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도 받았겠다 열심히 해볼까! 달은 늘어나는 가지들을 향해 돌진했다. 아까에 비해 가지들이 두꺼웠지만 월도에 쉽게 썰려 땅으로 툭툭 떨어졌다. 가지는 거의 다 쳤지만 문제는 뒤에서 나방이 또 다시 달려들고 있었다. 윽 또 나방이네... 아무리 그래도 날아다니는 건 좀 그런데... 그때 지한이 나방을 처리한다며 나무를 밟고 공중으로 뛰었다.
"와 댕멋있어..! 마치 영화에서 보던 기술 같아!"
감탄하는 와중 가지치기에 열중을 다했다. 나도 저런거 배워보고 싶다! 웨이브가 끝나면 가르쳐달라고 물어볼까? 월도 들고 멋있게 슈웅 날라가서 날아다니는 적을 한번에 쾅 쓰러뜨리는 그런 로망을 꿈꾸는 달이었다. 가지를 어느정도 치니 이제 슬슬 몸통을 가격할 차례였다. 달은 기합을 한번 넣고 나무의 몸통으로 돌진했다. 이걸로 쓰러뜨려주마!
늘어나는 가지들은 잘려나가기 전까지는 의외로 밟기에는 적절합니다. 건강을 강화한다면요. 신발 밑창이 녹으면 아깝다고요.
"보이는 나방은 전부 처리했습니다." 영화에서 보던 기술... 이라는 말이 들린 것 같지만 그정도로 멋진기술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겠지요. 그러나 지한은 말을 받는 대신 나방의 처리에 주력했고. 의념 로프를 창에 묶어서 투창 후 로프 커넥트를 뒤이어 사용하는 식으로 끌어당겨 회수하려 합니다. 꿰뚫어진 나방이 바르작대는 것을 확실히 끊습니다.
"어쩐지..." 뒤쪽 사람이 일상에서 해보는 작살회수 생각을 한 느낌이 드는데.. 라는 괴전파를 흩어내고는 월도로 잘라낸 가지들을 피해 몸통에 칼질을 하는 달에게 자신도 합류한다고 전합니다.
"중심을 꿰뚫으려 시도하겠습니다." "계속 자르려 해주시겠습니까?" 월도가 가에부터 자르려 한다면 지한은 창으로 일점을 뚫어낸다는감각으로 나무를 꿰뚫으려 하는 거겠죠.
"달 씨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좀 수련을 하거나.. 그런 종류로요? 라는 말을 하는 지한입니다.
사실 로프 커넥트보다는 그냥 아이템 느낌이겠지만.. 뭐 어떻습니까. 일상인데(?) 지한은 망념을 일부 사용해 강화한 다음 꿰뚫으려고 돌파합니다.
"불타는 나무가 저것보다 더 큰 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남쪽에서 부하가 쓸리는 걸 보고 서쪽으로 회선한 걸까요.." 달이 월도로 잘라낸 덕분에 꿰뚫으면서 이런 농담같은 말을 할 정도로 여유를 둘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로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의 중심부가 꿰뚫려 안의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입니다. 직감적으로 그것이 저 불타는 나무의 본체같은 것이라 생각한 지한은 달에게 저것을 월도로 내리찍자고 전하려 합니다.
웨이브가 끝나면 수련할 생각으로 가득 찬 달이었다. 그리고는 지한의 말에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거라면 이 나무 길을 잘못 들었네요! 하필이면 우리가 있는 서쪽으로 오다니!"
농담과 함께 지한과 나무의 몸통을 베고 찌르다 보니 어느새 중심부가 보였다. 월도로 내리찍자는 지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봐도 본체처럼 생겼으니 저게 약점이겠지. 달은 최대한 힘을 실어 기합과 함께 나무의 중심부를 찍어누르듯 내려 베었다. 일격을 가하자 중심부는 빛을 잃으며 나무는 생기를 잃었다. 이내 그냥 불에 탄 나무가 되어버렸다.
"막... 참숯구이 치킨이라던가.. 참숯 돼지갈비라던가요?" 그런 데에서 꽤 먹힐 것 같다는 말을 하는 지한입니다. 웨이브 끝나면 꼭 그런 데에서 고기 먹은 것마냥 숯냄새가 좀 배어있을 듯. 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다시 일어난 나무를 봅니다. 으... 기껏 해놨는데요..
"말 한번 잘못했다고 이러다니. 너무하네요." 음. 근데 엄청 쎈 분(ex.유찬영) 정도면 이런 말을 막 해도 상관없을지도요. 라는 농담을 하며 지한 또한 창을 제대로 쥐었습니다. 지한도 창날이나 대에 묻은 먼지나 재를 휙휙 떨어냅니다.
"좀 더 잘게 잘랐어야 했나.." 라고 중얼거리지만. 자신과 같은 전선에 있던 사람이 저 나무의 본체가 2개라는 사실을 전해줍니다. 다행히도 잘게가 아니라 하나 더를 깨부수면 되는 거라 다행입니다. 지한은 저 나무의 본체가 있을 법한... 뿌리 쪽이나. 조금 상단 쪽을 가늠해봅니다.
지한이 중심부를 찾을 동안 달은 계속 나무를 베었다. 베고 베고 또 베었지만 이상하게 다시 회복하는 느낌을 받았다. 큰일났네. 이거 빨리 안죽이면 힘들겠는데... 그때 지한의 외침에 중심부를 열심히 공략했다. 이번에는 베는 게 아니라 무게를 실어 찌르다시피 칼을 휘둘렀다. 아무라 월도가 베는 무기라지만 찌르기를 못할 이유는 없지. 중심부를 계속 찌르자 나무는 고통스러운지 가지를 마구 휘둘러댔다. 저거 맞으면 부상 크게 입겠는데...
"가지는 제가 처리할게요!"
그리고는 월도를 크게 휘둘러 다가오는 가지를 한번에 베어버렸다. 그래도 가지는 곧 재생되어 다시 날아왔다. 빨리 좀 죽어라...! 달은 이를 꽉 물고 계속 가지를 베어 나갔다.
재미로는 감점이라는 걸 보면 아마 이리저리 꼬이고 넘어지고 그런걸 기대했나본데.. 기대치를 가볍게 웃도는 퍼포먼스로 허를 찔러줬달까?
전혀 객관적이지 못한 감상으로 과장스레 잰 체를 하다가, 취미로 춤을 추셔도 되겠다는 농담에 크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만뒀다.
" 뭔가 익숙한 표현인데? 이거 취미로 하는 2인조 유닛이라도 결성해야하나? "
잰 체는 관뒀지만 텐션이 올라와서인지 나오는 말에 장난기가 가득 묻어있었을까 그렇게 까불거리던 중 갑자기 손을 달라는 말에 음? 하는 소리를 내면서 오른손을 건넸더니 서윤이 그 손을 붙잡고서 곧장 제 머리위에 얹어 한번 꾹 눌렀다.
" 어... 오.. "
갑작스런 상황에 약간 당황했지만, 부들부들한 머리카락의 감촉에 넋 빠진 소리가 천천히 감탄성으로 변했고.. 곧 서윤의 머리위에 얹어진 오른손이 움직이며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슥- 슥- 하고 가볍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릿속에 드는 생각.
" 너. 막, 널 좋아하는 애들은 당연히 많았겠지만.. 너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던 애들도 많지 않았냐? "
왠 뜬금없는 소리냐 싶겠지만. 저 외모로 이런 행동을 하면, 이런 오해를 많이 샀을 것 같은데. 평범한 얼굴로 하면 그냥 얘가 스킨십에 거리낌이 없구나- 격이 없구나- 싶겠지만.. 저 얼굴로 하면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뭔가 착각하고 싶어지는 마력이 있을거라고 생각된다. 내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냥 약간 걱정되었다고 할까. 아까 예쁜것도 죄라며 얘기했는데 진짜 그렇다는 느낌.
" 근데 머리카락 되게 부드럽네. 관리하냐? "
머리를 쓰다듬는 손은 느릿하게나마 멈추지 않으면서 실없는 질문이랑 같이 생각을 이어갔다.
의아한 점은, 얘는 자기 외모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고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할 정도인데 이런 행동을 했다는건데.. 데인적이 많다면 자기 나름대로 인간관계에 있어 상대를 테스트하는 방법인걸까?
지한이 창을 제대로 꿰뚫었는지 나무는 끼에엑 소리와 점점 힘을 잃어갔다. 이내 쿵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휴, 달은 안도의 안숨을 쉈다. 드디어 끝이다. 날리는 불똥과 재로 인해 얼굴과 옷은 거뭇거뭇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제 집가서 씻고 고기 먹으면 되는건가... 아직 웨이브가 끝났는지 안끝났는지 모르기에 무한정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곳 연락 올거라는 희망을 안고 잠시 땅에 주저 앉았다.
끼에엑소리를 내는 나무 숯으로 고기를 구워먹는 즐거움이란. 어쩐지 짖궂은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기분입니다. 사실 이 숯은... 몬스터의 신체 부위였어 같은 말이라던가요?
"으.. 엉망입니다.." 중얼거리고는 같이 쓰러뜨린 달 씨를 바라봅니다.
"달 씨도 수고하셨습니다." 활짝 웃는 달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었습니다. 그것을 처치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웨이브가 끝났다는 말이 나왔고. 삼삼오오 모여 고기를 먹으러 가거나. 혹은 정해진 보수를 받고 집이나 숙소같은 곳으로 가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달 씨는 돌아가실 건가요?" 저는 숯만 조금 챙겨서 숙소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라고 물어봅니다.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약간의 염려를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아주 조금 정도 웃음이 흘러나왔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나쁘지 않았다. 부드럽다기 보다는 거칠고, 싸움과 단련이 깃들어 있다는 게 바로 느껴졌는데 그것도 퍽 괜찮았다. 아버지의 쓰다듬이 이럴까? 마지막으로 받은 게 5년 전이라 조금 멀게 느껴졌다. 다는 비실비실 새는 웃음으로 입 꼬리를 말아 올리고, 살짝 고개를 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내는 목소리는 장난스럽고, 또 연하게 나왔다. 쓰다듬어지고 있어서 그런가? 기분이 나른했다.
“흐응. 착각했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고 말을 덧붙였다. 생각보다도 기분이 싫지 않아서 조금, 긴장이 풀렸다. 다소 키득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아무한테나 이러진 않아. 진짜로. 근데 특별반 학생들은 뭐랄까.. 나를 ‘그렇게’ 보진 않을 것 같단 말이야. 너도 마찬가지고.”
각자 이유와 목적과 신념이 있는 사람들이다. 성격은 평범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고 그만큼 일반적인 관점과 살짝 다르게 세상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눈앞의 그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니, 비단 특별반 학생만이 아니다. 헌터들은 대체로 그랬다. 꽃에 대한 감상이 모두 다른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아무리 예쁜 꽃이라도, 누구나 감동을 느끼지 않는 그런 것. 그래서 조금 편하다. 친구라도 자연스럽게 생각을 할 수 있다.
“응? 안하는데. 그냥 부드러운 거야.”
나는 생글거리며 그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봄의 초입, 나는 과연 죽음의 끝에서 너희를 떠올릴지가 궁금한, 어느 꽃봉오리의 이야기.
//이걸로 막레 괜찮을까요? 저도 방금까지 반 정도는 잊고 있던 윤은 친근하지만 친구라고는 잘 생각 못한다는 설정이 떠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