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은 그저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단련하는데 그러던 와중에, 영월 기습 작전에 소식을 듣게되었다. 그야말로 노력의 결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헌터를 처음 시작할 땐 이런 일을 하게될 줄은 몰랐지.."
딱히 가디언처럼 되거나, 그렇다고 유명세있는 헌터가 되려는 마음은 없었었다. 미리내고에 입학해 특별반이 되지않았다면 다윈주의자 세력과 싸우려는 일은 상상도 못했을 거다. 사람 일은 모르는구나, 라는 걸 생각하면서 오늘의 할일을 시작한다. #기숙사를 나갑니다. //특별 수련장 후딱 갖다오즈아
>>603 "네. 다윈주의자와요." 탈주헌터긴 했지만 다윈주의자니까 탈주헌터 겸 다윈주의자였나..
"웨이 씨나 진언 씨에게 물어볼 기회가 있다면 가능하겠네요." 하지만 지금 제 앞에 있는 경험자는 준혁 씨니까요. 라는 말을 하고 들어보니 정말 죽을 뻔했다는 말에 으.. 하는 소리를 냅니다. 앞으로의 일이 난이도가 높을 것이라는 직감같은 게 들어서 그런 걸까요?
"저라면요? 그렇습니까... 그럼 잘 보겠습니다." 가볍게 인사하곤 부드럽게 받아서는 슬쩍 보려 합니다. 다윈주의자에 대한 정보가 얻을 수 있는 만큼이 정리되어 있을 겁니다. 아마도요? 그렇게 한참동안 정리를 하다가 뻐근한 몸을 기지개를 켜서 좀 깨우려 합니다. 굳어가는 기분이었다고요?
그동안 참 많이 바빴네요... 뒤라님과의 대화 이후로 교단을 되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돌아다니고, 신도분들을 모집하고요. 그 과정에서 병자와 약자, 노인분들을 참 많이 만났어요. 사회적 약자이기에 다른 이들은 느꼈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셨으니, 뒤라님의 곁에서 그분의 공연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뒤라님께 기도를 하고 교회를 좀 더 관리하고... 영월 기습 작전의 준비를 해야겠어요. 치료제도 사고, 각종 도구들도... 어휴, 숨 돌릴 틈이 필요해요.
교회의 기도실에서 눈을 감고 기도를 해요.
"뒤라님, 제가 당신의 사도로 임명 받고 짧다면 짧지만, 길다 말하면 긴 시간이 흘렀네요. 손가락으로도 셀 수 있을 만큼 남아계셨던 신도분들이 어느새 백이라는 숫자가 넘어서고 말았어요. 앞으로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저 스스로에게 확신은 없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적어도 즐거울거라 생각해요. 재능 없는 저라도 품어주어 서커스단의 일원으로 삼아주신 당신께 감사를 전해요. 스스로 속할 곳 없이 방황하던 이들을 단원으로 맞이하여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당신의 나팔수로써 많인 이들을 이끌겠어요."
꽃 피는 봄이 오면, 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화란춘성을 마냥 기다릴 생각은 조금도 없고, 아름다운 꽃밭은 직접 피울 것이다. 가만히 서있지 않은 채 뛰고 구르고, 다치면서도.
벌써 4월, 겨울은 이미 지나서 날이 따뜻하고, 얼마 전에는 봄꽃 구경도 하러 갔다. 가벼운 걸음으로, 유쾌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휴식을 했으니 곧 있을 깽판을 기다릴 참이었다. 마냥 돌진하는 건 영 좋지 않으니, 일단 포션이라도 사놓을까 싶었다. 돈은... 일단 끌어모으면 어떻게 되는 거 아닐까?
강산은, 특별반 건물 근처, 특별반에서 창 밖을 내다보면 잘 보이는 위치에 서 있었다. 연주를 마치고 받침대에 올려뒀던 25현 가야금을 인벤토리에 밀어넣는다.
강산이 입학한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나 4개월차였다. 새 악기와 새 사람들에게 그럭저럭 익숙해지고, '백두'를 다루는 데 필요한 기술들도 전부 얻었다. 인생의 종말이 오기라도 할 것처럼 생각했었던 것 치고는 생각보다 태평한 나날들이었다. 그게 나빴냐 묻는다면 딱히 그렇진 않았지만.
밖으로 나와 향하는 곳은 지금은 단톡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특별 수련장. 놀랍게도, 나는 아직 이곳을 이용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2개월동안은 워낙에 새로운 것을 접하는데 바빴던 탓도 있었을까. 존재자체는 알았던지라, 미뤄둔 방문을 오늘 하게되었다. 기간은 이틀 남았으니 하루정돈 괜찮겠지. #특별 수련장으로 향합니다.
.. 지독한 꿈. 느끼는 것이지만, 의념 각성자가 되고부터 꿈은 더더욱 선명히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날의 감정, 고통, 생각. 그런 것들이 의념이라는 보조를 받아 더욱 폭이 넓어지기 때문일까요. 지한은 손에 창을 쥐고 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바닥을 향하던 창이 순식간에 허수아비를 꿰뚫습니다. 분명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완숙한 일격이었습니다.
" 쯧. "
그러나 누군가에겐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할아버지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마룻바닥을 두드립니다.
" 여전하구나. 여전히.. 창에 힘이 잡아먹혔어. "
할아버지는 손을 움직여 의념을 흘려냅니다. 곧 뿌연 안개같은 환상이 만들어집니다. 지한을 똑 닮은, 그런 안개입니다. 안개는 창을 쥔 채로 지한이 펼친 창을 펼칩니다.
걸음걸이, 움직임, 자세, 기도, 살기, 형, 기교. 같은 듯 하면서도 거대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그것들. 하지만 안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할아버지의 기술을 지한이 가능한 한도에서 펼쳐내고 있습니다. 가능한데, 왜 그런 게 불가능한지. 그런 걸로도 마음 한 구석이 시큰했지만 무엇보다 어린 지한을 괴롭게 했던 것은 저 눈이었습니다. 조용하게, 지한을 바라보면서. 실망한 듯한 눈을 가진. 그러나 그 속을 들여보면 사랑의 황금색으로 가득한.
그 눈.
" 물러나거라. "
안개가 허공에 흩어 사라진 뒤, 할아버지는 천천히 고갤 돌립니다. 일부러 보지 않으려는 듯. 억지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단 착각이 듭니다. 지한은 그 말에 묵묵히 자리를 벗어납니다.
가주에게 허락된 중앙실을 벗어나 창을 쥔 채로 걷던 지한의 머리에 두꺼운 손 하나가 올라옵니다. 어린 지한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에는 진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 얼굴을 바라본 지한은 한껏 미소를 짓습니다.
" 아버지도 참.. 아직 애인 너한테 무슨 기대를 저리 하시는지. "
지한은 괜찮다는 듯 도리질합니다.
" 어쭈. 괜찮아? 우리 지한이 어른 다 됐네. "
볼을 살짝 꼬집는 삼촌에게선 선명한 황금색이 느껴졌습니다. 그것이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지한은 알고 있었습니다. 삼촌은 인벤토리를 열어 무언가를 꺼내듭니다. 작은, 곰인형입니다.
" 바깥에 파견 간 김에.. 그.. 이게 요즘 애들한테. 인기가 좋다길래 하나 사봤는데. 어떻게.. 맘에 드니? "
지한의 손에 천천히 곰인형 하나가 쥐여집니다. 부드럽고, 지한이 폭 끌어안을 수 있을 정도의 인형. 마치 자신이 선물이라는 것을 표현하듯 머리에 단 리본까지.
지한은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잠에서 깨어납니다.
>>613 탕! 한 개의 허수아비가 또다시 박살난 채 바닥에 누운 뒤에야 명진은 자리에 주저앉습니다. 욱신거리는 두 팔은 기분 좋은 카타르시스를 불러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한다는 감각. 그 기분 좋은 감각이 명진을 즐겁게 만듭니다. 명진은 수련장의 하늘에 걸린 거대한 스크린으로 비춰지는 시계를 바라봅니다. 이제 이틀..
>>614 기도를 올립니다.
뒤라는 응답하지 않습니다. 단지 응답하기 싫다기보단 무언가가 바쁜 듯 보이는 힘이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유리아의 두 어깨에, 따뜻한 무언가가 잠시 머물다 사라진 듯한 감각이 듭니다.
곧, 유리아는 기도를 마치고 눈을 뜹니다. 어느덧 훌쩍 지나버린 시간. 깔끔해진 교회의 풍경. 저마다의 모습으로 신을 영접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이젠 부정할 수 없는 준비 기간입니다.
눈을 떠요. 대답은 들려오지 않지만, 알 수 있어요. 갑작스럽게 많아진 신도분들에 의해 많이 바쁘신거죠. 우리의 신. 뒤라님께선 한 사람 한 사람 소홀히 대하지 않으시니까요. 그 광경을 보고, 어깨에 남은 감촉에 방긋 웃고 신도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교회에서 나가요. 이 모습을 계속 보기 위해선, 준비를 해야겠죠...