.
이 도시는 창부거나, 성자와 성녀거나. 여성에게 에만은 성자이자 성녀였을 것이고, 저격수에겐 남의 삶을 파멸시키는 창부였으리.
>>793 잡상인 대하듯 ㅋㅋㅋㅋㅋㅋㅋ 신원을 보장할 수단이라면 아마 커넥션 조직의 명함을 엘레나에게 보여줬을 거에요. 확실하게 까지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신원을 보장할 수 있는 거니까? 병원에게 갈 이득은 1. 더 많은 고객을 유입시켜줄 수 있고, 2. 병원에서 필요한 사람이 있거나 의뢰를 할게 있다면 믿을만한 인물을 소개시켜 줄 수 있으며, 3. 무엇보다 필요한게 있다면 어느 선까진 지원해줄 생각이 있다. 이정도일 것 같네요. 아마 계약을 한다면 제롬도 조건을 내걸텐데 자신이 다쳐오면 아무것도 묻지 말고 치료해주고, 여기서 치료받았다는 비밀을 엄수해줄 것. 그리고 자신의 뒤를 캐지 말 것. 이정도겠네요! 엘레나에겐 당연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베르셰바에선 확답을 받을 필요가 있는... 시선이 따가워서 돌아보니 거기엔 엘레나가 있는 거군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엘레나에게 사격을 좋아하냐 묻고, 만약 사격을 할 줄 모른다면 자신이 가르쳐줄 수 있는데 어떠냐고 물어볼지도요? 대신 자신도 엘레나에게 응급처치 정도는 나중에 배우고 싶다고... 사격장에서 제안을 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확실히! 흠, 당장 생각나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니 밖의 인연은 접어 둘까. 무라사키가 열살? 즘에 뭘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칸나 과거사도 완전히 확정한게 아니니!
역시 캡틴! 마음에 들어! 역시 전투의 첫 만남이 화끈하지! 타겟이 겹쳐서 어떨결로 시작하는 혈투라니ㅋㅋㅋㅋㅋ 칸나는 많이 당황할꺼 같네! 이미 텅 빈데다가 단 한 자루의 식칼로, 정황상 이 모든 것을 해치운 괴인! 그리고 그 괴인이 나에게 뛰쳐온다...! 칸나주라면 혼절해버렸을꺼야. 하지만 칸나는 깡한 녀석이니까 어찌어찌 싸웠겠지!
역시 공격으로 가면이 날라가는 쪽이 더 좋은 (간지나는) 쪽인거 같아! 틈을 보아 가까스로 날린 일격, 그리고 저 너머로 날라가는 가면.. 그리고 그 뒤의 앳된 얼굴! 칸나는 더더욱 당황할꺼 같아! 그렇게 매섭게 싸우던 녀석이 고작 어린애 였다니! 그 앗차, 하는 순간이 칸나에게 위험하겠지만.. 무라사키는 그때부터 칸나의 목숨을 노리는 데에 신경쓰지 않겠지? 이때 칸나는 무슨 반응일까?
그리고 바깥에서 만남! 아마 칸나라면 그저 빙 돌아가 피해버릴꺼 같긴 한데 (ㅋㅋㅋㅋㅋ) 역시 그저 그러면 재미없겠지? :D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을까나? 만난 곳이 어린애 (주관적) 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던가, 아니면 그때 헤어진 상태의 무라사키가 신경쓰이다던가, 아니면 그도 아니고 왜 인지 무라사키의 목숨이 위험하다던가? 어떻게 생각해?
공적인 일을 모두 마무리 짓고 보니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밤이었다. 이제는 눈에 익을 법도 하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못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떨어트리며 브리엘은 마치 흡연자가 오래도록 참고 있던 담배를 피워 물고 만족스레 연기를 내뿜는 것과 비슷한 한숨을 길게 내쉬며 관자놀이를 누르듯 문지르고 있었다. 이제 자신의 안락한 저택으로 돌아가서 몸을 푹 담그면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피로감을 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던 와중이였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하는 목소리에, 브리엘은 관자놀이를 문지르고 있던 손으로 눈가 한쪽을 감싸고 떨어트리고 있던 시선을 끌어올려서 바라본다. 무감하기 짝이 없는 건조한 낯은 그대로였으나,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야경이 살아있는 빛에 반사되는 구리색 눈동자는 예민한 신경질이 잔뜩 끼어있었다. 이번에는 또 누구야? 하는 의문을 담아서 바라보는 것도 잠시 브리엘은 제롬에게 영문도 모르게 끌려가기에 이르렀다. 후원 대상자 관리라는 명목을 빌기는 했지만 허울좋은 핑계 아니냐는 말이, 제롬에게 끌려서 거리를 걷는 브리엘의 목까지 치밀어올랐지만 뿌리치기에는 자신의 근력이 어느정도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도하지 못한 채 제롬이 걷는대로 걷기로 했다.
"아니. 피곤하니까 집에 돌아갈래."
오늘 하루는 유난히 길지도 모르겠어. 자신을 끌고 가는 제롬에게서 붙잡힌 신체 부위를 비틀어 빼내는 것으로 거절을 표현하며 브리엘의 머리에 스쳐지나가는 생각이였다. 제롬에게 끌려서 레스토랑에 도착하자마자 대답하는 브리엘의 목소리는 기숙사 사감 선생님처럼 깐깐하기 짝이 없었다. 시선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의 내부보다, 야경이 돋보이는 창문을 향하고 있었지만. 결국 브리엘은 의자에 앉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