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깔끔하게 포장된 손수건을 가방에 넣으며, 직원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에스컬레이터를 찾아 걸어가며 다시 생각해본다. 손수건은 샀고, 다음은... 지하에서 간단하게 장을 보면 되겠다. 집 근처 슈퍼에서 장을 봐도 되긴 하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거, 그냥 여기서 사서 가지 뭐. 그래, 하는 김에 지하에서 디저트도 좀 사갈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에 도착하자 위층보다 확실히 많은 인파가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좀 거북한데... 어쩔 수 없나.
열심히 인파를 헤치고 도착한 곳은 식자재 코너. 그래, 그냥 슈퍼보다 훨씬 비싸고 양은 적지만 품질은 확실한...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쪽에는 사람들이 좀 적은 편이라 일단 한숨을 돌리고 천천히 훑어보다가― 예상치 못하게 아는 얼굴을 찾아냈다.
"어, 요리미치? 여긴 어쩐 일...이라고 할 것도 아닌가."
보자마자 조금 놀라서 말을 걸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요리 잘 하는 편이라고 했었고... 여기서 만난 게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아서 도중에 말을 바꿨다. 아무튼 우연이네. 여기서 다 만나고.
"신기할 것 까지야. 나도 집에서 요리 정도는 한다고. ...아니, 할 수밖에 없지만...“
밖에서 사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그렇다고 사오리 씨가 하면...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다. 주로 내 혀한테... 물론 나도 처음부터 잘했던 건 아니고, 지금 생각하면 엄청나게 엉망진창인 요리를 하고 그랬었지만. 사오리 씨는 어른인데, 나보다 요리 경력이라던가 자취 경력이 확실히 길 텐데도 어째서 그런 걸까... 잠시 다른 곳으로 새던 생각을 털어내고 요리미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나도 여기 온 김에 지하에서 사 가려고. 여름에 하기 좋은 요리...라기엔 어차피 맨날 여름이지 않아?“
세컨드 임팩트 이전에는 사계절이 있었다고 배우긴 했지만, 태어난 이래로 여름 이외의 계절은 경험해본 적이 없다. 지식으로는 알고 있다고 해도 여름이 아닌 다른 계절이라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어떤 느낌일까, 여름이 아닌 날이라는 건. 어쨌든 일단 나도 오이랑 양상추는 챙겨두자. 간단하게 샐러드 해먹기 좋지 이건.
"교과서로 배워도 역시, 직접 겪어보지 않은 건 상상하기 어렵단 말이지. 여름이 아닌 계절이라던가."
에어컨 덕분에 실내는 시원해도 밖으로 나오자마자 곡소리가 절로 나는 날이라던가. 물론 평소에 안 덥다는 건 아닌데 아무튼 특히 더운 날은 가끔 있긴 하니까. 그런 날은 죽어도 밖으로 나가기 싫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음음.
"......저번의 그 낫토 뭐시기 같은거? 낫토는 사양이지만 어레인지는 뭐... 괜찮은 방법인 것 같네.“
단톡방에 올라왔던 그 무시무시한 어레인지 요리들...! 상상만 해도 너무 끔찍하다. 낫토라는건 대체 다들 왜 먹는거야 그 맛없고 이상한 냄새나고 식감도 이상한 녀석을!! 심지어 여기서도 엄청나게 고급진 포장에 담긴 낫토를 팔고 있어! 괜히 그쪽을 째려보다가 푹 한숨을 쉬었다. 뭐... 사람마다 호불호는 다른 거니까... 내가 싫어해도 누군가는 좋아하고 그런거지. 아무튼 나한테만 먹이지 않으면 딱히 상관없으니까.
"나도 너무 같은 것만 하고 있지않나 조금 신경쓰이네. 어레인지라... ...요리책이라도 사서 봐야하나?"
낫토 피자라는 말에 잠깐 요리미치를 경악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뭐...라고..? 무슨 피자요? 단톡방에서도 보긴 했지만 육성으로 들으니 충격이 배가 되는 느낌이다. 파인애플 올린 피자까진 괜찮아도 낫토는 아니야 역시... 피자가 미끌미끌 끈적끈적해진다고... 윽, 상상해버렸어. 고개를 두어번 털어냈다. 으으... 역시 낫토는 싫어...
"아, 하긴. 책은 펴기가 귀찮지. 동영상이라... 괜찮네 그거.“
글로 된 설명보다 더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만드는 과정이 나온다면 그걸 따라해볼수도 있겠고... 아무튼 좋은 방법이네. 동영상을 찾아보는거. 그나저나 요리미치도 동영상이라던가, 참고하는구나...
"근데 의외네. 요리미치도 동영상 보고 하는구나. 뭔가 그냥 알아서 휙휙 할 것 같은 이미지였거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알 것 같기도 한데. 과자파티 때부터 자기가 만든 과자를 가지고 오고, 집에 있던 걸로 요리를 하나 뚝딱 만들어서 그런가. 뭔가 요리 잘하는 사람이란 인상이 있어서 그런가. 동영상이나 책을 보지 않고도 혼자 잘 할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무지개 젤리와 우유 샌드위치라. 무지개 젤리는 그냥 젤리맛이겠지만 우유 샌드위치는 맛있을 것 같다. 물론 나는 안 만들거야. 못 만든다고 그런 거. 실력도 그렇고 귀찮기도 하고, 그냥 디저트 정도는 사먹자는 쪽이기도 하고... 그래도 만드는 사람은 대단해 보인다고 할까. 엄청나잖아 그거.
"뭔가 굉장하네. 나는 그냥 사먹는 쪽이라, 만드는 사람은 뭔가 굉장해 보인단 말이지.“
아, 과자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잊지말고 디저트 사가야겠다. 역시 나는 만드는 것보단 사는 쪽이니까. 뭘 사갈까. 케이크가 좋을까 도넛이 좋을까, 아니면 모처럼 백화점까지 왔으니 뭔가 좀 더 좋은 게 있나 봐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단 피망을 하나 챙겨들었다. ...일단 쟁여두는 건 좋은데, 당장 오늘 저녁은 뭘 해야 좋을까...
닭가슴살 볶음이라. 닭가슴살은 퍽퍽해서 별로인데... 나는 다른 걸 볶아볼까. 집에 뭐가 있더라. 아니면 집에 가서 동영상으로 레시피를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나저나 재밌어서 만든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게 아닌지. 하지만 또 다시 굉장하다는 이야기를 해도 저쪽에선 그냥 재밌어서 한다는 얘기로 다시 돌아오겠지. 이건 충분히 상상이 되네.
"그럼... 난 슬슬 계산하고 가볼까 하는데, 요리미치는?“
일단 얘기하는 사이에 고를 건 다 고른 것 같고, 빠트린게 있어도 집 근처 슈퍼에서 또 사면 되니까 별 문제는 없다. 슬슬 계산하고 돌아가야지. 요리미치는... 아직 더 고를 게 있는 걸까?
무지개 젤리랑 우유 샌드위치일까, 아니면 다른 간식일까. 잘 모르겠지만 언제 한 번 맛보여준다는 말에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요리미치가 만든 간식을 먹는 건 과자파티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네. 그 사이에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그런가, 이상하게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긴 중간에 서로 날세워서 싸웠던 일도 있었고. 분위기가 좀 냉랭했던 적도 있었고 하니. ...이제는 아니지만. 아무튼 요리미치는 더 사고 간다고 하니 나는 먼저 계산을 하러 가봐야겠다.
"그럼 난 먼저 갈게. 다음에 봐, 요리미치.“
손을 흔드는 요리미치를 향해 나도 손을 흔들어주고 계산대로 향했다. 이제 남은 건 디저트 사가는 거랑, 메뉴 결정이네. ...뭐가 좋을까.
첫인상은 바로 그것이었다. 학교 과학실, 포르말린 통에 배가 열린 채로 잠든 생물 표본. 또 하나는 뇌와 신경계만 절묘하게 빼내서 뇌에 연결된 눈알까지 생생하던 그 표본.
참, 에바도 생물병기였지. 이것도 그것과 관련이 있을까.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일단 챙기고 보자. 요 두 개는 붕대로 포장하고, 가방은 다시 냉동고에 넣어놓자. 들킬때까지 시간을 벌어줄테고, 부장도 여기서 본 건 전부 잊으라고 했지 뭘 보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잖아아아아아악! 꺄아악!!!!
"부장님! 같은 편끼리 기척을 좀...."
한 손에 표본 두개를 겹쳐쥔 걸 떨어뜨릴뻔했다. 다른 손으로 권총을 뽑을 뻔했지.
....그리고, 권총을 뽑아야 했다. 생명의 DNA에 내장된 삶을 갈망하는 본능이 인간의 지성과 결합하면 그게 상당히 야비한 모습으로 나타낼 수 있다. 한 손으로 권총을 뽑아서 맞겨누고, 포본을 쥔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려버리는 것도 야비함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부장이 내 머리에 총을 쏘면 포본도 황천행이다. 내가 생각하고 한 행동이 아니다. 내 믿음직한 파충류 뇌의 행동이다.
부장님.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저는 상황에 아주 빠르게 적응합니다. 그래서 제가 부장님 앞에서 숨쉬고 있는 것이죠. 부장님처럼 총을 겨누는 사람을 모두 피하여서. 손으로 가리어지지 않은 한쪽 눈의 동공이 죄인다.
>>607 표본을 쥐고 있는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려 하는 나루미를 보며, 미즈노미야는 그저 여전히 웃는 얼굴로 겨누고 있었습니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표정변화 하나 나타나지 않고, 웃는 얼굴 그대로였지요. 협박에 가까운 행동임을 알고 있을텐데 불구하고 그는 의연한 태도로 나루미를 향해 물으려 하였습니다.
“중요한 물건은 소중히 다뤄야지. 대위는 그런 물건을 막 손으로 쥐며 인질로 삼는 편인가? “
태도와는 별개로, 그가 말하는 어투는 납득이 안 간다는 듯한 어투였습니다. 마치 자신이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진 않을 거란 것처럼 들리는 듯한 말이었지요. 총은 명백히 나루미를 향해 겨누고 있었습니다만, 그의 시선은 나루미가 들고있는 그것을 향해 있었습니다.
“보통 기밀이 아닌건 대위도 알고 있을텐데. 안을 열어보았으니 짐작이 가지 않나. “
잠금장치가 풀린 권총을 여전히 겨눈 채, 미즈노미야는 말하길 계속하였습니다. 그리고 말하던 와중에 바닥에 펼쳐져 있는 철가방 쪽으로 턱을 까딱이려 하였지요. 확실히, 냉동고 안에 가방에 담은 채로 잠금장치를 채워서 집어넣어둘 정도면, 보통 물건을 집어넣은 것이 아님은 당연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왜 그게 태아인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었습니다. 애초에 왜 이곳 기지는 태아로 보이는 것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왜 [ 부탁하신 물건 ] 에 이런 게 들어있었던 것일까요. 이 [ 부탁하신 물건 ] 을 가져가 전해준다면, 상층부는 대체 뭘 할 생각인 것일까요?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와 팔, 그리고 다리. 완벽한 인간의 형태를 띄고 있는 태아였습니다. 단지 척추가 튀어나와있고 꼬리뼈에 뭔가가 달려있는, 지나치게 하얀 태아였단 점이 보통 태아와 다른 점이었습니다.
후카미즈 나루미. 당신은 이 표본이 무엇의 표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까?
“두말 하지 않겠다. 표본을 도로 가방 안에 돌려놓도록. “ “미안하지만 그것들은 온전한 상태로 가져가야 해서 말이지. 조건에 대해선 협상하지 않겠네. 그게 내가 총을 내리는 조건이야. “
철컥, 하고 다시금 안전장치를 잠갔다 풀며, 미즈노미야가 다시금 나루미를 향해 다음과 같이 말하려 하였습니다. 전혀 협상하지 않겠단 강경한 태도로 나가려 하는 것으로 보아, 부장에게 있어 저 표본은 정말로 무력을 불사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인 듯 싶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