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413084> [all/일상/느와르] people has no remorse - 02 :: 1001

◆RCF0AsEpvU

2021-12-30 13:54:37 - 2021-12-31 16:44:37

0 ◆RCF0AsEpvU (n3fNTgTf3M)

2021-12-30 (거의 끝나감) 13:54:37


너의 약속은 깨졌어
너의 성수를 마셨지
나의 임무는 신성해
명령을 수행하게 병사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위키 https://bit.ly/3EI7TkW
웹박수 https://bit.ly/3pyCTjh
임시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405078
시트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412081

288 이리스🐈‍⬛주 (flmtXE7vcI)

2021-12-30 (거의 끝나감) 22:45:26

스텔라주도 어서와!٩(๑˃́ꇴ˂̀๑)

289 하웰주 (FIXazPf/Ic)

2021-12-30 (거의 끝나감) 22:48:58

스텔라주 재스퍼주 굿맨주 하이! 캡틴도 어서와~!

290 스텔라주 (j0zgIfcidQ)

2021-12-30 (거의 끝나감) 22:51:52

새 NPC는 겉과 속이 다른 친구구나! 이중인격 겉바속촉 :0!!!

291 에만 - 선레다요다요다요 (n4Q7UkgeJ.)

2021-12-30 (거의 끝나감) 22:52:42

에만은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리마인드 어플의 비명소리는 꿈결 사이에서도 끝나지 않아 책상에 엎드려있던 에단의 손이 핸드폰의 화면을 거칠게 스와이프 한다. 알람소리가 꺼진다. 눈이 느릿하게 한 번, 두 번 끔뻑이다 천천히 세상을 마주한다. 근 3주만에 제대로 자는 달콤한 쪽잠은 금세 달아났다. 기지개를 켤 힘도 없어 한참 객실 문을 바라보다 손가락을 한번 쭉 편다. 오므린 손가락 전체가 길게 펴진다. 그리고 손가락을 접자 빡빡하게 관절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나름의 기지개였다. 묵직한 머리를 짚으며 일어나자 엎드렸던 몸이 비명을 질렀다. 익숙한 근육통에 신음 한번 내지 않았다.

"지금이 몇 시야.."

방탄유리로 된 창문 밖 세상은 날씨가 흐려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어떠한가, 에만에게 낮과 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할 시간과 일하지 않는 시간만 있을 뿐. 노트북의 모니터는 절전모드에 들어섰다. 의미도 없는 화창한 바깥 도시의 경관을 담았다. 터치패드를 두들겨 다시는 꿈꾸지 못할 배경화면을 신경질적으로 치워버린다. 칙칙한 프로그래밍의 현장이 적나라하게 모니터에 떠돈다. 에만은 입속말로 욕을 지껄였다. 젠장. 화면 구석에 뜬 시간 때문이다. 오전 7시 45분. 대체 과거의 자신은 무슨 짓을 했길래 이 시간에 일어나게끔 알람을 맞췄단 말인가. 더벅진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리마인드 어플을 확인했다.

— 오전 9시, 페퍼 상사.

아, 오늘이다. 잠에 취해 페퍼가 온다는 사실도 까먹고 있었다. 에만은 충혈된 눈을 한번 비비고 굽은 등을 세웠다. 허리와 척추가 제발 살려 달라는 비명을 뒤로하고 비척비척 일으킨 몸을 이끌었다. 짧은 시간. 그렇게 말끔하게 나온 에만은 후드티를 주섬주섬 입었다. 머리를 말렸고, 마침내 가면을 썼다. 시간은 훌쩍 지나 8시 56분이 됐다. 의자 위에서 맨발을 꿈질대던 에만이 바닥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문을 한 번 보고는, 기운 없는 몸을 움직였다. 푹신하고 바퀴 달린 의자를 질질 끄는 것이다. 걷기엔 다리의 근육이 모자라다는 것이 정설일 테다. 9시 정각. 노크 소리에 에만이 기다린다. 의뢰인이라면 분명 암호를 댈 것이다. 에만은 문 앞에 웅크려 앉아 고개를 기울였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암호는..?"

// 캬아악 늦엇다 미안해~~~ㅠㅜㅠㅜㅠㅜ

292 칸나 - 이리스 (aL8O90rsG6)

2021-12-30 (거의 끝나감) 22:52:49

빗소리. 이따금씩 하늘을 가로지르는 번개와 천둥. 범죄도시의 소란도 이 모두에 씻겨 흘러내려가 칸나가 감상에 잠겨있을 정적을 만들어냈다.

그러는 와중, 예민한 귓가에 스치듯이 들린 목소리를 들어버린 것은, 우연이였을까, 어쩔수 없는 것이었을까.

"...? 꼬맹이?"

반쯤 감겨있는 눈이 다시 날카롭게 베려지는 것은 순간. 본능 마냥 윗몸을 빠르게 일으켜 작게 중얼거린다. 잘못 들었나? 노크조차 흘려버린 빗소리속에 몸을 움직인다. 매번 그렇듯 (뭐, 이 도시의 주민이라면 모두 그렇듯히) 장전한 권총을 든다. 조심스레, 문 손잡이 위에 손을 얹는다.

순식간에 여는 문. 문 앞의 인영을 향한 총구.

... 반대 편의 사람을 확인하자마자.

그 꼴을, 그 환한 미소를 확인하자마자.

"...너....!"

툭, 힘없이 총구는 다시 땅을 향한다. 눈이 커지고, 굳어있던 표정이 허물어진다.

아아. 하느님.

믿지도 않는 신을 부른다. 입술이 날카로운 송곳니 아래 짓이겨 진다. 이 망할 쓰레기 도시에는 어쩔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조금이라도 떠올리는 온기는 모두 이렇게 뺏어가는 곳이라는, 그런 류의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그 순간에 온갖 생각이 들고, 온갖 감정이 휘몰아친다. 이리스의 모습을 비추는 칸나의 검은 두눈에 훤히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모두 순간의 것. 결국 칸나의 이성이 목줄을 붙든다. 칸나도 결국엔 이 도시에서 8년을 살아왔다. 그 만큼 버텨왔다.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 지금은 묻지 않는다. 문을 크게 열고 이리스를 향해 손을 뻗는다.

"들어와. 얼른."

자신이 어떤 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썩 좋은 표정은 아닐테다. 추적자가 있다면 모두 떨쳐냈을꺼라 믿으며 이리스를 끌어오려 한다. 떨쳐내지 못했다면, 그때 가서 해치우면 된다. 하이드아웃을 들키는 정도야 상관없다. 번거롭긴 해도 그저 새로운 곳을 구하면 되니까. '집'이 아닌 곳은 그 정도 의미였다.

무엇보다, 지금 더 중요한게 있으니까. 지금 문밖 땅을 붉게 물들이는.

293 페퍼주 ◆doL2NSGwwY (4ymPcm1lQg)

2021-12-30 (거의 끝나감) 22:53:22

아안녕 여러분~
캡의 살인귀 npc 재미난 설정이구먼 홀홀홀... 매서커는 무서운 존재들이구나... 가까이 하면 안되겠다 (?)

294 에만주 (n4Q7UkgeJ.)

2021-12-30 (거의 끝나감) 22:55:13

새 npc~~ 우우 무라사키 귀엽고 무섭다~~~ 에만이 목숨만은..(?)

295 클로로주 (VcadWJ1EtQ)

2021-12-30 (거의 끝나감) 22:57:09

┬┴┬┴┤_O ) .oO(스레 갈리는 속도 무엇)

296 칸나주 (aL8O90rsG6)

2021-12-30 (거의 끝나감) 22:58:37

어서와 어서와! 사람이 오니 매우 좋군 (흐뭇)

>>278 오오...! 약간 착각계 쪽을 예상했는데! 그러면 칸나는 굿맨의 정체를 아는 손꼽을 정도의 몇명 중 하나일까? 아니면 굿맨이 여전히 정체를 숨기며ㅋㅋ 우연/악의인척 정보를 흘러주는 쪽일까?
참고로 칸나는 정부에 그다지 호의적인 쪽이 아니라 (이 도시를 아직 날려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ㅋㅋㅋ) 더 큰 악을 위해 협력하면서도 불평을 할꺼라 생각해ㅋㅋㅋ 굿맨은 칸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궁금하네!

>>279 와! 이중인격 녀석! 흥미롭군! :D

>>287 어서와!! 선관! 원하지만 접점이 잘 생각이 안나네ㅠㅠ

297 제롬주 (.hZPr09Uso)

2021-12-30 (거의 끝나감) 23:00:07

클로로주 어서오세요(볼콕)

오..무라사키...귀여운데 무서워요!!!

298 에만주 (n4Q7UkgeJ.)

2021-12-30 (거의 끝나감) 23:00:37

클로로주 어서와~~!!!!!

Q. 스벅 블루베리 치즈케이크는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어?
A. https://i.postimg.cc/8ChRcLSy/image.png

달달하다~

299 이리스🐈‍⬛ - 칸나 (flmtXE7vcI)

2021-12-30 (거의 끝나감) 23:01:41

" 후흐.. 언니 무섭게 총을 들구 있어~ "

문을 열고 보이는 총구와 자신을 보고 놀란 듯한 표정을 보며 자연스레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비에 젖은 얼굴엔 칼이 스쳐지나간 듯한 상처들도 여러개 나있었다. 그녀에겐 일상, 아니 생업인 일이었기에 이렇게 다치는 것도 익숙했다.

자신을 끌어당기는 칸나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온전히 몸에 힘을 빼 끌려가 네 품에 안착한다. 그리곤 어리광을 부리듯 가슴팍에 젖은 고개를 부빈다. 마치 한마리의 상처 입은 고양이처럼.

" 여기 오기 얼마전부턴 흔적 지웠으니까~ 괜찮을거야~ 따라오는 녀석도 없을테지만~ 오늘 일거리도 성공이거든~ "

칸나의 품에 들어가서야 몸의 긴장이 풀린 것인지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떨려오는 다리로 서선 베시시 미소를 지어보인다. 한눈에 보아도 비에 젖고 피를 흘려 체온이 낮아진 듯 입술이 새파랗게 변한 것이 보였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 오늘 쉬고 가도 괜찮아~? 요즘 칸나 언니 못 봐서 막 지나가다 보고 싶던거 있지? "

칸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하기 짝이 없는 늘어지는 목소리로 웃어보인다. 애초에 이렇게 다치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마치 자신은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 ..여긴 언제 와도 좋은 것 같아~ "

300 제롬주 (.hZPr09Uso)

2021-12-30 (거의 끝나감) 23:01:59

블루베리 치즈케익 = 캐 인장

인 거군요(???☆

301 이리스🐈‍⬛주 (flmtXE7vcI)

2021-12-30 (거의 끝나감) 23:02:13

클로로주 어서와~ヽ(´▽`)/

302 클로로주 (VcadWJ1EtQ)

2021-12-30 (거의 끝나감) 23:02:45

아까는 리히테나우어가 독일의 한 실존했던 소드마스터의 성을 차용했다는 TMI를 풀었었지
클로로라는 가명은 얘한테서 따왔어

>>296 칸나주도 안녕
>>297 봡
>>298 에만주도 안녕 잘 부탁해

303 에만주 (n4Q7UkgeJ.)

2021-12-30 (거의 끝나감) 23:02:50

>>300 블베치케+아아메 = 캐 인장
최고라구☆

304 굿맨주 (Dh0DsT7Hwo)

2021-12-30 (거의 끝나감) 23:05:47

>>296 굿맨이 정체를 숨긴 채로 주는데, 칸나는 '이 녀석, 나로 하여금 경쟁 조직을 쓸어버리려는 거 아니야?'하고 오해하면서 기분이 나쁘면서도 상당히 유용한 정보라 복잡한 감정으로 정보를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굿맨 입장에서 칸나를 보면 복잡한 감정이 들 것 같네요. 칸나를 보면 경찰이었을 때의 자신이 떠올라 경찰로서의 신념을 버린 지금을 보면 자기혐오감이 느껴질 지도... 그래서 칸나를 간접적으로 도와주면서도 정작 마주하면 칸나 입장에서는 거칠게 대할 것 같아요.

참고로 굿맨도 정부를 싫어함다. 자신을 뉴 베르셰바로 보낸 경찰 청장이 똥 밟고 죽어달라고 매일 기도를 드리고 있죠.

305 스텔라주 (j0zgIfcidQ)

2021-12-30 (거의 끝나감) 23:07:35

>>296 접점이야 만들면 된다 :3!! 머릿속에 떠오르는게 벌써 한 두개 있는걸!

306 페퍼주 ◆doL2NSGwwY (4ymPcm1lQg)

2021-12-30 (거의 끝나감) 23:08:16

>>291
언제나 똑같은, 비정상적으로 붉은 하늘. 그것은 출혈과 같이, 선혈의 궤적을 남기곤 한다. 조각구름 사이로 서서히 짙어지는 비. 궂은 날씨는 점차로 심해져, 이제는 폭우 수준으로 쏟아진다.

어느 고풍스러운 호텔에 들어선 페퍼는 여느때와 같은 노란 보호복에 방독면을 쓴 채이다. 잔뜩 색이 바랜 나이키 에어포스 1 '07이 저벅이는 소리를 낸다. 09시 정각, 페퍼는 강철제의 문을 세 번 두드린다. 그리고는 웅얼거리는 소리를 낸다.

"어제… 저희 집 부엉이가 죽었습니다."
그리고는 혹여, 잘 안 들렸을까 하여 내부 마이크를 키고 다시 말한다. 단, 다음 말을 더하여.
"그리고 오늘, 저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괜찮아! 그나저나, 둘은 얼마나 친해졌으려나. 그걸 잘 모르겠어서 문장이 다소 애매하네 ㅠ.ㅠ

307 페퍼주 ◆doL2NSGwwY (4ymPcm1lQg)

2021-12-30 (거의 끝나감) 23:11:12

갑자기 뜬금없이... 파라디클로로벤젠이 떠올랐어.

308 재스퍼 - 제롬 (2hpno2C846)

2021-12-30 (거의 끝나감) 23:14:41

"오, 좀 혹하는데."

하지만 재스퍼도 그게 농이란 걸 알았는지 더 대꾸하진 않았다. 오히려 술을 더 들이키며 아쉬움을 곱씹을 뿐.
제롬의 말에 재스퍼가 턱을 매만졌다. 빈 잔에 위스키를 따르며 그는 말을 시작했다.

"아니, 그게. 전에 누굴 처리해달라는 의뢰를 받아서 목표를 죽였거든? 어떤 여자가 경호로 붙어있긴 했는데 그냥 처리했지. 근데 며칠 뒤부터, 그 여자가 복수랍시고 내 일을 방해하러 온 거야."

목이 타는지 재스퍼는 술잔을 거침없이 기울였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난 처음에 그냥 귀엽게 보고 넘겼지. 근데 계속 그러는 거야.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내 돈벌이 방해하니까 짜증도 나고. 뭐, 그런 일이 있지."

다시 위스키 한 잔. "지금도 계속 그래."

309 ◆RCF0AsEpvU (uubs03fiso)

2021-12-30 (거의 끝나감) 23:14:57

재미난 설정이라니 고맙군 후후
아 하지만 이중인격은 아니야 아무튼 아님
무라사키는 npc지만 선관도 일상도 가능하니 많이 이용해달라구

310 재스퍼주 (2hpno2C846)

2021-12-30 (거의 끝나감) 23:15:44

클로로주 어서와~
오오 npc... 무서워!

311 아서주 (668cfvmlLg)

2021-12-30 (거의 끝나감) 23:17:01

좀 살 것 같아서 시계를 보니 11시네
이건 분명 꿈일거야 🙄

312 제롬주 (J38EARjqsk)

2021-12-30 (거의 끝나감) 23:17:06

선관은 힘들겠지만 언젠가 무라사키와 일상은 해보고싶네요...

>>287 선관...(흥미)

313 제롬주 (Bt2x0Q9Enk)

2021-12-30 (거의 끝나감) 23:19:11

아서주 어서오세요!!

314 재스퍼주 (2hpno2C846)

2021-12-30 (거의 끝나감) 23:20:12

아서주 어서와~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네...

315 아서주 (668cfvmlLg)

2021-12-30 (거의 끝나감) 23:21:58

대략 2시간인가 3시간 전 부터 어장 천장에 찰싹 달라붙어 모두를 은밀하게 지켜보고 있었으니 사실 인사는 안 해줘도 괜찮지만(머쓱)
다들 안녕

>>314 잔혹한 현실을 마주하니 어디 남아도는 타임머신 하나 안 굴러다니나 찾아보고 싶어지네 🙄

316 제롬주 (HR4yy4I6a6)

2021-12-30 (거의 끝나감) 23:22:42

>>315 (토닥토닥...)

317 이리스🐈‍⬛주 (flmtXE7vcI)

2021-12-30 (거의 끝나감) 23:25:22

아서주어서와!ヽ(´▽`)/

318 에만 - 페퍼 (n4Q7UkgeJ.)

2021-12-30 (거의 끝나감) 23:25:43

바퀴 달린 의자를 끌고 문 앞에 앉아있는 모습도 충분히 괴상망측하지만 비 쏟아지는 날 나타나는 손님도 만만치 않다. 처음 에만은 거대한 키와 모습에 자못 놀랐지만 이젠 그 모습에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웅얼거리는 소리에 에만은 몸을 숙였다. 문 가까이에 귀를 댄다. 이 문은 총알이 날아와도 괜찮다. 애당초 이 호텔에서 총을 쏠 미친놈도 없었다.

"부엉이.."

잠시 에만은 말을 멈춘다.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지 문고리를 향하던 손을 멈췄다. 그렇지만 어디 한두번인가. 느릿하게 기계음 섞인 목소리로 마저 답한다. "부엉이 시체는 어딨습니까?" 하고는 문고리를 돌렸다.

문을 열면 에만이 있다. 어지간히 걷기 싫었는지 바퀴 달린 의자를 직직 끌고와 현관까지 앉은 모습이다. 에만은 무릎을 모아 끌어안고 고개를 올렸다. 앞으로 살짝 튀어나온 목은 고개를 올리면 꽤 많은 고통이 있지만 이정도는 참을만했다.

"안녕, 페퍼. 다시 태어난 걸 축하해."

시덥잖은 농담을 던진 에만은 들어오게끔 의자를 직직 끌어 옆으로 비켜 앉았다. 방은 여전히 깔끔하고, 갓 씻어 따뜻한 습기가 찼으며, 다섯 대의 노트북만 바쁘게 화면이 켜져있을 뿐이다.

"오늘은 무슨 일로 왔을까."

319 칸나 - 이리스 (aL8O90rsG6)

2021-12-30 (거의 끝나감) 23:27:29

왜 그렇게 웃어. 그렇게 어린 주제에. 그렇게 작은 주제에.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아플까. 그럼에도 웃는 꼬맹이. 문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너는 익숙해하면 안돼. 너는 이런게 일상이란 듯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면 안돼. 당연한게 아니란 말이야. 너 같은 아이는 여기가 아닌 밖에서, 안전한 곳에서, 가끔씩 넘어져 무릎이라도 다치면 그때 울어야 한단 말이야...

하지만 할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목을 뜯어내서라도 하고 싶은 말이 할수 있는 말이 아니었기에, 칸나는 대신 이리스의 말에 침묵하였다. 그에 분풀이를 하는 듯이, 이리스를 잡아 당겨 품에 기대게 할수 밖에 없었다. 살아있는 것을 증명하듯, 고개를 부비는 꼬맹이의 몸에서 심장소리가 느껴진다.

두근두근.

어릴적에 작은 새끼 고양이를 안아본적이 있다. 작고 따뜻한 몸에서 느껴지는 심장 고동에 얼마나 신기해했는지.

지금 품속의 아이는 고양이는 커녕, 털북숭이도 아니었고 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도 치지 않았다. 허나 어째서 그런 순간이 갑자기 생각나는 지. 어째서 그럼에도 이렇게나 마음이 아픈지.

아마 그 몸이 따뜻하기는 커녕 얼음장마냥 차가워서 그런게 아닐까.

미처 벗지 못한 가죽 재킷이 빗물과 피로 젖어들어가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 손은 이리스의 등을 받치고, 총을 든 손을 앞으로 뻗어 문을 닫는다. 철체 문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닫히는 동시에 밖의 시끄러운 빗소리도 함께 조용해진다. 마치 이 곳이 세상에 단절된 것만 같은 느낌이다.

철문 하나로 이 도시에서 영영 분리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리가 없다는 것을, 이리스 발 밑의 작은 웅덩이가 증명해 주었다.

"...."

이리스의 말에 대답은 없었다. 대답을 할수 없는 게 맞을까? '일거리'라는 단어에 그녀 머리 위에서 으득, 이가 갈리는 소리는 들려오겠지만 말이다. 권총 손잡이에 우그러트릴 듯한 힘이 들어가다, 이내 다시 홀스터로 끼워넣는다.

"...기대있어."

어렴풋히, 이리스의 말에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안심시키기 위해 웃고, 쉬고 가기는 커녕 자기야 말로 보고 싶었다고 말을 해줘야 겠지.

하지만 칸나는 옛날부터 그런 점에는 잼병이었다. 감정을 숨기는 것도, 애써 웃어 보이는 것도. 몇번이고 노력해보아도 잘 되지는 않았다. 역시 자신은 차라리 몸쓰는 일에 더 자신있었다. 그래서 그리하였다.

작은 경고와 함께, 몸을 조금 숙인다. 한 손은 등에, 다른 한 손은 다리 아래를 받쳐 이리스를 들어 올리려 한다. 그리고선 아마도, 방금 전 까지 누워있던 소파에 눕히겠지. 하지만 그런 이성적인 동작에도, 이리스의 말에 잠시 멈출테다. 불 하나 키지 않아 어두운 방은 칸나의 표정을 가릴테지만, 이내 흘러나오는 말에 그녀가 느끼는 것 정도는 쉽게 알수 있을테다.

"....그래? 다행이네."

이것저것 압축된, 낮은 목소리. 이리스를 소파로 데리고 간후,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손을 뗄것이다. 불을 키고, 히터를 키고, 구급상자를 가져와야 했으니까.

320 에만주 (n4Q7UkgeJ.)

2021-12-30 (거의 끝나감) 23:28:07

조금은 친밀감이 있지 않을까 싶어~ 의뢰를 쌍방으로 주고받는 사이니 농담정도는 하지 않을까?🤔

물론 에만이가 웃거나 할 기력은 없지만..

321 하웰주 (FIXazPf/Ic)

2021-12-30 (거의 끝나감) 23:29:51

아이고, 스레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가 어렴구만! 클로로주 안녕!
이만 오늘은 들어가봐야 할 것 같네! 잠이 안오면 다시 올지도 모르지만...
선관 다 찌르고 싶은데 왜 벌써 시간이 이렇냔 말이야 흑흑
캡 무라사키 넘 귀엽고 무섭고 혼자 다하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다들 나중에 보자!

아스타로테주 답레 남겨놓으면 내가 내일 이어둘게! 멀티하고 있어도 괜찮으니 편하게 기다려줘~!

322 에만주 (n4Q7UkgeJ.)

2021-12-30 (거의 끝나감) 23:31:03

다들 어서오라구~😉

323 아서주 (668cfvmlLg)

2021-12-30 (거의 끝나감) 23:31:39

>>316 후후 난 이렇게 제롬주의 따뜻한 위로를 얻었구나☺️
>>317 이리스주도 안녕

지금이 11시 반이니 1시간 반 정도인가… 오늘도 잡담만 하다 가겠네 🤔

324 재스퍼주 (2hpno2C846)

2021-12-30 (거의 끝나감) 23:33:32

하웰주 잘자~ 좋은밤 보내!

325 칸나주 (aL8O90rsG6)

2021-12-30 (거의 끝나감) 23:33:40

아서주도 어서와~

>>304 ㅋㅋㅋㅋㅋㅋㅋ 그거 좋은데! 착각계적인 무언가도 아주 가능할테고!ㅋㅋㅋㅋㅋㅋㅋㅋ칸나쪽에는 천하의 나쁜놈인데 정보는 유용하고 근데 이용당하는 게 훤한데 정보는 유용하고...! 이를 갈면서도 몸은 착실히 정보를 매우 잘 써먹을꺼 같아!
거기에 서로 거칠게 대하다가 집에 가면 각자 기도하는 겤ㅋㅋㅋㅋㅋ 칸나도 매일 밤 도시에 핵이라도 떨어지길 기원하는 녀석이랔ㅋㅋㅋㅋㅋ 반정부적 면모도 은근히 맞는 단 말야 이녀석들. 서로 마주치면 으르렁거리다 집에 가면 인터넷에 익명의 상대에게 하소연이라도 할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딱 좋아! 여기서 더할 것이 있을까? :D

>>305 !!! 뭔데 뭔데 뭔데!! 얼른 내놓지 못할까!!!! (땡깡

326 아서주 (668cfvmlLg)

2021-12-30 (거의 끝나감) 23:35:57

하웰주 조심히 들어가고 좋은 꿈 꿔!
에만주도 칸나주도 안녕✋

327 이리스🐈‍⬛ - 칸나 (flmtXE7vcI)

2021-12-30 (거의 끝나감) 23:36:05

" 원래 다음에 찾아올 때엔... 맛있는 것들 좀 가져오려고 했는데~ "

자신을 들어올리는 칸나의 행동에, 자연스레 몸을 맡긴 이리스는 재잘재잘 이야기를 이어간다. 마치 그러지 않으면 이 잔잔한 분위기 마저 망가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처럼. 물론 평소의 그녀라면 그런 것에 신경 쓸 정도로 세심한 성격도 아니었지만.

" 나아 요즘 월급이 좀 쌓였거든~ 푸흐흐.. 언니랑 배터지게~ 먹으려고 했는데 오늘은 못 사왔어~ 미아안~. "

하지만 아플 때 웃는 것은 어릴 때부터 똑같았다. 겁도 없이 칸나에게 덤벼 맞을 때도, 뒷골목에서 두드려 맞아가면서 싸움을 할 때도 성한 곳 없는 와중에도 웃었다. 아프지만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 그래도 내일 보스한테 보고 하면 또 칭찬도 받고 돈도 들어올테니까~ 그땐 언니랑 술도 마시고 그래야지..후으.. "

베시시 웃으며 재잘거리던 이리스는 소파에 내려질 때 복부의 상처가 벌어진 듯 흠칫 놀라며 몸을 부르르 떤다. 하지만 이내 그것도 잠시 다시 베시시 웃어보이며 칸나를 올려다본다.

" 언니 담배 냄새~ 내가 좋은 것 좀 피라고 했잖아~ "

어쩌면 이 재잘거림은 칸나를 안심시키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말을 하면서도, 철없이 웃으면서도 칸나의 눈동자에서 이리스의 눈동자는 떨어질 줄 몰랐으니까.

328 이리스🐈‍⬛ 주 (flmtXE7vcI)

2021-12-30 (거의 끝나감) 23:36:28

하웰주 잘자?

329 제롬 - 재스퍼 (7MXcHfty/k)

2021-12-30 (거의 끝나감) 23:37:51

"그거 꽤 큰일이네... 방해하는 거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어. 네가 죽을지도 모르는 임무에서 방해하기라도 하면... 네겐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재스퍼의 말에 다시 잔의 가장자리를 손 끝으로 매만지는 제롬이었다. 들어보면 동업자 간의 시비인 것 같은데... 이게 꽤,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일거리가 겹칠 경우에는 종종 일어나는 일인데, 보통은 원만하게 해결하나 이 경우는 그렇지 못 한 경우겠지. 그럼 보통은 한 쪽이 죽어야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커넥션의 사람이 죽으면 곤란하다.

"그녀석 이름을 알아? 아니면, 얼굴이라도."

그는 단말기를 켜서 터치펜을 집었다. 메모해두기 위함이었다. 혹은, 그리거나.

"가능하다면 내가 치울 수 있는 녀석을 알아봐줄게. 커넥션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 중 유능한 사람은 많으니까."

청부업자라면 꽤 많이 연결되어 있다. 개중에서는 유명한 놈들도. 제롬은 사양하지 말고 말하라는 듯, 펜 끝으로 재스퍼의 팔을 가볍게 찌르며 그를 바라보았다.

330 제롬주 (Yo8D2EG39A)

2021-12-30 (거의 끝나감) 23:38:25

하웰주 주무세요!!

331 굿맨주 (Dh0DsT7Hwo)

2021-12-30 (거의 끝나감) 23:39:28

>>325 저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칸나주는 더할 것이 있을까요?

332 굿맨주 (Dh0DsT7Hwo)

2021-12-30 (거의 끝나감) 23:39:57

좋은 밤 되세요, 하웰주!

333 스텔라주 (j0zgIfcidQ)

2021-12-30 (거의 끝나감) 23:42:41

하웰주 좋은 밤 되고 꿀잠 때리도록!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의 명령이다 >:3!
으아 배부르다... 늦은 저녁겸 야식 아주 잘 먹었다...

>>325 땡깡부리는 아이는 배를 쓰다듬어주지 :3!! (의미불명)
응. 우선 칸나는 단신으로 조직 단위를 상대하고 있다 보니까 실력은 검증이 된거잖아? 그래서 스텔라는 '이 녀석 탐난다. 데려오고싶다' 라고 생각하고도 있고 스텔라는 자기 조직 사람들을 전부 가족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가족이라는 것에 조금 집착하는 면도 있고! 아무튼 소중히 생각하는 가족들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의견을 가능한한 따라주려고 해서 도시에서 나가고싶다고 이야기한다면 자기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도시에서 내보내주려고 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칸나를 자주 찾아가게 되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334 에만주 (n4Q7UkgeJ.)

2021-12-30 (거의 끝나감) 23:44:13

하웰주 굿밤!

335 페퍼 - 에만 (0TUusKFbuw)

2021-12-30 (거의 끝나감) 23:48:14

'부엉이 시체는 어디있습니까?'
이곳에 오면 반드시 이 대답을 들어야만 들어올 수 있다.

'정말 기이한 취향이 아닐 수 없군.'
처음 페퍼는 이렇게 생각했다. 결국 이 방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부엉이의 죽음을 고하고 그 시신의 위치를 말해야만 한다는 것일텐데, 부엉이가 죽는다면 한밤중에는 누구의 가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일까?

"여기, 제 주머니 안에 있습니다."
페퍼는 그 말에 이리 대답하고는 보호복의 주머니에서 커피 한 캔을 꺼내들어 건네주었다.
"잠은 좀 깼나? 혹시 몰라서 네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커피를 가져왔지."

"여기 온 이유를 말하지. 그리고 내가 다시 태어나게 된 경위도."
"하지만 그 전에, 당신에게 좀 묻고싶은 게 있어."

그는 보통 상념에 젖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나,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어서인지, 혹은 제 앞에 있는 자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자여서인지, 그러한 모습을 가리지 않았다.
"당신은, 신분을 가리는 이유가 뭐지?"

#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페퍼였습니다.

336 클로로 (VcadWJ1EtQ)

2021-12-30 (거의 끝나감) 23:54:49


하늘이 붉다. 어두운 방 안에서 앉아있던 사람에게는 충분히 눈부신 빛이다. 하늘빛이 최대한 덜 비쳐들도록 차단해둔 방 안에는 창가를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소년의 모습만이 보인다. 드물게도, 이 신이 버린 도시에서 자신은 신앙을 버리지 않고 기도라도 하는 것일까? 적어도 소년의 마음가짐은 지금, 기도를 하고 있다고 해도 좋은 만큼 고요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 소년이 절대로 기도를 드리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어깨에서 돋아나기라도 한 것 같은 흉물스러운 무언가가 창가로 뻗어나가고 있었가 때문이다. 총인가? 하고 바라보면 얼른 총이라는 모양을 유추하기도 힘든 물건이었다. 위협적으로 각지게 생겼거나 고풍스럽고 우아하게 생기기 마련인 보통의 총이라는 존재들에 비해서, 소년의 어깨에 받쳐져 있는 그것은 배관공이 쓰다 만 굵은 파이프에 조잡한 고철 몇 조각과 나무 버팀대를 잘라다 붙여놓은 것 같은 돼먹다 만 모양새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됐건, 소년이 그 곳에서 그걸 겨누고 있는 이유는 명확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무언가를 확인한 소년은 방아쇠를 당겼다. 그것에선 총다운 소리도 별로 나지 않았다. 찰칵, 하고 뭔가 쇠 부딪는 소리와 고양이 재채기하는 듯한 톡 소리가 전부였다. 오히려 큰 소리는 창문 밖의 어딘가 머나먼 곳에서 들려왔다. 끼기긱, 하는 불안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연결이 툭 끊어지는 퉁 소리, 그리고 대단히 무거운 무언가가 땅바닥에 쾅 하고 충격하는 소리, 비명 소리. 소년은 차갑고 냉정하다 못해 별 생각이 없는 무신경한 시선으로, 그 못생긴 파이프 위에 붙여진 작은 파이프-오로지 그것 딱 하나만, 총 위에 올라가는 조준경이라고 스스로를 강변하는 듯한 번듯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에 눈을 갖다대고 그 충격음이 들려온 곳을 살폈다.

준공 중이던 고가 철교의 골조를 구성하고 있던 H빔의 나사를 하나만 남기고 사전에 모두 부수어둔 뒤, 타겟이 지나갈 때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나사를 쏘아맞춘 것이었다. 그가 타이밍을 정확히 계산한 덕에, 그것은 도로 위로 떨어지면서 쿠페 한 대를 납작하게 짓뭉개 놓았다. 철골에 깔려 형태도 남지 않은 운전석에서 빼어져나온 손이 부르르 떨다 미동을 멈추는 것이 보였다.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 권총을 뽑아들고 주변을 경계하다가, 이내 이 도시에선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라는 듯 여상스레 자기 갈 길을 가는 모습이 보였다.

소년은 조준경에서 시선을 떼고,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어들고는 옆을 돌아보았다. 창밖 먼 곳에서 나는 소란한 소리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소년이 모르는 사람이 그 곳에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 객실의 원래 투숙객이었다. 소년은 총을 내려놓고 다가가 그 사람이 잠들어있는지 확인했다. 소년이 미리 주사해둔 약이 성능을 확실히 발휘해준 덕에, 그 사람은 역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소년이 모르는 사람이었고, 그 사람도 소년을 몰랐다. 소년이 여기 있는 줄도 모를 것이고, 앞으로도 소년을 모를 것이다. 잘 자요. 하고 한번 마음속으로 중얼거린 다음에, 소년은 짐가방을 꾸렸다. 주변의 캠이나 도청기 등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캠 스토퍼를 줄곧 켜놓고 있으니, 모텔 주인이 편집광이라 4레벨 이상의 전자간섭 방호처리가 되어있는 CCTV를 설치해둔 게 아닌 다음에야(이런 여인숙에 여인숙 건물보다 몇 배는 값비쌀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 어불성설이었다) 모텔에 설치돼 있는 보안장치에 자기 흔적이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만... 역시 현장을 뜨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법이다. 그는 빠르게 짐을 꾸렸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볼품없는 가방을 짊어지고 여인숙의 중앙 계단으로 향했다.


은신처의 문을 잠그고, 소년은 성 가이즐리 보육원의 전경을 돌아보았다. 원래 성 가이즐리 보육원이었던 건물은 없고, 이제는 괴짜가 임대해주는 올드 베르셰바 시절의 케케묵은 원룸이었다... 최소한의 정리정돈만 되어있는 방 여기저기에 무언가 잡동사니들이 꾸지레하게 늘어놓아져 있는, 애매하게 관리되고 있는 방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클로로는 가방을 작업대에 올려놓고, 외투를 벗어서 옷걸이에 걸었다. 헐렁한 터틀넥 티셔츠 위로 잘 먹지 못해 앙상한 몸의 실루엣이 창가의 블라인드로 비쳐드는 붉은 빛에 비쳐보였다.

붉은 빛.
붉은 빛을 피할 곳은 없었다.

클로로는 눈을 감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적여서 꼬질꼬질한 이어버드를 꺼내고는 귀에 끼웠다. 기다렸다는 듯, 노래가 흘러나온다...

All these red lights
I'll cover my eyes, baby, no surprises
There's nowhere to hide from it lately
It's just another dead end day that we're falling through

I'll cover my eyes, baby, no surprises
It's just another dead end day that we're falling through

337 클로로주 (VcadWJ1EtQ)

2021-12-30 (거의 끝나감) 23:57:38

첨부한 노래는 뉴 베르셰바의 하늘이 붉은색이라는 글을 봤을 때부터 줄곧 이 어장에 추천하고 싶었던 곡이야.

338 클로로주 (VcadWJ1EtQ)

2021-12-30 (거의 끝나감) 23:58:40

앗...... 짤을 첨부해놓고 내용을 쓸까말까 하다가 안 썼는데 짤을 빼는 건 깜빡했네...
이번 독백에서 클로로가 사용한 총인 드 라일 카빈이야. 가장 조용한 총들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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