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은 맹독에 번뇌에 고독을 품고 거짓은 망상에 군침이 끊이질 않아 심판과 범죄를 하나로 묶고선 지껄여 누가 타개책 따위에 관심을 가지겠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408 흠 그냥 가볍게 답해주면 되는데 조금 치사할지도 모르는 대답인데 일단 로미네 가게에선 누구나가 평등하게 대해지고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로미가 또 아스타로테한테 실없는 농담이나 장난을 쳤을 수도 있거든 사실 질문한 것도 이것 때문이야 그런 로미를 분위기 대장인 아스타로테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인거지
집으로 돌아가던 중, 날씨가 급격하게 어두워지자 제롬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제롬의 경험상 이렇게 날씨가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은 이 빌어먹을 도시 특유의 이상기후 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별로 조급해하진 않았다. 날씨가 살짝 어두워진 것 뿐이고, 곧 있으면 자신의 집이 나왔으니까. 여차하면 레이스 호텔로 방향을 틀어도 된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제롬은 자신의 낙천적인 생각이 독이었음을 머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그의 복장이 문제였다. 그는 간단한 거래를 하고 오느라 정장 차림이었고, 특별한 방한복은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눈이 내릴 정도로 온도가 떨어지니 정장만으로는 체온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거기다 안일하게도 그는 핫팩 같은 열원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 탓에 어두워짐에도 미리 대비해두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애초에 주변엔 편의점도 안 보인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이대로 가다간 정말 동사하겠다 싶어 주변을 둘러보자 빨간 지붕에 비닐 천막이 보였다. 이색적인 분위기와 거기서 흘러나오는 온도, 빛에 이끌려 제롬은 홀린 듯 천막의 입구를 열어젖혔다.
"어, 하웰?"
반가움에 제롬의 표정이 반색했다. 그는 비즈니스적인 관계였으나, 동시에 나쁜 사이는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게 직장에서 알고 지낼 뿐인 관계. 하지만 그런 관계일지라도 춥고 힘든 지금같은 상황에선 꽤나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아는 사람을 만나 다행이네. 라고 생각하며 제롬은 하웰의 맞은편 자리로 가서 앉았다. 자연스러운 합석이었다.
"너도 이상기후 때문에 여기로 피신했나봐?"
대충 하웰을 훑어본 제롬은 그의 옷차림을 보곤 희미하게 웃었다. 자신과 같은 얇은 옷차림은 대충 하웰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아마,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따뜻한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동질감이 들었다.
곧이어 가게 주인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제롬은 하웰의 음식을 바라보고는 똑같은 것을 주문했다. 역시, 잘 모를 때는 다른 사람들 먹는 것과 같은 걸 시키는게 최고다.
에만의 말은 상냥하지 않았지만 어조는 둥글었고, 느렸다. 그 덕분인지 기계음으로 감정을 알 수는 없어도 기력이 없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예민한 토끼처럼 경계심을 품던 에만은 이내 경계심을 거뒀다. 하지만 신뢰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짧은 의심도 심신이 지쳤기 때문이다. 의심해놓고 금세 또 속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 죽으면 죽는 거지. 잠시 가면 속으로 눈앞의 의뢰인을 훑었던 에만은 몸을 돌려 본인의 바퀴 달린 푹신한 의자로 향했다.
"편하게 앉아.. 누워도 되고.. 그렇지만 침대 위에 올라갈 거면.. 신발은 벗어줬으면 해.. 깨끗한 곳에서 자고 싶거든.."
의뢰인이 들어오고 호텔의 보안은 짧은 음을 울린다. 문이 잠기고 에만이 의자에 늘어지듯 앉았다. 의뢰인은 침대에 앉거나 눕지 않고 소파에 걸터앉는다. 에만의 웃는 가면이 노골적일 정도로 주머니를 향해있다. 이내 에만은 의자 위에서 무릎을 당겨 안았다. 불편한 자세였지만 에만은 편안해 보였다.
"……."
잠깐의 침묵. 이따금씩 노트북의 쿨러가 윙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에만은 무릎을 끌어안은 팔뚝 위로 고개를 파묻었다.
"250만 벅.. 흥정은 230만까지."
가장 먼저 보수를 얘기했다. 에만이 고개를 파묻었다 해도 시선은 여전히 주머니를 향했다. 총이나 칼이 나올까 하는 시선 뒤로 기계음이 흘렀다.
"그리고.. 충분한 휴식. 한 사람의 지속적인 의뢰는 2주에 한 번 받아.. 나중에 또 올 생각이면 염두에 두는 게 좋아.."
에만이 조곤조곤 묻는다. "누굴 찾길 원해. 언랭이라면 시간이 좀 걸릴 수는 있지만 사흘 안에 완벽한 결과를 가져다주지." 하는 것은 호흡 한 번 흐림 없었다. 경계에 질린 토끼같던 모습과 달리 밤길의 나그네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쳐다보는 부엉이와 같았다.
카두세우스의 본거지 앞에 세워진 자동차의 열린 뒷문으로 브리엘이 몸을 밀어넣었다. 차안에 퍼져 있는 가죽냄새와 불쾌하지 않은 정도의 차량 방향제의 향기가 섞이는 건 브리엘의 취향이었다. 줄곧 내리 끼고 있던 검은색 가죽 장갑을 벗어서 뒷좌석 문 손잡이에 끼워둔 뒤, 브리엘은 책갈피가 끼워져 있는 책을 펼쳐들었다. 뒷문을 열어주고 운전을 맡은 조직원은 그런 브리엘의 행동이 익숙했는지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운전에 집중했다.
"-네, 브리엘입니다." "네, 거래를 마치고 지금 귀가하는 중이에요. 이번에 새로 납품하기 시작한 눈의 샘플을 제공하고 한달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저쪽에서 중간책을 맡아달라는 조건을 붙히기는 했으나 그렇게 하면 이쪽의 손해는 분명하니까요. 콕 찝자면 -저의, 손해잖아요?" "자세한 이야기는 추후 찾아뵙고 직접 보고 드리겠습니다. -네, 쉬세요."
통화를 마치기 직전에 브리엘은 무심코 든 시선을 들었다.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풍경이 아닌, 뉴 베르셰바의 붉은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며 몇차례 의미없이 눈을 깜빡이던 브리엘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자동차는 브리엘의 저택이 있는 구역으로 바삐 달려가고 있었다.
저택의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는 브리엘은 구두를 벗어서 한손에 든 채였다. 타박타박, 오르는 발걸음과 빈 손으로 꾹 잡아당겨서 말끔하게 매어두고 있던 넥타이 매듭에 손가락을 걸고 끌어내렸다. 발걸음과 사소한 손짓 하나하나에 털어내지 못하는 피로감이 잔뜩 묻어난다. 옷장이 있는 문을 열려던 브리엘은 풀어낸 넥타이를 쥔 손으로 자신의 긴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드레스룸 앞에 몸을 낮추고 웅크린 브리엘이 그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443 그렇게 쉽게 가능한 거냐구~ 그럼 평범한 가정이었는데 부모님이 살해당하고 떠돌아다녔던게 사실 자신을 만든 과학자들이 가동 당시에 암살당해서 명령권이 사라진채로 떠도는 안드로이드였던 것이 되어버려~ 따지고보면 왜 길바닥에 널브러져 자도 아무도 안건드리는지 이해가 갈거 같네~ (급 수긍)
솔직히 말하자면 쪼들렸다. 한약방만 운영해선 돈이 충분히 벌리지 않았다. 퇴근 후의 부업으로 겨우 모은 돈이 500이었으니, 이런 데에 쓸 돈은 적을수록 좋다. 오히려 흥정하다가 거래를 파토내느니 마지노선을 제시해주니 마음이 편했다.
"딱히 복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살아있는지, 지속적으로 활동하는지 궁금할 뿐이거든요..."
이 말을 해도 괜찮은 건가, 료는 잠시 입을 다물고 고민했다. 하지만 간단한 일이란 빌미로 다른 하나의 조사를 요구할 생각이었다. 료는 주머니에서 천천히 손을 빼고, 펴서 아무것도 없음을 보여주었다. 물론 거래가 파토나거나 쓸데없는 걸 눈치챈다면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으나, 이 사람은 료가 제시하는 소소한 정보따위엔 눈길도 안 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도리어 안심이 된다. 료는 정말 듣도보도 못한 것의 근황을 알아달라 할테니까.
"알료샤 세르게이비치 벨랴코프..."
"혹은 아이야오샤*, 이 사람의 행적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둘 모두 유창한 발음이었다. 료는 덧붙였다.
"감람회**의 데이터베이스 안을 조사하시면 수월할 겁니다. 그리고 이 조직의 근황도 함께 조사해주시면 될 겁니다. 구체적인 정보가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알료샤, 혹은 아이야오샤라는 사람은 뉴 베르셰바에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었다. 사인은 건물의 붕괴. 잔해에서 그녀의 다리로 추정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10년 전에 사라진 조직의 옛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데이터베이스는 뉴 베르셰바의 어떤 랭킹권 조직이, 감람회를 끝장내고 백업해두었다. 백업 날짜는 절묘하게도 10년 전.
알료샤의 사망 날짜와는 이틀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霭姚霎, 중어에 조예가 있다면 알료샤의 음차란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감람나무의 감람橄欖을 쓴다.
거래를 하던 도중이었다. 새로 만든 개량 품종의 럼 25,000리터의 통관과 유통을 이탈리아 마피아라는 녀석들에게 맡기는 조건으로 그 쪽의 사람들을 다른 쪽 구획으로 넘겨주는 조건. 그 곳에 있는 조직과의 트러블이 있어서 복수를 시행한다는 얘기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문제라면 그 쪽 구획의 조직과 스텔라는 꽤나 긴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 스텔라는 자신과 긴밀한 사이에 있는 조직에게 복수하겠다는 이탈리아 마피아들과 거래하고 있었다.
" 걱정마. 여기 이 종이에 친한 친구를 죽이는데 드는 비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분류해놨으니까. "
스텔라는 구겨진 종이를 주머니에서 꺼내 펼치곤 큼큼,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 자! 보통 다른 구획으로 밀수해주는데 드는 비용은 500만 벅이야. 하지만 여기에 100만을 더 추가해야해. 왜냐면 그 쪽 구획 녀석들은 나 처럼 억압받는 소수 민족이거든. "
시덥지도 않은 이유로 100만을 추가했다. 스텔라는 그럼에도 진지한 얘기라는듯 이해하지? 라고 말하며 고개를 한 차례 끄덕였다. 상대는, 어차피 스텔라가 필요한 입장이기에 일단은 잠자코 듣는 분위기였다.
" 그리고 여기에 또 100만을 더 추가해야 해. 왜냐면 그 쪽 조직에 4위였던가 하는 녀석은 짐승같은새끼라서 분명히 날 잡으러 올거거든. "
합당한듯 합당하지 않은 이유. 어찌되었던 그들 입장에서는 스텔라의 배신으로 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스텔라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검은 양복의 사내 둘을 바라본다.
" 그리고 여기에 또 100만을 더 추가해야 해. 왜냐면.. 그게, 당신은 빌어먹을 이탈리아 놈이니까. "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과 도발이었다. 스텔라는 그럼에도 똘망똘망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고 2초 정도 짧은 정적이후에 옆에 서있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을 손으로 가리키며 '그리고 너도 마찬가지고' 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에 상당히 기분이 언짢아 보였지만 스텔라는 개의치 않고 다시 종이로 눈을 옮겼다.
" 그리고 이제~ "
" Lei sa chi siamo? " " 저 녀석 우리가 누군지 알고 저런소리 하는거야? "
" 이 추잡한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정해야겠네. 그 전에 500만을 더 추가할게. 왜냐하면 그 쪽 녀석들은 나랑 아주 절친한 친구사이니까. "
스텔라는 종이를 접어 건네주며 '총비용은 여기 적혀있어' 하고 이 일이 마치 당연하고 정상적인 일이라는 양 행동했다.
" 솔로몬스씨. 뭔가 착각하나본데, 우리는 당신더러 누굴 죽여달라고 할 생각없어. 당신은 그냥 내 사람들을 당신의 가족처럼 속여서 그 쪽 구획으로 보내주기만 하면돼. "
" 그게, 우선 내 가족이 되려면 말야. 조건이 없긴 하지만 너희처럼 거만하고 오만하면서 하늘 높은줄 모르는 사람들은 받을 수 없어. 그러니까 그 전에 너희는 그 이탈리아 특유의 거만함을 전부 씻어내야 할거야. "
" 후후.. 재밌네. 왜냐면 최근 들어서 말이야. 후후.. 호라이즌 블라인더스 구획의 사람들이 마피아처럼 행세를 하고 다닌다고 들었거든. "
도발이 이어지고 비웃음이 들리자 스텔라는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 그리고 여기에 또 100만벅 추가. 방금 싸가지없게 군 대가야. "
" figlio di puttana... 좋아. 다른 요청사항은 있나? 럼 20,000리터. 거래하도록 하지. "
" Urgh.... "
" 뭐가 문제야? "
스텔라는 뭔가 언짢다는듯 앓는 소리를 내며 자세를 고쳐앉았고 뭐가 문제냐는 말에 '그게..' 하고 화답했다.
" 거래하겠다고 했잖아. "
" 넌 방금 협상도 안하고 거래 조건을 수락했어. "
어깨를 으쓱하는 검은 양복의 마피아. 스텔라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바라보다가 뭔가를 생각하듯 고개를 돌렸다.
" 그 녀석들이 너희에 대해 해준 말이 맞았네. "
" hai intenzione di ucciderci tutti " " 우리 모두를 죽일 계획이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