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 제트 얼론은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전력을 모아 공격합니다. 팔 전체에 고압전류를 모아 내리치는 식으로 공격할 수 있으며, 전력를 모아 광선의 형태로 쏘아 공격할 수도 있지요. 그밖에도 기체 자체의 완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미지의 적이 오는 것을 저지하는 것에는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뭔가, 설명이 엉성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지금 설명들로만 가지고선 사도를 상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화력을 보여주는 것인진 모르겠으나, AT필드를 가진 사도들에는 고작 간지러움을 태우는 것에 불과할 가능성이 큽니다. 설마 이들 기체에게 재래식 병기를 달아줄 생각인 것은 아니겠거니 싶습니다. N2폭탄이라던가 말입니다....
- 할 말을 구분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군요, 꼬마 아가씨.
여전히 사회자인 남성은 웃는 얼굴로 나츠키를 향해 대답하고 있었습니다만, 입만 웃고있었으며 좋지 않은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티가 나는 듯 하였습니다. 정곡을 찔린 것인지 거슬리는 질문을 들었기 때문인지,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헬기가 아니라 에바를 타고 왔어야 했을까요? 말이 통하지 않는 이들에게 그 정도로 할 필요까지도 없습니다. 실전 없는 성공에 그저 기뻐하고 있을 뿐인 이들에겐, 진짜 실전을 보여주면 그만입니다.
개발진들은, AT필드의 존재를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한참 접시를 비우고 있던 유즈키 사오리는, 단상 쪽에서 이어지는 얘기를 계속 듣고있다 포크를 내려놓더니 나츠키를 향해 작게 속삭이려 하였습니다...
"나츠키, 그만하면 됐단다... 그이상 할 필요도 없어. 말이 안 통하는 것들이지 않니, 응? "
진정시키려는 의도가 명확해보이는 말이었습니다만, 과연 그것이 나츠키에게 효과가 있었을지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타카기쪽 테이블에 앉아있는 유즈키 이오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단상을 바라보고 있더니, 말없이 타카기에게 물컵을 건네려 하였습니다...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평소대로의 전자 연구진들의 태도이니까요. "
말하는 어투가 꼭, 원래부터 저랬다는 것마냥 대수롭지않게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 오래 앉아있을 곳도 아니니, 조금만 참아주시면 곧 이 자리를 벗어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
방금 답변으로 일단 저쪽이 AT필드에 대해서 아주 무지하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하, 고압전류? 완력? 그런 걸로 막을 수 있다면 진즉 막았겠지. 결국 제대로 된 설명같은건 하지도 않고, 제대로 된 대책도 없는 거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입을 턴 거냐 이 빌어먹을 사회자가. 어쨌든 저쪽 표정은 정말 좋지않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근데 어쩌냐. 망할 아버지 눈빛에 비하면 사도와 전투기 정도의 차이가 나는데. 어쨌든 입이라도 계속 웃고 있다는 점은 대단하긴하다.
"푸핫, 아, 실례... 하아. 고압전류에 광선에... 완력? 흐응~ 그렇구나~“
아니 진짜 제정신인가? 그런 걸로 사도를 막겠다고? 이 사람 사도가 뭔지는 제대로 알고 있는 거 맞아?? 생각하면 할수록 웃겨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아, 안미안미. 할 말 구분해달라는 말 다음에 바로 뿜어버렸지만 딱히 저쪽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아니 어쩔 수 없잖아. 눈 앞에서 황금시간대 만담보다 더 웃긴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아니 진짜 죄송해요 사오리 씨. 기껏 말려주셨지만 웃음은 못 참았어요...
"―대단한 대책이네요. 부디 실전에서도 써보시길. 뭐어, 그쯤되면 진짜로 돈 먹는 하마가 어느 쪽인지 제대로 알게 될 것 같지만요. 아 그리고... 할 말 구분해주셨으면 하는 건 저도 마찬가지네요.“
[역겨운 아저씨]라고 재빨리 입모양으로 말한 후, 자리에 착석했다. 흥, 그러게 누가 먼저 시작하래?
나루미는 더블백을 안아들고 일어나, 비행기 내 개폐 장치를 찾기 위해 움직이려 하였습니다... 찾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들어온 입구로 다시 돌아가면 그만이었으니까요.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거였습니다. 추락하기 전에 나갈 수 있는가? 저 전투기가 이 비행기로 떨어진다면 큰일일 겁니다. 돌아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건 둘째치고, 나루미와 미츠루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한시라도 빨리 움직이는 게 마땅하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여기 있다간, 정말로 위험하였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렇지요?
과연 저 전투기 안에 조종사가 타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나루미와 미츠루는 비행기 밖으로 탈출하려 하였습니다. 아마 이 기체의 조종사 역시 탈출을 준비하고 있겠지만, 그들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탈출해야만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수동 개폐 방식으로 열리는 기체인지, 문은 어렵지 않게 열 수 있었습니다.
- 휘오오오오 .....
문을 열자마자 불어오는 눈보라를 뜷고, 나루미와 미츠루는 다급하게 밖으로 빠져나오려 시도하였습니다..... 만약에 완전히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었다면, 기체가 추락하는 과정을 좀 더 선명히 지켜볼수 있었을 것입니다. 새하얀 눈발이 날아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불타는 비행기가 하늘을 가로질러 떨어지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불타는 비행기는 여러분이 탄 기체를 한참 뒤로 지나치려 하더니... 활주로 바닥에 부딪히고는, 곧 엄청난 화염을 내뿜으며 폭발하려 하였습니다.
콰아아아아아아 - !!!!!!!!!
형체를 알아볼 틈도 없이, 정찰기는 화염에 완전히 휩싸인 채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많은 일이 지나갔고 또 너무 빨리 일이 흘러갔습니다.
"여어~! 네르프 신입 친구들~! 오래 기다렸나~? "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저 위에서부터 가벼운 어조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미 들어보았을 목소리입니다. 하늘을 확인하시겠습니까?
마음이 급했다. 모 게임처럼 걸쇠만 풀린 비행기 문을 발로 꽝! 걷어차서 단숨에 열어젖혔다. 문짝 정비 비용은 사소한 문제다. 공기가 한순간에 바뀐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최대한 뛰어갔다. 비행기가 저 멀리 떨어진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비행기가 떨어지고 잠깐이 지나서야 폭발음이 들려왔고, 불타는 기체의 열기가 잠시나마 여기까지 전해질 수준이었다.
충돌을 피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나는 마침내 주변의 공기를 알아차렸다.
오랜만에 돌아온 북극해는 여전히 차갑고 또 차가운 장소였다. 이누이트의 신은 나의 몸을 더듬거리면서 잘 돌아왔노라고 환영 인사를 한다. 나는 옷깃 안으로 파고들어 살결을 애무하는 손길에 소름이 돋아 몸을 꿈틀거렸다. 폐가 얼까봐 숨을 크게 쉬지도 못했다. 나온지 오래되지도 않았지만 귀가 떨어질 지경이다.
"여어...여긴 하나도 안 변했네 망할...으..."
눈과 얼음이 뽀득뽀득대는 소리. 세차게 몰아치는 삭풍의 소리. 호흡기가 충혈되어 목구멍에서 기어올라오는 비릿한 피 냄새. 그 피보다 붉은 바다. 그리고 인간들의 분쟁. 나는 이렇게나 변했는데 북극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타지에 나갔다가 귀향하여 동네를 돌아보는 도시 청년의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돌아온 고향에는 동네 친구....동네 친구가.....
"......."
이거 내 친구 목소리가 아닌데. 하지만 분명히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다. 이 목소리는 하늘에서 들려온다. 설마......
후카미즈 씨가 비행기 문짝을 부수다시피 해서 나간 바깥의 풍경은 그리 친절하지 않았다. 붉은 바다, 새하얀 눈밭, 그리고 붉은 화염, 새하얬던 전투기.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들에 더해, 위에서 들리는 경쾌한 목소리가 상황의 불협화음을 가중시켰다.
"괜찮으시죠...?"
그렇게 말한 후 미츠루는 살을 에는 바람을 맞이한다. 이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추웠다. 겪어본 것 중에 가장 '극단적인' 추위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 또한 행운이겠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는 것은 아니었지만서도. 일본에는 여름 이외의 계절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가는 아이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 전에, 어쩌면 신입이라는 말에 먼저 반응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보면 전략자위대는 인간의 병기로써 뛰어난 기체를 만든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원자로를 탑재한 거대한 이족 보행 기체, 대인전으로써는 분명 꽤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핵융합 원자로를 이용해 움직인다는 것을 가지고 적의 진입 자체를 저지하려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전자파를 통해 주변의 병기들을 무력화시키려 시도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제트 얼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로 무궁무진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적은 인간이 아닌 사도입니다. 제트 얼론이 개발된 목적은 대사도전에 사용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대사도전은 여태까지 인류가 경험해온 것과 전혀 달랐으며, 기존의 관점이 아닌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인류가 경험해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AT필드란 것을 사용하고 있는 적 앞에서, 기존의 병기로 싸워봤자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미 전략자위대는 수차례의 전투를 통해 전혀 소용이 없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수 차례에 걸친 대사도전으로 인해 전략자위대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니 당연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병기를 실전에 꺼내려 하는건 도대체 무슨 이유입니까?
전자는 기존의 관점에서만 머무른 채 병기를 만들었고, 그 결과 어린아이의 질문에도 굉장히 엉성한 대답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이 점은 명백한 전자의 실수였고, 오책이었습니다.
타카기의 이야기를 들은 이오리는 그저 조용히 물을 들이키려고만 하였습니다.... 한참을 물을 들이키기만 하던 그녀는,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도록 조용히 입을 가린 채 이야기하려 하였습니다.
"비공식 실험에선 성공하였으니 자신감이 붙은 것일 뿐입니다. 실제로 대면하게 되면 말이 달라지겠지요. " "저들은 AT필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니까.... 그러니 저렇게 자신하고 있는 것일 겁니다. 전략자위대는 말입니다. "
이오리는 그렇게 단언하면서 물컵에 물을 다시 채우려 하였습니다.... 말하는 어투가 확고한 것으로 보아, 그녀는 개발팀 측이 모르고 있는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는 걸로 보였습니다. AT필드에 관련된 사실은, 어쩌면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츠키의 이야기에 한순간 얼굴이 일그러지려 하였으나, 사회자는 애써 다시 웃음기를 찾으며 마이크를 다시 붙들었습니다. 한 프로젝트의 책임자여서이기 때문인지, 공적인 자리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츠키의 도발에 가까운 말에 반응하려 하지 않은 채로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려 하였습니다....
- 오늘 행사에 찾아와주신 내빈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정말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남은 시간 부디 즐거이 보내실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1시간 후에 중앙 관제실에서 뵙겠습니다.
사회자 남성은 그렇게 말하며 허리 숙여 참석자들에게 인사하려 한 뒤, 단상에서 내려오려 하였습니다. 박수소리가 한동안 이어지려 하였고, 다시금 사람들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웅성이며 연회를 즐기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질의응답이라기엔 말싸움에 가까운 것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은 누구의 편일까요, 일본 정부나 그에 관련된 기업들이 참여한 행사 아니랄까봐 참 명확해 보이는 이들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 휴게실이나 가있을까, 얘들아? "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보던 사오리가, 조용히 여러분들을 향해 이야기를 꺼내려 하였습니다... 여기 계속 있으며 쉬고 있다 보러 가는 것도 좋을 것이고, 이 불편한 장소를 벗어나려 해도 좋을겁니다. 선택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단상을 내려오는 사회자 뒤로 참지 못하고 혀를 베- 내밀었다. 마음같아선 진짜로 중지를 올려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보는 눈이 많으니까 그건 참아야겠지. 아아 정말. 딱 한번 웃겼던 것 빼고는 진짜 지루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무식한 주장에 물개박수나 보내고 있고. 댁들이 지금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따지고 보면 그동안 사도와 맞섰던 에반게리온 덕분이고, 특무기관 네르프 덕분인게 아니냐고. ...그런데 불러다가 대놓고 망신이나 주려고 하다니...
"―하아, 그래요. 여기 더 있어봤자 재미도 없고.“
그래도 한순간 사회자의 얼굴이 일그러지려고 했던건 확실하게 봤다. 여기서도 한 발 먹여줬다 이거야. 당하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앞에서 대놓고 치지는 못해도 어떻게든 갚아줄 건 갚아줘야지. 아무튼 사오리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계속 있어봤자 주변에 있는 거라고는 명백한 적의가 섞인 시선뿐이니. 휴게실에서 시간 때우다가 적당히 보고 가는 게 좋겠지.
"...근데 시연이라고 해도... 뭘 상대로 시연하겠단건지. 사도가 타이밍 좋게 나타나 줄 것도 아니고...“
진짜로 그렇게 되면 웃기긴 할텐데... 아니 웃을 수 없는 상황이잖아 그거. 여기 에반게리온도 없는데..!! 설마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아니 그럼 시연은 뭘 하겠단거지? 여기서 성공하면 실전에 바로 투입된다면서...
재앙 이후 자전축이 뒤틀려 예전만큼 춥지는 아니하였으나, 북극해의 한기는 익숙해지려야 익숙해질 수가 없었습니다. 살을 에고 폐 속으로 스며드는 어머니 러시아의 한기에, 누가 태연하게 맞을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익숙해져야만 하였습니다. 이 추위에 익숙해지지 못한다면 앞으로 있을 일을 견뎌내지도 못할 것이요, 앞으로 있을 임무를 수행하지도 못하였을 터이니까요. 수 많은 이들이 얼어 가라앉은 이곳인만큼, 어지간히 나약한 마음으로 버텨선 곤란한 곳이 북극이었습니다. 어쩌면 바로 그 점 때문에, 부사령관은 어느정도 경험이 쌓인 미츠루를 보내려 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보려 하였다면, 저 위에서 낙하산을 타고 누군가가 내려오려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시커먼 연기가 하늘 위로 올라가 퍼지고 있는 사이, 커다란 군용 낙하산이 펼쳐진 채로 그 형체는 유유히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저 위에서 아래로, 좀 더 밑으로 내려오게 되었다면, 여러분은 누가 내려오고 있는 것인지 확인이 가능하였을 지도 모릅니다.
눈을 가리는 더벅머리와 그 위에 꼭 낀 파일럿용 헬멧, 방한복 사이에 보이는 정복의 흔적, 그리고 양손에 보란듯이 펼치고 있는 브이 사인. 첩보부 부장, 미즈노미야 슈이치입니다.
"이야~ 조종하고 오는데 상당히 애 먹었지 뭐야! 저 뒤에서 러시아군이 쫓아오고 있었는데 참 짜릿하긴 무슨 쫄리더라고! "
어깨를 으쓱이며 미즈노미야는 천천히 지상을 향해 발을 딛으려 하였습니다... 말하는 어투로 보아 이곳까지 직접 비행기를 끌고 온 모양이었습니다. 그 말은 즉슨, 저기 불타고 있는 추락하였던 비행기가 그가 운전하고 온 비행기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완전히 땅에 발을 딛은 뒤, 미즈노미야는 히죽 웃으며 나루미와 미츠루를 번갈아 바라보려 하더니... 곧, 제 허리에 손을 얹고 서서는 예와 다름없는 어투로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무튼간에... 오래 기다렸나?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까 말이야. 받도록, 후카미즈 대위. "
미즈노미야는 그렇게 말하며 제 뒷쪽에 매고 있는 가방에서 나루미 쪽으로 무언가를 꺼내 던지려 하였습니다.
"여분의 방한복이네. 잠수함까지 가는덴 버틸만 할거야. 어때, 쓸만한가? "
그 말대로 비교적 얇은 형태였긴 하였습니다만, 어느정도 추위를 견디기엔 충분한 방한복이 나루미를 향해 던져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이걸 입게 되면 추위는 어느정도 견딜 만 하게 될겁니다.... 하지만 이곳은 북극입니다. 자전축이 뒤틀려 기후가 바뀌어가고 있다 하여도 북극은 북극입니다. 이 정도 점퍼로는 오랫동안 견디는 것은 택도 없습니다. 정말로, 단시간 동안만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점퍼이지 않은가 싶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