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은 맹독에 번뇌에 고독을 품고 거짓은 망상에 군침이 끊이질 않아 심판과 범죄를 하나로 묶고선 지껄여 누가 타개책 따위에 관심을 가지겠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그냥 들어가도 됐겠지만, 몇 년간 빈틈없이 지어낸 예절은 료를 문 앞에 잠시 머물게 만들었다. 변조된 목소리는 떨림을 만들지 않고 표정은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았지만, 야생에서 오래 산 사람은 느끼는 분위기가 있다. 목이 으스러지기 직전의 토끼같다고 생각했다. 곧잘 죽여오던 것이라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물론, 이 도시의 사람을 그렇게 죽일 수는 없다. 료는 복도 좌우를 살피고 문 안으로 들어섰다. 잠금장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잠긴다.
"제가 맡기고 싶은 건 그저 생존 여부를 조사하는 겁니다. 간단하죠. 보수는 어느 정도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500 안에서는 가능합니다."
료는 소파에 걸터앉았다. 자세는 꼿꼿했으나 예의없게도 손은 점퍼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였다. 도시의 원주민이라면 수상해할 두가지 태도가 공존해, 그녀는 꽤 기이하게 보였다. 료는 조용히 물었다. 쿨러 돌아가는 소리밖에 없는 적막이라, 목소리를 세우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그랬다면 료 특유의 명료한 발성이 드러났을 테니까.
브리엘의 매력....? 분위기? 인상? 사실 시트 짤때 제일 고심했던 게 분위기였거든. 일상에서는 일부러 잘 드러내지 않는 건 길이가 중구난방으로 길어질 것 같기 때문이지. 냉랭하고 남에게 관심이 없는 인상의, 그것도 정장을 풀 착장한 미인이 눈을 내리깔면 나른한 분위기가 되는 게 묘하게 색기 있어보이고.
스텔라는 또 앓는 소리를 내면서 팔을 내렸다.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스텔라는 아쉬운듯 입맛을 다셨다. 쉽게 넘어오지 않는다는 뜻이렸다. 스텔라는 이미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번만큼은 자신의 방식대로 해보자고. 사실 그 안에 숨은 뜻은 상대의 의지가 어떻든 자기 방식대로 밀고나가면서 자신의 입지를 올리고 상대의 입지를 끌어내리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하나씩 하나씩 내어주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쉽게 넘어오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 세 번 얘기한게 아니니까 괜찮을거라고 생각했어. "
배시시 웃은 스텔라는 안주머니에서 술병을 꺼내 남아있는 술을 전부 들이키곤 담배하나를 꺼내 입술에 필터를 문질렀다.
" 조만간 찾아올거야. 우리 오빠가 됐든, 언니가 됐든 아니면 내 동생이 됐든. 누군가 찾아올거야. "
한 달치 분량은 그 때 받아가겠다고 말한 스텔라는 아직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물고 자신의 목걸이를 꺼내 보여주었다.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의 심볼이라면 목걸이다. 단검은 가족 회의에 참가할 수 있는 간부들이나 들고다니는 것이고 일반 조직원, 가족이라면 목걸이가 전부일것이다. 스텔라는 목걸이를 보여주며 이걸 차고 있는 사람이니까 잘 기억해두라고 일렀다.
" 비즈니스 즐거웠어. 그럼 다음에! "
안아보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던듯 스텔라는 두 손으로 손을 덥석잡고 두 어번 정도 흔들며 씨익 웃었다. 뒤를 돌았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푸- 하고 연기를 뿜은 스텔라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 날은 일요일로 낮에도 저녁에도 일을 하지 않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본점에 들렀다가 꽃집으로 돌아가던 중 지나가는 길고양이를 보고 택시에서 내린 것이 화근이었다. 조금은 얼룩덜룩한 치즈색 야옹이를 따라 걷던 중 길을 잃었던 것이었다.
지나다니는 택시도 없고, 야옹이는 사라졌고,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이상기후가 시작되려는지 점점 추워지더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으, 추워.”
하웰은 얇은 겉옷만 입은 채 거리를 활보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근처에 있는 허름한 술집으로 일단 피신했다. 눈이 잔뜩 쌓인 겉옷을 탈탈 털며 그 안에서 인터넷으로 택시 전화를 알아보고 집에 가야겠다 했지만, 왜인지 내부가 독특한 느낌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따뜻한 천막 안에 간의테이블과 무언가 따뜻한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는 사람들….
하웰은 왠지 모를 따뜻함에 잠시 쉬었다 갈까,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가게 주인에게 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무어냐고 물으니 오뎅탕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마시는 술은 소주라는 술이고.
아무래도 이 도시는 여러 문화권이 섞여 있으니 아, 어딘가의 독특한 문화이구나 하면서 호기심에 음식을 시키게 되었다. 가게 주인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탕을 가져다주며 이게 어묵이고 이게 소주라며 작은 잔과 함께 주었다.
뭔가 이런 곳이 서양에는 없었기에 동양 문화 체험인가 하며 뜨거운 국물을 한 입 떠먹으려는데, 뭔가 익숙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