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아플때는 울어야지. 기쁠때는 웃어야지. 그런 당연한 것이, 정말로 당연해야 할텐데. 이리스의 재잘거림에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정적을 깨는 게 대부분 꼬마의 목소리인게, 누가 보면 집주인이 그쪽이라 생각할 만하다.
"...나중에 먹으면 되지. 그리고 사주긴 누가 사줘."
원래 밥은 어른이 사주는 거야. 월급은 저금이나 해. 정신이 팔려서 그런가, 잔소리와 같은 실없는 말이 술술 나온다. 범죄조직이 얻는 것을 '월급'같은 일상적인 말로 포장하는 것도 웃겼지만.
...이렇게 다치는 것이 일인데. 이렇게 되는 것을 대가로 얻는 돈인데...
설령 이리스가 정말로 먹을 것을 사왔다면. 칸나는 눈 앞의 차가운 만큰 작은 몸을 바라보았다. 설령 그랬다면, 자신은 아마 꼬마가 보지 않는 곳에서 속을 게워내야 할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작은 아이의 핏갑으로 배를 채우는 일, 자신은 하지 못했다.
다 그래야 할텐데. 이리스가 말하는 '보스'는 안 그런가보다! 순식간에 피어오르는 분노에 살기를 흘려보낸다. 가까스로 잡은 이성에 그나마 갈무리해도, 험악하게 일그러진 얼굴이라던가, 세게 쥐어 붉게 물든 주먹은 어쩔수 없는 것이었다.
이리스가 몸을 떨자 그것은 걱정으로 대신 들어찼지만 말이다. 그녀를 내려놓고선 조심스레, 상처 가득한 뺨에 손가락을 쓸어내린다.
"...술 마시면 안돼."
본능적으로 조금은 엄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뇌내속의 이리스는 아직 열세살의 꼬맹이라 절로 기겁한 탓일테다. 실제로는 술 정도 밖의 세상에서도 마실수 있는 나이일테만, 절대 눈앞에선 허락 않겠다는 듯 눈을 부라린다.
이리스의 재잘거림에 대답없이 콧웃음을 치는 칸나. 이리스의 의도에 따라 약간 풀어지는 듯하지만, 그와 함께 씁쓸한 죄책감이 든다. 어른이 아이를 안심시키는 커녕, 아이가 어른을 안심시키려 한다니. 웃긴 일이다, 칸나 브라이트. 자조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손은 착실히 일을 해낸다. 불이 켜지고, 난로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집이 따뜻해지고. 서늘한 어둠속에 휩싸여있던 작은 곳이, 이리스가 도착하고 나서야 사람이 사는 곳 처럼 보이게 되었다.
구석너머 잠시 사라지고, 다시 나타난 칸나 손에는 커다란 구급상자가 들려있었다. 이 곳에 있는 둘 다 익숙하게 된 낡은 하얀 상자다. 그것을 들고 이리스 앞에 무릎을 꿇는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부엉이 시체는 어디에 있는가, 대답하는 사람은 제각기다. 버리고 왔습니다, 여기에 있습니다, 묻어주고 왔습니다. 가호 없이 위험에 뛰쳐들 각오를 한 사람만이 이곳에 온다. 부엉이는 밤의 거리를 살피고 쥐를 잡는다. 그런 부엉이의 부고를 전한다. 반항이다. 신분을 바꾸거나 누군가의 삶을 바꾼다는 건 그만큼의 각오를 했단 뜻이다. 에만은 주머니를 쳐다보다 커피 캔이 나오자 가면 쓴 고개를 다시 올려 페퍼를 마주본다.
"아, 스위트 아메리카노.. 고마워. 아직 잠이 덜 깼거든. 편하게 앉아. 오늘 소파 쿠션을 새로 갈아줬더라고."
농담이 아닌 사실이다. 간만의 잠은 달았다. 4시간 이상 깨지 않고 눈 붙여본게 얼마만인지. 약속이 없었다면 다음날 깼을 것이다. 앙상한 손을 뻗어 캔을 받아든다. 에만은 손에 스며드는 커피 캔의 냉기를 느끼듯 손가락을 꿈질거리고는 의자를 직직 끌어 모니터 앞까지 움직였다.
"이유가 뭘까.. 경청할게. 질문은 얼마든지 해도 돼."
그리고 커피 캔을 책상 위에 놓았을 때다. 손가락에 꿈틀, 하고 힘이 들어갔다. 페퍼는 아마 다른 의뢰인처럼 궁금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상념에 젖은듯한 움직임에 에만은 무릎에 고개를 기울여 기댔다.
"..원래 보통 손님한테는 귀찮다고 답하는데.. 페퍼 너니까.. 답할게. 이 도시에서 우리같은 사람은 밝혀지면 둘중 하나니까. 죽거나, 차라리 죽여달라고 빌거나.."
>>333 (얌전히 쓰다듬 받기) 오오, 그럼 드문 부업 쪽으로 알게 된거겠네! :D 스텔라는 그러면 랭크도 높고, 소중한 가족을 맡기는 것이니 칸나 비질란테 활동과 맨얼굴도 다 알고 있겠지? 재미있겠군...! 칸나는 칸나대로 스텔라를 복잡하게 여기고 있을꺼 같아! 칸나 기준으로 아아슬아슬하게 선넘고 있지 않고, 도시 밖에 순순히 내보내주는 고객(?) 사람인데, 무엇보다 어린 쪽에 속하니까, 완전히 마음을 닫진 못할꺼야! 범죄조직으로 가족으로 포장하는 것은 이해를 못해서 매우 못 마땅하게 여기고 있을테고, 결국 주동적으로 범죄를 하는 조직보스니까 아예 마음을 놓지는 못할꺼 같네. 말 그대로 복잡미묘..!
스텔라는 영입을 노리고 있는 거 같은데(ㅋㅋㅋ) 영입 권유는 대놓고 할까, 은근슬쩍 할까? 뒷공작 같은 건 있을려나? (가족 일원이 칸나 앞에서 패밀리 자랑하는 것을 시킨다던지ㅋㅋ) 그리고 스텔라는 칸나의 비질란테 활동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상처 난 뺨을 어루만지던 칸나가 술은 안된다며 엄한 목소리를 내자 이리스는 아픈 몸으로 움츠러드는 시늉을 해보인다. 그리곤 말과는 다르게 해맑은 웃음을 얼굴에 새긴 체로 말했다. 전혀 놀란 것 같지 않으면서도, 마냥 자신을 걱정해주는 말이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 뒷골목에선 어린 애들도 다 마시는데에~ 언니는 너무 엄하다니까~ "
방금전까지 칸나가 속으로 화를 삭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히 말을 이어간다. 꼬리라도 달려있었다면 느긋하게 살랑이고 있었을 것 같은, 고양이 같은 자태로 말을 이어간다. 조금이나마 칸나의 기분이 풀어지길 바라는 듯 손가락을 뻗어 칸나의 손등을 살살 만져주면서.
" ...여기.. "
상처 이야기에, 다시금 통증이 살아나는 모양인지 움찔하는 이리스였다. 하지만 천천히 걸치고 있던 와이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한다. 검은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기에 그리 잘 보이진 않았지만 빗물이 아닌 무언가에 젖어있었다. 와이셔츠의 단추가 풀려갈수록 안에 입고 있는 스포츠 속옷이 드러나고 구릿빛 몸이 드러난다. 여기저기 칼과 총알이 만든 흉터가 새겨진 단단한 몸은 이리스의 삶을 보여주는 듯 했다.
" ...여기야.. "
그리고 살며시 와이셔츠를 다 벌리니 드러난 복부엔 무언가가 강하게 지나가 찢어진 상처가 있었다. 깔끔하지 않게 찢겨져나간 것이 총알이 지나간 모양이었다.
" 총이 없는 녀석들인줄 알았는데~ 아이 참, 한자루가 있더라구~ 후흐 "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베시시 웃어 보이는 것이 참 별 것 아닌 것을 말하는 듯 했다. 그곳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음. 요근래 멀리 나간 일이 없었으니. 네 가게에도 자연히 걸음이 가지 않게 된 거지."
여인이 오지 않아서 왔다 하는 말에 태연스레 그리 받아넘겼다. 그 말이 아주 빈 말도 아닌 것이, 여인은 요즈음 영역 내의 아이들과 어울려 주느라 바빴었다. 누가 들으면 한 조직의 보스가 고작 애들이나 봐주나 하고 기함할 수도 있겠으나 그 또한 여인 나름대로의 조직을 챙기는 법이었다.
그런 연유가 있었으나 구구절절히 설명하지 않고 그저 간단히 말한 여인은 팔을 들어 하웰이 내미는 푸른 장미 다발을 받아들었다. 여인의 팔이 움직이자 어깨에 걸친 얇은 숄이 흘러내려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숄에 가려져있던 하얀 팔이 조심히 꽃다발을 감쌌다. 꽃잎이 상하지 않게 몇번 톡톡 건드려보곤 후후, 하고 가늘게 웃었다. 하웰이 한 말이 그저 하는 말임을 알고 있어서였다.
"글쎄. 이 정도론 나와 대면해 말을 나누는 값으로도 부족하겠는데."
빈 말엔 빈 말을. 하지만 제법 그럴 듯 하게 말하고 꽃다발을 조심히 옆에 내려놓았다. 여인은 빈 자리에 앉은 하웰을 보고 살짝 몸을 움직여 거리를 가까이 했다. 여인의 움직임으로 둘 사이의 라벤더향이 조금은 짙어진 듯 했다.
"오늘은 날이 제법 쌀쌀했잖니. 몸이 시리니 달짝지근한게 당겨서, 홍차에 꿀을 약간 진하게 타고 레몬을 한조각 담구었지. 한기가 들 때 꿀이 들어간 음료만큼 잘 듣는 것도 없으니 말야."
여인은 한 손으로 흘러내린 숄을 추스르며 말했다. 엷은 자색의 숄로 다시 어깨와 팔을 덮지만 훤히 드러난 다리까지 닿기에는 자락이 짧았다. 그러니 추운 것이 아닐까 싶겠으나 그 부분을 지적해도 여인은 흐물쩍 웃어 넘기기만 할 터였다.
그걸 미리 보여주듯 싱긋 하고 미소를 짓는 여인. 그 뒤쪽에서 키가 훤칠한 남성이 작은 소반을 들고 나왔다. 남성은 덩치에 비해 소리없이 걸어와, 김이 느릿느릿 올라오는 찻잔 두개와 쿠키가 소복히 담긴 접시를 올린 작은 소반을 여인과 하웰의 사이에 두고 여인에게 무어라 귓속말을 하고 나온 곳으로 들어갔다. 여인은 고개만 한번 끄덕이고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남성이 가고 난 뒤에 하웰을 보며 소반의 차와 쿠키를 권했다.
"자, 너무 식기 전에 마시렴. 이건 조직원 아이들과 함께 만든건데, 담백하니 이 차와 함께 먹기 좋을거야. 맛이나 봐 봐."
그렇게 말하며, 여인이 먼저 쿠키로 손을 뻗었다. 딱 봐도 시판품이 아니게 생긴 투박한 쿠키 하나를 손끝으로 집어들어 입으로 가져가는가 싶었지만 여인의 손이 향한 곳은 여인의 입이 아니었다. 하웰 쪽으로 가 장난스레 까딱거렸다. 자, 아- 하는 추임새도 잊지 않았다. 일련의 행동과 함께 하웰을 보는 여인의 시선엔 순수한 장난기만 반짝였다.
>>346 어린 나이에 조직을 운영한다는 이 로망과 낭만을 포기할 수가 없어.... (쭈구리) 응. 아무래도 계속계속 컨택을 유지하고 있었고 스텔라 입장에서는 소중한 가족을 맡기는 거니까 얼굴도 비질란테 활동도 알고있을거야! 복잡미묘한 그런 감정선 좋다! 복잡복잡한 복잡미묘한 감정선.. 그게 또 정말 맛있거든:3!!!!!!!!!!! 영입 권유는 대놓고도 할거고 은근슬쩍도 할거야! 대뜸 조직의 일원이라는 상징물인 목걸이를 건네주면서 '할래?' 하고 물어본다거나 '가족회의'에 참가할 권한이 있는 간부라는 뜻의 단검을 손에 억지로 쥐어주면서 '이래도 안해?' 하고 귀찮게 한다거나! 가족 자랑도 엄청 하겠지 :3! 그런데 아마 노리고 한다기 보다는 어쩌다보니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을 것 같네.
스텔라, 칸나 그리고 다른 누군가 A가 있는 자리에서 A가 스텔라의 가족에 대해 농담한다면 분위기가 좋다가도 확 험악해지면서 '지금 내 동생을 비웃은건가?' 하고 자기 가족만큼은 끔찍이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그런식!
비질란테 활동에 대해서 나쁜 생각은 없지만 좋은 생각도 없음! 자기가 좋아서 하는거라면 오케이지만 적어도 자기들의 가족사업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생각하고있어. 칸나가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의 가족사업을 건드리게 된다면 그 때부턴 골치가 좀 아프겠지만..!
"그렇군…" 페퍼는 나지막히 말한다. 생각에 잠긴듯 잠깐 말이 없다가, 이제는 입을 열되 아주 고민하는 낌새다. "나는, 아니… 나도 비슷하군. 죽거나, 죽여달라고 빌거나, 라고 했지. 그 말 그대로다. 정신과 신체는 표리일체. 나 또한 빌고싶지 않았어." "나의… 어떤 소중한 사람을 찾고싶다. 아니, 과거형이겠군. 어쩌면 내 만족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가능성을 인정하고서라도 꼭."
피를 흘리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울고 있다. 아주 크게 통곡을 하고있다. 그래서 바깥의 하늘도 그렇게 비가 쏟아지나보다. 솨아 하고 쏟아지는 빗소리는 어쩐지 듣는 사람의 마음도 홀가분하게 만드는 듯 하다. "비가 오니 옛 생각이 더욱 나는군. 그래, 말하자면 이산화망간에 과산화수소수를 섞은 것처럼 말이지." 실없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한숨을 내쉬는 페퍼는, 곧 이어서 의자에 기댄 에만의 뒤로 돌아가서는 속살거린다. "너에게도 분명 있겠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잔재. 상념을 일으키는 망령. 그런 유일무이한 존재가. 내게도 들려다오. 그러면 그 허망함을 깨닫고는 두 번 다시는 찾을 생각조차 않을 지 모르지."
" ...좋아. 그 쪽 구획엔 연락책이 있어. 사람을 시켜놓을게. 너희를 데려가줄거야. 월요일날 떠난다고 했지? 같이 이동하는 사람은 누가있지? "
" ...와이프. "
" 누구? "
" 와이프. 그 사람 와이프랑 같이 떠난다고 했어. "
" 그럼 그 여자는 쏴버리고, 남자는 데려와.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하게 "
정적이 흘렀다. 가족 회의의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스텔라는 담배 하나를 꺼내 입술에 필터를 문지르다가 불을 붙이고 한 손으로 능숙하게 유리병의 뚜껑을 열고 크리스탈잔에 술을 따랐다. 연한 호박색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담배 연기가 폐포 깊숙히 들어온 것을 느끼고 다시 연기를 뱉어낸다. 그 다음은 술 한 모금. 쓰고, 달고, 담백하며 술이 식도를 타고 흐르는게 느껴졌다.
" ...스텔라,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우리가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이었어. 우리 선생님, 이었어. "
" ...? "
다들 머뭇거리던 이유가 이거였나. 스텔라는 잠시 그 이야기를 듣곤 '그래?' 하고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것처럼 반응했다.
" 좋은 사람이야, 스텔라. 우리 학교의 선생님이었고 우리 반의 담임이었어.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주기도 했고.. 그리고.. 그 사람은 이 일이랑은 연관이 없어. "
"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면 천국에 가겠네. 그렇지 앨리스? "
스텔라는 어깨를 으쓱이곤 다시 술 한 모금을 마셨다. 스텔라의 결정엔 번복이 없다. 자신의 가족을 건드렸으면 그에 몇 배에 달하는 것으로 갚아준다. 그 사람의 와이프는 아무런 연관이 없더라도 엮여있다면 똑같이 아니 그보다 더하게 돌려준다. 그것이 맞는 것이다. 복수란 원래 그렇게 해야한다.
" 스텔라.. "
앨리스라고 불린 여성이 생각을 정말 바꿀 생각이 없는 것인지 물으려는듯 했고 그 옆에 서있던 남성은 '이제 그만.' 이라고 말하며 앨리스를 말렸다. 스텔라는 다시 담배연기를 뱉어내고 술을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곤 종이 한 장을 집어들어 건네준다.
" 자, 여기. 여기 적힌 일들을 처리하고 종이는 태워버려. 이제 가도돼. "
'가자 앨리스' 라는 말과 함께 남성은 앨리스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스텔라는 연기를 마시고 뱉어낸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복수라면, 원래 그런 것이니까. 남의 가족을 건드렸으면 자기 가족도 당한다는 것은 알아야지.
그, 거기 애들도 원래 마셔서는 안되는 거야, 하고 고개를 도리질하며 답한다. 몸의 뇌, 신장, 간, 피부, 호흡기, 소화기 등 전신에 광범위하게 작용하여 세포와 신경에 영향을 미치고, 기억능력이 감소하고 감정조절이 어렵게 되고, 두통, 혼미, 피로, 어지럼증, 졸림, 둔함, 권태, 식욕상실 등의 증상을 일으키고...
몸소 왜 꼰대취급 당하는 지를 실현하는 칸나였다.
그럼에도 손등에 이리스의 손길이 닿자 흠칫, 작게 마나 몸을 떤다. 그 차가운 감촉에 이리스가 원하던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눈이 낮게 가라 앉는다. 입을 굳게 닫으며, 그녀의 손을 아예 마주 잡는다. 자신의 온기로 그 아이의 손을 따뜻하게 데우려는 듯이. 거칠고 거칠어, 흉터와 굳은 살 가득한 손이, 이리스의 마찬가지로 그리 부드럽지는 않을 손을 감싸안는다.
다른 손은 구급상자 손잡이에, 이리스의 드러나는 흉터가 늘때마다 악력을 더해가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복부가 상처가 그 모습을 보일때, 핏줄이 도드라진 그 주먹은 피가 통하지 않아 새하얬다. ...이미 오래전에 아작나지 않았다면, 구급상자의 손잡이는 이미 두 동강났을 악력이었다.
"...................방심하지마, 꼬맹아."
긴 침묵 후에, 가까스로 꺼낸 목소리는 언제나와 같은 타박이었다. 그것밖에 말하지 못했다. 무려 총상이 아무 것도 아닌 듯이, 가볍게 얘기하고 가볍게 웃어보이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목에 무언가가 먹먹하게 걸린듯 했다.
울렁이는 가슴과 달리, 두 눈은 냉철하게 이리스의 몸을 살펴보고 있었다. 부상의 충격의 각도를 보아도 총상이었다. 스쳐나간 모양이지만, 혹시 몰라 총알의 파편이 있나 확인했다. 피가 울컥거리며 나오는 것을 보면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나름 운이 좋았다. 동맥을 건드리거나 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면, 잡생각이 사라진다. 그러길 바랬다.
투명한 물통을 손에 쥔다. 일단 소독이 우선이었다. 다른 손으로는, 곱게 접혀진 작은 손 타월을 이리스에게 건넨다. 속마음과 달리, 다정한 목소리를 내며.
덕분에 서로 일거리를 뺏고 뺏기는 관계가 되어버렸지만. 당연히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비어버린 잔과 병을 쳐다보던 재스퍼가, 제롬의 반응에 의아해하며 돌아보았다.
"그 여자, 아는 모양인데?"
그러다가도 금세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즐거움보다는 허탈함이 담긴 웃음.
"뭐, 확실한 건 아니니까. 처리 못한다면 조금 곤란하겠네~"
내심 아쉽기도 했다. 그의 업무에 연관된 이라면, 섣불리 처리하라고 할 수도 없는 법. 결국 계속 돈줄을 끊어버리는 방해꾼을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텅 빈 술병을 괜히 흔들어보기도 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한참동안을 말 없이 있던 재스퍼가 큭큭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