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참 적임자를 데려오셨습니다 부장님. 제 마지막 전적이 항공모함 격침인 건 어찌 아시고."
마지막 전적, 전적이라. 되새겨보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10대 1의 잠대잠 전투에서 어뢰 한 발 없이 7대를 격침시키고 나머지 3대를 따돌린 이 정신나간 레코드를 공식 전적으로 올릴 수가 없었다. 지금은 비공식 작전이니까 말이다.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밀 사항이다.
"그나저나 3번 게이트면, 잠수함째로 정문을 통해서 들어갑니까?"
"위장 신분은....준비되어 있는거죠?"
예를 들자면 그 일곱 눈의 잠수함을 타고 왔으니까 기지 사람들이 우리를 그 쪽 사람으로 착각한다거나...
천천히 돌아본 그 곳에는 주저앉아 떠는 사람, 팔을 잡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 덜덜 떨면서 모니터를 보는 사람, 누워만 있는 사람...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까보다, 수가 적다. 그래. 적다. 조금 전까지, 리액터니 뭐니 하는 것들을 물어보려고 갔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없다. 아무리 봐도 없어. 그 사람들을 대신하듯 그 자리에는 천장이었던 것의 잔해가, 바닥에는 붉은 자국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소름돋는 바다와 닮은 색, LCL과 비슷한 색의 자국이 바닥에 한가득, 이리저리 튀어서, 잔해에도, 가득 칠해져있어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챈 순간, 무언가에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니야. 부정했다. 어떻게든 이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바쁘게 굴러가는 머리로 어떻게든 다른 설명을 끌어다 맞춰본다. 어쩌면 저 잔해 뒤에 공간이 있지 않을까? 아까 그 사람들도 무사히 피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건 전부 꿈이 아닐까? 미성숙한 사고가 가져오는 설명이란 우습기 짝이 없어서 이 현실에 들어맞는 조각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짜맞춰진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서서히 퍼지고 있는 붉은 자국, 잔해 사이로 흐르는 붉은색 액체, 흩뿌려진 선명한 핏자국.
공기와 접해 조금씩 탁해지기 시작한 붉은색이 그 무엇보다도 선명하게 죽음을 알리고 있었다.
"...거짓말....“
눈 앞에서 사람이 죽었다니. 어떻게든 숨통을 트려고 연 입에서는 거짓말이라는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스스로의 의지로 했다기보단, 이 상황에 대한 반사적인 반응에 가까웠다. 거짓말,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핸드폰을 쥔 손이 덜덜 떨린다. 간신히 서 있던 다리로 한 발, 두 발 뒤로 물러선다. 덜걱, 무언가 걸리는 느낌과 함께 발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춘다. 바들바들 떨리는 고개를 내려 발치를 확인하면, 뒷꿈치에 닿아있는 꽤나 거대한 파편과, 밑창을 넘어 로퍼 옆까지 검붉게 물들이고 있는 피가― 선명한 죽음의 색이 바로 옆까지 와 있었다.
“으, 아아...”
물러서다 멈춰선 그 자세 그대로 얼어붙었다. 덜덜 떨리는 입에서 나온 소리는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소리였다. 그야말로 난생처음 겪는 일에 사고가 모두 정지해버렸다. 속이 울렁거린다. 머리가 어지럽다. 이 와중에 들리는 소리에, 전략자위대가 이 일을 해결할 것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외친 것 같다.
“―거짓말!!!”
먼지가 쌓여 뿌연 바닥을 진하게 물들이는 원이 하나, 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턱끝에서 떨어져 바닥을 적신다.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내가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 절규하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시연회장에서 봤던 사회자 아저씨를 눈물 가득한 시야로 노려보며.
“당신들이... 우리만 물고 늘어지지 말고 제대로 대응했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텐데!! 확인까지 했으면서도 어떻게든 네르프 탓으로 하려고 하다가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런 주제에 해결하겠다고? 뭘 어떻게? 당장 제어권도 못 찾아오면서, 아무것도 못하면서, 뭘 믿고 가만히 있으라는거야!!”
@ 이 거짓말쟁이! 사기꾼!! 어떻게 믿어!!! 반쯤 패닉에 빠져서 울면서 빽빽 소리지릅니다. 다 너네 탓이야 너네 탓!! 이 전자놈들아!!
누군가는 저 바깥으로 도망치려 움직이기도 하였습니다. 누군가는 그 자리에 주저앉으려 하였으며, 누군가들은 파편에 의한 고통에 소리를 지르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사방이 온통 어지러운 상황이었습니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로 인해 관제실 내부는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 혼란을 진정시키려 시도한 총책임자의 선택은 합리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는 한가지 가장 큰 실수를 하였는데, 현장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도 역시, 반발을 사기 쉬운 발언을 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미조구치의 발언은, 나츠키를 포함한 네르프 인원들에게만 반발을 살 발언이 아니었습니다.
- 지금 뭔 말도 안되는 소리하는 겁니까?! 잔말말고 열어주세요. 나가야겠습니다! - 그래요, 나가게 해주세요! 우리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요! - 되도 않는 소리 마십쇼! 상황이 이렇게 되게 내버려두고 뭐?!! - 이봐요, 이봐요! 책임자라면 우선 대피부터 시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부터 내보내라고, 우리부터! - 그래요, 우리부터 내보내라고요! 뭔 말도 안되는 소리 하고 있는거에요!!!!
침몰하는 배 안에서 선장은 아이들을 가장 먼저 보냅니다. 그 다음에 승객들을 먼저 보내고, 직원들과 자신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아있어야 하는 게 선장과 그 직원들이었습니다. 배가 가라앉을 때까지, 저 밑으로 스러질 때까지 그들은 끝까지 남았습니다. 예상외의 일이 일어나 사고가 생긴 이상 주최측은 내빈들을 대피부터 시켜야 마땅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피시키기는 커녕 가만히 있으라고 말합니다. 대체 무슨 연유로 이들은 도로 내빈들을 앉히려 하고 있습니까?
이와중에도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하며, 타카기는 저 위쪽을 향해 절규하듯 외치고 있는 나츠키의 앞에 서서 소리 높여 말하려 하였습니다… 흔들리고 있는, 거의 패닉에 빠지다시피 한 나츠키 앞에서, 최대한 평정을 찾아 말하려 하였습니다.
타카기의 말이 과연 나츠키에게 진정으로 와닿았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누군가의 한 마디가 정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쩌면 이 이야기를 듣고 다시 평정을 되찾았을지도 모르지요. 신경쓰지 마라, 기회가 있다. 집중해야 한다……모두 진정하기 위해선 좋은 말들이었습니다. 이 말들이 나츠키에게 온전히 전해졌을지가 중요하겠습니다. 과연 그녀에게 제대로 들렸을까요?
“조용히, 조용히 해주십시오. 저희가 다 방법이 있습니다. 해결법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
수많은 이들의 외침과 나츠키의 외침을 다 들으려 하기 전에, 미조구치는 딱 잘라 말하며 대답하려 하였습니다.
“폭주중인 JA-01 기체가 자동 정지할 때까지, 저희 전략자위대가 최대한 막아서보겠습니다. 제어권을 되찾기 전까지는 어떻게 승산이 있을 것입니다. “
빈말로 말하는 것인지, 정말로 진심으로 본인들이 막을 수 있으리라 믿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전략자위대는 본인들이 막아설 수 있으리라 믿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눈앞의 내빈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러니 그동안 여러분들께선,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현 상황에 대해 기밀을 지켜주셨으면 합니다만…”
책임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관제실 안으로 한 무리의 군인들이 들어와 내부의 인원들을 둘러싸려 하였습니다. 현장에 있는 다른 직원들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불안한 눈길로 저 위를 올려다보려 하는 것으로 보아……사전에 얘기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잠깐이면 되니, 양해를 구해도 괜찮겠지요? “
빙그레 웃고 있는 총책임자의 표정이,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드는 듯 하였습니다. 양해를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명백한 명령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어야만 한다는,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어 없는 압박. 딱 그 모양이었습니다.
과연 나루미들은 일루미나티를 사칭하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일루미나티와 다른 어떠한 조직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일루미나티의 문양과 나루미들이 확인한 문양은 확연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천천히 잠수함의 속도를 늦추며, 나루미는 잠수함을 끌고 3번 게이트로 진입하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닌 천천히 돌아가며, 속도를 늦춰가며 들어가려 하였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게이트로 오는 나루미들의 위로, 어떠한 센서로 보이는 것이 위아래로 잠수함을 스캔하려 하였고…
- 쿠구구구……..
오래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나루미들은 게이트 안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아무 문제 없이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 부장의 말이 헛된 말이 아닌 듯 싶어보입니다.
아니…..어쩌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요. 이곳 기지에 접근하는 것은 이 잠수함으로는 괜찮다, 라고도 말입니다.
- 쿠구구구구구구…….
완전히 게이트 안으로 들어선 잠수함 뒤로, 게이트의 문이 서서히 닫히려 하기 시작하는 것인지 아까와 같은 무언가가 열리거나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정확히 1분 후부터 바닷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갑작스레 물이 빠져 내려앉는 현상에 대비하십시오!
"그렇단다. 우리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아이들 혼자만이 타는 것이야. 저기 저 보이니, 저 기체의 목 뒤에 솟아있는 주홍빛 원통이? "
후지와라 박사는 정말로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는, 보랏빛 기체의 목 부분에 있는 것을 가리키려 하였습니다...... 그 말대로 한창 장비를 장착하는 중이라 바쁜 초호기의 목 뒤편에, 주황빛으로 빛나는 무언가 원통형으로 보이는 것이 솟아올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게 엔트리 플러그라고 파일럿 아이들이 타는 곳이란다. 우리나 일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아이들이 타는 곳이지. 한명씩만 타서 조종하게 되어있어, 일반적으로는 말이야. "
말하는 투로 보아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에게 맡긴단 것으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정말 그들이 평범한 아이들일까요? 무언가 특별한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요?
"우리같은 어른들이 최대한 보조나 지원을 해 주겠지만, 결국 적을 상대하는 것은 저 기체와 그 안에 탈 아이들이란다. 아직 중학생밖에 안된 아이들에겐 가혹한 일이지만... 사도를 상대할 수 있는 건 그 아이들 뿐이니까. "
씁쓸하게 웃으며 후지와라 박사는 말을 이으려 하였습니다... 후방에서 파일럿을 보조하고 수시로 현 상황과 상태를 확인해 알려주며, 위급시엔 탈출 명령까지 파일럿에게 알리는. 그것이 카에데와 같은 오퍼레이터들의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 역할만 수행할까요? 아직 어린 아이들만이 전장에 나서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어른들은 마냥 아이들에게 맡기지만 않습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일만 아이들에게 맡기고, 자질구레한 일들은 다 우리 어른들이 맡는 식이었지요. 카에데가 첫 전투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알게 될 일이었습니다. 과연 어떤 식으로 맡게 될지는...가서 확인해 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