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거울 가게는 유곽으로부터 한참 떨어져있었어. 적어도 40Km는 되겠지. 네 번째 피해자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 부랑자라고 말 했잖아. 이 다리, 저 다리 밑을 전전하며 살았을텐데... 확실한 정보가 없어서, 어디서 머물렀고, 신상에 관한 정보도 찾기가 어렵지. ...그는 광장을 중심으로 넓게 순찰을 돌았어. 뒷골목의 슬럼 쪽에서 죽었다. "
그러다 그가 당신의 말에 빙긋 웃습니다.
" 꼬마야, 나는 이런 쪽은 영 인연이 없어서. 그래도 꼭 학교같은 곳에서 교육을 받아보거라. 나도 평민 출신이라 학교는 가보지도 못했거든. 그래도 가면, 분명 너한테 도움이 될거야. 난 머리도 나빠서 칼질밖에 할 줄 아는게 없어, 어떻게 운이 좋게 이렇게 살게 됐지만... 네겐 많은 가능성이 있잖니. 잘 하면 대부호가 될수 있을지도 몰라. "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주변을 꼼꼼하게 살피는데... 천천히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괴기하고, 기이하며, 불경한 음색.
어둠속에서 한 사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더니, 순식간에 당신의 등 뒤로 이동합니다.
" 꼬마, 피해!!! "
위병이 순식간에 검을 꺼내 사내에게 검을 휘두르나, 곧이어 그는 사라지며, 위병의 목에 털썩 걸터앉습니다. 그리고 그는 당신과 눈을 마주합니다.
" 안녕, 꼬마야. 너는 좀 가만히 있고. 나는... 대화를 하러 온 것 뿐이니까,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네 목을 그어버릴거야. 그러면 대화는 거기서 끝이다. "
사내가 손에서 가위를 꺼내어, 그의 목에 가져다댑니다.
>>280
일순간에, 조용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당신이 앞으로 나서자 사내가 말하기 시작합니다.
" 흠, 네가 단장인가? 썩 미더워보이지 않는 얼굴인데. 뭐, 상관없나. 솔깃한 제안을 하나 하러 왔다. "
그리고는 사내가 로브를 벗고, 얼굴을 드러냅니다. 검은색 긴 머리카락을 가진 그의 얼굴엔 흉터가 가득하군요.
" 노예를 옮길건데, 호위단이 필요해. 제국의 수도 인근까지 갈 거다. 보수는... 백금화 다섯장. "
다리가 날아가기 무섭게 할범의 손아귀에 잡혀버린다. 억센 힘 때문에 옴싹달싹도 못하는 것이 딱 불리한 상황. 루프레드는 그 짧은 순간 생각을 마친다. 이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들어가려면… 다른 다리로 땅을 거세게 박차며, 붙잡힌 쪽의 근육에 힘을 준다. 곧바로 양 다리를 쳐올리며 붙잡은 할범까지 들어올리려 시도한다. 그게 먹혔다면, 바로 몸을 반 바퀴 돌리며 할범을 땅에 메치려 할 것이다.
교육이나, 대부호라, 그는 나를 걱정해서 해주는 말일테지만 솔직히 그다지 관심은 없었다. 나는 내 가능성을 보고 그 중 하나로 이미 길을 정했다. 먼 미래에도 후회 없을, 고통스럽고 즐거운 길이다. 그래서 그렇게 대답해주려던 차에, 가위가 움직였다. 처음 보는 사내는, 위협적이다.
"목을 긋는다면, 당신은 심장에는 관심이 없나요?"
준비되어 있던 인형들이 각자 무기를 들어올린다. 앙증맞은 크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결단코 앙증맞은 것들이 아니다. 베이면 죽는다. 사람의 목 정도는 쉬이 뎅겅, 땅바닥에 입맞춤 하게 해줄 수 있다. 나는 천천히 질문하며 몸을 긴장시켰다. 사람을 죽여본 적은 있다. 싸워본 적은 더 많다. 그렇다고 전투가 특기냐 묻는다면, 아니다. 나는 아직 어리고, 미숙하며, 연약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멈춰있을 만큼 겁쟁이도 아니다.
" ... 저기요, 오빠. 그.. 머리가 아픈건 이해하겠는데요, 그런 말 막 하면 진짜 잡혀가요. 불경죄라구요. 어떤 미친 사제가... 네? 아시죠? 예? "
그녀가 당신을 흘긋 흘긋, 아무래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바라봅니다.
" 변두리 마을을 돌면서 장사할거에요.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물어 물어 가는 곳. 그런 곳은 상인들도 잘 오지 않고, 뭘 사러 가는것도 엄청 번거로우니까, 제가 어린 여자라도 좀 찜찜해는 하겠지만 물건이 싹 다 팔릴거라구요. 이미 한 세 마을 정도는 대박쳤어요. 그런 곳은 순무라던지, 감자라던지, 농기구를 수리할 도구들, 철이나 질 좋은 광물들이 잘 팔려요. 처음엔 뭘 팔지 몰라서 참 고생했는데, 장사도 역시 경험인가봐요. 그냥 마냥 안 사주는게 억울했는데, 저 역시도 제 자신이 참 못난 상인이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이젠 그런 시선엔, 내 능력을 보여주는걸로 화답하려고요. "
그녀가 곧 주절주절 길게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행복한듯 웃어보입니다. 열정이 대단해보이는군요.
" ... 당신은요? "
>>285
세 명의 기사들은 엄청난 중력에 짓눌리며, 신음을 토해냅니다. 그러나 당신의 말이 끝나자,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오는군요.
" ...아이고~ 이거, 단단히 미친놈이 들어왔네. 네가 지금 뭐라고 말 했는지는 아냐? 응? "
나뭇가지를 든 사내가 당신과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우뚝 멈춰섭니다. 짧은 금발, 숨을 뱉을때마다 풍겨오는 진하고 쓴 궐련냄새. 조금 졸린건지, 길게 하품을 하며 입맛을 다십니다. 그리고 머리도 긁는게, 워낙 부산스러워 보이는군요.
" 황제 나오라고 그래? 야, 대박이다. 너 그거~ 불경죄야 임마~ 응? 황제 폐하가 니 친구냐? 뭐 말씀드릴게 있으면 여까지 찾아와서 알현하게 해주십쇼~ 하면 되지, 여기가 어디라고.. "
" 미친 개처럼 짖어대나? 응? "
그가 부드럽게 미소짓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나뭇가지를 공중에 휘둘러보이는군요.
>>293
" 아... 혹시, 율리안 님께서는, 에로스님을 직접 마주하신적이라도 있으십니까? "
그녀가 부드럽게 지어오는 미소에, 어라? 가슴 안쪽이 따듯해지는것이... 볼이 밝게 물드는것같은 기분이 듭니다. 에로스가 말한 벌이 이런 것일까요?
다행스럽게도 싸움은 길어질듯 하지 않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달려드는 건 두마리. 역시 마물은 마물입니다. 이정도는 간단히 처리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방심하면 안되겠죠.
몸을 숙여도 고블린보다 작아지지는 않지만 위험을 줄일수는 있을겁니다. 최대한 몸을 숙이고는 검을 세워 맨 처음 들려든 고블린을 향해서 둔 뒤 녀석이 다가올때쯤 들어버리면 저렇게 흥분한 상태에선 피하기 어려울겁니다. 곧바로 품에 든 다용도 비수를 꺼내 뒤에 있던 녀석들에게도 던져봅시다.
해... 주실 거죠...? 방금 전까지 '아무튼 신의 계시임'을 시전하고 있던 사제의 생각치고는 꽤 깜찍한 것이었다. 물론 그건 현재의 마리안이 아니라 마리안2(술 취한 불경자)였지만. 아무튼.
"...제 신앙이 저를 증명하겠죠."
정말 적당한 대답이었다. 마리안은 소녀의 긴 이야기에 듣고 있는 게 맞는지 알듯말듯한 희미한 표정으로 가끔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소와 마지막 말에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신의 뜻을 가슴에 새기고 여행할 예정이었습니다. 원래는 명확한 목적지가 없어 가까운 도시로 향하려 했지만, 이제부터는 당신의 여정을 따라야겠군요."
그리고 도착한 곳에 도울 사람이 있다면 그를 돕는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것도 마리안의 목적이었다. 별일없이 스스로 돌아가는 작은 사회들에 외부인의 도움이 필요할 일은 그리 없겠지만, 다친 사람이 있다면 손 얹는 정도는 가능할 터. 물론 어디에도 마리안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제일 이상적이었다. 아무 일도 없이 마리안의 여행이 전도가 아닌 그저 여행으로 끝난다면 좋을 것이다. ! 대화
당신은 다른 다리로 땅을 거세게 박차며, 양 다리로 할범을 들어올리려고 시도합니다. 그런 당신의 모습에, 힘은 호탕하게, 큰 소리로 웃습니다.
" 와하하하하하! 아주 잘했다, 애송이. "
그러나 힘은 꿈쩍도 하지 않는군요. 우악스러운 힘으로 여실히 당신의 다리를 잡고, 그대로 땅에 서있습니다. 그리고는 당신의 다리를 잡은 손을 놓고, 당신에게 말 하기 시작합니다.
" 좋은 판단이었다. 풋내기치고는. 하지만, 힘이 모자랐어. 이제는 기술을 알려주마. 너와 나의 힘 차이는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네가 나를 이길수 없는걸까? 아니, 방법이 있다. 내 힘을 너의 것으로 만드는게야. 너는 나를 들어올리려고, 위쪽으로 힘을 전했다. 나는 그에 맞서 아래로 힘을 전했지. 하지만, 이 상황에서 너또한 아래로 힘을 준다면? 나는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혔을게야. "
힘이 절대가 아니다. 너보다 강한 힘을 가진 상대를 만나면, 그 힘을 너의 것으로 삼아라. 그러면 상대는 아무런 힘도 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단걸 깨닫게 될거야. 힘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 자세를 잡습니다.
" 좋아, 배웠으면 해봐야겠지. 날 넘겨봐라. "
그리고는 순식간에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295
" 글쎄. 너는 어때? 이토록 아름다운 심장에, 관심이 없니? "
사내는 부드럽게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만집니다. 마치 사과를 노리는 검은 뱀 처럼, 불길함이 번지는군요.
" 무슨 볼 일이냐고? 아아, 맞다. 그걸 전해주러 왔지. 안타깝게도, 너는 내 인형이 되어주어야겠어. 아주 비극적인 이야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인형이 되어버린 인형사라. 감각적이지. "
사내가 부드럽게 미소짓습니다. 그리고는 그의 심장에 쐐기처럼 가위를 박아넣습니다. 거센 물줄기처럼, 피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고, 그가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합니다.
아아, 재단은 즐거워.
친구들이 모두 나를 버리고 떠나가도 괜찮아, 나를 버리지 않을 친구를 만들면 되니까.
아아, 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순식간에, 그의 가슴은 활짝 열렸고, 거세게 요동치는 심장을, 사내는 손으로 움켜잡고, 뜯어냅니다.
" 절망해줄래? 비극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
! 메인 퀘스트 - 심장 조각가. " 라푼젤 " 이, 강제로 시작됩니다.
>>296
" 사이즈가 안 나오는건가? 제국의 수도까지 쭉 일직선으로 가로질러 간다. 험한 산맥과 계곡, 마수들이 드글거리는 평야를 지나, 제국의 수도 근처에 도착하면, 인근 마을까지 갈거야. 서두른다면 일주일만에 도착하겠지. "
백금화 다섯장으로 부족한가? 그럼 두 장 더 얹어주지. 사내가 그렇게 말을 마치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298
당신은 최대한 몸을 숙이고선, 도끼를 꺼낸 고블린을 베어버리는데 성공합니다. 써걱, 하는, 거친 수박을 자르는것 같은 감각이 손 끝으로 전해져옵니다. 곧이어 달려드는 나머지 고블린에게, 샤벳이 마법을 사용합니다. 거세게 날아온 바람의 화살이, 다른 고블린의 심장을 꿰뚫습니다.
그렇게 당신들은, 고블린을 토벌하는데에 성공합니다.
" ...하아, 하아... 봤죠? 저 실력 꽤 좋잖아요. ...그쪽도 꽤 좋던데요? 다친덴 없죠? "
그리고 샤벳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빙긋 웃어보입니다.
>>299
사내는 당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빙긋 웃으며 나뭇가지를 휘두르는 동작을 끝마칩니다. 그러자, 어라? 일순간 시야가 흐려지더니, 마법이 발동되지 않았는데도, 분신이 아닌 당신이 이곳에, 황궁 안에 위치해있군요. 뭔가 이상합니다. 분명히, 뭔가가 잘못되었습니다.
" 오, 그거 좀 그럴싸한 계획인데. 좋아, 아주 좋아. 그런데, 두번째 계획은 있는거겠지? 마법사 양반. "
그가 당신을 바라보며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코 앞까지 다가온 그가 말을 잇습니다.
" 스펠 브레이크. 마법을 깨트리는 검사의 극의는 들어봤겠지? 근데, 나는 좀 달라. 마법사의 마법을 완전히 금할수 있지. 더미를 보내면 안전한 곳에서, 미친 개처럼 날뛸수 있을거라고 생각한거야? 하하, 좀 아쉽네. "
" 내 이름은 녹슨 검, 랜서. 세 개의 검 중, 하나를 맡고있지. 황궁이, 우리 기사단이, 세개의 검이. 그렇게 만만해 보였나? 안타까운걸. 그건 네 착각일 뿐이었어. "
그가 나뭇가지를 천천히 휘두릅니다. 그러자 당신의 몸에 깊은 상처가 남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군요.
! 서브 스토리, " 조우 " 가 강제적으로 시작됩니다.
>>301
" 둘 다일거야. 우선은 숲에서 목격되었지만, 제국의 수도 근처에 자리잡은 이유가 뭐겠어? 이 안에서 분명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겠지. "
사내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자기가 주는 정보는 여기까지라는듯.
" 뭐가 필요하냐고? 아가씨, 좀 맹한 구석이 있구만. 신분을 증명할만한게 필요한데, 없으면 강도 당해서 다 털렸다고, 간신히 도망쳤다고 해. 위병한테 돈이나 좀 쥐어주고. 그럼 넘어갈거야. 그 전에, 아가씨. 나한테도 돈을 좀 쥐어줘야지? "
그러더니 주머니에 한두장 정도는 말아서 넣어두는, 계약서 양식을 꺼내 테이블 위에 깃펜과 함께 올려놓는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이 계약서대로 행동하게 되는거다. 둘 다 말을 바꾸지 못하고, 그렇게 했다간 상응하는 뒷감당을 해야 할 것이다. 구두 계약은 언제나 위험하므로, 우린 늘 계약서를 작성하게 한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계약서가 작성이 되는대로 출발할 준비를 해 둬야겠어.
"다들 마실 만큼 마셔뒀다면, 채비를 미리 해 둬. 하루이틀로 끝나는 여행이 되진 않을거다."
그녀가 천천히 당신에게로 손짓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합니다. 뺨부터 귀까지 불그스레하게 달아오르고, 머릿속이 조금 어지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런 당신의 머릿속에, 꼬~ 마~ 야~? 하는... 음성이, 들려오는것같은 기분이군요.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입니다.
>>308
" 흥. "
그녀는 당신의 말을 들은체 만체 하다가, 갑작스레 따라오라는 당신의 말에 깜짝 놀라서, 눈가를 슥슥 닦고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 네? 갑자기요? 저 그렇게 쉬워보이나요? 아니, 저기요. 진짜 보통 미친놈이 아닌 줄은 알았지만, 구혼을 하려면? 어? 좀 더 분위기 있는 곳에서 해야죠. 그렇지 않나요? 일단 장미꽃 아흔아홉송이정돈 구해오고... 내 백번째 장미가 되어주지 않을래? 같은 말로.. 꺄악~ "
그녀가 볼을 붉히며, 긴 말을 중얼거리는군요.
>>312
" 그러다가 진짜 천벌받아도 난 몰라요. "
마리안... 하고, 에로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립니다. 어쩐지, 전혀 증명해줄것 같지 않은 목소리군요.
" 저희 그러면 꼭 그거같네요. 동화속에 나오는, 신비한 방랑상인. 그렇지 않아요? 당신도 사제라면서요. 좀 못 미덥기는 한데... 에휴, 알았어요. 여튼 절 구해주려고 한거니까.. 대충 넘어가줄게요. 저를 때리려고 했기도 했지만. 믿는단 거니까 잘 해야해요. 아셨죠? "
그녀가 빙긋 웃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산 너머로 넘어갈때즈음, 당신은 그녀와 함께 산 속의 작은 마을에 도착합니다. 문지기를 하고 있는 늙은 할아버지가 꾸벅꾸벅 졸고 있군요. 그녀는 당신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소년은, 아담은, 다른 말이 없다. 그저 상대를 노려보며 핸들을 조작한다. 그는 지금 울지 않는다. 분노에 소리치지도 않고 슬픔에 잠식되지도 않는다. 견고한 이성을 지킨 채 망설임과 미련을 접고 행동에 나아간다. 이어진 실이 한치의 오차도 문제도 없이 인형에 의지를 불어넣는다. 칼과 도끼와 망치가 공기를 가른다.
인형 하나는 상단, 인형 하나는 하단을 노리고, 그 사이 중단에는 날카롭게 벼려진 마력사가 물리력을 지닌채 휘둘러진다. 다른 인형 하나는 아담을 지키듯 서있다. 아담은 자신이 전투에는 특기가 없다고 한다. 다만 객관적으로, 나쁜 실력도 아니다. 어린 나이에 맞지 않는 냉철함과 당장에 일어나는 심상의 흔들림을 잠재우는 것만으로도 그는 꽤 실력이 좋다.
후회는 나중에 애도와 기도도 나중에 정의를 이끄는 가이아여 저 빌어먹을 자식이 고통스럽기를 바랍니다.
단순히 물리력의 행사라던지, 강함의 정도라던지에선 문제되는게 없어요!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진행하는 방향입니다.
호령님은 충분히 강합니다. 마법으로 호령님을 따라올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누가 감히 깨달은 자 인 호령님과 대적할수 있겠습니까! 패왕급이나, 마찬가지로 보정을 받은 이가 아니라면 어렵겠죠. 다만 지금의 상황은 제가 제시해드리는 길과 좀 어긋나있는것 같습니다.
왜 엘프가 호령님에게 까칠했을까요? 조금 더 상냥하게 말하며 우호를 다지는 방법은 없었을까요? 위병소를 통과하실때도 줄을 섰다던지, 아니면 위병소 너머 황궁의 뒷골목으로 텔레포트 한다던지, 황궁으로 텔레포트 했더라도 기사들의 공격을 피하며 상공에서 급박한 소식이 있음을 전달한다던지, 아니면 적어도 나뭇가지를 휘두르던 도중의 랜서에게 선제공격을 한다던지... 이세계에선 수많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택지 대로 따르면 샌드박스형, 참여자 맞춤형 어장이 아니겠죠! 그저 주어진 길 만을 따라 걷는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하지만 그건 그렇다고 하더라도, 설령 패왕 보정이더라도, 주어진 상황에서 빠져나갈수 없을 때도 있을겁니다. 이세계 만화를 보면 클리셰처럼 나오는 진행 패턴이 있죠. 이세계에 전생한 주인공! 갑작스러운 여자의 비명에 다가가보니 고블린 무리에 둘러쌓인 여주인공? (고난) -> 여자를 구해주고 동료 Get! (보상) -> 여자와 함께 마을로 가니, 악독한 영주가 나를 괴롭힌다?! (고난) -> 통쾌한 사이다 씬과 함께 영주를 내쫓는다! (보상)
일련의 티르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티르는 패왕입니다. 어마어마하게 강하죠! 그러나 티르는 죽음 그 자체와 맞서 싸울 순 없었습니다. 왜 이런 고난이 존재했을까요? 성 속성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마족이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며, 살아있는 존재라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난)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여러 방법을 찾는다면 이에 충분히 맞설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같은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개인적으론 호령님께서 재미를 앗아가게 될것같습니다. 너무나도 강한 호령이 모든걸 마음대로 주무른다! 그 어떤것도 호령을 제한할순 없다! 를 원하신다면, 안타깝게도 저는 그런 호령님의 바람을 이루어 드릴수 없을것 같습니다. 제가 준비한 이야기 내에서, 각종 변수에 맞추어 플롯대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고난과 보상, 시련과 그에 걸맞는 업적을 드릴순 있겠지만... 위와 같은 느낌으로 작성하신 레스에 맞추어 진행된다면 어려울것같다는 말씀 드립니다.
오해는 아닌데.. 아니.. 됐다. 적당히 체념한 나를 앞에 두고 수녀가 고개를 갸웃한다. 아니, 그런데 왜 내 옆으로 오는 거야? 이 떨리는 심장, 몸이 멋대로 움직이는 듯한 불쾌한 느낌이다. 나를 본 사람들이 마땅히 느껴야 할 감정이긴 하지만 그걸 왜 내가 느끼고 있느냔 말이야. 잠깐, 잠깐만..
' 꼬~ 마~ 야~? '
" 안 돼! "
나는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난다. 이 저주를 건 장본인은 지금의 사태를 전부 지켜보고 있었을 텐데 이런 수치가 다 있나. 나는 다른 의미로 화끈거리는 얼굴을 애써 잠재우며 사태를 수습해 본다.
" ..에로스 님께서 원하지 않으십니다! "
이러다가는 할 일도 다 못 하고 정조의 위기를 맞이하겠어. 얼른 받을 걸 받아내고 뜨는 게 상책일 것이다.
" 저는 지금부터 세계를 돌며 에로스교를 홍보할 예정입니다만, 그 과정에서 드는 여비를 교단 쪽에서 지원해 주실 수 있습니까? 가능하다면 지속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