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수도를 중심으로, 심장 조각가와, 정체 모를 습격자, 그리고 하데스교도 , 마왕 신봉자, 죽음 연합회. 그리고 변두리 마을임에도 역병의 신의 현현 시도. 또한 신이 너무나도 쉽게 강림하였죠. 마족도 별 다를 바는 없죠. 마왕이라 자처하며 날뛰는 존재의 암시, 그리고 티르의 강자를 찾는 여정! 그리고 납치범의 존재! 와! 과연 태동하는 세계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이 거대한 이야기의 편린들은 어떤 큰 그림을 그리며 파도를 일으키게 될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은 과연 어떻게, 역사를 바꿀수 있을까요?
그녀가 자신에게 좀 더 매달리자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짓다가도, 두 팔을 이용하여 목을 휘감자 그는 시안의 팔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분명 방금까지 이불 안에 있었을 팔이 이렇게 차갑다니... 소매가 없었으니 그럴 수도 있는 것일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는 아무래도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티르는 자신에게 매달리며 몸을 지탱하고 있는 시아나가 불편한지 한껏 찡그리다가도, 이어진 그녀의 말에 쯧. 하고 혀를 한 번 차고는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안 괜찮다고 말해봐야 넌 안 듣겠지. 마음대로 해라."
되려 머리를 기대자 그는 볼을 놓고는 머리를 손바닥으로 받쳐 편하게 기댈 수 있게 해주었다. 차가운 시안의 뺨에 티르의 손바닥이 닿아 체온을 뺏기는 기분이 들었지만, 적어도 시안에게는 볼이 따뜻하여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대화를 하기 위해 눈을 마주쳤을 때는 어째서인지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눈에 의아함이 서렸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조금 신비롭게 느껴진 탓이다. 때문에 무심결에 시안의 볼을 엄지로 쓸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래도 여기까진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시안은 눈을 떴고, 대화할 준비가 된 것 같았으니까. 거리감이 조금 가까운 것 같긴 하지만 어차피 이 멍한 얼굴을 보면 또 그 맹한 성격 탓인 거겠지. 그래, 티르는 여기까지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말만 아니었다면.
"...내 이름을 까먹은 게냐?"
티르의 눈매가 또다시 좁혀진다. 분명 최근에 만난 적 있을텐데 벌써 까먹었단 말인가. 방금까지만 해도 순조로웠던 대화에 심각한 지장이 생긴 것을 감지한 티르는 막막함에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인 것은 그는 지금 악마적인 성향의 본능이 아닌, 인간적인 성향의 이성이 통제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자신이 답답하다고 먼저 주먹부터 나가진 않았다는 점이다.
"티르라는 이름은 기억하나, 시아나?"
그는 최대한 이성적으로, 일단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얼굴만 잊은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평화로운 제국 수도의 상가. 열심히 손님을 끌어모으는 호객꾼과 손님으로 북적이는 곳이다. 넓은 대로변을 따라 마차가 달리기도 하고, 화려한 차림새의 귀부인들이 오가기도 한다. 하지만 거리의 한 켠에서는 마냥 평화롭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 나, 진짜 아니라고!"
대로의 잡화점 앞에서, 한 수인이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의 꼬리가 사납게 흔들린다. 마찬가지로, 수인 옆의 뚱뚱한 남자도 질세라 소리친다.
- 이 똥개가 장난질 치는 걸 내가 분명히 봤단 말이오!
수인, 루프레드는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걸 느꼈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니 짜증부터 났다. 일의 전말은 이러했다. 그냥 거리를 걷고 있었을 뿐인데, 웬 뚱보가 고함을 빽 지르면서 그를 멈춰세우는 것이 아닌가. 저 수인이 자기 주머니를 털었다고 화를 내면서. 아니, 나는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억울한 마음에 반박하려 했지만 뚱보는 문답무용으로 루프레드를 거리의 경비병한테까지 끌고 왔다. 그렇게 하여 이런 상황이 된 것인데.
"야, 내가 똥개면 너는 똥인간이냐?"
툭 내뱉은 조롱을 시작으로 둘 사이에 실랑이가 오가기 시작했다. 루프레드는 온갖 험한 욕설을 내뱉었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남자는 그에 열심히 대꾸했다. 행인들도 한 번씩 이쪽에 눈길을 주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루프레드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지나갔다. 하지만 눈 앞의 경비병은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대처도 없이 쩔쩔매고 있었다. (사실 그는 어제 막 입대한 신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