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거대한 기체 위에서 본 인간은 한없이 작게만 보였다. 손 위에 올린 요리미치와 이오리 씨를 보니 확실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둘 다 평상시라면 나보다 키가 많이 커서, 어른인 이오리 씨는 물론이고 같은 나이인 요리미치도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아야 했다. 그런 둘이 지금은 그저 작은 점으로 보일 정도였다. 기체에 탑승한 상황에서 본 사람이란 이렇게나 작고 연약해 보이는 것이다. 저 아래, 아주 깊숙한 곳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생각을 조용히, 멍하니 속으로 중얼거려본다.
아버지도, 이 상태에서 이렇게 손으로 붙잡는다면... ...이렇게 작아 보이겠지.
폭주한 로봇을 막는다는 이상사태에 잔뜩 달아올랐던 신경이 식어 느슨해지면서, 최고수준으로 올라갔던 긴장이 턱 풀린 상태에서... 무의식의 영역에서 어느샌가 의식의 영역으로 치고 올라오는 그 충동을 막을 제동장치 역시 풀려버린 것인지, 거침없이 부풀어오른 그 생각이 아버지와 비슷한 키를 한 요리미치의 위로 그 모습을 덧씌운다. 선명하게, 어쩌면 흐릿하게 보이는 그 모습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움켜쥐려고 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두 사람을 옮길 때의 동작과는 확연하게 다른 동작으로 움직이려던 손가락의 관절을 가까스로 멈춘 것은 손 위에 있던 또 한 사람, 이오리 씨의 존재였다. 정신없이 떨리는 동공이 이오리 씨를 향했다가, 아버지의 모습을 덧씌웠던 형체로 향한다. 자세히 봐, 저건 아버지가 아니야. 저건 요리미치야. 전혀 다른 사람이야... 지금 내가 손에 잡고 있는 건 전혀 다른 사람들이야.
가까스로 돌아온 제동장치는 무의식적인 충동에 굴레를 씌워 다시 아래로 끌고 내려간다. 그리고 남은 것은 '자신이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요리미치가 혼자였다면, 이오리 씨를 보고 제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정말로 아버지를 잡고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렇게 했다면― 초호기의 손이 붉게 물들었을지도 모른다.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LCL처럼, 소름끼치는 붉은 바다처럼, 지하에 있는 그 새하얀 사도가 끝없이 흘려대는 핏물처럼― ―아까 전까지 있었던 관제실에서, 무너진 천장을 물들인 그 붉은색처럼.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르자 폭발적으로 그때의 광경이 되살아났다. 다급한 상황으로 어떻게든 억누르고 있던 그 기억이, 자욱한 먼지의 매캐한 냄새가, 어쩐지 익숙해져버린 비릿한 냄새가 섞인 그것과 뿌연 시야가, 물러나던 발뒤꿈치에 걸린 파편의 감각이, 점점 탁하게 변해가던 그 붉은색이,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접한 죽음이 생생하게, 또다시 그 현장에 끌려간 것처럼 나를 에워싼다. 울렁거리는 속을 어떻게든 참아내며, 무언가에 이끌려 상승할 때까지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자꾸만 구역질이 올라오는 입가를 양손으로 막고 싶었지만 지금 조종간에서 손을 놓으면 두 사람이 큰일이 날 것 같아, 어떻게든 참아낸다. 정말로 온 힘을 다해 참아내느라 주변이 지금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초호기가 어디로 끌려온건지도 신경쓸 수가 없었다. 다만 가득 차있던 LCL의 수위가 점점 내려가는 것에는 반응할 수 있었다. 엔트리 플러그가 열리자마자 나는 다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 의식의 흐름과 플래시백... 기내에 도착해서 엔트리 플러그가 열리는 즉시 창백한 얼굴로 뛰쳐나옵니다!
>>418>>420 기내에 도착한 나츠키는 엔트리 플러그가 사출되는 즉시 조종석에서 뛰쳐나오려 하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더는 여기 있기 싫다는 듯 나츠키는 다급하게 출구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 하였습니다. 나오기 무섭게 여느 때와 다를바 없는 격납고의 풍경이 나츠키를 반겨주었고…… 저 아래에서 필사적으로 바깥으로 뛰쳐나오려 하는 나츠키를 본 유즈키 사오리는, 다소 놀란 눈으로 나츠키를 바라보며 외치려 하였습니다.
“나츠키? 괜찮니?!! 무슨 일이야?! “
비슷한 시기에 초호기와 함께 기내에 도착한 타카기 역시 슬슬 내릴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소 많은 일을 겪고 왔음에도 한결 침착한 태도로 내리려 하고 있던 타카기를 유심히 바라보던 이오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하려 하였습니다.
“……못난 어른들에 의해 여러분들이 고생이 많습니다. “
원인을 제공한 건 전부 어른들이었으며, 아이들은 그저 일을 수습하기 위해 나서게 된 것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제대로 사전에 대비를 해두었다면, 타카기와 나츠키가 나서게 될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421 나루미는 조심스레 잠금장치의 다이얼을 돌려, 숫자를 맞추려 시도하였습니다.... 과연 파일럿들의 인적 서류에 해답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비밀번호가 맞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지금 나루미가 가지고 있는 단서로 생각할 수 있는 비밀번호는 이거란 것이었습니다.
0 7 2 5
0725. 타치바나 아유미의 생년월일. 정말 이게 맞을지 다이얼을 맞추고, 나루미는 조심스레 가방을 열어보려 시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잠금장치는 풀리지 않았고, 따라서 가방 역시 열리지 않았습니다. 철컥, 철컥 하는 소리만이 방 안에 울려퍼질 뿐이었습니다.
패스워드를 맞추는데 실패하였습니다! 다시 암호를 풀려 시도하시겠습니까, 가방을 들고 나가시겠습니까? 바깥에서부터 작게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시간을 오래 지체하였다간 곤란해질 수 있다는 점 유의해주세요.
틀렸다. 코르크 주제에 까다롭긴.. 그렇다면 뭐지? 짚이는 것이 없다. 퍼스트라는 단어에서 내가 유추할 수 있는 건 타치바나 아유미뿐이었다. 만 가지나 되는 경우의 수를 여기서 하나하나 맞춰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계팔이라도 있었으면 다이얼에 불나도록 한번 돌려보는 것을!
밖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마음이 급해진다. 다이얼을 제멋대로 휙휙 돌렸다.
밖으로 나오자 격납고가 보였다. 놀란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보고 뭐라 외치고 있는 사오리 씨도 보인다. 그래, 몸은 확실히 이곳에 있지만... 내 정신은 아직도 그 때 그 장소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다. 눈을 감으면 그 광경이 아른거리는 것 같아 감지 못하겠다. 드디어 자유로워진 양손으로, 여전히 구역질이 올라오는 입가를 틀어막았다. 스스로 듣기에도 꽤나 거친 숨소리를 몇 번인가 내뱉은 후에야 간신히 진정된 느낌이 들었다. ...장담은.. 못하겠지만.
"....후우... 하아....“
그대로 천천히 주저앉았다. 정확히는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것이었지만 어쨌든 제대로 앉았으니 됐지 뭐. 그런데 아까 사오리 씨가 뭐라고 하셨더라. 머릿속이 엉망진창이다. 입가에서 떼어낸 손으로 머리카락을 헤집으며 고개를 푹 꺾었다.
"...괜찮아요... 이제... 괜찮아...“
괜찮냐는 물음이 아니라 다른 말이었으면 어쩌지. 모르겠다. 그런 것까지 생각해둘 정도로 머리가 돌아가는 상황이 아니었다. 대답인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괜찮다는 말만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래, 괜찮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