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는 얌전히 말없이 버스의 구석진 좌석에서 앉아서는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일반 승객용 버스가 아니라서 모양이나 시야조차 다르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습니다. 그저 그녀의 시선은 그곳에 있었을 뿐 이였습니다. 무언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이 현실이라는 이름의 소설의 줄거리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그래서 이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가 신이라면 그 존재는 무엇을 바라고 있습니까? 그러던 중 지루하기까지 할 순간의 변화는 순간 이였습니다. 마치 한 순간에 거대한 해일이 몰아치는 것과 같이. 지금 이 광경에서 보여지는 것은 명백히 예정에서 포함되는 일은 아니죠
"세상 일이란 항상 예정대로 이어지진 않아요. 알고 계시지 않나요? 아무리 완전하다고 보이더라도요. 현실이라는 이름의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는 그런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마리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보면 느긋하게도 보일법한 태도로 말했습니다. 딱히 실제로 느긋하게 행동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기서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급작스러운 행위는 그다지 좋지 않은 선택일 겁니다
"그럼, 저는 현실의 작가에게 맞껴 보도록 할까요. "
마리는 품 속에서 은빛 동전 하나를 꺼낸 뒤 허공에 튕겨낸 뒤 재주 좋게 손으로 잡았습니다. 앞이 나오면 산이고 뒤가 나오면 계곡입니다. 작가가 불예측성의 이변을 원한다면 그에 따라가 보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아마 않을 겁니다. 사실, 그렇게 하라고 노골적으로 어필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뭐, 어차피 두 개의 경로 어느 쪽이든 누구든 가야만 할 겁니다
"아니요. 잘못이라기보다는... 엘리트라고 불리는 그 경감님이 이런 기초적인 미스를 할 것까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무튼, 빨리 찾아낼 필요가 있겠지요. 만약 그 이름없는 수리라는 작자가 지금 이 상황을 안다면 반드시 지금 이 순간을 노릴테니까요. 비밀리에 이송하는 거라고 해도 방심할 수는 없는 것이기도 하고."
퍼디난드의 말에 예성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 상황은 상당히 의아한 상황이었다. 경감으로서 실적도 좋고 위에서도 인정받는 엘리트가 고작 용의자가 반항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으나 지금 당장은 더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퍼디난드가 기절한 경찰 두 명의 기억을 읽어보려고 했을지도 모르나 아무 것도 읽히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뭔가가 익스퍼를 차단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순간적으로 퍼디난드의 손 역시 찌릿하는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순간적으로 손이 마비되는 듯한, 하지만 실제로 마비되지 않은. 마치 자신의 익스파를 누군가가 차단한 것 같은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산]
산으로 향한 두 사람은 외길을 따라 계속 걸어나갔을 것이다. 허나 약 5분도 안된 상태에서 저 편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있을 태윤의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왼쪽 어깨를 잡고 있는 태윤은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용의자가 저 위로 도망쳤어. 어서 쫓아가줬으면 하는군. 갑자기 공격을 받은 것 때문에. 곧 뒤따라가지."
그의 말대로라면 아무래도 용의자는 저 산쪽으로 계속 도망치듯 나아간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쫓아가는게 좋을까? 일단 앞의 길에는 딱히 발자국이 남아있지 않았고 계속해서 외길로 향하는 길목이었을 것이다.
[계곡]
계곡 쪽으로 험난한 길을 쭉 내려오면 계곡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말 미친듯이 물살을 가르며 도망치려고 하는 신호의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창백함 그 자체였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하는 모습 그 자체였으며 대체 무엇 때문인지 미친듯이 겁을 먹고 있는 모습 그 자체였다.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이대로는 죽을거야. 죽고 말거야. 나도 죽고 말거야!!"
물론 그 속도는 그렇게 빠르진 않았지만 필사적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모습은 광기 그 자체였다.
/9시 30분까지!! 일단 소라와 예성은 버스가 있는 곳에서 대기중이에요. 혹시 용의자가 이쪽으로 다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사민은 태윤에게 달려가 상황을 살폈다. 사민은 몸을 굽히고 태윤의 왼쪽 어깨를 시야에 담았다.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묘한 위화감을 눈치챈다. S급 에스퍼가 기절할 정도인데 어째서 경감님만 멀쩡하실 수 있었을까? 혹시 자신이 놓친게 있을까 사민은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최대한 그 불안을 티내지 않으며 질문을 했다.
"몸은 좀 어떠신가요?"
그리 말하며 바닥으로 시선이 옮긴다. 발자국은 끊긴 상태이고 길목은 여전했다. 적어도 사민이 알기에는 용의자가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능력은 없었다. 사민은 잠시 멈추어 서서 상황을 전달받는게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
"혹시 범인이 도망가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다른 분들이 갑자기 쓰러져있고 해서... 상황을 알아야 대처법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렇게 하여, 동전은 던져 졌고 그래서 앞이 나왔습니다. 앞면 나왔으므로 마리는 자신이 정했던 것처럼 저 곳, 부자연스럽게 스러진 잎들이 만들어낸 흔적이 남겨진 산으로 발걸음을 옮기도록 했습니다. 산행은 딱히 어렵거나 하는 것은 아니 였습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까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리는 이른바, 마치 덫에 걸려 상처 입은 소동물과 같은 처치의 인물, 태윤과 접촉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그러한 상황에 놓여서 무언가를 겪고 있었습니까?
"몸 상태는 어떠신가요? 예, 그러도록 해주세요. 그나저나... 무엇을 보셨는지 알고 싶어 지네요."
마리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태윤을 바라보며 물어보면서 말했습니다. 정도에 상관 없이 나쁘다는 것 정도는 보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습니다만 마리가 알고 싶은 것은 알고 싶은 것은 보다... 안 쪽에 있는 것이라 할까요.
흠, 아무래도 이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어떠한 깊든 얇든지 관계자이며 제공자인 장본인이라 할 수 있은 인물은 저 산 너머로 계속 나아기로 한 것 같습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요. 아무튼 마리는 이 이상 주변에서 인공적인 작용이거나 초목으로부터 부자연스러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뭐, 육안으로는 말입니다
마리는 그가 무언가를 대답하여 줄 때까지 멈춰있었습니다. 마침 사민 씨가 물어보고 살펴보고 있으니 마리까지 굳이 나서서 행동 할 필요는 없겠죠. 그와 상관 없이 주변, 환경을 살펴보는 것은 여전히 계속 되어야 할겁니다... 그래서 마리는 적당히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손을 황급히 뗐다. 대체 뭐지? 찌릿한 느낌에 괜히 손을 탈탈 털고 눈을 좁혔다. 혹시 몰라 주변을 슬슬 둘러봤다. 누가 있나? 아무도 없는데. 그는 어이가 없다는듯 헛웃음을 뱉고 무전을 보냈다. "저, 제 능력이 끊겼는데요.. 오늘 좀 험난할 것 같아요." 하고 짧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앞서 예언하듯 험난한 앞날이 예상됐다. 당장 저 계곡도 험난한 길이고.
그는 미국인이다. 네이티브 미국인. 한국인의 유전자는 단 하나도 없는. 그럼에도 계곡을 보니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런 곳에서는 큰 상 깔고 백숙이나 삶아 먹어야 하는데.. 각설하고, 한 번 미끄러질뻔, 휘청일뻔. 그렇게 험난하게 내려오니 범인이 보였다.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니었다. 말을 한다고 들을까. 그는 권총을 빼들어 총구를 겨눴다.
실제로 사민이 상태를 살폈다면 딱히 외상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말로 어깨를 세게 맞기라도 한 것일까. 일단 확실한 건 피라던가 그런 것은 전혀 묻어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뒤이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물음에 태윤은 한숨을 작게 쉬면서 아까전에 이야기한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그런 것을 묻기 전에 용의자를 추격하는게 먼저 아닌가? 뭐, 그래도 굳이 말을 하자면 그냥 용의자가 갑자기 운전석에 달려들어서 난동을 피웠고 대열에서 이탈한 후, 또 난동을 피워서 안에서 차 문을 박살내고 도망쳤네. 그 과정 속에서 경찰 두 명이 그만 기절해버렸고. 단지 그 뿐이야. 나는 쫓아가다가 그만 이렇게 공격을 받아서 이러고 있는거고."
말 그대로 그의 발언은 난동을 피운 용의자를 그만 놓쳐버렸다 이상의 말은 되지 못했다. 일단 조금 더 주변 환경을 바라봐도 특별히 더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태윤은 여전히 용의자는 저 숲 안쪽으로 도망쳤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일단 먼저 가도록 하게. 나는 곧 뒤따라갈테니."
[계곡]
"...!!"
신호는 잠시 멈춰서서 퍼디난드를 바라봤다. 그리고 총을 바라보더니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 으아악! 소리를 내면서 더욱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비명을 지르듯 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날 죽일 참이지?! 날 죽일 참인거야!! 그놈이 말한대로야!! 날 죽이려는 거잖아! 안 멈춰! 안 멈춘다고!!"
-용의자가 그곳에 있다고요? -곧 가겠습니다. 기다려주십시오.
이내 소라와 예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두 사람 다 바로 이곳으로 오려는 것일까? 한편 신호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려다 그만 발을 헛딛었는지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깊이가 얕은 것도 아니었던만큼 몸이 쑤욱 들어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허우적대면서 점점 떠내려가는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공통]
한편 모두에게 무전기 통신으로 태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당히 사무적인 목소리는 오로지 한 가지 사실만 거론하고 있었다.
테이씨가 계곡에서 용의자를 발견했다는 무전을 치는 것을 잠깐 바라보았다가 용의자를 바라본다. 총을 보자마자 혼비백산해서 도망가는 용의자에게 한숨을 내쉬면서 크게 외쳤다.
" 더 도망가면 발포하겠습니다. "
하지만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고 공포탄이라도 발포해야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거의 반쯤 패닉에 빠진 용의자를 상대하는데 자극해서 좋을 것은 없어보였다. 익스파를 사용해서 잡을까도 생각했지만 물 속이라서 잘못하면 둘 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나도 물 속으로 걸어가는 선택을 했다. 아, 겨울인데 계곡물은 얼마나 차가울까.
" 감기 걸리면 병원비 청구할꺼야. "
작게 중얼거리며 그대로 계곡물로 풍덩한다. 허우적거리는게 얕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꽤나 깊은 깊이를 자랑하고 있었다. 총기류는 풀어놓지 못해도 무전기는 바닥에 두고 뛰어들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무전기에서 무언가 얘기하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게 무슨 내용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별 거 아니라는 태윤의 대답에 마리는 말 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실제로도 그래 보입니다. 하지만 고통은 실제이고 그렇게 쉽게 무시할 만한 것은 아닐거에요. 자신을 신경 쓰지 말라고 이렇게 노골적으로 행동하는데 그냥 따라줍시다
"일반적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오해하지는 말아 주세요. 추격은 최종적인 목적의 성립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항목이니까요."
마리는 태윤의 대답 먼저 뒤쫓는 것이 먼저가 아니냐는 물음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어서 태윤의 대답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대답입니다. 새로운 것은 없고 그저 이전의 반복일 뿐입니다. 다른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마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이것이 그저 상황, 분위기 휩쓸려 떠올리는 기우인지, 퍼즐의 조각인 인지는 지금의 마리로서는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일상 속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항상 보았던 것에도 개별적으로 보면 정상이지만 시야를 넓혀서 전체를 바라보아 올바르게 이어졌을 전정으로 보아야 될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될 거라는 느낌입니다. 흔히 나스카 평원 지상화라고 알려진 것과 같이 지상에서는 그저 황무지일 뿐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것을 품고 있는 것처럼.
주변을 나름 살펴보았음에도 알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뭐, 그렇게 쉽게 알아차리도록 해주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만. 어찌 되었든 지금은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만 같습니다. 적어도 뒤로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