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 네! 4층에 손님이 있는 것은 알고 있어요! 분명히 방송으로 전했을텐데. 그러니까 벽에 비상코드가 있어요! 682153을 입력해주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지금 배를 조종하고 있는 승무원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내 수화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혹시 선장님도 거기에 계시나요?! 지금 선장님이 선장실에 계시질 않아요!
한편 설화의 행동에 사람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채로 털썩 주저앉는 이들이 한가득이었다. 적어도 무차별적으로 움직이는 없었으나 그럼에도 살려주세요. 사람 살려! 등의 목소리는 조금도 끊어지지 않았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패닉에 빠지면 사람은 정상적인 판단이 힘들었으니까. 그 와중에 철판을 두들기는 이들도 있었고 일부 부자 남성은 지갑을 꺼낸 후에 내밀었다.
"도,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릴테니 살려주세요!"
상황 파악이 힘든지,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들이 보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현실도피 그 자체였다.
한편 케이시는 물이 들어오는 곳을 찾으려고 했고 이내 벽 아랫면 부분에 고무 호수 하나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의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거기서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이 들어오는 속도는 제법 빠르긴 했으나 적어도 벽면의 그 정도 구멍으로 배가 가라앉을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 구멍에서는 분명히 물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사뿐사뿐 케이시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보겠다는듯 눈짓하고 다른이에게 들키지않게 구멍을 막게끔 극소로 축수한 작은 패널들을 움직여 구멍을 겹겹히 막고. 그 위에 아주 작은반구형태의 패널 집합체까지 씌워 물을 막아보려했습니다. 이 정도 구멍과 수압이면 밀리지는 않겠죠...
일단 연우의 능력으로 구멍이 막혔고 당장 물이 더 차오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창밖 풍경은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고 있었고 어느새 창문의 절반 이상의 풍경이 바닷물이 비치고 있었다. 그 점 또한 미스테리한 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 정도로 가라앉았는데도 막상 들어오는 물의 양은 적었으니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한편 화연은 코드를 입력했고 그에 따라 길을 막고 있던 철판이 열렸다. 하지만 그 순간, 머리 위에서 바닷물이 쏟아지듯 내려왔고 승객은 물론이며 철판 근처에 있는 이들의 옷이 흠뻑 젖었을 것이다. 계단을 타고 올라갔으면 3층은 이미 바닷물로 바닥이 젖어 있었다. 철판이 열리고 그 바닷물이 밑으로 쏟아지면서 일시적으로 공간이 생긴 것 같았으나, 그 물이 모두 쏟아지며 순식간에 사람들의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다. 그 뿐만이 아니라 3층의 열린 공간 세 군대로 물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것은 절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오른쪽 계단을 통해서 올라온 이들은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복도 저 편에서 연하지만 피 향 비슷한 것이 나고 있다는 것을. 대체 그건 어디서 나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3층에 있는 객실에서 나는 것 같진 않아보였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안타깝게도 2층으로 올라가는 길목 역시 철판으로 막혀있었다. 근방에 코드 6개를 입력하는 곳이 있긴 했으니 연락을 하면 못할 것은 없겠으나 수화기를 계속 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물은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다.
지하 4층으로 내려가면 정말로 호화로운 음식들이 테이블에 가득 차려진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내려가면서 벽을 체크했다면 배의 단면도를 볼 수 있었을텐데 아무래도 엔진이나 주요 기기들은 모두 지하 3층 복도 맨 오른쪽 끝에 있는 문에 담겨있는 모양이었다. 그 이외에는 왼쪽 계단, 중앙 계단, 오른쪽 계단. 총 3개의 계단 라인으로 갑판에서 지하 4층까지 이어져있는 모양이었고 엘리베이터는 따로 없었다. 지하 1층에서 지하 3층은 탑승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객실이 있었으며 지하 1층 제일 안쪽에는 가볍게 놀 수 있는 오락시설들이 모여있는 오락실,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실이 있었으며 지하 2층 제일 안쪽에는 식당과 매점이 있었다.
4층 창문으로 볼 수 있듯 아직 물은 분명 3층에 도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물이 떨어질 수 있으며 3층에도 왜 물이 있는 걸까? 무엇보다 왜 복도 저 편에서 피 비린내가 나고 있는 걸까? 화연은 선장 실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과 선장이 파티 도중 자리를 떴다는 것을 떠올리며 불안감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사람들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