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질릴 쪽은 이쪽이다. 이만큼의 인력이 움직였으니 그만큼의 금전적 손실은 물론이요 시간까지 낭비했으며, 범인을 가장 먼저 마주친게 자신이니 사건에 대한 보고서까지 머리를 아득히 스쳤다. 일반인이 이런 세세한 사정을 알아줄 리는 없고, 그렇다고 얘기하자니 들어먹을 상황도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진땀을 빼듯 목청을 높인다.
"그놈이 누군데요? 멈춰!! 진짜 멈춰요!! 그러다가.. 아 Fxxk!!"
이럴 줄 알았다. 지원 요청에 돌아온 응답을 듣기도 전에 신호를 놓칠새라 발을 몇번 구르다 그대로 계곡을 향해 달렸다. 대체 이 한겨울에 무슨 사단인가! 차가운 물에 평소 같으면 빽 비명이라도 질렀겠지만 그는 붉은 눈을 살벌하게 뜨며 앞으로 계속 성큼성큼 나아갔다. 이정도는 버텨야 했고, 버틸 수 있었다. 물살이 세차 머뭇거리거나 휘청일 법한데도 그는 말 그대로 직진 신호처럼 앞으로 나설 수 있었다. 그럴 신체능력을 충분히 갖춘 사람이기도 했다.
"신호 씨!! 물에 퉁퉁 불린 시체로 발견 되기 싫으면 당장 손 뻗어요!!"
그리고 헤엄쳤다. 들려오는 무전에는 아예 답하지도 않았다. 이름 없는 수리가 누구인지 대충 알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니면 최소 공범이거나.
사민은 잠시 고민했다. 분명 계곡쪽에서 용의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또 산 앞 쪽에 용의자가 있다고 한다. 물론 태윤은 상급자였기 때문에 사민은 까라면 까야하는 입장이었지만... 사민은 대신 태윤 옆에 섰다. 언제나 명랑한게 사민의 장점이었으므로, 이번에도 꿋꿋이 명랑하게 굴기로 했다.
"헉 아니에요. 별다른 상처는 없어보이지만 제대로 뛰지도 못하실정도로 아프시면 역시 사람을 불러야할 것 같아요. 제 지인 이야기인데 처음에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한 상처가 심해지면 죽을 수도 있대요. 경감님도 조심하셔야해요. 무려 S급 에스퍼 둘이나 물리친 흉악무도한 범죄자잖아요. 혹시 모르니 제가 곁에 있겠습니다!"
눈치가 실제로 없는 건지 아니면 눈치 없는 척을 하는 건지... 사민은 상당히 뻔뻔하게 굴고 있었다. 은근슬쩍 태윤을 부축하려드는 것까지 참... 화룡정점이다.
"아무래도 제, 제가 자신이 없어서... 정말로 그게 다인가요? 그것치고는 S급 에스퍼분들의 상처가 너무 적던데... 별 다른 점은 없었나요? 제가 막 쫓아갔다가 기절하면 저, 정말로... 무섭거든요. 그러다 콱 죽어버리면 어쩌죠...? 제가 사실 길도 잘 못찾아서..."
"뭘 말하고 싶은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 지금 용의자 체포보다 다른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참인가?"
마리의 말에 태윤은 무슨 소릴 하냐는 듯이 그렇게 대답했다. 허나 이 와중에 사만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자 태윤은 아무런 말 없이 그녀의 손을 바라봤다. 허나 전혀 손을 뻗지 않으며 필요없다는 듯 가볍게 손을 쳐냈다.
"내 상처는 내가 알아서 할 생각이다. 그러니까 손을 잡아줄 필요 따윈 없어. 중요한 건 지금 너희들이 명령을 거부하고 여기서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지. 별 다른 점? 그렇다면 묻도록 하지. 별 다른 점이 없다면 이상한건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있는건가? ...경찰이 죽음을 무서워해서야 쓰나."
마치 자신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듯 태윤은 다시 저쪽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내 다른 도착한 경찰들이 빠르게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만약 간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여기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계곡]
유진이 계곡으로 뛰어들어갔고 퍼디난드가 손을 뻗었기에 다행히 신호는 물살에 쓸려내려가지 않고 겨우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물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신호는 쿨럭. 쿨럭. 소리를 냈으나 여전히 겁먹은 표정으로 둘을 바라봤다. 이어 비틀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갔고 계속해서 도망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 너희들도 다 한 패잖아!! 알아! 난 안다고!!"
이어 신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도망칠 곳을 찾으려는 듯 보였다. 물론 공격이 가능한 익스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긴 하나, 그렇다고 해도 그는 지금 아무도 믿지 못하고 계속 도망치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이름없는 수리..그렇게 말했어. 그 자와 짜고 치고 날 죽이려는 거잖아!! 너희들이 죽인 거잖아!!"
예상대로 계곡물은 엄청나게 차가웠고 뛰어들자마자 후회가 머릿속을 가득 들어찼지만 덕분에 용의자는 발을 딛었는지 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도 뒤따라서 뭍으로 올라갔고 이미 젖어버린 옷은 겨울의 찬바람과 합쳐져서 체온을 가득가득 빼앗아가고 있었다. 안그래도 추위에 약한지라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애쓰며 말했다.
" 죽일꺼였으면 보인 시점에서 총으로 쐈을겁니다. 우리는 경찰이에요. 당신은 정당한 죄값을 치러야하기 때문에 여기서 우리가 죽일 수는 없어요. "
법의 심판이란 법치주의 국가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니까. 우리는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고 정해놓은 법을 지키며 살아가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경찰이란 존재도 법이라는 것 앞에서 그 효용가치가 있는 법이니까.
손이 쳐지자 사민은 무척 머쓱해졌다. 하지만 괜찮다. 원래 대가 없는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야 말로 일류... 이쯤되니 사민은 태윤이 의심스러워졌다. 그렇지만 여기서 명령을 거부한다는 말까지 나온 마당에 계속 죽치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경찰들이 우르르 산을 향하는 바람에 제가 착각한게 아닌가하는 의심마저도 피어올랐다. 용의자가 쌍둥이일 수도 있고 변장을 한 익스퍼일 수도 있고 분신술을 썼을 수도 있고 제가 무전을 잘못들은 걸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엄청난 실수를 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나때문에 용의자를 놓칠 수도... 사민의 자신감이 바닥을 뚫고 내핵을 뚫었다. 아무튼 상급자가 저렇게 명령을 반복하니 거부하기도 두려워졌다.
"예에... 그러면 혹시 뒤늦게 몸이 불편하다 느끼시면 꼭 무전 주세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정말로 수상한걸. 별로 다치지도 않은 것 같은데 함께 움직이지 않는 것도 그렇고 계곡에 있다는 용의자가 산 속에 있다고 보고하는 것도 그렇고 이상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사민은 반쯤 떠밀려가는 것처럼 걸음을 떼었다가 다시 태윤에게로 돌아왔다.
"저, 제가 이래봬도 힘이 정말정말 세거든요. 진짜로 업어서 용의자 있는 곳까지 모실 수 있는데 그만둘까요...? 제가 막 명령 불복종! 뭐 이런게 아니라 진짜로 너무너무 걱정되어서요... 다른 사람들도 심장마비로 죽었다는데 혹시 경감님도 그러면 어떡해요. 이게 용의주도하게 경감님을 노린 공격일 수도 있고..."
울상이다. 이크, 이러다 진짜 혼나겠다. 사민은 눈치를 슬 보며 엉거주춤 움직이는 척만 조금 했다. 태윤이 승락했다면 정말로 등에 업고 뛸 생각이지만... 그럴 일은 요원해보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에서 사민은 연신 태윤의 눈치를 볼 뿐이었다. 사민은 태윤 곁을 지키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이러다 명령불복종으로 잘리게 된다해도 괜찮다. 경찰로서의 역량 부족을 받아들이고 수능 공부나 다시 하면 된다. ...정말 괜찮다.
"아니요, 그저 표현의 자유의 따라서 하고자 하는 말을 해보았을 뿐이에요. 본무하시는 데로 행할 참 이였습니다."
마리는 태윤 말에 어쩌면 능청스럽게 보일지도 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말과 함께 상체를 한번 약간 숙이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보여졌던 그 말에 거짓말은 없었습니다. 마리에게 중요한 것은 계급도, 사건도, 범죄도 아닙니다. 사람 그 자체이죠. 그렇다고 해서 불복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마리는 지금까지 경찰, 익스레이버였고 지금도 그러하니 맡은 일은 제대로 행하고자 할 겁니다! 그저, 상황이 약간 틀어졌을 뿐이라고 하고 싶어지네요. 변명처럼 보입니까? 중요한 것은 말보다 행동이니 상관이야 없습니다.
"그것은 경찰도 사람이기 때문이니까요."
마리는 태윤의 말이 이어가도록 할 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말없이 있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만큼은 달랐고 그렇게 한번 작게 미소 지어 보이고는 말하면서 산의 깊은 곳으로 이동하도록 하였습니다. 누가 죽음을 무서워 하지 않겠나요? 해당하는 것은 소수의 광인일 뿐. 정신론만으로는 사람은 움직여 주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급여라는 형태의 동기와 보상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알고 계시잖아요! 아무튼 태윤의 요청, 아니 명령을 들어주도록 하도록 합시다. 태윤이 말했던 것처럼 굳이 이곳에서 두 명 모두가 계속 머물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것이 어쩌면 무언가가 익스레이버들을 나누도록 하는 것을 의도한 것일지라도
물 밖으로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또 도망치려 한다. 싸늘한 바람이 불자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자 물기가 쭉 배어나왔다. 벌써부터 체온이 다 뺏겨 코가 새빨개졌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유진 씨 말대로 죽일 거였으면 진작 쐈죠. 이름없는 수리는 저희도 추적.."
그는 잠깐 멈춰섰다. 네가 죽였다는 말이 이렇게 아플 수가 있었나. 그는 한쪽 입술을 비틀고 딱 한 번 웃음을 뱉었다. 참아야 한다. 눈앞의 범죄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저런 말을 뱉는다. 저번의 시민 씨처럼 아예 깔아 눕혀 주먹질을 해서도 안 될 사람이었다. 참아야만 했다. 그렇지만 움직이는 모습에 그의 눈이 잠깐 초점을 잃나 싶더니, 이내 유진의 제압에 숨을 후, 뱉었다.
"..저희도 추적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죽였다고? 아가리 똑바로 놀려야지."
유진이 먼저 손을 뻗었기 때문에 그는 혹시라도 도망친다면 붙잡기 위한 만반의 준비만 거칠 뿐이다. 대신 앞으로 걸어나와 제압당한 그를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입을 벌렸을 것이다.
"누가 보면 우리가 범죄자인 줄 알겠네. 본인이 벌인 범죄는 기억도 안 나? 자기가 무슨 선량하고 무고한 시민인 줄 아는데 위치 똑바로 기억하쇼. 아재는 시민이기 이전에 지금 죄 지어서 호송되는 범죄자야. 그런데도 무서워? 본인 때문에 죽을 뻔한 사람은 안 무서웠게?"
마리는 산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지만 그 안에서 특별히 더 보이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다른 경찰들도 열심히 수색하고 있는 듯 했으나 특별히 눈에 띄는 단서는 없었다. 애초에 정말로 여기로 오는 것이 맞는 것이었을까? 이렇게 많은 경찰들이 수색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이었을까?
한편 사민의 말을 들으며 태윤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별 상관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으나 특별히 움직이는 기색 없이 사민을 그저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왜 아직도 여기에 있냐는 듯이. 눈에 짜증이 살짝 녹아있는 것이 보였을 것이다.
-사민 씨. 마리 씨. 지금 산에 있나요? 내려오세요. 계곡 쪽에서 용의자가 발견되었으니까요.
이어 소라에게서 두 사람에게 통신이 걸려왔을 것이다. 아무래도 산에 더 있어봐야 특별히 뭔가가 더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계곡]
"...!!"
유진에게 순식간에 제압당하자 신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어지는 퍼디난드의 말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몸은 떨고 있었고 유진은 그 떨림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들... 당신들 말이야. 그 사람의 부하잖아! 이름없는 수리의 부하!"
이름없는 수리의 부하. 대체 그건 무슨 말일까? 한편 통신을 받았던 소라와 예성이 그 자리로 왔고 이어 소라는 신호를 확인하며 무전기로 마리와 사민에게 통신을 보냈다.
-사민 씨. 마리 씨. 지금 산에 있나요? 내려오세요. 계곡 쪽에서 용의자가 발뎐되었으니까요.
"..살려줘. 도와줘. 죽고 싶지 않아. 다시는 안 그럴테니까! 그 놈들에게만 넘기지 말아줘!"
그놈들. 그건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확실한건 신호는 마치 이송되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단 둘이 남은 산속은 정말 어색했다. 사민은 슬 시선을 피했다. 잘 떠들던대로 제가 불복종한게 아니라는 둥 왜 그렇게 아무것도 안하냐는 둥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얼음장처럼 차가운 적막을 깨기에는 심약한 사민으로서 무리였다. 때마침 소라에게서 무전이 오지 않았으면 사민은 너무 괴로운 나머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겠다며 먼저 자리를 피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무전과 함께 사민의 얼굴이 환해졌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꾸벅 반목례를 하며 사민이 홀가분하게 떠났다. 뭐 혼자 둘 수 없다느니 걱정이 된다느니 거창하게 이야기해놓고는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자 쿨하게 떠나가는 저 뒷모습... 표리부동 그 자체다. 사민도 그게 마음에 걸렸지만 알게 뭐람. 소라 경위님도 경위다 이말이다.
차츰차츰 계곡을 향하던 사민이 점차 뛰기 시작했다. 자갈돌도 여차저차 잘 피했다. 계곡에 도착한 사민이 숨을 몰아내쉬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휴, 아무것도 안하고 제압 성공. 과연 좋은 팀원을 두기를 잘했다.
범인을 손쉽게 제압했지만 그럴수록 이상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경찰관 두명과 S급 익스퍼까지 제압하고서 도주할 수 있던거지? 추워서 덜덜 떠는게 아니라 정말로 겁에 질려서 떠는 것이라는건 쉽사리 알 수 있었다. 곧이어 소라와 예성이 도착했고 나는 수갑을 채워서 신상을 인계하며 말했다.
일단 목표로 했던 용의자는 체포했으나 뒤가 구렸다. 경찰로 일한게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직감이라는 것이 무언가 더 있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기는 힘들었고 ... 산에도 팀원이 파견되어있다는 사실을 안 나는 일단 그들을 데리러 산으로 향하기로 했다. 거기에 경감님도 있다고 했으니.
"네에, 저희는 당신 신상에 위협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럴 의무에 놓인 경찰이니까요. 당신이 불응하지 아니하고 저희 요구에 잘 따라주시면 오히려 보호해드릴 용의가 충분합니다... 그러니 자, 이제 진정하도록 해요? 당신이 죽는 일은 되려 저희가 사양이니까."
산으로 향할까 생각하다가 무전을 받고 급급히 계곡에 다다르면 이송하던 범법자가 흠뻑 젖은 채로 죽고 싶지 않다 처절하게 호소한다. 신은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며 제압된 신호를 향해 가뿐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능하다면 차가운 어깨에 하얀 손을 얹고, 할 수 있는 최선의 나긋함을 목소리에 담아 그 가시 세우며 두려워 하는 정서를 누그러뜨리려 했다.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놈들'이라 함은 누구를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이렇게 부탁해요, 기탄없이 알려만 주신다면 그야말로 그것은 감사한 일이에요. 말씀드렸듯, 저희는 당신을 지키기 위한 의무에 놓인 경찰일 뿐 이름없는 수리의 부하도 음흉한 무리에 당신을 넘기는 단체조차 아니니까요."
태윤의 명령이나 상황도 그렇게 되었으니 만큼.... 마리는 산을 약간 더 깊게 살펴보고자 적당히 둘러보았습니다. 그래서, 이건 꽝이로군요. 아니면 당첨이거나! 그곳은 수상할 정도로 별다른 것이 없습니다. 이건 다른 수색을 하는 이들에게도 동일 한 듯 하네요. 어찌 되었든 이곳에는 관계 없다. 라는 사실은 알았으니 완전히 무의미한 행위는 아니 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태윤이 그렇게 까지 자신을 버리라는 듯이 했던 행위가 무엇이 되냐는 느낌입니다. 생각보다 맥이 빠지는 결과로군요. 사실, 그런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의도이며 목적이라면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요
그러던 중 마리는 지금까지 보다 본격적인 의도의 무전이 전달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면 아니나 다를까 산에서 벗어나 계곡으로 가라는 지시 사항입니다. 산에 없었다면 계곡이겠죠. 그곳에 저희가 쫓던 장본인이 있다는 것 같더군요. 이전에도 그렇고 왜 이렇게 결과가 갈라졌는지는 아마도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아마 알 수 없겠죠 중요한 것은 지금은 계곡에 있다 라는 것 정도일 겁니다. 아무튼 그렇게 되었으니 지금 만큼은 여기에 딱히 용무가 없을 것만 같고 계속 이곳에 머물고 있어 봐야 딱히 더 할 것도 없을 것이니 만큼 계곡 쪽으로 이동하도록 합시다. 흠, 그런데 정말로 아무것도 없을까요? 무엇도?
그는 시선을 마주하려는 듯 웅크려 앉는다. 그리고 추운지 양 팔을 한껏 안고 고개를 돌렸다. 에취! 하며 매너 있는 재채기를 뒤로 달달 떨리는 입술을 살풋 물다 깊게 심호흡했다. 신호가 잠시 진정할 수 있도록 머리 위로 손을 뻗으려 했으며, 닿았다면 편안한 감정을 전달하려 했을 것이다. 오늘 그는 단 하루도 편안해지지 못하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내가 좀 말이 세긴 했는데 말이에요. 일단 좀 진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도와줄 테니까요. 안 죽게 할 게요. 정말로. 그러니까 하나만 물어볼게요."
모두가 계곡으로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었고 모두가 공통적으로 '그 놈들'이 누구인지를 물었다. 물론 그 와중에 유진이 산으로 가려고 했으나 산으로 갔던 이들이 다시 내려왔기 때문에 굳이 이동할 필요는 없었다. 아무튼 신호는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동공이 크게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쉽사리 믿을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허나 침을 꿀꺽 삼키며 그는 입을 열려고 했다. 특히 퍼디난드가 하는 말을 들으며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니까... 당신들에게... 그.. 그.."
"여기에 있었나?"
그리고 머지 않아 들려오는 것은 다름 아닌 태윤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면 태윤이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이어 소라는 그를 향해 경례 자세를 취했다.
"오셨습니까? 경감님."
"그래. 숲에서 나를 밀치고 공격하고 도망쳤는데 아무래도 계곡 쪽으로 빠르게 방향을 틀어서 도망쳤나보군. 뭐 산에서 좀 험난하지만 길을 못 내려갈 것도 없으니 말이야."
"...거리 상으로 말이 되는겁니까? 방향만 해도 위와 아래로..."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 않나."
예성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며 태윤은 위그드라실 멤버들을 바라보며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리고 자신 쪽으로 넘기라는 듯 가볍게 손짓했다.
가만히 팀원들의 이야기를 듣던 사민이 턱을 만지작거린다. 특히 태윤에 대한 말이 나오자 눈에 띄게 동요하는 신호의 모습에 사민의 고민은 더더욱 깊어져갔다. 유독 수상하던 태윤의 행동이 마음에 걸린다. 사민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뒤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등을 돌렸다. 사민은 소라를 따라 경례 자세를 취했고 동시에 자리를 옮겨 신호 앞에 섰다. 어정쩡한 자세가 어째 태윤과 신호 사이를 가로막는 것처럼 보였다. 잡아때면 별로 문제되진 않을 정도지만...
"같이! 같이... 차량까지 호송할까요? 정비할 시간도 필요해보이고..."
혼자 호송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느니 걱정이 되어서 이런다느니 어쩌고 저쩌고 변명하기에 분위기가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사민은 줄줄이 말을 늘여놓는 것보다 웃는걸 택했다. 하하...하...... 이게 더 어색해보이지만 아무튼 그랬다. 사민은 입을 꿈틀거리며 소라와 예성에게 시선을 보냈다. 지금 상황이 몹시 수상하다는 의미가 가득 담긴 시선이었다. 사실 멋대로 입을 놀린게 아닌가 해서 눈치를 보는 것도 없잖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마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계곡에 이렇게 모여있게 되었습니다. 거기에서 마리는 이 상황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한 당사자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그가 중심은 커녕 핵심 인물을 가리기 위한 허수아비 였다고 해도 딱히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번만 봐도 심신 상태가 평소와 같지는 않는 것만 같았습니다. 뭐, 마리가 그 사람을 자세히 알고 지낸 것은 아니지만 일단 그렇다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그게 평소 모습인데 좀 극대화 된 것일 수도 있겠죠.
아무튼 마리는 대화도 좀 오가는 그러한 광경을 마리는 그저 지켜 보고만 있었습니다. 아직 까지는 무언가를 할만 장편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리는 다른 이들의 행동을 살펴 보고 나서 결정해도 별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사실은... 횡설수설이라도 좋으니 그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 졌습니다. 단서니 정보니 그런 것도 있지만 보다 순수하게 당사자의 이야기에 관심이 생겨나는 순간이 였습니다. 왜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마리는 태윤의 지시나 다름이 없는 물음에도 여전히 침묵을 지켰습니다. 어쩐지... 이번에도 바로 따르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마치 편견과도 같이 이전에 모습에 겹쳐 보여서 그런 걸까요?
신은 신호 곁에 옹그려 앉으며 그의 어깨에 다시 손을 얹으려 했다. 굳이 얹을 이유가 있었다면- 강조하기 위해서. 당신에게 나는 호의적임을. 안심하라는 양 작은 손짓으로 쓸어 다독이며 한껏 낮춘 목소리로 못 다한 문답을 이어나가려 했다.
"지금이야말로 보호 받을 기회예요, '그놈들'이 누군가요?"
뒤편으로 그렇게 하는 한편, 앞으로는 태윤을 보며 나긋하게 웃었다.
"네에, 경감님. 아무렴요. 하지만 수행하던 작전이 차질에 부딪힌 만큼 아무런 질문도 의심도 없이 그대로 진행해나가는 일에는 어느 정도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이죠, 지나간 축제後の祭*가 되고 말 수 있으니까..."
잠시만, 한국에서는 다른 말이었는데. 변변찮은 구석에서 잠깐 말문이 막힌 신은 속으로 고개를 저어 어서 잡생각을 털었다.
"시간이 있다면 전후사정을 살피고, 없다면 작전에 힘을 더하거나 아주 바꾸면 어떨까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령 그렇죠, 앞으로는 신호 씨를 저희 익스레이버가 호위하거나, 아니면 신호 씨가 오르는 차에 저희 중 일부가 동승하거나. S급보다는 못해도 A급입니다, B급을 버티지 못할 수준은 아니지요. 그럴싸한 수준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 의심치 않습니다. 마이너스가 될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자신감으로 보셔도 좋답니다, 오히려 그렇게 보신다면 당당히 이번 작전에 합류한 저희 익스레이버를 인정하는 상당한 안목을 갖추셨다- 그렇게 증명하는 셈이지요."
어떻게 들으면 농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처럼, 신이 무겁지 않으나 경박하지도 않은 웃음기를 섞으며 당신 안목 상당하다 평가 받을 수 있다- 는 식의 말을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을 이었다.
"가령 저는 차 문이 결코 B급 수준의 힘으로는 열리지 않게끔 도울 수 있는 능력의 보유자입니다. 이렇게 하나라도 변수를 제하는 편이 아무래도 좋지, 반대로 나쁠 일은 전무하지 않을까요? 어떠한가요, 김태윤 경감님."
중요한 답은 듣지 못했지만 동요하는 모습에서 이미 대화는 끝났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구르며 몸을 일으킨다. 그는 추위에 떨듯 몸을 부르르 떨고 물기를 마저 짰다. 태윤이 한숨을 내쉬자 시선을 떼지 않았다. 밀치고 공격한 뒤 도망쳤다. 계곡으로 방향을.. 그는 잠시 미심쩍은 시선을 보였다.
"Sir, 죄송하지만 상관있는 일입니다. 거리 상 불가능한 일이며 아까 무전에서 산 위로 도망쳤다 한 것에 대한 확증이 필요합니다. 익스퍼의 존재가 많은 만큼 변신을 해서 나타나는 존재도 있으니 양해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럴듯한 변명과 함께 그는 눈을 마주치면 현재의 생각을 읽어보려 했다. 독심술을 어디에 쓰겠나.. 여기에 쓰지.
적어도 위그드라실 멤버들이 쉽사리 그를 내주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자 태윤은 입을 막으면서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소라와 예성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적어도 그 웃음은 정말로 이 상황이 웃기다는 느낌으로 웃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태윤은 좀 더 싸늘한 목소리를 내며, 어떻게 들으면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의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순간, 퍼디난드는 아마 생각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괴물 놈들'이라는 짧은 생각을.
"내주지 않아도 좋아. 어차피 자네들은 지금 나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그러면 된거야. 왜냐면 나도 자네들을 신뢰하지 않으니까. 인간을 벗어난 위험한 괴물들 주제에 경찰을 지칭하는 위험분자 놈들인만큼. 아. 그래. 그래도 하나는 인정하겠어. 한 녀석이 정말 끈질기데도 움직이지 않았지. 그 때문에 다른 경찰들을 모두 산으로 보내고, 계곡으로 도망친 괴물을 혼자 조용히 처형하려고 한 계획이 망가졌지 뭐야."
'괴물'이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정말로 태연했다. 그리고 태윤은 정말로 태연하게 두 손을 털어보였고 그런 그의 목소리를 듣던 신호는 더더욱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마치 공포에 시달리는 것처럼.
"이송 작전? 아주 슬쩍 나의 정체와 목적을 밝히면서 패닉에 빠지게 해서 혼란에 빠지게 한 후, AE 소총을 사용해서 괴물 둘을 기절시켜버리면서 시작한 그럴싸하게 꾸민 그 작전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는데 말이지. 첫번째는 완전히 손에서 멀어지기 전에 확실하게 괴물을 죽이는 것이었지. 나도 익스퍼이긴 하지만 말이야. 정말로 이 힘은 위험하기 그지 없어. 정말 한순간에 누군가를 해치기 딱 좋지. 그런 존재를 '인간'이라고 과연 부를 수 있을까? 정부 차원에서 숨기고 있는 우리들은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자네들도 봤겠지만 이런 익스파는... 수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더 나아가 그 스케일도 작지 않지. 몇 번이고 사건을 마주한 자네들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나. ...아무렇지도 않게 내 아버지를 죽여버린 존재처럼 말이야."
"아버지? 무슨 말을..."
소라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며 태윤은 더욱 더 싸늘한, 마치 겨울 바람과도 같은 차가운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강석우 박사*.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뭐, 아버지를 죽인 이는 이미 내 손으로 저 세상으로 보내버리긴 했다만. 따지고 보면 그 사건 속에서 아버지를 구하지 못한 너희들도 전부 죄인이지. 하지만 그래 뭐. 지하철을 멈추게 할 수 없었을테니 그 점은 이해할 수 있어. 다만... 한 명은 빼고 말이야. 만약 그때 내 부하 순경이 오지 않았다면... 적어도 너희들 중 하나는 죽여버릴 수 있었을텐데 말이야." (Case2 사건 때 유일하게 목숨을 잃었던 박사님의 이름입니다.)
강석우. 강태윤. 성이 동일했으니 누군가는 짐작했을까? 아니면 그저 우연이라고 넘겨버렸을까? 아무튼 태윤은 피식 웃으면서 다시 위그드라실 멤버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아무튼 그 작자도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는 괴물. ...그런 괴물을 처단하는 것도 같은 괴물이어야 마땅한 법. 마지막으로 이야기하지. 넘겨라."
그것은 틀림없는 위협이었다.
/오늘 분량은 여기까지에요!! 다들 수고했어요! 반응레스를 써주시고 끝내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