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은 맹독에 번뇌에 고독을 품고 거짓은 망상에 군침이 끊이질 않아 심판과 범죄를 하나로 묶고선 지껄여 누가 타개책 따위에 관심을 가지겠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443 그렇게 쉽게 가능한 거냐구~ 그럼 평범한 가정이었는데 부모님이 살해당하고 떠돌아다녔던게 사실 자신을 만든 과학자들이 가동 당시에 암살당해서 명령권이 사라진채로 떠도는 안드로이드였던 것이 되어버려~ 따지고보면 왜 길바닥에 널브러져 자도 아무도 안건드리는지 이해가 갈거 같네~ (급 수긍)
솔직히 말하자면 쪼들렸다. 한약방만 운영해선 돈이 충분히 벌리지 않았다. 퇴근 후의 부업으로 겨우 모은 돈이 500이었으니, 이런 데에 쓸 돈은 적을수록 좋다. 오히려 흥정하다가 거래를 파토내느니 마지노선을 제시해주니 마음이 편했다.
"딱히 복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살아있는지, 지속적으로 활동하는지 궁금할 뿐이거든요..."
이 말을 해도 괜찮은 건가, 료는 잠시 입을 다물고 고민했다. 하지만 간단한 일이란 빌미로 다른 하나의 조사를 요구할 생각이었다. 료는 주머니에서 천천히 손을 빼고, 펴서 아무것도 없음을 보여주었다. 물론 거래가 파토나거나 쓸데없는 걸 눈치챈다면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으나, 이 사람은 료가 제시하는 소소한 정보따위엔 눈길도 안 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도리어 안심이 된다. 료는 정말 듣도보도 못한 것의 근황을 알아달라 할테니까.
"알료샤 세르게이비치 벨랴코프..."
"혹은 아이야오샤*, 이 사람의 행적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둘 모두 유창한 발음이었다. 료는 덧붙였다.
"감람회**의 데이터베이스 안을 조사하시면 수월할 겁니다. 그리고 이 조직의 근황도 함께 조사해주시면 될 겁니다. 구체적인 정보가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알료샤, 혹은 아이야오샤라는 사람은 뉴 베르셰바에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었다. 사인은 건물의 붕괴. 잔해에서 그녀의 다리로 추정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10년 전에 사라진 조직의 옛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데이터베이스는 뉴 베르셰바의 어떤 랭킹권 조직이, 감람회를 끝장내고 백업해두었다. 백업 날짜는 절묘하게도 10년 전.
알료샤의 사망 날짜와는 이틀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霭姚霎, 중어에 조예가 있다면 알료샤의 음차란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감람나무의 감람橄欖을 쓴다.
거래를 하던 도중이었다. 새로 만든 개량 품종의 럼 25,000리터의 통관과 유통을 이탈리아 마피아라는 녀석들에게 맡기는 조건으로 그 쪽의 사람들을 다른 쪽 구획으로 넘겨주는 조건. 그 곳에 있는 조직과의 트러블이 있어서 복수를 시행한다는 얘기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문제라면 그 쪽 구획의 조직과 스텔라는 꽤나 긴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 스텔라는 자신과 긴밀한 사이에 있는 조직에게 복수하겠다는 이탈리아 마피아들과 거래하고 있었다.
" 걱정마. 여기 이 종이에 친한 친구를 죽이는데 드는 비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분류해놨으니까. "
스텔라는 구겨진 종이를 주머니에서 꺼내 펼치곤 큼큼,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 자! 보통 다른 구획으로 밀수해주는데 드는 비용은 500만 벅이야. 하지만 여기에 100만을 더 추가해야해. 왜냐면 그 쪽 구획 녀석들은 나 처럼 억압받는 소수 민족이거든. "
시덥지도 않은 이유로 100만을 추가했다. 스텔라는 그럼에도 진지한 얘기라는듯 이해하지? 라고 말하며 고개를 한 차례 끄덕였다. 상대는, 어차피 스텔라가 필요한 입장이기에 일단은 잠자코 듣는 분위기였다.
" 그리고 여기에 또 100만을 더 추가해야 해. 왜냐면 그 쪽 조직에 4위였던가 하는 녀석은 짐승같은새끼라서 분명히 날 잡으러 올거거든. "
합당한듯 합당하지 않은 이유. 어찌되었던 그들 입장에서는 스텔라의 배신으로 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스텔라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검은 양복의 사내 둘을 바라본다.
" 그리고 여기에 또 100만을 더 추가해야 해. 왜냐면.. 그게, 당신은 빌어먹을 이탈리아 놈이니까. "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과 도발이었다. 스텔라는 그럼에도 똘망똘망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고 2초 정도 짧은 정적이후에 옆에 서있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을 손으로 가리키며 '그리고 너도 마찬가지고' 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에 상당히 기분이 언짢아 보였지만 스텔라는 개의치 않고 다시 종이로 눈을 옮겼다.
" 그리고 이제~ "
" Lei sa chi siamo? " " 저 녀석 우리가 누군지 알고 저런소리 하는거야? "
" 이 추잡한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정해야겠네. 그 전에 500만을 더 추가할게. 왜냐하면 그 쪽 녀석들은 나랑 아주 절친한 친구사이니까. "
스텔라는 종이를 접어 건네주며 '총비용은 여기 적혀있어' 하고 이 일이 마치 당연하고 정상적인 일이라는 양 행동했다.
" 솔로몬스씨. 뭔가 착각하나본데, 우리는 당신더러 누굴 죽여달라고 할 생각없어. 당신은 그냥 내 사람들을 당신의 가족처럼 속여서 그 쪽 구획으로 보내주기만 하면돼. "
" 그게, 우선 내 가족이 되려면 말야. 조건이 없긴 하지만 너희처럼 거만하고 오만하면서 하늘 높은줄 모르는 사람들은 받을 수 없어. 그러니까 그 전에 너희는 그 이탈리아 특유의 거만함을 전부 씻어내야 할거야. "
" 후후.. 재밌네. 왜냐면 최근 들어서 말이야. 후후.. 호라이즌 블라인더스 구획의 사람들이 마피아처럼 행세를 하고 다닌다고 들었거든. "
도발이 이어지고 비웃음이 들리자 스텔라는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 그리고 여기에 또 100만벅 추가. 방금 싸가지없게 군 대가야. "
" figlio di puttana... 좋아. 다른 요청사항은 있나? 럼 20,000리터. 거래하도록 하지. "
" Urgh.... "
" 뭐가 문제야? "
스텔라는 뭔가 언짢다는듯 앓는 소리를 내며 자세를 고쳐앉았고 뭐가 문제냐는 말에 '그게..' 하고 화답했다.
" 거래하겠다고 했잖아. "
" 넌 방금 협상도 안하고 거래 조건을 수락했어. "
어깨를 으쓱하는 검은 양복의 마피아. 스텔라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바라보다가 뭔가를 생각하듯 고개를 돌렸다.
" 그 녀석들이 너희에 대해 해준 말이 맞았네. "
" hai intenzione di ucciderci tutti " " 우리 모두를 죽일 계획이군. "
환해지는 제롬의 표정에 하웰도 덩달아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는 얼굴이란 참 반가운 것이었다. 그도 마찬가지였는지 자연스럽게 합삭하는 것을 보며 이 녀석도 한 넉살 하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의 직업적 특성상 당연한 것이겠지만.
“갑자기 추워지고 눈이 내리지 뭐야. 사실 길도 잃어서 여기서 몸 좀 녹이다가 택시 불러서 집에 가려고. 너도?”
제롬과는 첫 만남에서부터 대뜸 편하게 반말로 말을 걸길래 하웰도 말을 놨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가끔 이 도시는 존댓말이라는 게 사람을 깔보게 되는 그런 부분이 있었다. 모든 것에서 통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개인과 개인이 만났을 경우에는 말이다.
“같은 것으로 시키려고? 사실 나도 처음 들어온 곳이라 제대로 시켰을지 모르겠네. 다른 사람들이 시킨 것을 보고 따라 시킨 것이지만 말이야. 아직 한 입도 안 먹어봤어.”
그리고 옆의 초록색 병을 들면서 말했다.
“이건 소주라는 술이래. 알아? 나는 처음 보는데 이 잔에 따라서 먹는 거래.”
스트레이트 잔과 비슷하게 생긴 작은 잔은 왠지 이 술이 높은 도수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궁금해서 한 번 먹어보려고. 혹시 너도 한 잔 할거야?”
하웰이 조금은 느긋한 분위기로 제롬에게 잔을 권했다. 생각해보면 제롬과는 한 번도 술을 같이 마셔본 적이 없었다. 우연이 불러온 첫 술자리가 될 수도 있겠네, 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