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으나 알게 되었기 때문에, 태도를 바꿨다. 그 차이라고 티르는 말했다. 그녀에 대해 알고 있다고. 조금은.
"...무엇을..."
나에 대해, 라고 나오려던 말은 끊겼다. 그녀는 언제 중얼거렸냐는 듯 금방 입을 다문다. 금방이라도 흔들릴 것 같던 눈을 깜빡여 가렸다.
일렁임은 언제나 한순간이다.
그녀가 나름대로 생각해 대답을 내어놓은 건 그 이상 파고들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자초지종을 들은 티르는 결국 그녀의 책임이지 않냐며 쓴소리를 짧게 했다. 저를 탓하는 말에 입꼬리가 스윽 내려간다. 말하면서 되짚어보니 꼭 자기 잘못만은 아닌거 같아서 말이다. 그 불만은 기어코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왔다.
"그저 걷고 있는 사람을.... 잡아가는게.. 더 잘못이지...."
따지고 보면 그 말이 맞긴 하다. 길 잘 가고 있는 사람을 납치한게 더 잘못이지, 부주의해서 잡힌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생각할수록 억울한지 그녀의 뚱한 표정은 한동안 유지됐다. 입을 꾹 다물고 티르가 아닌 허공 어딘가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는데. 기왕 온 김에, 라는 말이 그녀의 시선을 다시 티르에게로 되돌렸다. 순도 높은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가 진한 꿀 같은 황금빛 눈과 시선을 맞추었다.
"....뭘, 할 수 있는지... 모르는데.."
이번 대답은 과연 어땠을까. 다시 한번 티르의 속을 긁기에 충분했을까? 아니면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넘길 만 했을까? 티르의 속내는 몰라도 그녀의 진위는 확실했다. 투기장이 정확히 뭘 하는 곳이고 손님으로서 뭘 할 수 있는지 모른다는 걸.
있는 그대로를 태연하게 말한 그녀는 늘어뜨린 팔을 움직여 다시 한번 티르의 목을 감싼다. 조금은 미지근해진 피부가 부드럽게 스친다. 팔을 따라 몸이 자세를 바꾸어 움직이는 소리, 새로이 닿는 촉감이 있다. 조금의 움직임만으로 티르와 마주보는 자세를 취한 그녀는 멍한 눈을 한 채 얼굴을 스윽 움직여 가까이 하는가 싶더니,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여기, 모르니까... 가르쳐줘. 티르..."
그녀의 말은 하지 말라고 징징대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참 묘한 울림을 주지 않았을까. 여러모로.
>>109 마리안은 소녀의 말 후로 2연타로 날아온 놀리는 목소리에(정확히는, 그 내용에) 얼굴을 찌푸리다가(점잖지 않은 표현을 사용한다면 '똥 씹은 듯'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바로 표정을 풀었다. 어차피 상대에게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 이게 상대에 대한 반감으로 느껴져서는 안 됐다. 마리안은 가다듬은 미지근한 무표정으로 돌아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당신이 저에게 충분히 배상받았다고 느낄 때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그리고 침울해진 마음도 가라앉았다. 침울해할 건 상대지 자신이 아니다. 자신에겐 이미 사건을 일으켰으니 책임지는 것밖에 없지 않은가. 손님이 떠난 건 자신의 문제일 뿐 소녀의 문제가 아니었으니, 이 소녀와 함께 다니면 그 손님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희망일 뿐이지만 어디로 갔는지 모를 손님을 찾아나서는 것도 가망이 없었다. !수락
아직 완성되지 못한 솜인형을 꺼내고 바느질을 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질문은 곧장 나왔다. 죽은 장소가 다르다는 건 아무래도 좋았다. '어느 곳에서 죽었느냐'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판타지라는 건 죽음의 방법을 수천가지로 만드는 단어다. 이 세계의 탐정은 골치가 많이 아프겠지.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는 추리는 잘 못하는 편이에요."
마지막 바느질을 끝내고, 인형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다 대며 중얼거렸다.
"그러니 반칙을 좀 쓸게요. ..<당신을 알고 싶어요, 마트료시카>"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인형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핸들을 쥔 뒤 그 곳에서 실 하나만 뽑아 인형에 연결했다. 그러자, 인형이 일어섰다. 인형을 내가 만난.. 죽은 그 어릿광대 중 한 명과 닮아있었다.
"딱히 사령술같은 건 아니라는 걸 먼저 알려드릴게요. 본래 인형극에서의 인형 조작을 고민할 때 쓰던 거에요. 제가 만들어낸 인형극은 대부분 실존인물을 베이스로 한 거라서, 그 사람이 인형이면 어떻게 움직일까? 하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인데, 저와 대상의 인연을 매게로 대상의 행동을 따라하게 하는 거죠."
딱히 이 인형을 부순다고 인형이 따라하는 사람이 피해를 입지도 않는다. 상당히 무해한 도플갱어라고 할까. ..또한 이건 시체를 찾는 데도 쓴 적이 있었다. 슬픈 기억이다.
"말도 못하고, 완전한 것도 아니라 범인 지목은 못하지만.. 해당 사건의 이동루트 까지는 알 수 있어요. ..부탁할게요. 알려주세요. 이 곳에 오기까지, 어디를 거쳤나요?"
그녀가 당신에게 화답하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그러자, 곧 가슴 한켠에 알수없는 열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 얘야, 네 외모는 네게 과분한것 같구나. 허나, 그 의도가 불순하진 않으니, 어찌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을수 있겠느냐. 그러니까, 내가 네게 벌을 내려야겠어. 이 벌을 풀고 싶다면, 모험을 떠나보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신전들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진짜 사랑이 뭔지 알아보도록 하렴. 증표가 될만한 물건들 일곱개를 모두 모으면, 내가 네게... "
사랑이 뭔지, 알려줄게. 그녀가 당신의 뺨에 부드럽게 입을 맞춘뒤에, 손을 뻗어 천천히 당신의 눈을 감겨줍니다.
깜빡.
한 번의 눈 깜빡임으로, 당신은 다시 세계로 돌아오게 됩니다. 영문을 알 수 없다는듯, 수녀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정신을 가다듬습니다. 당신은 후열로 달려들어, 남은 고블린들을 모조리 처치하는데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정신을 차린 것인지, 잔뜩 화가 난 고블린들이 당신에게 달려들고 있군요. 도끼를 든 두 놈이 덤벼들었고, 그 뒤로 창을 든 한 놈이 달려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 마법에 창을 든 고블린은 픽 하고 쓰러집니다.
이제 남은건 두마리, 그리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며 허둥거리는 고블린 다섯.
! 계속 싸워봅시다!
>>276
당신은 텔레포트하여 황성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합니다. 황궁의 입구, 성벽 안쪽에 가까운 곳이군요. 가까이 나타난 당신의 존재에, 당황한 기사들이 외칩니다.
" 뭐야? 누구냐, 네놈! " " 적습이다! 적습이야! 모두 무기를 들어라! " " 어이, 빨리 다른 기사들에게 알려! "
곧이어 재빠르게 세 명의 기사가 칼을 높이 치켜들고선 당신에게로 덤벼들기 시작합니다.
>>278
" 어렵지? 전투란 그런 것이다. 타고난 감각만으로 싸우면, 송사리와 싸우더라도 대비되지 않은 공격에 쉽게 당할수 있지. 전부 한번에 죽일수 있으면 좋겠지만은, 그러기엔 실력이 모자라지 않더냐. 그러니까 생각하는것이다. 네가 적이 되어보거라. 네가 나라면 어떻게 움직일지. 작은 체구의 내가 어찌 움직일것이고, 그에 맞추어 너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
곧이어 당신이 할범의 배를 걷어차자, 힘 할범은 왼손으로 덥썩 당신의 다리를 잡습니다. 무시무시한 악력 탓에, 쉽사리 움직이기는 어려울것 같군요.
>>268 마리안은 말대로 돈을 주웠다. 이거 가져가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도 잠시, 어차피 소녀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면 자신에게 책임 소재는 없을 것이다. 그런 계산으로 마차에 타자마자 소녀에게 주운 돈을 건넸다. 그래도 마차가 인력거가 되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네, 같은 생각을 하며.
마차는 완전한 밀폐공간은 아니었다. 바람이 스며들고 소리가 드나드는 곳. 마리안은 눈을 감았다. 보이지 않아도 볼을 콕콕 찌르는 소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용건이 있다면 먼저 말할 것이라 짐작하면서.
"사제입니다. 부족하게나마 에로스님의 은총을 나누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몸입니다. 술이 언제나 저를 움직일 용기를 주는 것은 맞지만, 이만한 만용을 녹이지 않고 삼켜 본 적은 많지 않군요."
해석) 맞지만 못 마시는 거 아님. 평소에도 이만큼 취하진 않음. 이렇게 취기가 확 올라올 줄은 몰랐지... 그리고 마리안은 손 모아 속으로 기도했다. 그런 취향 아닙니다. 정말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