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은 맹독에 번뇌에 고독을 품고 거짓은 망상에 군침이 끊이질 않아 심판과 범죄를 하나로 묶고선 지껄여 누가 타개책 따위에 관심을 가지겠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귀찮다는 듯 말한 제롬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하여튼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느긋하게 집에서 쉬고 있었을텐데. 이상기후 때문에 영 귀찮은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덕분에 데면데면하던 하웰과 술 한잔 할 구실이 생겼지만. 천막 밖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갈 때 엄청나게 쌓여서 차도 못 다니게 되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나름 맛있어 보이는데. 소시지는 아니고, 밀가루인가? 아니면 어육의 일종?"
흥미롭다는 듯 꼬치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좋은게, 이 오뎅이라는 것은 따끈해서 모락모락 김을 뿜고 있었고, 이런 추운 날씨엔 이런건 맛이 없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열심히 오뎅을 살펴보던 제롬은 하웰의 말에 픽 웃었다.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아는건 아니니까. 애초에 난 베르셰바 바깥으로 나가본 적이 없어서, 이런 문화에 대해선 무지하기도 하고."
코카인과 헤로인을 구별할 수는 있어도 백주와 청주는 구별할 줄 몰랐다. 그건, 어찌 보면 베르셰바에서 태어난 이상 당연했다. 그래도 모른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능청스러운 성격은 아니었는지, 변명을 하는 제롬의 시선이 하웰을 피하고 있었다. 하웰이 잘 보면 눈치챌 수 있었을지도.
제롬은 소주를 한번 들이키자 살짝 표정이 찡그려졌다. 생각보다 쓴 맛이 강한 탓이었다. 그래도 끝맛은 살짝 단맛이 났지만, 첫 쓴 맛의 충격이 좀처럼 입 안에서 가시지 않았는지 얼른 오뎅국으로 입을 씻어냈다.
"상당히... 거친 술이네. 럼이랑 비슷한 느낌인가?"
그렇다 해서 나쁜 맛은 아니었지만. 맛있다는 하웰의 말에 오뎅국물을 한번 마시고, 꼬치에 있는 오뎅을 국물에 적셔 한입 베어물었다. 잠시 말없이 무나 오뎅을 간장에 찍어먹고 국물까지 마무리로 한번 더 마신 제롬은, 푸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게, 맛있어. 이런 겨울에 먹기는 상당히 안성맞춤이야."
후우, 하고 한숨을 뱉어냈다. 뜨거운 열기가 뱃속에서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이라면, 어쩐지 이대로 밖에 나가도 될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을까.
"이런 것도 나쁘진 않은데. 다음 번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줄까."
소주잔을 채우고 다시 마시는 그의 모습은, 처음 마신다는 것 치고는 상당히 능숙해보였을까. 제롬은 잠시 혼잣말을 하다 하웰을 바라보고는 "넌 꽃집을 운영했던가?" 하고, 화두를 던졌다.
이 도시의 서열 28위. 무시무시한 유통 라인의 라 베르토. ...의 보스. 벨 아스타로테가 비로소 바로 코 앞까지 왔을때-
"BANG-!"
촤락-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걷혀진 잡지 뒤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 도시의 트러블 메이커 중 하나인 자의 위대한 손가락 권총과, >:3 <<< 이것과 완전히 판박이인 표정을 짓고있는 로미였다... 그렇게 부동하던 그녀는 비장한? 표정을 싹 걷어내고는 손가락 끝에 피어난 상상 속의 연기를 후- 불어 날린 뒤 이렇게 말했다.
"헤헤- 내가 말했지, 분명히 쏘면 움직인.......오?"
가게를 찾아온 것이 누구인지 인지한 것은 바로 그런 때였다. 로미의 휘둥그렇게 떠진 눈이 당신이 왜 여기있냐는 듯이 두어번 깜빡이자, 그 입가에는 다시 히죽 늘어진 웃음이 걸쳐졌다.
"아-하아~ 오늘이 그날이었구나? 헤, 벌써 그렇게 됐다니. 시간 참 빠르단 말야~ 진짜 언젠가 타임머신이라도 만들어야겠어! 근데에, 그건 뭐야? 헉. 설마 나 주려고? 에에이~ 그런건 안 줘도 된다니까~! 그런거 받아도 뭐 안 나온대도 그러네~ 헤헤, 일단 줘 봐! 폭탄들었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히욥' 로미는 그런 이상한 기합과 함께 팔을 주욱 뻗는다. 아스타로테가 들고있는 달달구리한 내음이 풀리는 판도라 상자를 자기쪽으로 빼앗아 오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나주려고 들고온거잖아! 아니야?
"어디보자~ 무엇이 나올까나?"
부스럭부스럭. 벨이 됐든 로미가 됐든, 누군가는 상자의 정체를 밝혀내려 할 것이다. 달달구리한 내음의 상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