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서로의 패턴이 있으니까 매일은 같이 나가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런 소소한 행복이라도 즐긴다면 그것 또한 만족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애초에 사귄다고해서 진한 스킨쉽이 필요하고 막 하루라도 못보면 큰일나고 그런 것도 아니니까. 사내 연애나 CC나 이런 면에서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빙긋 웃어보인다.
" 그래도 개인 생활이 있으니까요. 서로 배려해주는게 좋다고 생각하고. "
물론 내가 많이 보내도 연우씨가 알아서 조절해서 답할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서로 배려해주는게 사귀는 사이에서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닝콜을 해준다는 말에 신나서 고개를 끄덕인 나는 이어진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휴일에도 난동을 부리겠어?
" 그 친구들도 크리스마스엔 놀아야죠. 하지만 휴일에 안 건드리는건 암묵적인 룰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
전에는 그냥 민간인 익스퍼들에게 장난질 치는 것 같더니 슬슬 뒤에 있던 흑막 같은 존재들이 나와서 날뛰기 시작했다. 흑막답게 날뛰는 스케일도 급이 달라서 대응하는 것도 피로함이 몰려온다. 거기에 정부의 뒷처리도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으니 ... 어쩌면 익스퍼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공표할때가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앗 요리를 잘한다니 ... 나중에 먹어볼 수 있는건가요? "
세상에서 요리 잘하는 사람이 제일 신기하다니까. 나는 직접 해보려고해도 재능이 없는지 항상 괴식만 탄생하곤 했다. 못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 그닥 맛이 있지도 않은 수준의 음식. 나는 분명 레시피대로 하는데 왜 요리 실력이 늘지 않는건지 잘 모르겠다.
" 요리 빼고는 다 할줄 알고 있으니까요. 기본적으로 보육원은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구조라서. "
거기에 맏이 중에 하나였던 나는 좀 더 많은 일을 했어야했다. 나중에는 좀 큰 애들이 일을 도와주거나해서 할 일이 오히려 줄어들어버렸지만 내가 일을 맡아서한 기간이 일이 줄었던 기간보다 훨씬 기니까 결국 가사 경력은 상당하다고 말할 수 있다. 피자를 세조각째 먹자 조금 배가 불러와서 콜라로 입가심을 한번 한다. 스파게티도 열심히 먹은 것 같은데 아직 양이 좀 남아있어서 남으면 포장해갈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연우씨를 바라보았다.
남은 날은 적당히 봐가면서 하면 될겁니다. 아마도 동료들이 사귀는걸 알게되도 뭐라고 할 사람들은 아니긴 하지만. 그런것보다 자기 자신의 고집이라고나 할까요. 괜히 배려받는것도 일에 지장이 생기는것도 싫습니다. 무엇보다 어쩌면.. 하는 생각이 들고요.
"크리스마스에 놀 친구가 있고, 룰을 지킬 수 있다면 범죄자가 안 됐을거에요."
서로 배려해주는게 좋다는 말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조금은 덜 배려하고 욕심을 부려도 된다고 말한 그녀였지만. 범죄자들 이야기에 작게 웃으며 당신이 아까 했던말을 따라하듯이 약간 변형해서 대꾸했습니다. 뭐 경찰 말을 들어줘서 크리스마스엔 자기들끼리 파티를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웃기긴 하겠네요.
"원한다면 도시락도 싸올 수 있어요."
그리고 당신의 말에 그녀는 눈을 희며 미소지었습니다. 당신이 정말 기대를 하는건지, 아니면 그냥 예의상 해준 말인지. 아직도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그저 경험을 살려서 당신이라면 정말 입발린 소리는 아닐거라 믿으며 그녀는 도시락 메뉴를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 그렇게 들으니 저는 상당히 오냐오냐 자라긴했네요....."
어머니는 엄했으나. 그것은 그녀의 특성에 관한 일이었고. 기본적으로 그녀를 대하는 어머니는 따스했습니다. 과보호까진 아니더라도 애지중지 키운 딸이었죠. 애초에 집이 부자인것도 한 몫을 하긴 했지만.. 그녀는 나중에 청소를 좀 배워둬야 겠다고 생각하며 두조각째의 피자를 겨우 처리했습니다.
"어~ 수영장이라던가? 수족관이나 놀이공원도 좋을거 같네요."
그녀는 한번 가보고 싶었던곳을 이야기하며 당신을 바라봤습니다. 어디라도 좋아요. 라던가 너무 진부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