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고점으로 올라가는 롤러코스터가 생각보다 많이 빨랐다. 세네시간이나 걸리리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앉아 서류도 다시 읽어보고, 긴장도 풀고, 카시마 군이랑 이야기도 나누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비행기는 그런 것 모르겠고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노보시비르스키 제도까지 냅다 달려버렸다. 받은 적은 없지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 덜커덩!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앉아 플랩을 연다. 권총이니, 탄약이니, 응급처치용품이니, 멀티툴이니... 자잘한 것이 잡다하게 든 방탄복과 허리 벨트는 더블백에 다시 집어넣는다. 당장 내놓고 돌아다니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차하면 바로 꺼내서 입으면 준비가 끝날 것이다. 방한복은... 카시마 군 빌려줬고. 내게 남은 것은 방한화나 넥워머, 장갑처럼 부가적인 방한용품들. 간단히 말해 앙꼬가 빠진 붕어빵들이었다. 나는 있는 거라도 소중히 몸에 걸쳤다. 비행기 문이 열리면 견디기 어려운 추위가 밀어닥칠테니까. 아니 잠깐, 나는 견딜 수 있지. 아무튼 나는 견딜 수 있어.
- 휘이이이 .... 휘이이이 .....
희고 붉은 북극의 전경이 좁은 창 밖으로 보인다. 그리고, 뭔가가 날아오는 것도....보인다?
이쯤 되니까 오히려 웃음이 나올 정도인데.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으면서 사회자를 노려봤다. 이때만큼은 나도 망할 아버지처럼 무서운 눈빛이 삠 나갔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이건 뭐, 그냥 대놓고 네르프 엿먹이는 자리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나불거리기나 하고. 그렇게 노려보고 있다가 문득 알아챘다. 이오리 씨를 향해 사회자가 입으로 한 말. ...배신자? 확실하진 않지만 그렇게 보인다. 그 말이 아니더라도 뭔가 부정적인 뉘앙스인 것은 확실하다. 왜냐하면 이오리 씨가 사회자에게 보인 태도는 결코 긍정적인 사인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니, 어느 쪽인가 하면 약점이라도 잡혀 있나 싶을 정도. 사정을 정확히 모르는 나조차 그렇게 생각할 정도다. 저 빌어쳐먹을 사회자가...
집단 내부에서 갈등이 있더라도 외부의 적이 생기면 단합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나랑 이오리 씨가 싸우는 사이는 아니지만, 아무튼 이렇게 사방에 적이 깔려있는 상황에서 일행 중에 한 명이 공격받는다? 평소에 사이가 안 좋아도 그때만큼은 우리 편이 공격 당한 거다. 그래, 저 사회자도 포함해서 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를 제외한 모든 것'은 적이다. 지금 방금 정했어. 개빡치네 진짜. 헬기가 아니라 에바를 타고 왔어야 했어. 그래야 그 제트 뭐시기인지랑 맞다이도 까고 개소리하는 놈들도 바다로 던져버리고 하는 건데.
아무튼 그 5분에 대해서는 항의를 좀 해야할 것 같으니, 손을 번쩍 들었다. 중지만 세워서 올리는 걸 간신히 참아낸 나에게 누군가 칭찬이라도 해주면 좋겠네.
"에반게리온을 5분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전투 병기라고 하셨는데, 그 5분 안에 적을 작살낸 전적이 못해도 두 번은 있는 걸로 기억합니다만. 그런 점에서는 에반게리온도 충분히 성과를 올리고 있지 않나요? 아무튼 그렇게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니 저도 좀 기대가 되네요. 그 제트 얼론인지 메론인지도 5분 안에 적을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으신거겠죠? 설마 150일이라는 긴 가동 시간을 다 털어넣어야 간신히 제압하는 수준은 아닐거고, 그 정도면 제압이 아니라 적한테 놀아난다고 표현해야 맞을테니까. 그 정도로 긴 시간동안 대치한다면 주변도 다 개쑥밭이 될 게 뻔한데, 한 방에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라도 달아두신 건가요? 대부분의 재래식 무기는 먹히지도 않는 녀석을 상대할테니 그런 거겠죠? 뭐, 이건 댁네 전투기며 전투원들이 매번 빔맞고 우수수 증발하고 있으니 싫어도 잘 알고 계실테니까 분명 뭔가 대책을 마련해두신거겠죠. 헤에- 어떤 대책일까- 어떤 건지 정말정말 궁금하네요."
저 너머에서 날아오고 있는 그것은, 멀리서 보아도 어림잡아 비행기의 형태임을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새하얗고 푸르게 도색되어 있긴 하였습니다만, 형태를 보아 F-86 기체인 것을 적어도 나루미는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당연하였습니다. 정말로 많은 전장에서 쓰였던 기체이니까요. F-86은 재앙 이전에도 이후에도 수많은 전장에서 쓰였던, 원래대로라면 퇴역되고도 남아야 했을 정찰기였습니다.
그런 F-86이, 대체 왜 여기로 불타고 있는 채로 떨어지듯 날아오고 있습니까?
- 휘이이이이 ......
창밖으로 눈발이 하얗고 곱게 휘날리고 있을 무렵, 새하얀 기체는 불타오르고 있는 채로 저 위에 상공에서 지상으로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날개와, 꼬리 전체에 불이 붙어있는 채로, 전투기는 서서히 추락해가고 있었습니다.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있는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레 내려온 북극 임무, 준비할 틈 없이 가게 된 출발길, 이상하리만치 빨리 도착한 비행기, ...그리고 추락하고 있는 전투기.
불안한 느낌은 도무지 사라지지가 않습니다. 네르프 상부는, 도대체 무슨 연유로 여러분을 이 위험한 곳에 보낸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