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웨이브 막기.." 여러 의뢰 중 '몬스터 웨이브' 계열의 의뢰를 수주한 지한은 그 곳에서 조금 인상깊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쪽은..신지한/윤달이고, 같은 전선에 서게 될 겁니다." "저희도 잘 부탁드립니다." 같은 소개를 하는 사람은 이 몬스터 웨이브의 서쪽을 방비하는 길드의 일원으로, 윤달과 지한을 서로 소개시켜 주고는 다른 쪽도 방비하는 이들을 점검하기 위해 떠나갔습니다.
"...반갑습니다. 들으신 대로 신지한이라고 합니다." 지한은 윤달을 보고는 정중하게 인사를 합니다. 몬스터 웨이브라고는 하지만, 곧 전면적으로 쏟아진다고 하는 부분은 남쪽이었으니. 서쪽은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눌 시간 정도는 있었겠지요.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으니 창수라는 것은 어렵잖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생각보다 잘했다. 생각보다. 춤 라인을 적당히 따라가는 모습이었는데, 전문 댄서가 보면 에이 싶겠지만 전문 댄서도 아니고 전까지 그 춤을 본 적도 없었다는 걸 아는 입장에서는 호오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노래를 멈추고, 춤이 끝난 뒤 노래를 취소하며 말했다.
"재미로는 감점인데, 실력으로는 상당하네!"
재미로는 감점이지만. 본래부터 센스가 있고, 몸을 쓰는 것이 특기여서 그런 것일까? 상당히 어려운 춤임에도 불구하고 겨우 10분 정도 연습한 것 치고 선전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본인도 그 춤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자신감이 터져나오는 첫마디가 좀 깨긴 했어도 그 정도야 봐주도록 할까!
"취미로 춤을 추셔도 되겠어요!"
아까 내가 했던 말을 사용해 적당히 농담을 했다. 그래도 잘했다며 박수는 쳐줬고.. 나는 가만히 태호를 바라보다가 살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여전히 까불거리는 태호에게 다가갔다.
"잠깐 손 좀 줘볼래?"
방싯 미소 지으며 말한 나는, 태호가 손을 내밀면 그 손을 잡아서 곧 바로 내 머리에 얹을 것이었다. 내 머리카락은 자랑이지만 꽤 부드럽다. 희고, 부들부들해서 강아지나 고양이가 연상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머리에 태호의 손을 꾹 누르고 내 손만 내렸다.
이런 것 외에도 멋진 풍경은 많이 보았으니까. 살면서 본 멋진 것들을 떠올리며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래도 그는 지금 그것들도 마다하고 이 곳에 있었다.
"참, 저번엔 미처 못 물어봤는데...그동안 어떻게 지냈냐?"
그 동안 각자 수련하느라 바빠 통 말을 길게 붙일 틈이 없었다. 저번에 한 번 대련하기는 했지만 그 때도, 대련이 치열해 안부 묻는 것도 잠시 잊었었다. 사실 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가 보기에 명진 또한 많이 강해져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그의 2개월, 그 전부를 알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강산이 가야금을 연주할 수 있다는 걸 명진이 몰랐던 것처럼.
"어.. 저는 19살입니다." "달씨라고 부르게 되겠네요."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나이를 묻는 것이나 이름을 편하게 불러도 된다는 말을 하자. 어쩐지 같은 특별반의 이의 이름과 합쳐서 부르는 걸 살짝 상상했나요?
"창은.. 입문하기는 쉬운 편이지만 숙련되는 게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구르다 보면 숙련은 되긴 하지만요." 조잘조잘거리는 달을 보면서 속으로는 뭔..가 말이 많고 활달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월도를 내밀자 그렇게 자주 보이는 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려 합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달이 168이면 지한과 무려 15센치는 차이나는.. 그럼 월도는 최소 20센치는 차이난다는 것인가..? 자주 보이지 않는다는 건 부정적인 말은 아니고, 신기하다.에 가까웠을까요? 나중에 연희같은 웨폰 마스터리가 월도를 다루면 잘 볼 수 있겠지만.
"몬스터 웨이브 1차는 남쪽이라 하지만. 이쪽으로 빠지는 몬스터도 있을 거라 하더군요." 그것들을 저지하고 죽이는 게 의뢰였나. 라고 중얼거립니다. 2차는 이쪽이던가.. 그런 것도 확인해봅니다.
그리고는 멋쩍게 웃는 달이었다. 월도를 들고 돌아다니는 달을 보며 항상 사람들이 '저게 뭐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뭐 상관은 없다. 내가 좋으면 됐지. 달은 월도를 올려다봤다. 195나 되는 칼을 보려면 고개를 많이 들었어야 했다. 이걸로 참 많은 것을 베었지. 물론 내 콧등까지도.
"빠지는 건 우리가 다 처리해버리죠!"
물론 빠지는게 한두마리는 아닐 것이니 달은 몸을 풀었다. 이번에는 어떤 몬스터들이 나타나려나? 은근 기대하는 달이었다. 싸움만 나면 이렇게 신나한다니까...
"조선시대의 창술도 전수된다는데. 조선시대의 칼 정도야 평범하지 않을까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지한은 빠지는 건 다 처리하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빠지는 것 외에도 최전방전성에서 맞서는 것도 경험적으론 좋겠지만.. 그건 일단 남쪽에 기대하는 것이고. 달을 따라지한도 몸을 풉니다.
"일단 정보에는 불타는 나무 몬스터와 불이 더 활활 타는 가루를 뿌리는 나방이 나타났었다곤 합니다." 남쪽에서 소란스러움이 보이자. 곧 이쪽에도 몇 빠지겠네요.라고 말하며 준비를 합니다. 불이 붙은 나무가 성큼성큼 걸어오자 지한도 조금 긴장합니다.
지한에게서 몬스터들에 대한 정보를 얻자 달은 빠르게 생각했다. 불이라면 칼이든 창이든 상대하기 힘들지 않나? 아닌가? 딱히 상관 없으려나? 상관 없으니까 이렇게 사람들을 모은거겠지? 무언가 쿵쿵 걸어오는 소리에 생각은 깨졌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달은 씩 웃었다. 너구나? 불타는 나무가.
지한의 손짓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저런 나무 정도는 한명에서 처리할 수 있지. 그럼 난 누구를 맡아볼까. 마침 뒤에서 날아오는 나방이 눈에 띄었다. 어...?
"씁 날아다니는 건 좀 힘든데..."
아무리 큰 칼이라도 결국에는 근접용. 닿는데는 한계가 있다. 창처럼 던지려고 해도 이 월도는 너무 무겁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무보다는 나방이 더 위험한데... 주변에 피해도 많이 줄 것이고... 일단 저걸 칼이 닿는 거리로 유인해야 뭘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저걸 어떻게 유인하지...? 역시 도발을 해야하나...
"어이 나방! 너 나 못 죽이지? 죽이고 싶으면 나 잡아봐라!"
그리고는 월도를 꽉 쥐었다. 좀 많이 위험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나방은 달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방이 팔랑팔랑거리며 나무들에게 가루를 풍성하게 뿌려주면 불꽃이 확 튀면서 화력이 높아지고. 인명 피해는 없더라도 주위의 시설물에는 피해가 누적되기 시작될 것입니다. 지한은 창술을 통해 가지들을 잘라내어 불이 붙는 부분을 적게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그쪽은..." "나방을.. 도발하네요.." 정작 도발 스킬은 지한이 갖고 있지만 지한보다 윤달이 도발을 더 잘하는 것 같은데요. 나방이 못 죽인다는 말에 분개한 듯 펄럭거리며 가루를 흩뿌려 눈을 따갑게라도 만들겠다며 공격적으로 달려듭니다. 음... 어쩌면 팩트로 맞아서 분개한 걸지도 모르겠군요.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방이 윤달에게 신경이 쓰인 사이 지한도 불타는 나무의 가지를 대부분 정리하고 일격을 넣으면 처리가 가능하고. 윤달도 나방을 처리하는 건 어렵지 않겠죠. 하지만 하나를 처리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웨이브고요.
막상 나방이 달려드니 걱정하는 달이었다. 저거 좀 아플 것 같은데... 그래도 해야지 뭐... 내가 자초한 일인데... 나방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월도가 닿을 거리에 오면 베어버릴 계획, 나방은 미래도 모르고 점점 가까워졌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지금! 달은 월도를 휘둘렀다. 월도에 맞은 나방은 힘없이 땅으로 뒹굴었다. 혹시나 다시 일어날까봐 확실히 처리하는 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